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예술의 지평을 향하여
사라 오커너 / 미국상설극단협회장
1954년 창설된 「밀워키 레퍼터리 디어터」(MRT)는 금년으로 28주년 째를 맞이하는 유서 깊은 미국의 지방 상설 극단 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우리 극단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그 성격을 수정하고 변모시켜왔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 극단의 성격은 수많은 연극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정립된 것이다.
우선 우리 MRT 극단은 인구 1백 50만이 거주하는 밀워키시의 중심가에 위치한 도시민을 상대로 한 극단이며 오랫동안 밀워키시 뿐 아니라 위스콘신 전체 주를 통하여 유일한 직업 극단으로 존립해 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극단은 지리적으로 뉴욕의 상업 연극이나 전위 연극과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 극단의 관객은 뉴욕에서 간혹 오는 순회 공연 이외에는 종전까지는 한 번도 직업 연극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 극단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지역에는 유일한 주요 극단으로서 우리는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책임을 떠맡아야 했다. 우리 극단이 이 지역내의 거의 유일한 직업 극단이란 사실 때문에 성격이 다른 타 극단과 기능을 나누어 맡을 수 없게 함으로써 우리 극단 스스로 여러 가지 다양한 연극들, 즉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성격의 공연들마저 시도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제 1982년을 맞이하는 MRT는 큰 규모의 극단으로 성장하여 쉼 없는 활동을 하는 가운데 자체의 예술가들과 관객의 지평을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 바깥의 다른 미국의 연극인은 우리 MRT를 이와 같이 묘사하리라고 본다. 곧 「절충주의」,「상설극단」,「창작 희곡 개발」「지방극단」,「세계주의」라는 단어들이 그것들이다. 이 같은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이 곧 우리 극단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절충주의
절충주의란 말은 다양하고 폭넓은 여러 가지 연극의 양식들과 예술적 비전들을 관객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극단의 목표는 하나의 양식만을 추구하여 완성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닦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극단의 배우들과 연출가들로 하여금 「어떤 양식」에 있어서도 「잘」 해낼 수 있는 극단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것은 힘든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이 같은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매년 5백 4석의 주(主)극장에서 공연하는 6편의 레퍼토리들에 잘 나타난다. 한편의 작품은 6주간(회수로는 45회) 공연되며 총 관객은 2만 1천에서 2만 2천명이 되는데 이 숫자는 계산해 보면 즉각 알겠지만 모든 공연이 매진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시즌(1981년 9월부터 1982년 6월까지를 뜻함)에 있어서 시즌 티켓을 구입한 관객은 모두 1만 9천 7백 명으로서 이들은 연중 6편의 공연을 모두 구경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시즌의 레퍼토리들을 여기서 살펴보자면 우선 앤드루 존슨 작 「금요일들 Fridays」이 있는데 이 작품은 우리 극단이 소극장에서 개발해 낸 미국의 신작이다. 그리고 「신고하실 물건 없습니까 ? Have Your Anything To Declare ?」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있는 우리의 자매 극단인 「로열 익스체인지 디어터 갬퍼니」에서 초연 된 프랑스 소극(笑劇)이고 그 다음 「보스맨과 레나 Boesman and Lena」는 현대 세계의 극작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의 하나라고 우리가 믿는 남아프리카의 아돌 후가드의 작품이며 「왕국이 도래하다 Kingdom Come」는 우리 극단의 상주 극작가인 앰린 그래이의 신작이다. 또 「어제 태어나다 Born Yesterday」는 미국의 고전적인 희극으로서 가슨 카닌 작이고 마지막으로 「숨겨진 상처, 숨겨진 복수 Secret injury, Secret Revenge」는 최근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스페인의 고전적 극작가 칼데론의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뉴욕시의 스페인 극단인 「Repertorio Espanol」의 로니 무흐가 연출을 맡는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우리 극단의 레퍼토리는 미국의 신작, 대중적인 희극, 고전, 현대의 문제작 등 다양한데 여기서도 우리 극단의 절충주의적 태도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며 이 같은 경향은 실상 미국의 대다수 상설 직업극단들이 취고 있는 태도들이기도 하다.
상설극단
많은 미국의 지방 극단들은 그들이 공연하는 매 작품의 출연 배우들을 주로 뉴욕에서 선발하여 데려온다. 그러나 우리 MRT는 강력하고 잘 조직된 극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주하는 핵심 연기진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여러 작품에 동시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상설 극단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극단에는 이 같은 핵심 연기자 단원이 항상 10명 정도 있으며 나머지 출연 배우들을 뉴욕, 시카고, 로스엔젤리스 등지에서 충당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극단에는 한 시즌 동안에 40∼50명 정도의 배우들이 있게 된다.
희곡개발
우리 MRT는 신작의 발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5∼6명의 중요한 현존 작가들과 유대를 맺고 있다. 그 중에서 두 명은 우리 극단과 상주하고 있다. 우리 극단이 사용하고 있는 또 하나의 극장은 99석 짜리 소극장인데 「코트 스트릿 디어터」라고 불리는 이 소극장에서 주로 희곡 개발 작업이 이루어진다. 매년 이 소극장에서 6∼12주간의 공연이 있게 되는데 대체로 신작이 무대에서 동작을 곁들인 책읽기 Staged reading의 형식으로 행해진 다음 관객과의 토론이 따르는 방식을 따르거나 특이한 작품을 소규모로 공연하거나 극의 양식상의 실험을 위주로 한 공연을 행하는 등의 용도로 쓰인다. 현재 이 소극장에서 이번 시즌에 있게 될 공연을 소개하자면 앤드루 존스와 다리 샤인의 신작의 무대 낭독이 있을 예정이고, 린다 아론손과 드니스 칼런, 쿠밋 프로지에의 신작 공연,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유명한 미국의 마임 예술가에 의하여 실험적으로 재구성한 공연이 있을 계획이다.
과거 6년간에 이런 형태로 시도된 공연들 중에서 다섯 편은 라디오 드라마도 방송되었고 세 편은 TV극으로 방영되었으며 다섯 편이 책으로 출간되었고 네 편이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의 교섭을 받고 있으며 두 편은 영국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MRT에서 첫 시도된 작품들 중 30편이 미국내의 타 극단들에 의해 정규 무대 위에 올랐다.
지방극단
미국은 지리적으로 방대하며 따라서 각 지역은 그 지역의 독자적인 역사와 태도와 관습을 가지고 있다. MRT는 연극이 이 같은 지방적인 특수한 체험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서 우리 극단은 두 편의 작품을 작가들에게 위촉해서 공연했다. 그중 하나가 톰 콜 작 「투쟁하는 봅 Fighting Bob」인데 20세기초에 실존했던 위스콘신 주의 말썽 많았던 상원의원의 일생에 토대를 둔 것이다. 그리고 상설 극작가인 앰린 그래이 작 「왕국이 도래하다」는 중서부에 이민을 온 노르웨이 사람들의 체험을 극화한 것으로 이들의 이민 기록, 역사적 자료들, 그리고 로바그의 소설인 「대지의 거인 Giants in the Earth」을 재료로 해서 쓴 것이다.
세계주의
우리는 우리들 안쪽의 역사를 들여다봄과 함께 우리 바깥쪽으로도 시선을 돌려서 새로운 예술적 자극을 받아들이고 우리 관객들에게 다른 나라의 현대 연극에 대한 체험을 맛보게 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해서 최근에 두 편의 프랑스 작품과 한 편의 오스트레일리아 작품, 한 편의 일본 작품을 공연했고 다음 시즌에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극작가 중의 한 사람인 산탄데르의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는 세 외국 극단들과 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일본 동경의 「연극예술연구소」,「극단 스바루」와 스즈끼 타다시오의 「와세다 쇼게끼자」 및 영국의 「로열 익스체인지 디어터 컴퍼니」가 그들이다. 이 같은 유대 관계를 맺음으로 해서 우리는 상호 공연, 연출가, 배우들을 교류해 왔다.
이상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운영상의 구조는 어떤 것일까 ? 그것은 비교적 단순하고 탄련성 있는 구조로서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개재된다. MRT는 비영리 순수예술단체로서 운영위원회에 의하여 이끌어진다. 운영위원들은 밀워키 시의 각 분야에 종사하는 유지급 시민들로서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 운영위원회가 하는 일이란 극단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염출하는 일과 우리 극단의 예술감독 artistic director과 운영감독 managing director을 임명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고 사실상 그것이 업무의 전부이기도 하다. 따라서 극단의 실질적인 업무는 예술감독과 운영감독이 나누어 맡는데 전자는 극단의 예술적인 책임을 맡고 후자는 경영의 책임을 맡는다. 모든 중요한 예술적 결정들은 예술감독이 내리는데 그는 운영감독, 상주 연출자, 상주 극작가들 및 두 명의 배우 겸 연출자로 구성되어 있는 「희곡개발위원회」에 의하여 자문을 받기도 하고 설득을 듣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경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재정적, 행정적 결정들은 운영감독이 경리 책임자 및 관객 개발 담당의 조언을 받아 내리게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예술감독과 운영감독과 운영감독은 항상 긴밀하게 협동작업을 해야 한다. MRT는 자체 공연의 모든 장치, 의상, 대·소도구들을 스스로 제작하며 대개 동시에 두 세 편의 공연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텝진이 필요하며 매주 스텝들의 정규 회합이 열리는데 여기서는 예술감독과 운영감독은 물론 제작 책임자, 무대감독들, 의상제작 책임자, 디자이너들, 대·소도구 제작 책임자, 경리 담당자, 관객 개발 책임자들이 회동하게 된다.
MRT에는 연중 쉬지 않고 일하는 스텝이 10명이고 연중 36∼45주간 일하는 상주 스텝이 35명이며 이밖에 40주간 일하는 핵심 연기자 단원이 10명이고 10∼22주간 일하는 연기자 단원이 30명에 15명 가까운 초빙 디자이너, 연출가, 작가, 작곡가 등이 있게 된다. 연중 가장 바쁠 때는 86명의 인원이 우리 극단에서 일한다.
그렇다면 매 시즌 11∼15편의 작품을 공연하며 이 같은 대 식구를 거느린 극단의 살림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 이번 시즌(1981. 9∼1982. 6)의 MRT이 총 지출예산은 「1백 7십 4만 3천 2백 30달러인데(한화로 약 12억 회계연도가 끝나는 1982년 6월 30일에 우리는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아래에 지출 액수와 맞아떨어지는 총 수입의 비례를 예시해 보겠다.
매표수입 65%
기타수입(의상대여 및) 3%
민간 후원(밀워키 시의 개인 및 기업의 찬조) 22%
민간재단(밀워키 시외) 4%
연방정부지원(National Endownment for the Arts) 5%
위스콘 주(州)정부 지원 1%
우리 극단은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또 여러 군데서 재원을 염출해 내기 위해서 대단히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군데서 재원을 얻어낸다는 사실은 어느 한 곳으로부터의 영향이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MRT는 이제는 규모가 큰 기구로 성장했지만 결코 이것 때문에 탄력성과 새로운 것의 탐구 및 변화의 역량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연극은 인생을 반영하는 것이며 인생이란 절대로 정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진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