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이전에 대한 각 계의 반응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의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전환기를 맞았다.
문화 창달을 향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현재의 중앙청이 민족박물관으로서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일 계획이 확정됨으로써 고고(考古)미술사적 박물관에서 민족사적 성격이 보강된 새로운 모습의 박물관으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공보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청 이전 확장 계획을 발표, 올해 안에 기본 설계를 마치고 연말께 건물 내부의 개수공사에 착수하여 85년에는 새 박물관을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이광균(李光均) 장관은 「중앙청으로 이전될 중앙박물관은 이 건물의 쓰라린 기억을 살려 현재의 중앙박물관 기능에 독립투쟁의 역사를 포함,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현양하도록 기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확장될 중앙박물관은 전통문화를 올바로 인식시켜 주는 사회교육의 현장이 되도록 하겠다」며 「학-예술-언론계 등 각계의 광범한 의견을 듣고 세계 각국의 대표적 박물관의 기능을 참작하여 문화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1908년 9월 기울어져 가는 국운 앞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창경궁 안에 이왕가(李王家)박물관으로 출발한 국립중앙박물관은 74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청 이전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청 새 박물관…… 바람직한 모습은>
「수도의 핵을 문화일색(文化一色) 지대로」 김수근(金壽根: 건축가): 중앙청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은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것이며 우선 환영해야겠다…… 조그마한 쇼비니즘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문화적 차원의 높이와 질을 보여주고 우리 한국인의 마음의 넓이도 세계에 입증하고 우리의 자신감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현 중앙청 일대가 문화일색의 지대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하다. 이번의 일을 계획 결정함에 있어서 그 용기와 결단은 대단히 어른스러운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회화(繪畵)전시실 필요」 김동리(金東里: 예술원 회장): 민족의 산 역사를 보존할 곳은 현 실정에서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관의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새 박물관 내에 옛 것과 지금을 연결시켜주는 연계성을 갖도록 60년 미술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회화 전시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소가 협소하다면 방 하나만이라도 현대 회화 부분에 꼭 할애돼야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적극 찬성한다…
「각 분야 균형 맞게」 이두현(李杜鉉: 서울대 교수): 아무튼 굉장한 뉴스다…… 새 박물관의 조직은 현행 국립중앙박물관이 고고(考古)역사와 고 미술에 치우쳤던 것을 청산하고 외국의 유수한 박물관들처럼 고고역사 민속인류미술이 조화 있게 같은 비중으로 짜여져야 할 것이다. 각 분야별로 동등한 지위의 관장이 따로 있고 이를 총괄하는 대표 박물관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상 동아일보 3. 17일자).
<민족문화 선양의 장>
김철준(金哲埈: 서울대 교수):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우선 협소하고 시설이 비근대적이었다. 중앙청 건물을 주축으로 경복궁 내 모든 시설을 활용하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이나 보스턴박물관에 비해 손색이 없는 시설이 될 것이다… 중앙청이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것을 계기로 세종로 일대가 세종문화회관 등과 연결되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가꿔져야 한다.
진홍섭(秦弘燮: 이대 교수): 일제침략자들의 중추 신경적 구실을 했던 옛 조선 총독부 자리에 우리 민족문화의 얼이 깃든 박물관이 세워진다는 사실은 무척 감회 깊은 일이다. 내부를 박물관답게 꾸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원도 한국적으로 가꾸어 우선 분위기를 바꾸는 동시에 우리 문화의 정수가 집결된 역사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영호(鄭永鎬: 단국대 교수): 한 마디로 중앙청을 박물관으로 전용하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거 36년간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 침략의 본거지에서 우리 정부가 그곳에 박물관을 세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황주영(黃壽永: 동국대 총장): 어떤 기구를 확대할 때나 혹은 합할 때 출발의 중심적 핵심을 어떻게 잡느냐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금세기 초반부터 축적된 국립박물관의 전통이 보존되는 차원에서 새 출발했으면 좋겠다.(이상 서울신문 3. 17자)
<새 계획·연구·준비 등 필요>
국립박물관으로 중앙청 건물이 쓰이게 된다는 것을 환영한다. 일본 총독부 건물이라고 부수려던 생각도 있었지만 국민이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문화유산의 전당으로 바뀐다는 것은 중대한 결정인 것이다… 현재의 건물이 지나치게 작아서 외국의 한 개인 박물관·대학 박물관보다도 작았던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전시하는데는 새로운 계획·연구·준비가 필요하다…(손보기·연세대 교수)(부산일보 3. 18자)
국립중앙박물관 연혁
년 월 일 |
연 혁 |
1915. 12 1926. 06 1939. 04 1940. 10 1945. 09 1946. 04 1950. 11 1950. 12 1953. 08 1953. 10 1954. 12 1958. 1968. 07 1969. 05 1972. 07. 19 1972. 08. 25 1973. 10. 12 1975. 07. 02 1975. 08. 20 1978. 12. 06 1979. 04. 12 |
박물관(조선총독부) 창립 경주분관 설치 부여분관 설치 공주분관 설치 국립박물관으로 개편 개성시 박물관을 흡수, 개성분관으로 개편 부산에 국립박물관 임시본부 설치 소개 국립민속박물관을 흡수 병합 남산분관으로 개편 본관 서울 복귀 본관청사 경복궁청사에서 남산분관(국립민족 박물관)으로 이전 본관청사 남산분관에서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 남산분관 폐지 문교부에서 문화공보부로 이관 덕수궁 미술관을 흡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제 개편 본관청사 경복궁내 현 청사로 이전 개관(66년 착공) 공주분관 신축개관(1972. 6월 착공 동년 12월 준공) 경주박물관 신축 이전(1968. 착공. '75. 6 준공) 각 분관을 지방박물관으로 승격 광주박물관 신축 개관 문화재관리국 민속박물과늘 당관 소속으로 흡수 |
<새 국립중앙박물관 이런 모습 되었으면>
「역사교육의 장으로」 이승우(李丞雨: 한국건축가협회장): 조선조 왕궁자리였던 것을 감안할 때 정부관서가 아닌 문화적 건물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다… 일본 총독부 건물인 중앙청 건물을 그대로 살려 후손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쓰라린 과거의 상징으로 보여줌으로서 역사적 교훈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와 함께 요청되는 것은 그 곳을 본디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이다.
「서민 생활사를 한눈에」 김정배(金貞培: 고려대 교수): 우선 협소했던 박물관을 더 넓은 장소로 옮기게 됨을 환영한다. 여태까지 고고학·미술사 중심으로 치우쳤던 박물관 운영은 새로이 맞은 넓은 지역을 활용, 일반 서민의 생활사를 담을 수 있는 박물관으로 모습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친근하고 참신한 박물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충분한 전시공간 확보」 김원룡(金元龍: 서울대 교수): 중앙박물관의 시설 확충은 원칙으로는 현대식 기능을 갖춘 새로운 대규모 건물을 건립하는 게 최선책이다. 그러나 국가 현실에 비추어 이번 조치와 같은 중앙청 이전도 훌륭한 차선책이라고 본다…… 끝으로 중앙청 광장을 문화공원으로 만들어 완전무료 개방, 시민의 배움과 휴식처 역할을 하도록 해 이전될 중앙박물관의 환경이 일반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독립기구의 운영」 김재원(金載元: 초대 국립박물관장): 규모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직제의 대폭 개편과 대규모 운영 예산의 확보라는 문제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특히 관장의 직급 격상 문제는 아주 중요하고 절실하다. 관장 직급은 이번 이전을 계기로 최소한 차관급 이상으로 높여야한다고 본다…… (이상 중앙일보 3. 18자).
<경복궁 전체를 박물관으로>
중앙청을 중앙국립박물관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60년대부터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주장돼 왔는데 이번에 정부에 의해 확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경복궁 내에는 국립박물관 외에 근정전 정원·경회루 부근에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재정비·재정돈하여 경복궁 전체를 박물관화하여야 할 것이다… 유물의 발굴·전시보다도 발굴된 유물을 잘 보존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이은창(李殷昌)·효성여대 박물관장) (대구매일 3. 19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