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상 읽기 / 영화 |
한국의 분단극복문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며, 한국영화가 풀어야 할 화두 김경욱 (영화평론가)
북한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유현목 감독의 1961년 영화 좥오발탄좦은
개봉과 더불어 수난을 맞아야 했다. 좥오발탄좦은 당시의 사회적
현실을 어둡고 비관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실향민인 주인공의
실성한 어머니가 끊임없이 내지르는 ‘가자’라는 외침이 ‘북으로
가자’라는 말일 수 있다고 용공혐의가 제기되면서 5.16 쿠데타 이후
상영금지 처분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 후 1965년에는 좥7인의 여포로좦를
연출한 이만희 감독이 용공 혐의로 반공법에 걸려 영화의 상영 금지와
함께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그들의 잇따른 수난은 북한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를 일종의 금기가 되도록 했고 따라서 북한과 관련된 영화의
제작 자체도 매우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 그러나
좥쉬리좦에서의 북한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가 벌어진다’는 스펙터클
액션영화의 기본설정을 위해 남북의 대치상황에서의‘적’으로 끌려온
소재였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살아있는 인간을 재물로 삼아 혹독한
지옥훈련을 하는 북한 8군단의 특수훈련장에서 시작된다. 그 살육의
훈련과정을 견뎌 낸 이방희는 남한에 파견되어 정부요인을 암살하는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저격수 이방희가,
동시에 수족관을 경영하는 세련된 여성이자 유중원의 아름다운 약혼녀
이명희라는 설정은 양의 탈을 쓴 이리로 묘사되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한다.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들 햇볕정책이
시행되고 금강산 유람선이 오가고 서울에 평양 옥류관이 생겨나는 분위기
속에서, 좥쉬리좦에 뒤이어 북한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영화 좥간첩 리철진좦이
개봉되었다. 남파되자마자 강도들에게 침투장비 일체와 공작금을 빼앗기는
어리숙한 간첩 리철진을 통해서 장진 감독은 간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파격적인 설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사명을 띠고 남파된 리철진이 굶주린 인민들을 걱정하는 모습은 은연중에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리철진은 인간의 얼굴을 한
‘간첩’이기 보다는 오히려 서울에 처음 올라온 순박한 시골 청년으로
보이며, 남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타자의 눈으로 조명해 보기 위해 이방인
중의 이방인으로서 설정된 인물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남북한
군인들의 만남은 지뢰를 밟은 남한군 병장 이수혁(이병헌)을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초소병 정우진(신하균)이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북한군이 위험을 무릅쓰고 인도적으로 남한군의 목숨을 살려내는 것이다.
이수혁은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나약하고 감성적인 인물이며
그의 부하인 남성식 일병(김태우) 또한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이다.
반면에 오경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강인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정우진은 순진하고 쾌활한 성격이다. 이수혁은 오경필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형처럼 따르게 된다. 이수혁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넘어 북한군
초소로 건너가 그들과 마음껏 어울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그 순간, 형제처럼 지내던 정우진을 향해 무려 여덟 발의 총을
쏘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이수혁이다. 그 장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죽어도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여덟 발씩이나 맞고
두개골이 터지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하는 식으로 처참하게 죽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내면화된 빨갱이 포비아가 일시에
폭발하는 순간이니까요. 역설적이게도 폭력은 언제나 상대에 대한
공포에서 나오는 거니까요”라고 설명한다(「키노」2000년 9월호 185쪽).
한국군 장군이 북한군 장교보다 더 폭력적이고 위압적으로 묘사되는
대목과 더불어 영화에는 이와 같이 다분히 친북적인(?) 요소가
도처에 깔려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과도하게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표현이 없음에도 심의에서 처음에는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고,
재심에 의해서 15세 등급으로 조정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