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이 된다

종합 중앙박물관을 생각하며




손보기(孫寶基) / 연세대 교수

박물관의 교육과 전시

중앙청이 박물관으로 쓰인다는 것은 누구나가 느끼고 말하듯이 군림의 자리가 시민의 것으로 된다는 데서 기쁜 일이다. 우리의 과거를 배우고 즐기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문화의 전당으로 바뀐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중앙청, 경복궁의 뜰 안에 겨레의 문화 전시장, 교육기관, 도서관, 연구소 등이 되어 어느 때고 찾아 배우고 즐기고 생각할 수 있어 누구나 문화의 주인으로 창조의 바탕을 누리게 될 것이다.

깊은 연구와 많은 자료를 통해서 각 시대의 배경으로 하는 문화를 이해하고 실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류의 문화 속에서 한국 문화가 차지하는 자리와 이바지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기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아울러 전시하고 견주어 보고 각기의 특성을 느끼게 할 것이다. 활자 인쇄의 발명, 종이의 생산, 측우기의 발명 등을 비롯한 전통 과학의 발달도 전시되어야 할 분야의 하나이다. 전시를 체계 있고 깊이 있게 입체화하면 모두가 역사와 더불어 숨쉬고 배울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종합박물관으로서 전시에 쓰일 공간이 늘어나면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분야의 전시가 가능하게 될 것이나 여러 분야를 모두 전시하기에는 공간이 넉넉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본 전시와 계절 전시로 나누고 계절 전시는 3개월 단위로 바꾸어 가면 주어진 공간을 2배, 3배로 늘리는 셈이 될 것이다. 중국의 고궁 박물원은 3개월마다 전시를 바꾸어 가고 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도 새로운 전시를 보기 위해 한 번만이 아니라 자주 박물관을 찾게되고 평생 교육의 효과를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의 전시도 특별 전시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소홀히 되어온 느낌이 있다.

박물관의 조직

박물관의 목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조직이 바탕이 되는 것으로 박물관의 구실은 자료의 수집, 보존, 연구, 기록, 사진, 실측, 영화화, 연구성과의 출판, 비디오화 등이 따라야 한다. 이들을 이해하고 배우게 하는데는 효과를 크게 하는 연구가 필요한데 전문가가 많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전문가들에게는 전시되지 않은 자료와 연구 도서들을 참고하게 하여야 하므로 박물관에는 부관장 제도가 분야에 따라 마련되어야 하고 분야에 따라 부장 제도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 말하는 Curator제도가 이루어져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실제를 관장하는 체제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마다 분야 전문가들에게 전문 분야의 연구, 자료수집, 발굴 등을 통해서 연구하고 그 결과만을 전시, 교육, 강의하게 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각 분야의 연구, 전시 교육이 직접 연결되고 그 바탕에서 전시를 바꾸어 간다면 각 분야의 전시 내용에 따라 전공 분야 연구원들이 맡아서 전시교육 하게될 것이다. 전시 공간을 2∼3배로 쓸 수 있도록 계절에 따라 각 시대, 각 분야의 전시 내용을 바꾸어 가려면 한 분야에 상당한 수의 연구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 분야마다 미술 전문가를 두어 전시를 위한 준비가 계속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일을 위해서는 단기, 장기의 강의와 연구과정이 세워져야 하고 분야별, 단위별 전문가의 양성을 해나가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보존 과학을 위한 강의 제도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은 단기 과정과 장기 과정으로 나누어 실시한 필요가 있다. 루부르박물관에는 박물관 철학, 박물관학을 강의하며 박물관 요원을 키워가고 있다. 매년 5천 명의 학생이 4년 과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특수 박물관에서는 관장, 부관장, 연구관들이 교수직을 겸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받는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있다. 현재 문공부에서 각 대학의 학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요원을 기르는 계획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보존관의 양성을 통해서 전국 각 곳에 파견하여 유적·유물의 보존 상태를 연중 살펴보고 하고 있는 것도 요원 양성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한다.

종합박물관에는 전시분야에서도 자연환경, 체질인류, 문화인류, 선사, 역사의 전시대(근대·현대사 포함), 생활, 과학예술, 보존과학 등의 분야를 세워야 하며 우선은 가능한 것을 먼저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부족한 것은 각부에서 강의 과정을 마련하고 이에 연구소가 따라야 할 것이다.

박물관의 조직에서 위의 각 분야의 연구실, 유물 자료실, 도서실 등이 마련되고 전문가는 늘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을 위해서는 박물관 대학을 세워서 학위 과정도 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박물관 운영

박물관의 운영에서 관람객의 수는 연구 전시의 활성화에 따라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국민의 평생교육은 성과가 커지며 국민의 긍지와 역사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 운영은 학문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야 하므로 정부가 적극 돕고, 국민을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이 국민의 전당으로 이룩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의 조직, 운영에서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각 분야 전문위원회가 있고 각 분야에서 전체 박물관 위원회 위원이 선출되어서 그들이 방향 설정을 해나가야 좋은 줄 안다. 이 위원회는 중앙박물관의 운영만이 아니라 박물관 철학, 방향, 지방이나 대학 사설 박물관의 설치 발전 계획을 도와주고, 전국 각 지방의 문화재 관리, 보존, 전시 관계 사업도 지도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방 각 문화재의 설명판에도 많은 오류가 있어 외국어를 포함한 설명을 개선하고 보충해 나가야 할 것도 중앙박물관에서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에는 연구위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어 우수한 인재들이 경쟁하며 일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다.

훌륭한 박물관을 뒷받침하려면 자료수집, 보존,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문화의 연구를 후대에 남길 생각이 앞서야 하며, 자료 수집, 발굴, 기록, 연구 등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의 목적을 훌륭히 이룩하려면 여러 분야의 전문위원의 의견을 듣고, 또 전문인원의 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에서 학위 과정을 만들고 교육할 인재를 박물관 사업에 흡수하고, 지방 박물관에 보내야 하므로 일반 교양 강좌와 더불어 전문 인원 양성이 시급하다. 이러한 사업을 밀고 나가려면 박물관 직원에 대한 우대가 필요하고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민간의 참여와 협조가 있을 때 더욱 잘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자료실과 연구소에 많은 공간을 주어야 하고 이들은 전문가 양성과 전문가의 연구를 도울 수 있는 것으로 쓰여져야 할 것이다.

새 박물관에는 전시방법, 보존방법 등에 있어서 과학화하여야 할 것이 더욱 요망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급한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공간 이용

전시공간은 1, 2, 3층으로 하고 4, 5층은 각 연구부, 또는 연구소, 자료실, 도서실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속 건물은 장차 각부의 연구소로 쓰는 것이 마땅하고 교양강좌, 전문강좌 등은 다른 건물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청 남쪽의 담에는 나무를 심고 이 자리에는 경복궁 안으로 옮겨졌던 일부의 석조 예술품을 각 시대 생활과 연결시킨 야외 전시가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건물 공간과 관련하여 외모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앞쪽 가운데 있는 돔은 총독의 식민지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돔은 그대로 두어둘 필요가 있지만 외모로 나타나지 않게 기와로 이은 8각정으로 씌웠으면 좋겠다. 습기를 덜 받게 하며 외관으로 전통미가 나타날 것이다. 날일(日)자 건물의 지붕도 그 위에 다시 한식의 복도 건물을 덧 세우고 그 공간은 시민들이 올라가서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게 하면 새로운 휴식처가 마련되고 친근감도 들게 될 것 같다. 검은 기와보다 청색을 칠하거나, 또는 청기와를 씌우면 푸른 지붕의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문화의 전당이 된다는 데에도 큰 뜻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