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콤한 순간과 노래>
가사 없는 노래, 가사 있는
노래보다 더 많은 다의성 보여줘
이해식(영남대교수)
크로스
오버Cross over의 상생에 성공한 작품 <달콤한 순간과 노래>
문예진흥원
공연예술 창작활성화 지원작품인 구본우 교수의 <달콤한 순간과 노래>가
한국창작음악연구회의 세번째 명연주 시리즈에서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11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되었다. 이날 연주회에 붙여진
명칭은 「상생(相生)의 피리」였다.
상생은 오행설에서 오행의 요소들이 서로를 낳는(生) 순환의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이날 연주회를 상생으로 붙인 것은 동서 악기의 어울림과
함께 전통음악에서 창작음악을 이끌어 내고 또 새로운 음악 세대를 낳아
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겠다. 특히 이러한 크로스 오버cross over의
상생에 성공한 작품이 좥달콤한 순간과 노래좦였다. 이 작품은 현재
우리 나라 국악계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그래서 어느 때는
상극의 문제점까지 들어내는 크로스 오버에 담담한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들은 행위·문화·언어 등을 포함하는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음에도 유사이래 서로 상생·상극하면서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 음악에도 아주 오래 전부터 크로스 오버가
있어 왔던 것이다.
격조있게
불리는 가곡
가곡이라면
흔히 홍난파나 슈베르트,슈만의 가곡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는 이미
이보다 더 유서깊고 격조있게 불리는 가곡의 유산으로 전통적인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을
가지고 있다. ‘격조 있게 불리는 가곡'이란 엄격한 형식미와 남녀 가악(성악)을
받쳐주는 반주로써의 연주양식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가곡을 반주하는
기악은 결코 반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문학 관련의 의미를
더 드러내기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음은 정해진 가락에 여러 가지 다른
가사를 대입해서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작곡자는 그의 작품 해설에서 가곡 연주의 성악을
합주의 한 성부part인 인성(人聲)으로 파악했지만 가곡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성악 위주의 음악이다. <달콤한 순간과 노래>에서는 성악이
시종 허밍과 몇 개의 모음만을 발음함으로써 앙상블의 한 파트인 인성이란
걸 알 수 있었지만 이 인성을 더 크게 들리게 하는 연주회장의 음향
증폭은 이러한 작품 의도를 반감하게 한 감이 없지 않다. 차제에 국악
연주회장의 확성에 대하여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달콤한 순간과
노래>는 오히려 마이크를 쓰지 않았더라면 더 효과적인 상생과 작곡
의도가 살아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가 가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민요와 관련하여 가요이다. 그래서
음악의 원초적인 형식을 논의 할 때는 가요형식song form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가곡형식lied form은 아니다. 작곡자는 좥달콤한 순간과 노래좦에서
한국 전통가곡의 전개 양상과 서양음악의 변주기법을 상생 시키고 그것의
연주 매체로 동서 악기들을 상생 시키면서 가곡에 내재된 한국인의 음악
정신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들린다.
좥달콤한 순간과 노래좦는 Bb음으로 시작하여 Bb음으로 끝난다. 이 Bb음은
다름 아닌 가곡뿐만 아니라 정악의 근간을 이루는 임종(林鐘) 소리이다.
작곡자는 가곡을 지속적인 선의 공간으로 파악하여 작곡자 자신의 임의적인
점들과 적절하게 상생시켜 가면서 임종소리를 무던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때때로 들리는 멜로디가 가곡의 한 단편임을 감지할 때
달콤한 순간임을 직감하지만 이 직감은 지극히 간헐적이어서 이내 새콤한
순간으로 교차된다.
<달콤한 순간과 노래>라고 하면서도 여기에는 노래로 불리어지는
가사가 없다. 가사는 허밍과 모음 뒤에 감추어지고 오직 인성으로써
다른 파트들과 밀착되어 놀이되어질 따름이다(노래는 놀이와 관련 있고
악기의 연주도 놀이에 속한다). 이 놀이는 가사가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다의성(多義性)을 보여준다. 달콤삼삼·달콤쌉살·달콤씁슬처럼. 작곡자가
차후에는 더 달콤한 순간을 만끽하기 위하여 젓대를 포함한 편성악기들의
음역을 보다 활성적으로 활용하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더 승화되고 화려한
앙상블 놀이를 보여 주리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