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내음의 분위기
한상우(韓相宇) / 음악평론가
벌써 대한민국 작곡상을 제정 실시한 지도 5회 째를 맞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음악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작 음악의 발전이 선결되어야 하며 그래야 그 나라의 독특한 음악 예술이 살아남게 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작곡상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작곡상이 처음 제정될 때 세운 의도와 얼마만큼 부합되고 있으며 과연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이 「상」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상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가 참 기쁨과 어떤 보람을 느끼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되는 것이다.
제5회 대한민국 작곡상은 80년 11월 1일부터 81년 10월 31일까지 사이에 작곡된 창작품 중에서 양악 부문에 21편 그리고 국악 부문에 19편이 추천되었다.
모두 40편의 창작곡 중에서 금년에는 최우수상이 없이 양 부문에서 각 두 작품씩 우수상이 결정되었다. 물론 여기에서 선택된 수상 작품은 금년도 대한민국 음악제를 통해 연주될 예정으로 있거니와 금년도 양악 부문에서 수상한 두 작품은 관현악곡과 실내악곡으로 되어있다.
먼저 관현악곡으로 수상한 김용진 작곡 「교향악을 위한 Ⅵ」은 단순한 3개의 음군을 기본으로 관현악이 지닌 여러 가지 모양의 표현력을 끌어내어 뚜렷하지는 않지만 동양적 내음을 유발시키는 쪽으로 끌고 갔고 결과적으로 한국적 색채감이 느껴지는 우리스러움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작품이다. 현대 음악 하면 무턱대고 난해한 기법의 나열을 앞세우려고 하지만 김용진의 수상작품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시키고 어떤 그 나름의 질서 속에서 확연한 의미를 전달함으로서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품으로 이런 유의 작품이 발굴되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 실내악으로 수상한 윤양석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용」은 작곡가 자신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적 가락에 기본을 둠으로써 이 역시 우리적인 내음을 부각시키려는 작곡자의 의도가 십분 전달된 곡이었다. 생각해 보면 창작 음악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많은 세월 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의 실험과 시도를 거쳐 조금씩 정립되어 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제1회 대한민국 작곡상 이후 지금까지 수상된 작품들의 경향은 본래의 의도에 조금씩 접근되고 있다는 판단이 선다.
이제 2, 3년이 지나면 이 땅에 양악이 수입된 지 1백년을 맞게된다. 1백년이란 길다면 길 수도 있겠으나 창작의 측면에서 본다면 양악이 수입되고 소위 창가조의 노래가 불려지고 있을 때 이미 서양 음악계는 후기 낭만을 지나 근대 음악으로 넘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음악사를 더듬어 보면 새로운 사조는 구사조의 반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있어야 할 사조 즉 어떤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그 다음의 사조가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양악 1백년 동안에 서구 음악의 거친 과정을 모두 답습한다는 일이 어려울 뿐 아니라 때로는 시행착오적인 오류를 범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작곡상의 역대 수상작들의 한결같은 분위기는 한국적 내음이었고 그들이 비록 양악 악기와 양악 기법을 사용한다손 치더라도 그 속에 담으려는 중심이 우리스러운 것이므로 멀지 않은 장래에 모든 국민이 함께 감동하고 그 속에서 일체감을 느끼는 감격적인 작품이 탄생되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조급하게 굴 것이 아니며 거쳐야 할 과정과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종래는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작품이 탄생될 것이다.
문화비평 / 제5회 대한민국작곡상
우리 어법을 찾고 있다.
김형주(金亨柱) / 음악평론가
일반적으로 시상제도는 그 분야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하고 활동력을 활성화시키는 목적에서 제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예술 분야는 과거의 공직이나 업적에 대한 공로의 치하나 정책적인 포상이 아닌 작품이나 창조적 작업 활동에 대한 가치평가가 따라야 하고 이 평가에 대한 응분의 사회적 신분 보장과 권위의 인정이 뒷받침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작곡상도 시상제도에 따르는 이러한 여건을 전제로 제정되었고 이 제도가 우리나라 음악예술, 특히 창작 음악의 진흥에 크게 기여하고 영향력을 미치리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1977년 문공부가 당시 작곡계의 진흥에 큰 몫을 하고 있던 서울음악제의 지원을 중단하면서까지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 시상제도를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간 이 기구의 운영면에서도 상황을 알 수 있듯이 관주도의 사업이 크게 빛을 못 본다는 우리나라 특수 상황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는 전문 분야의 특수성에 대한 기구운영의 불합리, 시상내용의 빈약, 제도에 수반되는 사회 신분 보장이나 권위 등 시상의 후속 조치의 시비, 일반 음악계의 이 제도에 대한 인식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기구가 다행으로 문예진흥원으로 이관되어 보다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기구운영이 기대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운영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제5회 대한민국 작곡상 심사 대상으로 추천된 작품은 모두 40편이었다. 자천(自薦)과 타천(他薦)(추천위원)을 통해 제출된 작품을 분야별로 보면 양악 부문은 오페라 2편, 관현악 6편, 칸타타 2편, 합창곡 13편, 실내악 10편 등 모두 21편이었고, 국악 부문은 합주곡 13편, 중주곡 4편, 독주곡 2편 등 모두 19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지난 1년 동안(1980년 11월 1일∼1981년 10월 31일) 사이에 실연 발표되었던 것이나 오페라 작품과 같은 아직 무대화되지 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양악 부문의 작품은 비교적 다양한 분야로 분포된 경향이나 급진적인 전위성, 또는 실험적인 작품은 없었고 비교적 온건한 보수성이 짙고 오히려 견실하고 신중한 작품성이나 구성법을 추구한 것들이 많았다. 국악 부문은 그 소재들은 물론 아악(雅樂)이나 속악(俗樂)에서 다양한 도입을 하고 있으나 그 주제의 전개나 처지에서 너무 전통에 집착하고 있고 창의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합주법에서도 양악적인 편성 개념이 짙게 개입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한두 작품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 수준작이라고 할만큼 고르기는 했으나 그 작품성에 있어서나 그 구성법에 있어서나 문제를 던져줄 특출한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을 주었다.
결국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국악 부문에서 김영동(金永東)의 합주곡 「매굿」, 이강덕(李康德)의 합주곡 「대금독주와 관현악을 위한 합주곡 Ⅱ」의 2편과 양악 부문에서 김용진(金容振)의 관현악곡 「교향악을 위한 Ⅵ」, 김달성(金達聲)의 교성곡 「남해찬가」, 함태균(咸泰均)의 실내악곡 「플루트와 실내합주를 위한 곡(哭)」, 윤양석(尹良錫)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용」 등 4편이었다. 예심은 심사위원 양악 부문 김성태(金聖泰), 김순애(金順愛), 정회갑(鄭回甲), 홍연택(洪燕澤), 김형주(金亨柱), 국악 부문 김기수(金基洙), 김흥교(金興敎), 김용진(金容鎭), 황병기(黃秉冀) 등 분야별로 나누어 주로 악보 심사를 통해 전원 합의제에 의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심의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본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이다.
본선 대상으로 올라온 작품에서 먼저 김용진의 「교향악」을 위한 Ⅵ」은 소재는 동양적, 특히 아악(雅樂)적인 음 소재에서 음향적 공간 조성을 시도한 작품인데 음의 질감의 변화, 음색의 조화에서 추구한 관현악의 기능변화 등이 짜임새 있게 전개되고 있으나 작품성의 주장이나 내용성에서 설득이 희박한 편이었고 김달성의 「남해찬가」는 이순신 장군을 찬양한 김용호(金容浩)의 민족적 서사시에 의한 칸타타로 약 2시간을 소요하는 대작에다 작곡자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노작의 작품이다. 그러나 전체 구성감이나 연출에서 평면조에다, 관현악 처리에서 미흡한 면을 가지고 있어 논란이 있었다. 함태균의 「플루트와 실내합주를 위한 곡」은 역시 한국적 정조에 바탕을 둔 끈질긴 주제성의 강조, 그리고 플루트와 타악기와의 대비가 흥미를 끌었으나 역시 전체 구성력에서 산만성을 면치 못했다. 윤양석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용」은 기법은 보수적이나, 전개력이나 첼로와 피아노의 대응, 간결한 짜임 등이 좋았다. 김영동의 「매굿」의 조곡형식에다 교향시적인 표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그러나 국악 작품으로서는 전통에 대한 저항적 체질이 강한 새로운 감각을 주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세부 처리에서 별 의미가 없는 휴식 등 문제가 약간 있었다. 이강덕의 「대금과 관현악을 위한 합주곡」은 양악적인 악상에다 리듬패턴도 양악적인 냄새가 강했고 대금과 합주와의 대결처리에도 미흡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오히려 일반적인 수법으로 구성한 중간 악장이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본선은 6편의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 전원이 악보와 녹음 테이프를 통해 심의 결과 결국 최우수상 해당작품이 없어 양악 부문에서 김용진, 윤양석, 국악 부문에서 김영덕, 이강덕의 작품이 각각 우수작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추천된 작품들이나 입상된 작품들을 통해 국내 음악 창작계의 동향이나 작품 경향을 살펴볼 때 과거 구미의 작품수법이나 기법의 무비판적 도입의 자세는 많이 가시고 우리의 어법추구의 진지한 의지가 보이는 점과 우리의 정서와 체질을 여과시키는 노력이 점차 고조되어 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지향성 있는 창작성의 동향을 신장하고 진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작곡상의 제도적 개선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