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예술 / 해외 최신 문화예술 서평

조콘다의 신비 외




김병일(金丙一) / 이대교수

■ 현대 회화, 신매너리즘-초현실주의에서 묵상까지

-구스타프 R. 호케 저

르네상스가 유럽 문화에 남긴 고전주의와 매너리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2개의 극히 이질적인 주의이다. 헤겔의 정의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의 이상미(理想美)의 기준 즉 「고전적인 예술」은 하모니 법칙에 따르며 그 자체로서 완전한 것으로, 「객관정신(客觀精神)의 표현」이다. 반면에 매너리즘의 「아이디어 예술 idea art」의 반고전적 의식(이것 역시 고대로부터 내려온 것이나 최초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 폴로렌스 예술에서였다)은 「주관정신(主管精神)의 표현」이다. 이것은 인간 실존의 의심스런 특질, 그 깊은 심층, 안정성의 결여 등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문제아적 인간성의 표현 양식이다.

고전주의와 매너리즘은 2개의 「교훈적인 형식 원리」가 아니라, 인간정신의 심층을 파헤치고 실존의 기본 양상과 인류의 원시적 제스처를 발가벗긴 융의 심층심리학 범주에 곡 들어맞는 것들이다. 구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외향적·내향적인 이들 두 힘은 서로 고립을 주장하지 않고 집단 무의식의 끊임없는 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침투한다. 「매너리즘이 전혀 배제된 고전주의이며, 고전주의가 배제된 매너리즘은 단순하고 틀에 박힌 예술 양식이 되고 말 것이다」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책은 1, 2편으로 구성, 제1편에서는 저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나누었던 21명의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 각 장마다 각 시대의 철학 사조, 예술적 아이디어, 평가, 비평, 중요 학자, 시인,, 예술가, 철학자, 사회학자 등을 분석하면서 옛날의 매너리즘과 신(新)매너리즘을 평가하고 있다.

(Gustav R. Hocke, Malerei der Gegenwart. Der Neo-Manierismus. Vom Sarrealismus zur Meditation. München: Limes-Verlag, 1975, 355p.)

■ 낭만주의부터 상징주의까지의 예술운동

-르네 줄리앙 저

우리는 19세기 후반의 시각 예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에 대한 많은 저서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세 가지 예술 분야를 통틀어서 전체적으로 소망하려는 시도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세 종류의 예술가들, 화가와 음악가, 그리고 작가들을 나란히 놓고 어떤 공통점을 찾으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가진다. 저자 르네 줄리앙은 인물과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미학적 성격의 활동들을 관류하는 주요한 흐름, 즉 힘의 선들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저자는 보기에 19세기의 후반이 인상주의로 대표될 수 있을 듯이 여겨지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술 분야에 한한 것이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실주의와 상징주의가 지속적으로 함께 이 시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예술들과 나라들과 인간들의 다양성을 통해서, 이 여러 예술 정신의 흐름들이 결국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30년 동안 리옹의 시립 미술관장이었으며 「미래파와 이탈리아 회화」,「중세와 르네상스기의 조각」 등을 출간하여 훌륭한 저작 활동을 한 바 있는 줄리앙은 현재 파리 제 1 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는데 5백 92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이 저서를 통해 넓은 안쪽의 예술관을 펴보려 하고 있다.

(René Jullian, Le mouvement des arts du romantisme au symbolisme, arts visuels, musique, littérature, Paris, Albin Michel, Paris, 1981, 592 p. 72 illustrations.)

■ 프랑스 대중소설사 1840-1980

-이브 올리비에 마르텡 저

이 책은 실제로는 가장 많이 읽히면서도, 그에 대한 연구는 가장 적게 되어 있는 프랑스의 대중소설들에 관해 처음으로 총체적으로 접근을 시도한 역작이다. 대중소설이란 정의하기라 막연한 것으로, 여러 가지 복잡다양한 주제를 취급하고 있는데, 사회소설 roman social과 감상소설 roman sentimental, 통속소설 roman de moeurs, 그리고 이국취미 소설 roman exotique 등이 모두 이 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다. 대중소설은 무엇보다도 모험과 뜻밖의 사건, 숨막히는 서스펜스, 그리고 희극과 비극이 교차되는 상황의 전개 등으로 특징 지워질 수 있다. 또 광범위한 대중의 기호를 한꺼번에 만족시켜야 하는 장르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중소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나같이 모두가 당대의 일반적 관심사와 유행, 취미 등을 반영한 소설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대중소설 문학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폴 드 콕크, 니젠느슈, 프레데릭 술리에, 풀훼발, 쟈비에 드 몽메뺑, 조르주오네 등을 특별히 예로 들어 이 문학 장르의 특성을 살펴나가고 있는데, 이들 작가들이야말로 그들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묘사자라는 점을 필자는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대중소설의 역할이 그 어느 순수문예작품보다 뒤떨어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 사상사적 측면에서 새로운 눈을 가지고 이 장르의 소설에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Yves Olivier-Marin, Histoire du roman populaire en France 1840-1980. Albin Michel, Paris, 1981, 304 p.)

■ 나폴레옹적 발자크와 인간희극이라는 제국

-셍 폴리엥 저

저자 셍 폴리엥은 인간 희극의 작가 발자크의 세계에 있어서 나폴레옹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발자크 소설 가운데서의 나폴레옹은 결코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황제로서의 나폴레옹은 직접적인 주인공이 아닐 뿐이지 발자크가 그린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구석구석 그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실생활 속에서의 나폴레옹의 존재는 부지불식간에 각각의 의식세계 속에 투사되어 그의 상상력에도 큰 작용을 하게 된다. 또 워털루 전쟁에 패한 후 현실적인 영향력은 사라졌지만, 그가 없어진 후에 나온 찬란한 신화들은 그것이 거짓이건 참말이건 직접, 간접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따라서 생 폴리엥은 이와 같은 가정 아래 인간 희극과 나폴레옹과의 상관관계를 변증법적 방법으로 규명해나가고 있는데, 발자크 자신이 나폴레옹의 찬양자였음을 주시, 나폴레옹과 인간 희극 그리고 작가 자신의 세 신(神)의 비교 속에서 발자크 예술의 요체를 찾으려 한다. 이밖에도 저자에 의하면 발자크는 나폴레옹의 모방자였으며, 정치가로서의 한 인간이 이루지 못한 것을 팬으로 달성하려 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법만 달랐을 뿐 출세욕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그 누구보다 많이 가졌다는 의미에서는 두 인물이 공통점을 갖는다. 발자크는 나폴레옹이라는 한 영웅 속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에네르기를 빌려옴으로써 문필의 황제로 군림한다고 폴리엥은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논리를 밑받침하기 위하여 2월 혁명과 11월 혁명 사이인 1848년 3월 28일 발자크가 다음과 같이 말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나는 카드가 없는 대도박사이며, 나폴레옹은 군대가 없는 대도박사이다.」 마치 이와 같은 말에 동조라도 하듯 유고는 발자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발자크의 옆모습을 보면, 그는 꼭 황제와 닮았다.」 말을 탄 황제와 펜을 든 황제와의 대비는 여하튼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발자크 연구가 나폴레옹이라는 큰 그림자를 등한히 한 채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면, 발자크의 소설이 무엇보다도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반성해 봄직한 일이다.

(Saint-Paulien, Napoleon Balzac et L'Empire deccla Comédie humaine, Albin Michel, Paris, 1981, 512 p).

■ D. H. 로오렌스

-존 워텐 저

저자는 서문에서의 이 책은 로오랜스가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견해를 분석한 것으로, 그와 독자간의 변화하는 관계를 기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작품활동 초기 시절 로오렌스에게 쓴다는 것은 자신의 노동계급 환경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으며, 초기의 소설 양식은 바로 세련된 독자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신중한 작가의 그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로오렌스의 처녀작 소설 「백공작(白孔雀) The White Peacock」(1911)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풍경 핵스농장과 챔버가의 얘기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의 어머니의 세계 즉 중산계층 세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 소설 「침입자 The Trespasser」에 대해서 저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관찰자의 통찰은 (그런데 이 관찰자는 이와 같은 통찰이 표명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예술적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우아한 독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쓰고 있다.

2년에 걸쳐 4번이나 판이하게 개정한 「아들과 연인 Sons and Lovers」의 4개 개정판은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역할의 종류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로오렌스 자신의 견해가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작품에서 로오렌스는 그가 최초의 두 소설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중산계층 독자들의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품 「아들과 연인」은 비극적으로 파괴된 영웅의 모습을 창조한 소설이며, 폴에게 해를 입히고 거의 파괴해버린 것은 바로 성공에 대한 모델 부인의 중산계층의 견해와 그녀의 애정이라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자신의 소설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로오렌스의 생각은 다음 번에 쓴 미완성 소설 「미스 허톤의 반란 The Insurrection of Miss Houghton」에 보다 명백히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은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반항과 성적 반란을 묘사하고 있다. 로오렌스는 「이 작품은 읽기에 극도로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바로 이런 유의 소설이야말로 영국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초기 소설 「백공작」과 「침입자」가 그렇듯 대중의 미적 객체로서가 아니라 독서를 변모시키고 계몽하는 한 방법으로서의 책의 의미를 발견한 것은 로오렌스의 소설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작품 「사랑하는 여인들 Women in Love」과 「채털리 부인의 사랑 Lady Chatterley's Love」을 중심으로, 로오렌스는 공동체 의식과 고립에 대한 그의 욕구라는 이원적 주제를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스코트 샌더의 「D. H. 로오렌스: 5개 주요 소설의 세계 D. H. Lawrence: The World of the Five Major Novels」(1973) 이후 가장 뛰어난 로오렌스 소설 비평서로 평가된다.

(John Worthen, D. H. Lawrence and the Idea of the Novel,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79, 198 p).

■ 조콘다의 신비

-로이 맥뮬란 저

숱한 미술사가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작품을 완벽하게 구명하거나 해설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로이 맥뮬란은 이 세계적 걸작에 다각적으로 접근, 조콘다의 미소를 파헤치려 한다. 저자가 단 한 개의 작품을 해설하는데 무려 2백 80페이지를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나를 알 수 있다. 저자는 특히 화가 자신과 작품과의 관계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른 작품들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으며, 또 작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정밀 관찰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 작품이 겪었던 수난 등도 에피소드적 수준을 넘어서서 상당히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여하튼 이 책은 조콘다의 미소에 대한 모든 의문점을 미술사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 가장 다각적으로 파헤친 역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Roy McMullen, Les grands mystéres de la Joconde, Editions de Trevise, Paris, 1981, 280 p. 150 illustrations)

■ 벨라스케즈, 창조적 예술가

-호세 로페즈 레이 저

17세기 스페인의 세빌리아 태생인 화가 벨라스케즈는 무엇보다도 그의 채색화로서 유명하다. 대부분이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그의 작품들은 그가 당대의 일급 작가임을 웅변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벨라스케즈에 대하여 호세 로페즈 레이는 모두 5백 56페이지에 달하는 무게 있는 연구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대화가의 전모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우선 이 화가의 전작작품에 대한 정연한 소개목록이 나오기에 앞서, 길고도 총체적인 화가와 그의 예술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책머리를 차지한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화가가 궁정에 체류할 당시에 일어났던 일들과 그의 여행시절을 통해서 예술가의 여러 면모를 다각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화가 개인의 신변 생활을 조사했다고 해서 그림 자체에 대한 연구가 소홀한 것은 아니다. 가령 벨라스케즈에게 끼친 벨기에의 대화가들의 영향이라든지 화풍에 대한 유기적 연구 같은 것이 밀도 있게 펼쳐지고 있다. 또 당시의 아틀리에의 기능이라든지 화상과의 관계, 띠띠엔 스타일의 엄격한 화법, 붓의 크기와 관련한 작품 연구도 괄목할 만하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17세기 스페인 미술의 진면목과 대할 수 있는데, 결국 로페즈 레이와 같은 예리한 미술 전문가만이 내놓을 수 있는 벨라스케즈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Jose Lopez-Rey, Velasquez, artiste créateur, Bibliothèque des Arts, Paris, 1980, 556p, 75 planches en couleurs, 230 illustrations en noir et blanc)

■ 인간의 새로운 모습-프랑스 전위극의 변호

-케네트 S. 화이트 저

전에 출판한 「잔혹 희극 Savage Comedy」에 이어, 저자는 현대 프랑스 연극의 그로테스크풍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자리 작 「위비대옥 Ubu roe」으로부터 비트락, 쥬네 등의 작품 속에 재삼 나타나는 변화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연 어떤 연극 효과가 새로이 창조되었는가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이들 이미지들은 역사 속에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로운 인간 「모습」이 창조되는 과정을 기술함에 있어 저자는 연극적 「영웅」이 어떻게 대치되는가를 보여준다. 가정이나 공동사회는 이제 도움을 주지 못하며, 개인은 더 이상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익명의 힘에 좌우될 뿐이다. 영웅의 정체는 점차 의문시되고 축소되며 양식화되고 있다. 진정 인간의 휴머니티는 변화되어 버린 것이다. 즉 일반 객체가 인간과 평등한 수준에 올라서서 인간의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초현실주의와 콕토 이후 객체의 해방은 극적으로 확장되어 왔으며 이제는 인간 자신까지도 하나의 객체로 해석되고 있다.

이 계열의 첫 작품은 자리 작 「위비 대왕」으로, 아버지 위비와 어머니 위비는 마리오네뜨 같은 괴기스런 캐리커추어로 묘사되며 그 생김새나 사고방식에서 기계적인 완고함을 보여준다. 또한 아폴리네르는 「테레시아스의 유방 Les Mamelles de Tiresias」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없앴으며, 차리는 「가스 심장 Le Coeur á gaz」에서 목·코·눈·입 등 신체 부분으로 해체된 피조물로서의 인간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변형·분열·함정·의사소통의 불가능·정체의 불확실성 등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Kenneth Steele White, Man's New Shapes: French Avant-Garde Drama's Metamorphoses, Washington D. C.: University Press of America, 1979, 120p).

■ 데 시리코의 그림들

-M. 피지올로 델 라르코외 저

그리스 태생의 이탈리아 화가로 초현실주의의 창시자들 중 하나였던 시리코에 대하여 알아본다는 것은 현대 회화의 한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이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는 초현실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다가 한계에 부딪히자 차츰 사실주의적, 고전적인 그림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선 시리코의 생애를 만화를 보듯이 쉽게 잘 얘기해 주고 있는데, 화가가 살던 시대의 기록들과 사진, 원고, 전람회 광고 등이 동원되어 매우 충실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화가의 전기는 그의 그림을 아는데 필수적인데, 그의 생애가 매우 신비에 싸였었기 때문이다. 네 사람의 저자들은 풍부한 인용을 통해 시리즈의 「형이상학 미술」과 「환각」, 그리고 신화와 가상의 미술관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나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다. 올림피아적, 희랍적인 장엄성과 로마적인 아이러니가 번갈아 번득이는 시리코의 그림 세계야말로 피란델로가 쓴 극작품의 주인공들만큼이나 복잡하고 심리적이다. 여기에다가 독일적인 것들에 의한 영향을 받아, 시리코의 작품이야말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세나라 화가가 함께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은데, 이러한 시리코 예술의 신비를 이 책은 잘 파헤쳐 보이고 있다. 특히 화가가 니체에게서 받은 영향을 기술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M. Fagiolo dell'Arco, A, Jouffroy, W. Schied et D. Porzio, De Chirico, Chêne-Hachette, Paris, 1980, 314p, 171 planches, 393 illustrations)

■ 아서 밀러의 연극 에세이

-로버트 A. 마틴

미국의 연극을 관찰한 밀러의 26개 에세이, 많은 인터뷰 기사, 1936∼1977년 동안의 작품 연대표 등을 수록하고 있으며, 1944년 밀러의 브로드웨이 데뷔 시절부터 1977년 케네디 센터에서의 공연에 이르기까지 15개 작품 초연 당시의 출연진 명단과 공연 세부사항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밀러의 주 관심사는 「자기 정당화」 즉 스스로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는 인간의 강박 충동,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올바른」 위치를 획득하려는 인간이었다(1949년 에세이 「비극과 평범한 사람 Tragedy and the Common Man」에서). 밀러는 신분이나 지위가 아무리 비천하다해도 도덕적인 자아 충족과 순수를 갈망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투쟁을 겪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열중」은 자기가 속한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과 원리」에 정반대되는 입장으로 인간을 끌고 가기도 한다. 이러한 힘과 원리는 때로는 건설적이나(작품 「내 아들들 All My Sons」과 「다리 위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 보통 타락한 것이며(작품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과 「시련 The Crucible」,「비시에서의 사건 Incident at Vichy」), 항상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밀러는 에세이 「신들의 그림자 The Shadow of the Gods」(1958)에서 비극적 영웅은 가장 위험한 적수를 가정 외부에서 맞게 된다고 말한다. 밀러는 모든 것과 모든 인간을 왜곡시키고 침식시켜버린 1930년대의 경제공황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에세이 「비극과 평범한 사람」에서 밀러는 「일정 불변의 사회환경」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간을 방해하고, 또 자기 주장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그를 이끌어 갈 때 비극적 갈등은 발생한다고 말한다. 진지한 극은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은 어떻게 외부 세계를 하나의 가정으로 만들 것인가 ?」(1956년 에세이 「현대 극속의 가정 The Family in Modern Drama」에서)

그러나 밀러는 지난 15년 동안 어린이와 강압적인 아버지, 시민과 강압적인 사회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던 비극적 갈등에 대한 원래의 개념을 버렸다. 이제 자기 정당화의 개념은 사회적 계약뿐 아니라 일반적인 죄에까지 확대되었으며, 오만하고 강박적인 인간의 독단도 배제되고 말았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밀러는 법을 「상징적이고 확정적인 가치 체제」로 보았으며 따라서 「법과 법률가, 경찰관, 법정, 재판관 등을 진리와 정의, 윤리의 대변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적 암시는 밀러의 에세이에까지 확대되어 있다.

(Edited by Robert A. Martin, The Theater Essays of Arthur Miller, New York: Viking Press, 1978, 4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