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안정적인 수급과 접종으로 인해 진정될 기미를 보이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다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우리들의 마음도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는 재난 초기와 달리 ‘위드 코로나’라는 재난의 장기화는 비상의 일상화를 통해 공동체의 에토스 자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일수록 문학이 더욱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문학은 서로를 마주하지 않아도 정제된 언어를 통해 우리와 동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응모된 모든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다.
2021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1분과 심의에는 총 48종의 소설을 심의하였다. 심의대상이 된 거의 모든 작품이 사업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을 도과하여 고른 작품성을 보여주었다.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소설이 진지하게 주목되지 않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유의 시선으로 주어진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성실한 노력을 문장 하나하나마다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섬세한 문장으로 관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나 현실의 이면에 은폐되어 있는 착취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 그러하다. 덕분에 심의위원들 또한 각각의 작품들에 기입된 무게를 인식하며 성실히 심의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미스터리, SF, 판타지, 스릴러, 팩션 등 장르적 문법을 차용한 작품들이 대거 약진하였다는 점이다.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흥미 위주의 클리셰로 일관하던 과거와 달리, 낯선 방식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참신하고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내적 논리를 잃지 않고 현재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확보한 작품들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각자의 미덕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 속에서 심의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지점은 작품성을 우선으로 하되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을 통해 소설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의 시선을 기저에 두고 새로운 소설 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리하여 개별적으로 진행된 사전검토와 심의위원 전원의 숙의를 거쳐 총 12종의 소설을 선정할 수 있었다. 선정된 작품 모두에게 축하드리며 많은 독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다만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고유의 미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공적 지원의 한계로 인해 선정되지 못한 소설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반드시 그 작품들이 누군가에게 닿아 새로운 의미로 빛날 것이라 믿는다.
2021년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1분과 심의위원 일동
소설 2분과에서는 총 48종의 도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최종 12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심사는 모집요강에 제시된 바와 같이 작품 수월성, 문학발전 기여도, 파급효과 및 기대도를 기준으로 삼고 진행되었으며 심사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위의 기준을 참고하여 최대한 공정한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
주어진 심사 기한 안에 48종의 소설을 읽고 평가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 작업을 오늘날 한국 소설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 접수된 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 나갔다. 작품을 일별해나가는 과정에서 소설의 제재와 서술방식이 무척 다양하고 활달한 방식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이 흐름을 가장 강력하게 이끌고 있는 것은 ‘SF’로 통칭되는 장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심사에서도 우주적 상상력에 기초한 SF 장르의 소설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SF 장르문학의 매력 중 하나는 현실의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의 배경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대한 ‘사고실험’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데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실험’의 계기를 마련해준 흥미로운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1인칭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주력한 작품도 다수 눈에 띄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내장하고 있으며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혹은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인간의 본원적인 욕망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려주려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야기와 소설 사이에 존재하는 형식적, 내용적 차이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지점이 있어 보인다. 그와 같은 형상화의 노력이 겸비되었을 때 한국 소설은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나’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된 12종의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 소설의 현재라고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는 성취를 자랑하는 작품들이라는 데 심사위원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선정작과 미선정작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거대한 골이 파여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선정 종수로 인해 안타깝게도 선정 목록에 오르지 못한 많은 작품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하지만 그 작품들 면면에 자리 잡은 소설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보건대 머지않아 더 많은 독자를 만날 기회가 반드시 주어지리라 믿는다.
2021년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2분과 심의위원 일동
2021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부문 3분과에서는 총 48종의 도서를 심의 대상으로 삼았다. 세 명의 심의위원이 한 달 여 간의 숙독 기간을 가진 뒤, 작품 내적인 독창성과 완성도, 문학발전 기여도, 파급효과 및 기대도 등을 기준으로 이 중 12종을 선정하였다.
실존했던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위 ‘팩션' 계열의 도서가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기발한 상상력을 담은 SF/판타지 계열의 도서도 적지 않았다. 실험적이고 미학적인 의도를 바탕에 둔 형식과 문체, 당대 사회현실의 단면을 포착하고 이를 정련된 언어와 구성으로 표현한 서사 역시 눈여겨볼 만했다.
전반적으로 소재와 주제, 형식적인 측면 모두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확장 중인 한국소설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가치 있는 작품이 제한적 제도로 인해 고르고 풍성하게 선정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활동 이력과 독서 성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 간 선정작에 대한 이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안타깝게 선정되지 못한 도서들이 많았다는 점 역시 심의위원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양질의 작품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다. 더불어, 선정된 도서들이 우리 문학장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2021년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3분과 심의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