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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


우리와 함께 숨쉬는 예술.

인사미술공간



2013 인사미술공간 전시공모 당선 네 번째 전시

김용관 개인전 <표본공간, 희망에 의한 기관의 변이>

 

보편적 당위 너머의 또 다른 가능성, 희망에 대한 젊은 예술가의 반어적 실험

 

▶ 영원회귀하지 않는 회전_종이에 유채_77.5X66.5cm_2013

 

 

□ 전시 소개 (작가노트_김용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은 이미 일어났다.’는 말로 니체는 필연과 영원회귀를 등치시켜 버렸다. 모든 것이 무한한 시공간에서 어떤 사건의 발생확률이 0이 아닐 때, 그 사건은 언젠가 어디에선가 반드시 발생할 것 인가. 이곳에서는 선과 악의 총량이 각각 무한하기에 우리의 선한 행동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정수의 끝에 1을 더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무한에 1을 더해도 결국 무한이기에) 선한 행동이 세상 ‘전체’를 조금이라도 보다 좋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면(단지 선택의 순간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많은 선한 행동도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수많은 시도들은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가치의 부정은 종종 그 가치를 옹호하는 이들의 존재의 부정으로 이어지며 갈등과 분쟁을 야기했다. 혁명, 아방가르드는 당위를 바탕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인데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분노와 함께 폭력성을 내재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세상의 수많은 결과물들이 결코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세상을 바꾸는 시도 또한 당위적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당위적 구조에 의문을 품으며 가치를 수평으로 재배열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분해하여 새롭게 재배열하거나, 임의로 만든 작은 단위의 블록들을 무작위로 쌓으며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다시금 새로운 조합의 룰로 사용하거나, 언어를 구성하는 의미와 형식의 관계를 바꾸어 폐기되고 사라져가는 가치를 다시금 되살리거나, 투시를 없애 앞과 뒤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입체를 평면으로 납작하게 만드는 등의 일련의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당위적 구조를 수평으로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유의미하게 바꾸지 못한다. 어쩌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고 동률로 흩어지며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당위적이지 않아도 세상을 유의미하게 이끌 수 있는 일정한 방향성은 필요해 보인다. 무엇이 당위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당위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필연일까? 이 전시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실시한 몇 가지의 사고실험, 시도의 결과물들로 구성된다.

 

▶ 흩뿌려진 점묘화_종이에 인쇄_80 X 60cm_2013

 

▶ 닮은꼴_서적을 자른 후 재조립_15.5 X 15.5cm_2012

 

 

<영원회귀하지 않는 회전>은 세상의 총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시간이 제한 없이 주어졌을 때 동일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영원회귀하지 않는 회전>은 원주의 비가 유리수와 무리수로 이루어진 두 개의 원을 그린 드로잉이다. 각각의 원은 동일한 길이만큼 회전한다. 그러나 무한한 시간 동안 회전이 계속되어도 두 원은 원점으로 회귀하지 않으며, 한번 맞닿았던 두 점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 반면에 <변의 수가 12의 약수인 도형들로 이루어진 시계>는 영원회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28분 48초 분량의 영상물이다. 초침은 정삼각형, 분침은 정사각형, 시침은 정육각형, 받침대는 정십이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도형은 6가지의 색으로 면이 분할되어 있으며, 정해진 시간마다 회전하며 모습을 바꾸는데 총 1728가지의 색면의 패턴을 만든 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비워진 객실의 대기자들>은 선과 악의 총량이 무한할 때 선의로서 악을 대처하는 방안에 대한 우화이다.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가 무한의 성질을 보여주기 위해 예제로 만든 무한호텔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무한개의 선과 악이 무한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에 투숙하며 벌어질 나쁜 상황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워진 객실의 대기자들>이 무한한 시공간에서 발생확률이 0이 아님에도 악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흩뿌려진 점묘화>는 유한한 시공간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특정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흩뿌려진 점묘화>는 800X600개의 pixel로 구성된 그림판 속 pixel을 자동으로 흑과 백으로 나타내는 가상의 프로그램인 Pixel Writer로 만든 흑백 인쇄물이다. Pixel Writer는 2^480000(2의 480000승)만큼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사실상 과거에 있던, 미래에 있을, 혹은 실재하지 않는(을) 모든 사건에 대한 이미지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2^480000에서 선별된 40여 가지의 사건들은 대부분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아무런 방향성도 없이 흩어지거나 떠도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닮은 꼴>, <7개의 육면체>는 이상, 실재, 뉘앙스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스스로의 정의를 굳게 믿는 목소리는 크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 음색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마치 진실을 말하는 것만 같다. 구원을 기다리는 믿음의 기도, 민족의 해방을 꿈꾸는 시인의 외침을 어찌 부정할 수 있을까. 다만 그 뜨거움이 진실을 미세하게나마 일그러지게 할 수 있음을 상기하고 싶다. <닮은 꼴>은 무언가 가슴 벅찬 언어로 구성된(겉모습 또한 매우 감상적인) 여러 서적들을 자르고 배열을 달리 하여 정사각형으로 만든 일련의 조각품이다. 이 닮은꼴의 서적들은 각각의 목소리를 잃고 물성과 뉘앙스만을 남긴다. <7개의 육면체>는 여섯 개의 면으로 이루어졌지만 위상학적으로 전혀 다르게 생긴 7개의 입체 도형을 조각한 것이다.

 

 

▶ 선의 수가 소수로 이루어진 정다각형들의 이상_종이에 인쇄_42 X 29.7cm_2013

 

 

<선의 수가 소수로 이루어진 정다각형들의 이상>은 선의 수가 3, 5, 7, 11, 13, 17의 소수로 된 정다각형들을 자르고 새로 이으며 보다 원에 가까운 정다각형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삼각형을 잘라 오각형으로, 칠각형을 잘라 십일각형으로, 십칠각형을 잘라 십구각형으로 바꾸는 식이다. 소수의 배열이 무한히 계속되는 만큼 무한히 큰 소수의 변으로 만든 정다각형으로의 변형도 가능할 것이다. 비록 이 변형의 과정이 무한정 반복되어도 온전한 원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점진적으로 모습을 다듬어가는 행위는 그 이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더불어 바뀌어갈 세상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 김용관
Youngkwan Kim Solo Exhibition

September 27 – October 20, 2013










 

An infinite number of Good and Evil spirits were hovering around the hotel lobby. Normally the hotel, which had an infinite number of rooms, were always full. However, this time it was different. All the rooms were empty because the guests left their rooms hearing that infinite number of Evil were arriving. The manager of the hotel - and the hotel had infinite number of accommodations and perfect facilities- were concerned about the bad/sinful incidents that might occurs during Evil's stay. Evil suggested to the manager that they will keep one condition if they are allowed to stay. Manager prohibited Evil from causing any villainous actions but Evil didn't accept the condition since it went against their existence. The manager thought of prohibiting Evil from leaving their room but worried that the employees cleaning the room during the day might be in danger.Every condition seemed to be useless if the villainous actions were not prohibited since bad situation will always occur unless the probability of the occurrence was zero. So without proposing any condition, the manager decided that Good will stay at the rooms with odd numbers while the Evil will stay at the rooms with even numbers. When Good and Evil were about to go to their own rooms, Good spoke up of a concern. Since bad/sinful occurrence can happen while heading to their own rooms, it would be appreciated if Evil stay outside of the hotel while all the Good go into their own rooms first. Evil delightfully agreed that this will be the one condition that they will keep. Thus the Good started to enter their rooms. First Good went in to room number 1, second Good went into room number 3, third Good went into room number 5, and so on and so forth in an orderly fashion. However, since there were an infinite number of Good staying at the hotel, the line was endless. Therefore the rooms with even numbers stayed empty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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