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선정 심의 총평

▣ 심의총평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동시‧그림책 1분과)
  • 회의일시 : 2021. 5. 3(월)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해를 넘기는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명작은 탄생한다. 이러한 난국이 작가들에게 더욱 긴박한 심정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들이야말로 평생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거리두기 속에서 세상 곳곳에 자신만의 안테나를 세우고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힘겨운 여건 속에서 좋은 작품을 보여준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들에 우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21년도 제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중 <동시·그림책 1분과>에서는 동시집 27권과 그림책 60권, 모두 87권을 심의 대상에 놓고 심의위원 세 분이 의견을 나누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작품마다 발화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번 혹은 세 번씩 간격을 두고 읽기도 했다. 심의위원들은 비대면의 여건 속에서 대상 작품들을 집중해 읽은 다음, 화상회의(ZOOM)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여 선정도서를 최종 결정하였다. 동시와 그림책 두 분야 모두 수준 높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 선정에 어려움이 따랐으나, 이는 즐거우면서도 고달픈 일이었다.

 

동시 분야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편집도 정성스럽고 장정과 매무새가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외형적인 것이지만, 그간의 동시 장르의 약진과 동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피부로 와 닿게 한다. 십 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좋은 작품은 기성과 신인, 연령과 성별, 활동 지역과 무관했다. 어린이 세계의 주 무대인 학교와 학원, 집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보편적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작품을 읽는 일은 행복했다.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세련된 동시의 전범이라 여길 만한 작품에는 눈이 반짝거렸다. 새로운 감수성을 지닌 도전적인 신인을 만나는 일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유아 독자를 염두에 둔 발성의 다변화도 인상적이었으나, 더러는 모호해 메시지의 공유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 의도가 앞서는 경우는 잡다한 요소가 시집을 어지럽히기도 해서 동시만 쏙 빼내어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낡은 소재와 고루한 언어로 동시를 한정된 울타리 안에 가두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 쓰기의 어려움이기도 하겠으나, 이보다는 시인이 동시를 어떻게 개념하는가에 따른 일로 매우 안타까웠다. 부기하고 싶은 것은, 동시집이면서도 마치 그림책처럼 시각 이미지를 함께 즐길 수 있게 구성했거나, 시각 이미지가 시의 맥락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동시집의 출현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외국의 사례도 없지 않거니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개척해 볼 만한 시도라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동시대 어린이들을 통과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그림책은 표현기법이나 문제의식, 연출력과 완성도의 측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전통적인 미술재료와 디지털을 오가는 유려한 표현기법들도 괄목할 만하다. 잘 만들어진 그림책이 주는 쾌감은 대단한 것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일은 지난하며 고되다. 그림책은 책이라는 몸 안에 든 모든 요소 즉, 서사를 주도하는 이미지와 글 이외에도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파라텍스트까지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작품들이 품고 있는 내밀한 문제의식과 연출의 다변화도 눈에 띈다. 어린이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그림책부터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갈등과 자의식을 품 넓게 인정하고 응원하는 그림책까지, 기후위기에 따른 날카로운 문제 제기와 생태환경에 대한 보다 밀착된 시선까지, 한국 그림책은 이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동시대 인간 삶의 거의 모든 요소를 다루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림책 분야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꾼의 탄생은 커다란 수확이다. 기시감이 들거나 동어반복하는 작품들도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꽤 많이 발견되었다.

 

심의 기준에 맞춰 한정된 종수를 선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 심의위원 모두에게 고른 평점을 얻는 경우도 있으나, 다소 의견이 상충될 때에도 규정을 따라야 하니 귀한 시도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의견이 갈리더라도 당찬 도전과 모험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심의의원 모두의 진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아동청소년문학과 그림책의 장르를 통합 심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요인이 커 보였다. 서정과 서사 장르의 구분과 함께, 그림책 장르의 독자적 평가가 필요하다.

 

근래에는 유아나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북아트 개념을 적극 활용한 그림책이나 이른바 ‘작가주의 그림책’이라 할 만한 개성적인 시도들도 적지만 눈에 띈다. 체감하다시피 한국 그림책의 위상은 가히 세계적이며 국내 그림책 독자들의 층위도 무척 두터워졌다. 독자의 수준이 작품의 수준만큼이나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서점이나 도서관의 많은 경우는 그림책이 여전히 아동청소년문학 코너에 ‘그림동화’라는 타이틀로 진열되는 실정이다. 이는 그림책의 독자적 발전을 저해하기도 하거니와 장르와 개념의 혼란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번 문학나눔도서 심의에서 부딪히는 난관 즉, 동시와 그림책의 심의위원이 동일한 점은 이러한 추세를 방기하는 일이다. 그림책 독자와 나누어야 할 문제작 혹은 걸작을 본의 아니게 소외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책은 서사를 뼈대로 한다는 점에서는 문학적이지만, 그림과의 상호관계 혹은 그림이 독자적으로 움직여 언어가 발화한다는 점에서 문학의 범주를 벗어난다. 문학의 눈으로만 볼 경우 한권의 그림책 안에서 미술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정밀하게 해독할 수 없다. 그림책 분야에도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심의위원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어떻게 받아 안고, 작가들의 예술적 사회적 문제의식의 공유를 기왕의 공정성과 함께 혁신적인 시선으로 제대로 짚어주려면 조속히 개선해 할 일이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동시‧그림책 분야 1분과 심사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동시‧그림책 2분과)
  • 회의일시 : 2021. 5. 6(목)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년째 코로나로 사회가 바뀌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을 이루어가고 있다. 변화된 소통방식은 코로나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 그것은 아동과 청소년이 가지는 삶에 대한 탄력성과 놓지 않는 희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 희망을 찾으며 신청된 총 87종의 작품을 3명의 심사위원이 읽고 심사하여, 최종 11종의 작품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하였다.

 

동시 분야의 응모작에서는 스마트폰, 에어컨과 같은 새로운 소재와 그동안 다뤄온 자연, 식물, 동물, 가족과 같은 소재까지 다양하게 다루어졌다. 주제 또한 교훈적인 주제가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고 마음을 읽어주는 작품을 고르고자 하였다. 다행히 선정기준에 적합한 동시집이 많았고, 그중에서 더 훌륭한 작품집을 고르는 즐거운 고민을 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동시가 갖추어야 할 역설과 유머, 상징을 고루 갖춘 작품집이었다. 심사자들에게는 즐거운 고민이나 선정되지 못한 동시집과 작가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이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동시를 써 주기를 바란다.

 

그림책 분야의 응모작은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자체적인 완결성을 지닌 몇 작품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응모작의 전체적인 수준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림책의 첫 번째 요소는 그림이다. 대부분의 응모작이 그림 자체로는 뛰어났으나, 글과 합쳐졌을 때 그 조화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이라는 그림책의 정의가 무색할 정도로 글과 그림이 서로를 보완하고 있지 못한 작품이 다수였다. 그림책은 제본의 형태가 자유롭고, 표지, 면지를 통하여서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많은 응모작이 이러한 그림책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여서 또한 아쉽다. 그럼에도 시대적인 흐름에 맞추어 층간소음, 택배, 고양이 등의 다양한 소재가 다루어진 것을 보아 작가와 출판사가 쉬지 않고 좋은 책을 만들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시집과 그림책이 응모작으로 출품되어 다행이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쉽고 편하게 풀어간 작품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유아가 소화낼 수 있을까 싶은 그림책이 몇 권 있었다. 이런 그림책 또한 작품으로는 모자람이 없어, 그림책이 이제 연령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이에게 읽히게 되리라는 행복한 전망조차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아용 그림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영아의 언어발달 특성상 나타나는 단문장, 단문어가 문학적이지 않다고 작가와 출판사가 판단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문화권이나 시대에 통용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 가능하다는 역설이 통할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영아용 그림책에 작가와 출판사가 더 관심을 갖기 바란다.

 

동일 분야에서 출판사당 2권, 전 분야에서 한 작가당 한 작품이 선정되어야 하는 기준에 따라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 다양한 출판사와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이 사업의 목표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좋은 작품은 종이에 싼 향처럼 널리 퍼져나갈 것이라 믿는다. 부디 실망하지 말고 작품활동에 정진하시길 바란다.

 

또한 선정된 작품들이 그늘지고 취약한 곳으로 찾아가 마음을 다독이고, 생각을 넓히고, 영혼을 살찌워 아동과 청소년이 보다 야물고 튼튼한 삶을 사는데 보탬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동시‧그림책 분야 2분과 심사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동화‧청소년 1분과)
  • 회의일시 : 2021. 4. 29(목)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아동, 청소년 1분과에서는 총 106종의 도서를 심사하여 동화 10종, 청소년문학 4종을 보급도서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동화작가, 소설가 3명이었으며 토론 전 사전평가서를 공유하며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응모 작품들은 대체로 잘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유익했으나, 작품완성도, 문학적 성취, 도서의 파급효과를 고루 만족시키는 작품을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중에도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여 새로운 시도와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동화부문은 역사물, 위인전, 고전, SF, 환타지물, 생활동화등 표현양식이 매우 다채로웠다. 주제면에 있어서도 일상적인 생활이야기부터 난민문제, 동물권, sns, 성인지 감수성등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문제를 고민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미래를 만들어갈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약자를 대상화하거나, 낭만주의적 쉬운 화해 등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번 응모동화들은 내포독자가 고학년인 작품들이 많고, 유년과 저학년을 위한 동화가 드물었다.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우리 동화가 발전하길 다시 한 번 바란다. 응모작품들은 이미 기성작가의 작품이고, 출간이라는 과정을 통해 검증받은 것들이기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매끄럽게 읽히고, 흠잡을 곳이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의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욕심을 내어 아쉬운 부분들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상업적 목적이 뚜렷하거나, 완성도는 높으나 현재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가치를 담지 못했거나, 어린이들의 관심을 의식한 자극적인 내용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가벼운 명랑성으로 일관된 작품들이 그러하다.

 

청소년부문은 총 22권을 심사하여 그중 4권을 선정하였다. 아동부문과 달리 청소년시, 그래픽노블 등도 같은 범주 안에서 논의했다. 청소년부문 역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청소년부문의 소설들은 대부분 완성도가 높고, 가독성이 좋았다. 청소년 시들 또한 고른 완성도를 가지고 보편적 정서를 잘 담아냈다. 하지만 소설과 시 모두 익숙한 서사와 세계관으로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한 이유로 심사위원들은 소재의 참신성, 주제를 끌고 나가는 힘, 긍정적인 가치관등을 고려해 어렵게 4개의 작품을 선정했다.

 

귀한 작품들을 써주신 모든 작가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동화‧청소년 분야 1분과 심사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동화‧청소년 2분과)
  • 회의일시 : 2021. 5. 4(화) 09:30~12:0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의 동화,청소년 2분과는 세 명의 심의위원이 106권의 신청 도서를 검토했다. 사전 검토 의견과 점수를 내어 이를 합산하고 총점이 높은 순으로 본심에서 최종 선정작을 논의했다. 본심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심사위원의 연령, 성비, 지역을 고르게 하고, 출판사별, 작가별 권수 제한을 두거나 심의에 제척 사유 등의 절차를 마련한 점 등은 문학나눔 사업의 공정성을 위한 노력으로 매번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선정된 책의 경우, 선인세와 별도로 즉시 지급하도록 한 점은 작가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짧은 심의 기간에 검토해야 할 책의 분량이 많은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들이 멈춰버린 듯한 일상에서 여전히 작가들은 글을 쓰고 있었고 출판사는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책을 내고 있었다. 어린이 청소년 ‘책’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으나 어린이 청소년 ‘문학’은 역시 일정한 수준의 문학적 성과를 담보해야만 한다. 특히 문학나눔의 취지가 그러하다. 따라서 최종 선정작을 결정할 때에도 예정된 권수에 맞추기보다는 작품의 문학적 우월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학적 성과를 이루고자 애쓴 작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면서도 아름답고 개성적인 문체를 구사한 작품들이 많았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트렌디한 스타일로 접근한 작품, 아픈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하는 믿음직한 아이들을 보여주는 작품, 일상과 밀접한 판타지로 어린이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 작품, 유머와 매력 있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 주목받지 못하는 변두리 청소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능수능란하게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세상을 그린 작품 등은 독자로서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영상, 게임, 장르물의 기법을 차용한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했다. 요괴, 도깨비, 저승사자 등이 등장하고 타임슬립 등의 시공간 판타지를 다룬 작품은 웹소설과 게임 영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 충분한 재미를 주면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런 시도가 단순한 오락거리에 머무는 경우도 적잖았지만 그 외피를 뚫고 나와 일정한 수준의 문학적 성과를 이루어낸 작품들은 빛이 났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여 널리 알리고자 한 작품, 신화와 전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잘 알려졌지만 이 시대에 다시 한번 돌아볼 만한 의미가 있는 인물이나 사건 등을 다룬 작품들도 좋았다. 장르적 색채를 걷어냈을 때도 탄탄한 서사가 받쳐주는 작품, 자료조사와 고증에 머물지 않고 문학적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 다큐멘터리의 재현을 넘어서는 작품들에 주목했다.

 

그 밖에도 오컬트적인 신비한 세계를 그린 작품, 청소년이 직접 쓴 청소년소설, 학술 가치가 있는 교양서적 등도 눈여겨보았다. 자살, 성차별, 가정폭력, 가난, 아동 학대 등을 다룬 작품을 볼 때는 마음이 아팠다. 생명의 소중함, 정치적 올바름, 성 소수자, 전쟁의 비극과 평화, 노동문제 등 아동·청소년 문학은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민한 촉수를 대고 있어서 믿음직스러웠다. 반면에 여전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어른의 가치관을 교육하려는 책과, ‘동심’에 대한 낡은 이미지와 편견에 기댄 작품들을 볼 때는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 선정된 문학나눔 책들은 끊임없이 아동·청소년 문학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믿는다. 부디 선정된 책들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히고 문학의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동화‧청소년 분야 2분과 심사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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