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현상읽기 - 영화 |
한국영화 속편 제작에 대하여 하 재 봉 (영화평론가) 우리 나라의 영화제작은 소규모 자본으로는 상업적 응전력이 현저하게 약해져서 생존하기 힘든 구조로 재편되었다. 이미 관객들에게 검증받은 영화라는 점에서 속편은 제작자들로 하여금 거대자본을 투자하게 만든다. 체계화 된 영화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산업에서도 물론 흥행 영화의 속편 제작은 필수적이다. 영화는 예술이면서 동시에 산업이다. 시장경제 아래서 생존하기 위해 예술 장르에서도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특히 영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예술 장르보다 훨씬 많은 거대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본의 논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영화의 상업적 응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중 하나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들은 반드시 속편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가 속편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전편을 보고 간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다시 한 번 그 감동과 재미를 기대하기 때문에 속편 영화의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준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힘든 과정이 영화 제작의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는 예전처럼 충무로 시스템이 소자본으로 자체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90년대 초반에는 영상산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 자본이 충무로에 들어왔고, IMF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대기업 자본이 철수하자 그 빈 자리를 메우며 금융자본이 밀려 들어왔다. 「은행나무 침대」에 투자한 일신창투가 성공적인 출발을 하자 현재는 국민투자금융, 미래에셋 등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영화 제작에 투자를 하고 있다. 단기간에 투자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제작은 금융자본에게 매력적이다. 물론 잘못 투자한 경우에는 순식간에 막대한 금액을 날리기 때문에 철저하게 상업적 촉각에 의지해서 투자를 한다. 따라서 충무로 영화인들 사이에는 금융인들이 영화의 예술성에는 전혀 관심갖지 않고 오직 돈을 더 많이 회수하려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발전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화제작은 종래의 가내수공업 단계에서 한차원 높게 발전해, 소규모 자본으로는 상업적 응전력이 현저하게 약해져서 생존하기 힘든 구조로 재편되었다. 이미 관객들에게 검증받은 영화라는 점에서 속편은 제작자들로 하여금 심각한 고민없이 거대자본을 투자하게 만든다. 체계화 된 영화 제작 시스템을 갖추 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산업에서도 물론 흥행 영화의 속편 제작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36%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속편이 여기저기서 계획되고 있다. 그러나 속편은 필연적으로 전편의 흥행 성공에 대한 무임승차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미학적 완결미에 있어서 전편보다 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게 영화가의 정설로 통할 정도로 전편의 감동과 재미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속편은 대부분 실망을 줄 뿐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속편은 끊임없이 제작된다. 속편의 서사구조는 몇 가지 유형을 갖는다. 첫째, 시간적 순서에 의한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은 전편이 끝난 곳에서 시작한다. 즉 이야기가 계속해서 연장되는 것이다. 전편이 끝난 뒤로부터 몇 달, 혹은 몇 년 뒤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전편의 시간적 배경을 역류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부」 2편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이다. 우리 영화로서는 현재 제작되고 있는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인 「단적비연수」를 꼽을 수 있다.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의 「대부」시리즈에서 속편은 시간적 순서로 전편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니라, 1편 이전의 상황으로 플래시백 되면서 시리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대부」 2편은 1편에서 말론 브란도가 연기했던 마피아 대부 돈 꼴레오네 가문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추적하고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을 맡아 말론 브란도에 못지 않는 명연기를 보여 주었고, 코플라 감독은 이탈리아 시칠리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젊은이가 왜 범죄를 저지르고 뉴욕으로 이민와서 마피아로 성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를 깊이 있게 형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1977년 처음 만들어진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세대 이전으로 시간적 배경이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주인공인 제다이의 기사 오비완 케노비의 젊은 시절이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배경이다. 루크와 레아 공주가 태어나기 전, 그들의 어머니가 되는 아미딜라 여왕이 등장하고 다스베이더는 9세의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되돌아가서 등장한다. 따라서 기존에 발표된 「스타워즈」 3부작은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편으로 재명명되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 3편이 차례로 발표되면 1977년부터 발표된 「스타워즈」 시리즈와 시간적으로 연결되면서 광활한 우주의 대서사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속편은 시간적으로 전편의 뒤를 잇는다. 어떤 속편들은 전편의 서사구조를 변형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전편의 마지막에 죽었던 경우, 속편에서는 부활하기도 하고 또다른 트릭과 갖가지 편법을 써서 이를테면 쌍둥이 형제를 등장시키거나 유전자 조작으로 복제인간을 탄생시켜 속편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영화들은 「배트맨5」 「원초적 본능2」 「버드케이지2」 「다이하드4」 「덤 앤 더머2」 「쥬만지2」 「마스크2」 「트루라이즈2」 「캐리2」 「매드맥스4」등 수없이 많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흥행에서 성공한 영화들이다. 속편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각본이다. 영화를 만들 때 속편을 미리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시나리오 작가들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그 한 편에 쏟아붓는다. 사건과 상황과 인물이 속편에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미리 생각하고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속편의 각본은 전편을 원텍스트로 설정하고 쓰여져야 한다. 전편과 전혀 닮지 않은 속편은 제작자도 관객들도 원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어반복을 할 수도 없다. 즉, 전편과 완전히 다르지도 않으면서 똑같지도 않은 영화의 각본을 써야 하기 때문에, 속편의 각본이 충실하게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일반적으로 속편과 비슷하게 생각되는 것이 리메이크 영화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김수용 감독이 리메이크해서 「만추」로 다시 만들면서 배경 설정을 산에서 바다로 옮긴다든가 몇 가지 장치를 바꿔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리메이크는 원작을 그대로 다시 만드는 것과 새로운 작품해석으로 원작과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속편은 전편을 다시 만드는게 아니라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영화사에 등장한 속편 지금까지 우리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속편은 아마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즈일 것이다. 1968년 정소영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이른바 고무신 관객의 정점을 기록했었다. 서울의 극도극장에서 개봉된 「미워도 다시 한 번」은 362,503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그때까지 한국영화사상 최고 관객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년 제작, 관객 361,973명)의 기록을 넘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부남과 미혼모의 사랑이야기가 여성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았고 신영균, 문희, 전계현, 김정훈이 공연했었다. 당연히 「미워도 다시 한번」은 속편이 기획되었고 이후 마지막 「대완결편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70년대에는 산업사회로의 고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그 그늘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는 서비스 업계 종사자 여성들을 소재로 하는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호스티스 영화는 「별들의 고향」과 「영자의 전성시대」인데 모두 흥행에서 대단한 성공을 했고 각각 3편까지 제작되었다. 호스티스 영화의 원류는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이다. 70년대 인기작가군의 선두를 달리던 최인호가 조선일보에 연재하면서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고 말해졌던 인기 연재 신문소설을 신상옥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던 신인 이장호 감독이 서울고교 동창이라는 학연을 내세워 판권을 획득한 뒤 신성일, 안인숙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1974년 4월 26일 국도극장에서 개봉된 「별들의 고향」은 8월 8일까지 3달 반동안 무려 464,808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초유의 대기록을 작성한다. 「별들의 고향」 역시 4년 뒤인 1978년 하길종 감독에 의해 속편이 만들어졌다. 신성일, 장미희 주연의 속편은 명보극장에서 개봉되었는데,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여인의 인생유전을 통해 사랑의 진실을 찾는 멜로 드라마였다. [내 입술은 작은 술잔이예요]라는 영화의 카피가 당시 화제가 되었고, 송창식이 음악을 맡았었다. 1981년 이경태 감독에 의해 신성일, 유지인 주연의 「별들의 고향 3부」가 만들어졌지만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 속편이 수명을 다하는 시기는? 물론 관객이 더 이상 타이틀만으로 들어오지 않을 때이다. 전편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 후편은 그냥 필름만 돌려도 관객이 들어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전편 관객들의 반만 들어도 흥행의 평균치를 넘어서는 것이다. 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또 하나의 화제작 「영자의 전성시대」는 역시 최인호와 함께 70년대 작가군의 하나로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했던 조선작의 소설을 60년대 최고의 인기작가였던 김승옥이 각색하고 김호선 감독이 영화화 한 것이다. 1975년 국도극장에서 개봉되어 361,213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자의 전성시대」는 목욕탕 때밀이 창수(송재호 분)와 창녀 영자(염복순 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것으로서 정성조가 음악을 맡았다. 「영자의 전성시대」 역시 속편이 기획되었는데, 1982년 심재석 감독에 의해 「속 영자의 전성시대」가, 그리고 1987년에 유진선 감독에 의해 「87 영자의 전성시대」가 만들어졌지만 전성시대가 끝났는지 관객들은 더 이상 밀려들지 않았다. 70년대에는 호스티스 영화와 함께 청춘영화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최인호 원작의 「바보들의 행진」이 그 대표작이다. 1975년에 만들어진 「바보들의 행진」은 이후 3편까지 제작되었다. 1, 2편은 하길종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는데 속편의 제목은 전편의 제폭을 그대로 답습하는 관례를 깨고 전편 주인공의 인름을 따서 「병태와 영자」라고 작명했다. 그만큼 당시 청년문화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에게 대학생 병태와 영자는 고유명사를 떠나 하나의 보통명사로 자리잡을만큼 인기가 높았다. 3편은 이강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속 병태와 영자」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병태 역에 하재영, 영자 역에 이영옥은 1편부터 3편까지 변함없이 등장하지만, 기타 조연들은 얼굴이 변했다. 1편에서는 윤문섭이 3편에서는 김추련, 손창호 등이 톡톡 튀는 감초 역을 맡아 웃음을 전해주었다. 70년대 또 하나의 시리즈 물은 하이틴 영화에서 나왔다. 1976년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잊지마」가 고등학생들로부터 놀라운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하자 문여송 감독은 진짜 진짜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한다. 「진짜 진짜 미안해」「진짜 진짜 좋아해」 등이 그것이다. 1984년 제작된 「고래사냥」은 배창호 감독의 흥행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최인호 원작의 「고래사냥」은 김수철, 이미숙, 안성기 주연으로 대성공했다. 소심한 대학생이 벙어리 창녀에게 사랑을 느끼며 그녀의 고향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인 고래사냥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미숙은 「고래사냥」으로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다. 1986년 속편인 「고래사냥2」가 강수연 주연으로 제작되었으나 전편의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 속편 제작의 봇물이 터진 곳은 다른 데 있었다.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관객동원을 하고 있는 장르가 에로물이다. 「애마부인」 시리즈와 「산딸기」 시리즈, 「뽕」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애마부인」 시리즈는 처음에 정인엽 감독에 의해 가슴 큰 여자 선풍을 일으키며 안소영, 조수비 등 역대 애마부인 주인공들을 정상의 자리에 올려 놓았으나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 이해가 충돌해, 이후 석도원 감독에 의해 「애마부인」 시리즈가 계속되었고, 「애마부인」 11편은 조명화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산딸기」는 김수형 감독에 의해 91년도에만 각각 두 편씩이나 제작되기도 했었다. 「뽕」 시리즈는 이두용 감독에 의해 3편까지 만들어졌으며 이미숙, 유연실 등이 각각 주인공을 맡았다. 1986년 제작된 「뽕」 1편의 주인공을 맡은 이미숙은 이 영화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90년대에는 「장군의 아들」이 선풍을 일으켰다. 3편까지 제작된 「장군의 아들」 시리즈는 명장 임권택 감독에게 흥행 감독이라는 또다른 명성을 안겨주었다. 박상민, 신현준, 오연수 등 숱한 신인 배우들을 탄생시킨 「장군의 아들」 시리즈는 답답했던 90년대 초의 정국에 실증을 느꼈던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청량제를 전해주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민족의 기개를 잃지 않았던 김두한의 대륙적 호방함이 특히 매력적으로 그려졌었고, 일본 야쿠자들과 격투하는 장면은 모처럼 남성적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90년대 또 하나의 명 시리즈물은 「투캅스」다. 경찰 코미디 영화 「투캅스」 1편이 제작될 때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을 정도로 부패경찰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용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안성기, 박중훈 명 콤비를 기용해서 새로운 웃음을 선사해주는데 성공했다. 튼튼한 각본과 웃음의 포인트를 찾을 줄 아는 연출력이 성공의 밑바탕이었는데, 2편에서는 안성기 대신 박중훈이 고참 형사로 등장하고 신참 형사로 김보성이 나왔다. 또 3편에서는 다시 김보성이 고참 형사로, 신참으로는 미스코리아 출신 권민중이 등장했다. 「투캅스」 1편이 서울 관객 86만, 2편이 70만을 동원했을 정도로 「투캅스」는 제목만 갖고도 20만은 동원할 수 있다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3편은 「투캅스」 명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관객이 들지 않았다. 이것은 1, 2편에 등장했던 박중훈이 사라졌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중훈은 [박중훈표] 영화라고 명명될 정도로 특유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고참 형사와 신참 형사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기본 구조를 이어받아서 3편에는 박중훈 대신 신참 형사로 여성인 권민중이 등장한다. 따라서 코미디보다는 액션 영화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액션씬이 늘어났다. 그러나 관객들이 「투캅스」 시리즈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액션이 아니었다. 사회의 비리 풍자와 코믹한 즐거움이었다. 강우석 사단에서 일하던 김상진 감독은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를 만든 후 「깡패수업」을 감독한다. 「깡패수업」 시리즈 역시 흥행 성공에 힘입어 2편까지 제작되었다. 그러나 최재성 주연으로 조상구 감독이 만든 「깡패수업 2편」은 제목만 이어받았지 전편의 탄력을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깡패수업」의 두 남자, 황성철(박중훈 분)과 손해구(박상민 분)는 각각 다른 이유로 현실사회에서 밀려나있다. 황성철은 살인 후 도피를 위해, 손해구는 디스코텍 웨이터 보조보다 향상된 삶을 위해 일본을 택한다. 즉 「깡패수업」은, 한국이라는 중심사회에서 밀려난 주변부적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부적 삶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소외의식은 어디에서도 강조되지 않는다. 두 남자가 각각 한국으로 전화하는 공중전화씬이 하나씩 있을 뿐이다. 그 씬들마저 이동카메라의 줌아웃 쇼트로, 지나가는 전철의 소란스러움으로, 미약하게 처리된다. 갈등의 도피처로써 주인공의 소외의식을 제공해야 할 공간적 배경은, 이국적 정서나 보여주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공간이동의 당위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한 것이다.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적 동기를 결여한 채, 강제적으로 연결된 사건들 위를 겉돌고 있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감독의 메세지는 취약한 서사구조에 의해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황성철은 프로 깡패다. 그는 우동집에서 일본 여자를 만난 후 이유없이 나약해진다. 죄의식의 구원, 도피처로서의 사랑이 되기엔 황성철의 내면묘사가 너무 부족하다. 손해구와의 갈등 부분에서도 항상 내러티브 외곽에 머무는 인물로 그려진다. 손해구에게 깡패수업의 길을 열어주던 중요인물이 갑자기 주변인물로 멀어졌다가, 깡패수업의 막을 닫는 핵심인물로 변하는 서사구조의 결함이, 박중훈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감춰지고 있을 뿐이다. 손해구는 힘을 원하는 인물이다. 황성철이 속한 힘의 세계를 알게된 뒤 그와 동일화되려고 한다. 하지만 인물동일화 작업은 황성철/손해구의 갈등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손해구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역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 내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두 번의 살인을 저지른다. 첫번째 살인 이후 황성철/손해구를 축으로 전개되던 서사의 균형은 파괴되고, 손해구로 무게중심이 이동되면서 영화는 급격히 뒤틀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서사적 전개도 엉성하기 짝이없다. 총격씬은 매번 우스꽝스럽다못해 영화의 서사구조마저 흔들고 있다. 왜 야쿠자들은 총알을 맞을 때까지 겨냥만 하고 있는가. 두 인물의 이상향처럼 그려지던 야쿠자 세계도 묘사의 일관성을 잃고, 황성철이 손해구를 죽일거라는 뻔한 예측을 하게 한다. 총격씬의 사소한 연출 헛점이 클라이막스의 맥을 끊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바닷가에서 손해구는 다시 무력한 서울의 웨이터로 돌아가 있다. 그가 꿈꾼 세계가 신기루였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비장미와 함께 관객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이유들 때문에 라스트 씬에서의 손해구의 죽음은 신파적 연민을 일으키는 정도에 그친다. 그것은 연기의 차원이 아니다. 박상민의 연기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어떤 것보다도 훌륭하다. 다만 취약한 서사구조 때문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깡패수업」에 나타나는 서사의 대립관계는 철저하게 이분법적인데, 폭력세계의 양대 야쿠자 조직, 그 한쪽 조직내의 가네다계와 한국계, 한국계 안의 황성철/손해구의 대립구조가 그것이다. 그러나 각 대립항 사이의 관계설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힘의 팽팽한 균형은 보이지 않고 긴장감도 발생하지 않는다. 황성철의 조직 내 위치는 모호하고, 손해구는 황성철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가네다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한국인 가게에서 보호비를 받는등 모순된 행동을 한다. 저급한 상업주의와 대중주의에의 경사는, 필연적으로 이미 흥행에서 확인된 서사구조를 모방케한다. 이 영화의 가장 나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손해구가 술집들을 순례하며 겐지를 훈련시키려는 장면은, 명백히 똑같은 버디 무비이며 흥행작인 ‘투갑스’의 영향이다. 그것을 패러디라고 부를 수는 없다. 패러디라면, 원형에 대한 비판정신이나 적어도 창조적 변주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안일하게 흥행작을 모방함으로써 상업적 기대효과를 가지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될 것 중의 하나는, 일련의 관습적인 더러운 영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황성철, 손해구, 겐지의 관계는, 투캅스 시리즈의 안성기, 박중훈, 김보성이 분한 형사들의 관계와 닮아 있다. 이것을 장르영화의 반복적 구조에 대한 탐구라고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깡패수업」에는 고민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기교적으로 괜찮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교 역시 장식적 차원에 그치고 있고, 그들 사이의 유기적 통일성은 보이지 않는다. 기교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세밀하고 정치하게 주제의 드러냄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반복의 기교만 해도 그 효과는 의심스럽다. 네 번이나 등장하는 크레인 쇼트의 골목길씬을 비롯, 우동집 씬, 여행사 씬, 병을 이마로 깨는 도박장 씬, 손해구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바라보는 야쿠자 가네다, 얻어맞고 황성철의 집으로 들어오는 손해구, 황성철의 침대방 쇼트 등이 2, 3회씩 같은 프레임의 반복적 기교로 찍혀져 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반복의 테크닉에서 공통의 구조나 그 의미망은 찾을 수 없다. 골목길씬에서 청소하는 노인과 자전거 타는 남녀 사이의 관계는, 황성철과 손해구, 야쿠자들 사이의 관계를 단계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정치하게 사용되지 않아서 오히려 장면을 분절시키고 응집력을 떨어뜨리며 이미지의 통일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미지의 역동성이 강조되는 액션 영화에서 반복의 기교들이 창조적 변주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용될 경우, 형식적 동질성을 추구하는데 그치고 마는 것이다. 「깡패수업」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특별한 이유없이 무차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네다로 대표되는 야쿠자들의 모습이다. 그것은 깡패세계의 무자비함을 드러내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실성을 떨어뜨리는데 더 기여하고 있다. 액션 영화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다. 그것은 감독이 애써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사실성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냥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 이것인가 ? 이것을 폭력적 세계에 대한 폭력적 드러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소한의 도덕적 약호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외에도 부분적인 허술함은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러시안 룰렛 씬은 가장 비현실적이며 저급한 에피소드이다. 단지 장면에서, 황성철의 잘려진 손가락은 한눈에도 엉성한 모조품이고, 살인자로 신문에 이름과 사진이 공개될 정도인 황성철이 왜 출국금지가 되지 않고 버젓이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제대로 총 한 번 쏘아 보지 못한 손해구가 수많은 야쿠자들과의 총격 씬에서 살아남는 것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깡패수업」에는 상징으로 승화되지 못한 파편적 이미지만 흐트러져 있다. 그것을 연결하는 구조적 통일체는 보이지 않는다. 황성철이 기르는 어항 속 물고기의 상징도 엉거주춤 주저앉았고, 마지막 씬의 배경인 바닷가도 장식적 차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손해구가 야쿠자 보스를 죽이고 찾아간 그 바다가, 고향-회귀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전에 이미지 구축작업이 이루어졌어야만 했다. 「돈을 갖고 튀어라」의 서실장도 그랬지만, 총의 과장된 사용(특히 손해구)은 그것이 남성적인 힘, 가부장적 권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적-사회적 탐구가 선행되지 않아서 존재의 깊은 곳에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깡패수업」은 차라리 제목 그대로, 손해구가 자신의 이상적 거울인 황성철과 동일시되려다 실패하는 내면적 과정을 세밀하게 그렸다면, 훨씬 더 깊이를 가졌을 것이다. 황성철/손해구의 동일화와 차이가 서사구조의 핵심인데 그것이 정치하게 그려져 있지 않다. 관습적인 주류 상업영화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깡패수업」은, 깊이를 갖지 못한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 인물의 부족한 내면탐구, 힘의 대립과 갈등이 미약한 서사구조, 과장되고 위악적인 씬에서 발생되는 말초적 웃음 등으로, 감독이 생각하는 주제는 불행하게도 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버디 무비가 갖고 있는 장점, 두 사람의 개성있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그들의 성격적 부조화와 다른 가치관의 충돌로 빚어지는 세계관의 확대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깡패수업」은, 기교의 황금사과만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단지 현실세계에서 순간적으로 일탈하고 싶은, 도피주의적인 오락물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깡패수업」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투캅스」와 「깡패수업」 시리즈가 모두 한국 영화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강우석 사단에서 나왔다. 「깡패수업」의 김상진 감독은 강우석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서 「투캅스3」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제작되고 있는 속편 영화들 우선 「여고괴담」 속편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되었다. 「쉬리2」도 현재 기획 단계에 있으며 「은행나무 침대」 속편인 「단적비연수」가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 감독이 설립한 강제규 필름에 의해서 촬영중에 있다. 「단적비연수」는 「은행나무 침대」 등장 인물들의 전생을 다룬 판타지 멜로물로서 강제규 감독의 연출부에 있던 신인 박제현 감독이 데뷔작으로 찍고 있다. 「박하사탕」의 설경구를 비롯해서 이미숙, 최진실, 김윤진, 김석훈 등 다섯 명의 인물 이름을 딴 「단적비연수」 역시 시간적 배경을 전생이라는 과거로 훌쩍 뛰어 넘어간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전편인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 갖고 있는 미학적 짜임새를 훨씬 능가하는 중요한 영화이다. 우리나라 극영화로서는 흔치 않게 신인 김태용 민규동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활자문화 세대와는 다르게 영상적으로 사고하고 그것을 화면에 만들어내는 이미지 세대의 특징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속에는 엿보인다. 공포장르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장르의 법칙을 이어가는 두 명의 신인 감독들은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속편 영화의 공식 영화 제작에 있어서 속편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상업성이다. 전편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가 속편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관객들이 그 영화의 속편을 궁금해 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속편 제작이 착수된다. 그러나 때로는 속편 제작의 위험함도 있다. 일단 속편은 전편에 비해서 제작비가 많이 든다. 전편의 경우 흥행에 어느정도 성공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크게 모험할 수 없다. 그러나 속편은 이미 관객들로부터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제작비가 올라가고 감독이나 주연배우들의 개런티도 올라간다. 그렇다고 흥행이 전편보다 뛰어나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헐리우드에서 속편은 보통 전편보다 배우들의 개런티만 두 배가 되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수익은 전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안전한 투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여전히 속편을 선호한다. 우리 영화의 흥행 성공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속편 기획도 늘어날 것이다. 영화의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해도, 속편 제작은 훨씬 정교한 기획을 필요로 한다. 관객들은 전편과 비슷한 속편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속편의 장점이 있다면 관객들로부터 이미 검증받은 이야기라는 것, 흥행에 대한 위험부담이 적다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전편의 흥행 성공법칙에 안주하면 안된다. 속편은 전편보다 만들기가 훨씬 까다롭다. 새로운 모험과 도전정신 없이는 절대 속편의 흥행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