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동하는 문화에술인 2  /  한국계 미국문학

명실 상부한 미국문학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되길

이기한 (명지대학교 교수)

 

일찍이 19세기 프랑스 비평가 이플렛  텐은 문학에 대한 이해는 그 문학의 바탕이 되는 인종, 환경, 그리고 시대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말해서 문학과 그것의 사회, 역사, 문화적 배경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는 텐의 문학사관은 한국계 미국문학을 살펴보는데 있어서 유용하게 쓰여진다. 그 동안 한국계 미국문학은 미국으로의 한국 이민의 양상과  한국계 이주민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적절하게 반영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문학 태동과 발전

미국에서의 한인 이민 역사는 1903-1905년 사이에 7,000명 정도의 단순 노무자들이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시작된다. 현재 백만명에 이르는 미국 거주 한인 교포들의 수를 감안하면 실로 소박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이주자들은 문학활동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풍부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할 만한 문학작품을 한편도 남기지 못했다. 꼭두새벽부터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고달픈 노동과 갖가지 어려운 생활 속에서 문학활동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러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경야독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영어로 작품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인들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어 문학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20-1930년대부터이다. 이 당시의 작가들은 단순 노무자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유학 또는 망명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간 지식인들이었다. 1928년에 발표된 유일한의 When I was a Boy in Korea(한국에서의 유년시절)가 최초의 한국계 미국문학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 초기 작품으로는 박노영의 Chinaman's Chance (중국놈의 운세, 1940), 강용흘의 Grass Roof (초당, 1931)과 East Goes West(동양인 서양에 가다, 1937), 박인덕의 September Monkey(원숭이띠 9월생, 1954)등이 있다.   

특히 강용흘의 초당과 그것의 속편  성격을 띤 동양인 서양에 가다를  통해서 1960년대 이전의 한국계 미국문학의 공통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거의 예외 없이 자전적인 측면이 현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국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있어서 순수한 허구형식보다는 자서전의 형식이 사실적인 묘사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다. 그 당시 다른 문화를 상품화하고자 했던 미국의 출판 관례를 감안하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둘째는 작품들이 문화소개서적인 측면을 가진다는 것이다. 초기 이민 작가들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비공식적인 문화사절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문화와 전통을 미국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던 초기 작품들은 다소 ‘문학성'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셋째,‘미국의 꿈'이라는 전형적인 미국적 모티프의 재확인이다. 미국생활의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작품화한 반면 그들은 은연중에 희망과 기회의 나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비교적 비판 없이 수용했다. 이는 당연한 동양적인 미덕으로 여겨졌으며 이방인으로서 미국 독자들을 의식한 처사라 하겠다.

한국전쟁은 한국계 미국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기가 되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3년 동안 소모적인 전쟁을 통해 6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희생되면서 한국은 미국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6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 이민법이 개정됨으로써 미국으로의 한국이민이 다시 활성화되었다. 김은국, 김용익, 그리고 피터 현은 한국동란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신진 작가들이다. 해방 이전의 이민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었다.(김은국의 경우 석사학위만 3개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은 초기 작가들과는 달리 미국의 유수 영문학 또는 문예창작 프로그램을 거친 한국계로서는 최초의 전문 작가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은국은 미국으로 건너간지 10년 만인 1964년에 TheMartyred좥순교자좦이라는 한국동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아시아계 작품으로는 전례 없는 호평을 받았으며 20주 동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영광도 안았다.  

1976년은 아시아계 미국문학에 있어서 이정표적인 대 사건이 있었던 해이다.  중국계 작가인 맥신 홍 킹스턴의 처녀작 The Woman Warrior좥여전사좦가 발표된 해이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발전에 있어서 이 작품이 왜 중요한지를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평론가들과 독자들 사이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킹스턴의 작품은 수많은 2-3세 작가들이 등단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80년대에부터 1.5세-2세 작가들이 대거 등단하면서 한국계 미국문학은 다시 전환기를 맞게된다. 이 당시 작품들은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과거보다 다양성이 부각되었으며 문학성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80년대의 대표 소설로는  박태영의 Guilt Payment(죄값, 1983), 지금은 고인이 된 김난영의 Clay Walls(토담,  1986)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캐시 송의 Picture Bride(사진신부, 1983)와 김정미의 Chungmi(정미, 1982)등이 있다. 특히 1982년에 발표된 테레사 차의 Dictee (딕티)는 운문과 산문, 사실과 허구, 글씨와 삽화사이의 기존의 벽과 틀을 허무는 다분히 포스토모던적인 새로운 시도였으며 최근까지도 많은 학위논문들과 학술논문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최근 작가와 작품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은 다문화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수용하게 되었다. “이곳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집합체"라는 19세기 미국의 문호 위트만의 말이 시사하듯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백인들은 유색인종들과 다른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었으며 미국은 인종차별의 본산지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다문화주의는 바로 이러한 불미스러운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국가적 저력으로 승화하려는 최근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움직임이라고 하겠다. 다문화주의에 영향으로 한국계 작가들은 ‘변방에서 중심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 끝 부분에 제공되는 주요 작품 목록의 출판 년도에서 나타나듯이 90년대는 한국계 미국문학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1995년 데뷔작 Native Speaker(네이티브 스피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한국이민 1.5세 작가 이창래는 4년만에 두 번째 소설작품 Gesture Life(제스처 인생)를 탈고했다.  인생의 황혼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보내고 있는 재일동포 출신의 하타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의무장교로 참전하는 동안 위안부였던 한 한국인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인에 대한 연민은 애절한 사랑으로 승화된다. 결국 그 여인은 죽게 되고 하타는 세월이 지난 현재에도 정신대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뿐만 아니라 방관자들에게도 쉽게 치유가 되지 않는 쓰라린 상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은국 이후의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국계 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창래는 최근에 뉴욕커 지가 선정한 미국문단의 대표적 젊은 작가 20명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사실 이창래 외에도 최근에 위안부 문제를 소설화한 작가는 여럿이 있다. 그 중 노라 옥자 캘러의 Comfort Woman(위안부, 1995)은 미국의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1.5세 작가인 캘러는 한 위안부 출신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를 알지 못하는 딸 사이의 갈등과 궁극적인 화해를 독특한 여성학적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상품화하려는 최근 한국계 작가들의 경향에 대해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기도 한다.

위안부 문제 못지 않게 다시 부각되는 한국의 과거사는 한국전쟁이다. 1998년에 발표된 수잔최의 The Foreign Student (유학생)에서는 북한 포로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젊은 한국인 유학생과 미국인 여성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아직까지도 다른 종족간의 이성관계가 금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다문화주의 시류에 걸 맞는 화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박태영의 최근 소설 CryKorea Cry(한국의 울부짖음, 1999)에서는 Moo Moo(無無)라는 독특한 이름의 전쟁 고아가 자신이 한국인 창녀와 이름 모를 미국인 병사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라는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미국의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숭고한 직업의식을 소요한 영화제작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문화주의의 영향으로 최근의 한국계 작가들의 활동이 특히 활발한 영역은 청소년 문학이다. ‘타문화의 이해'가 미국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한 부분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출판업계에서도 청소년들을 겨냥한 한국계 미국 문학작품들의 상품성을 서서히 인정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한국계 미국문학은 이제 비로소 조심스러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최근의 한국계 미국문학은 소재나 문체에 있어서 과거보다는 훨씬 다양화되고 있다. 자전적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작가들은 시, 수필, 희곡, 청소년문학등으로 문학활동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작가들은 올바른 정체성 확립이라는 다소 편협한 논제에서 벗어나 이민 1세인 조부모와 부모들의 이야기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세대간의 차이를 좁히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노력 속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한국계 미국문학의 희망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미국문학의 주요한 부분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해 나아가길

필자가 1980년대 말 한국계 미국문학에 대해 학위논문을 준비할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못한 실정이었다. ‘한국계 미국문학'이라는 호칭 자체도 생소했다. 그러나 최근에 역량있는 신인 작가들이 대거 등단하여 이제 한국계 미국문학은 동양계 미국문학 내에서 그 지위를 확고히 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계 미국문학의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우선 한국계 미국문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계 미국작가들을 한국에서 작품생활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작가'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한국에서 영어로 작품생활을 하는 안정효 같은 작가를 한국계 미국문학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한국계 미국문학은 소수민족문학으로서 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미국문학의 주요한 부분으로서 서서히 자리 매김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주요 작품 목록        

한국계 미국문학의 총체적인 작품목록  작성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수반한다. 예컨대, 대다수의 무명 작가들은 지역 문예지나 신문에 작품들을 기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2-3세 작가들은 영어이름을 선호하고 있어 국적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희곡작가들의 경우 장르의 특성상 소극장 공연을 위주로 작품생활을 하고있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에 제공되는 목록은 단지 추천도서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한국계 미국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내 학자들과 일반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소설
Younghill Kang:Grass Roof (1931), East Goes West (1937)
Richard E. Kim:The Martyred (1964), The Innocent (1969), Lost Names (1970)
Willyce Kim:Dancer Dawkins and the California Kid (1985), Dead Heat (1988)
Ronyoung Kim:Clay Walls (1986)
Fenkl, Heinz Insu:Memories of My Ghost Brother (1996)
Leonard Chang:Dispatches from the Cold (1996)
Mira Stout:One Thousand Chestnut Trees (1997)
Nora Okja Keller:Comfort Woman (1997)
Susan Choi:The Foreign Student (1998)
Chang-rae Lee:Native Speaker (1995), Gesture Life (1999)   

 단편소설집
Yong Ik Kim:The Happy Days (1960), The Diving Gourd (1962), Love in Winter (1963)
Gary Pak:The Watcher of Waipuna and Other Stories (1988)

 자서전 및 수필
Induk Pahk: September Monkey (1954)
Peter Hyun.  Mansei!  The Making of a Korean American [1986)
Donald K. Chung.  The Three Day Promise (1989)
Margaret K. Pai. The Dreams of Two Y-Min (1989)
Mary Paik Lee: Quiet Odyssey (1990)
Kang, K. Connie.  Home was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1995)
Helie Lee:  Still Life with Rice (1996)

 시
Song-won Ko:The Turn of Zero (1959), With Birds of Paradise (1984)
Willyce Kim:Eating Artichokes (1972), Under the Rolling Sky (1976)
Theresa Hakyung Cha:Dictee (1982)
Chungmi Kim:Chungmi (1982)
Cathy Song:  Picture Bride (1983), Frameless Windows (1988)
Myung Mi Kim:Under Flag (1991) Bounty (1996)

 청소년문학
Sooknyul Choi:The Year of Impossible Goodbyes (1993)
Marie G. Lee:Finding My Voice (1992), Saying Goodbye (1994)
Patti Kim:A Cab Called Reliable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