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의 현주소
이광복(李光馥) / 소설가
■ 개요
이 나라 근대 정치의 요람이었던 중앙청 청사를 박물관으로 활용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정 발표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호암 미술관이 개관되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중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박물관의 현주소를 찾는데 제1번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이번에 새로 문을 연 호암 미술관은 시설이나 소장품의 양적·질적 규모에 있어서 가히 민간 박물관 가운데 정상급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박물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중앙청 청사를 선뜻 전시장으로 내놓은 것과 때를 같이해 이와 같은 민간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문화 창달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또 일반 국가들, 특히 문화 지향적 시민들도 옛 것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은 해마다 증가하는 박물관 관람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고 하겠다.
그 뿐 아니라 각 대학은 물론이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도 이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예로 우리는 대학 박물관이나 기업에서 세운 박물관을 쉽게 연상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이나 개인의 박물관을 개설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만큼 어려움이 따르는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박물관이야말로 수익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수익성을 갖지 못하는 박물관이 왜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아마 각기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가(史家)는 사가(史家)대로,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예술인은 예술인대로 박물관을 바라보는 견해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은 그만큼 다양하다. 역사의 고증이나 고고학·미술학·민속·상업·과학 및 인류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은 실로 광범위한 기능을 담당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박물관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역사가 숨쉬는 현장이라도 무방할 것이다. 박물관이야말로 인류가 살아온 모든 흔적들을 총체적으로 간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하찮은 유물 한 점에서도 엄청난 학문의 실마리를 끌어낼 수 있으며, 그런가 하면 그렇듯 한 학설이나 이론이 박물관의 자료에 의해서 묵살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박물관은 인류가 남긴 모든 지혜들이 생생하게 살아남아 숨쉬는 곳임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릇 기원전 3백 년 경 알렉산드리아에 최초의 박물관이 세워진 이래, 세계 곳곳에는 무수한 박물관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따라 박물관의 목적이나 기능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본래 박물관은 대외국간 고급의 고고학 자료와 미술품, 역사적 유물, 그리고 학술적 자료를 널리 수집·보존·진열하고 일반에게 관람케 함으로써 학술 연구의 자료를 삼아 사회 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박물관이 여가 선용 또는 휴게소로서의 기능까지 아울러 감당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박물관의 소장품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학술적 자료이기도 하지만 휴식을 필요로 하는 모든 현대인들이 완상(玩賞)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이 학술적이 아닌, 휴식이란 측면에서도 함께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박물관의 역할이 커지자 세계 각국에서는 관광이라는 관점에서도 박물관 사업을 매우 중요시하는 경향이며, 우리나라 역시 이 점에 깊이 유의하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중앙청 청사를 88년 서울올림픽 이전에 개관한다는 정부 방침이 그 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는 어떤 박물관들이 있을까. 통상 박물관을 수집된 유물의 내용에 따라서 미술·과학·역사 등으로 나누며 시설의 위치와 직능에 따라서 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으로 나눈다. 그리고 누가 박물관을 설립했느냐에 다라 국립, 공립, 사립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전시품의 성격이 특수할 경우 때에 따라서는 특수 박물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용어는 국내의 경우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고, 다만 통례적으로 쓰일 뿐이다.
한편 범세계적인 박물관 단체인 세계박물관협의회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약칭 ICOM)에는 현재 1백여 국가의 각급 박물관이 가입해 있다. 이 단체는 1946년 조직되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ICOM(아이콤) 한국위원회가 구성돼있다. ICOM 한국위원회는 1977년에 결성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ICOM 한국위원회는 ICOM 규약 제3조에 의거, 비영리적인 항구단체로서 인류문화의 유물, 유적과 환경자료를 수집·보존·연구·전승하고 일반에게 공개 전시하여 학문·교육·연구를 위한 박물관 사업을 협조하고 나아가서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작년 말 현재 한국위원회 회원은 개인 11명, 단체 7개 박물관이었으나 올해에는 더 많은 개인과 단체가 가입할 전망이다.
또 국립박물관 이외에 경주·공주·부여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 흩어져 있으며, 각종 민속 박물관, 대학 박물관, 사설 박물관이 도처에 분포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77여 개의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가진 미술관까지 합치면 그 수는 1백여 곳을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사설 박물관은 따로 한국민중박물관협회를 결성해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한국민중박물관협회는 1976년에 결성되어 서울 중구 황학동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약 30여 박물관이 이 단체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협회 민중박물관에 필요한 제반 사무를 통괄하고 회원 상호간의 복리와 협조를 도모하며 나아가서는 민중문화부흥 운동을 통하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존 부흥시킴으로써 우리의 현대문화 건설에 기여한다는 취지 아래 발족되었다. 이 단체는 이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사장된 골동품을 공개된 민중의 문화지로 양산화 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펴나가고 있다.
참고로 한국민중박물관협회의 정관에 명시된 회원의 자격과 회원의 구분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회원의 자격은 소장 문화재를 전시 공개하여 국민문화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로 되어 있으며 회원은 종합 박물관, 전문 박물관, 민속 박물관, 학교 박물관, 종교 박물관, 마을 박물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사립박물관의 유형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가. 종합 박물관: 3개 분야 이상의 고고미술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전시 연구하는 사립박물관.
나. 전문 박물관: 2개 분야 이하의 특수한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전시 연구하는 사립박물관.
다. 민속 박물관: 민속 분야의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전시 연구하는 사립박물관.
라. 학교 박물관: 각급 교육기관에서 부설한 전시시설.
마. 종교 박물관: 종교 단체에 부설된 문화재 전시시설.
바. 마을 박물관: 일정한 사업체에 부설된 문화재 전시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박물관 실태는 어떠한가.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나와 있지 않으면, 국내 박물관이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통계조차 찾을 길이 없다. 그렇다고 박물관의 각기 다른 성격과 형태를 무시한 채 몇몇 박물관만 임의로 선정해 표본조사를 하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표1> 박물관의 주소지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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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물 관 |
개 관 일 |
대표자 |
주 소 지 |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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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 박물관 건국대학교 박물관 경북대학교부설 박물관 경희대학교부설 박물관 고려대학교부설 박물관 공주사범대학 박물관 광주시립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금정 민속박물관 단국대부설 석주선 기념 박물관 덕성여자대학 박물관 동덕여자대학 박물관 동아대학교 박물관 명지대학교 박물관 부산대학교 박물관 부산직할시립박물관 서강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성신여자대학 박물관 세종박물관(세종대학교부설) 숙명여자대학교부설 박물관 안동대학 박물관 원광대학교 박물관 연세대학교 박물관 영남대학교 박물관 연세대학교 박물관 영남대학교 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인천직할시립박물관 전남대학교 박물관 전북대학교부설 박물관 전주시립박물관 제주대학 박물관 |
1979. 5. 1 1963. 3. 1959. 5. 1955. 10. 1937. 9. 1964. 8. 12 1963. 5. 1915. 9 1931. 3 1975. 4. 11 1939. 4. 1915. 12. 1979. 10. 1 1981. 5. 2 1971. 5. 17 1977. 5. 27 1959. 11. 1 1979. 2. 5 1964. 5. 1978. 7. 11 1975. 3. 25 1964. 1966. 9. 1 1973. 5. 5 1971. 6. 10 1979. 3. 12 1968. 1. 1 1965. 3. 15 1968. 5. 15 1952. 1964. 4. 1 1957. 4. 1946. 4. 1 1957. 4. 1961. 5. 1 1963. 10. 15 1967. 3. 20 |
박한설 박영석 문경현 황용혼 박병채 안승주 최계원 한병삼 홍빈기 지건길 서성훈 최희순 김한석 석주선 김영나 홍성욱 문영상 이광인 민성기 박경원 김열규 이공범 조기홍 이창도 윤혜원 임세권 하재창 황원규 정영화 황원규 정영화 진홍섭 김동정 지준삼 김준영 전영래 현용준 |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2 동산22 서울시 성동구 모진동 93-1 경북 대구시 북구 산격동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1번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5가 1번지 충남 공주군 장기면 신관리 광주시 서구 구동 21번지 경북 경주시 인왕동 76번지 충남 공주군 공주읍 중동 283번지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내 충남 부여군 부여음 관북리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부산시 도래구 온천동 100번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산8번지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14번지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23번지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3가 1번지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산 4-2 부산시 동래구 장전동 산 30번지 부산시 남구 대연동 948-1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1-1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3-53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3가 249-1 서울시 성동구 군자동 산 2번지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53-12 겨욱 안동시 명륜동 342번지 전북 이리시 신용동 344-2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 경북 경산국 경산읍 대동 214-1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인천시 중구 송학동 1가 11번지 전남 광주시 북구 용봉동 300번지 전북 전주시 덕진동 1가 66414번지 전남 광주시 북구 용봉동 300번지 전북 전주시 덕진동 1가 11번지 전북 전주시 풍남동 3가 102번지 제주시 용담 2동 581번지 |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전문 종합 종합 전문 전문 전문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전문 전문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종합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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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물 관 |
개 관 일 |
대표자 |
주 소 지 |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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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박물관 청주대학교 박물관 충북대학교 박물관 태평양박물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
1964. 6. 22 1969. 11. 10 1970. 9. 27 1979. 12. 12 1967. 12. 1 |
진성기 김영진 이수봉 전완길 안휘준 |
제주시 삼양 3동 2506-2 충북 청주시 내덕동 36번지 충북 청주시 개신동 산 48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 656-9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72-1 |
전문 종합 종합 전문 종합 |
물론 박물관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박물관을 순회하여 그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편법으로나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조사한 관련 자료를 근거로 국내 박물관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해 전국의 박물관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을 위한 공문서를 발송한 바 있고 이에 따라 41개 박물관이 해당 자료를 제출하였다. 따라서 이 보고는 문예진흥원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41개 박물관을 대상으로 종합 분석한 것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실태를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이 점을 밝혀두며,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박물관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정확한 현황이 파악되리라 기대해 본다.
■ 박물관의 분포
먼저 이번 조사에 자료를 제출해준 박물관과 대표자, 그리고 소재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이번에 집계된 자료를 살펴보면, 전시품의 내용에 따라 대체로 그 성격이 드러난다. 편의상 여러 자료들이 골고루 수집 전시된 박물관을 종합 박물관이라 하고, 어느 특정 분야만을 중점적으로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는 박물관을 전문 박물관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를테면 전시품의 표제에 따라 이와 같은 분류가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고고, 역사, 미술, 민족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전시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자에 해당하며 단국대학교 부설 석주선 기념 민속박물관이나 태평양박물관 등은 후자에 속한다. 이런 기준으로 종합 박물관과 전문 박물관을 구분, 어떤 박물관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이상에서 소개한 41개 박물관 가운데 종합 박물관이 31개로 단연 우세고, 전문 박물관은 10개이다. 이들 10개 박물관을 좀 더 세분해 보면 국립박물관, 금정 민속박물관, 단국대학교 부설 석주선 기념 민속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부설 박물관, 안동대학교 박물관, 제주대학교 박물관, 제주 민속박물관 등은 민속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덕성여대 박물관은 공예와 민속자료를 수집해 특색 있는 박물관이 되고 있다. 도 태평양박물관의 경우 화장사(化粧史)관과 다예(多藝)관으로 나누어져, 화장사(化粧史)관은 문자 그대로 우리나라의 화장사(化粧史)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다예(多藝)관은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다구(茶具)들이 진열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 개관되지 않은 한양대 박물관은 장차 산업박물관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 박물관은 서울에 19개소, 지방에 22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전국의 모든 박물관을 총망라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이 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항은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으나 박물관은 도리어 지방에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지만 모든 문화는 서울에 편중된 인상인데 박물관은 지방 각지에서 골고루 세워져 있음을 보게 된다. 이는 문화의 공동 분배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지방에 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표1>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지방의 각 대학,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기울인 결과이다.
■ 시설의 확충
이번 조사대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박물관은 1915년 9월에 문을 연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다음은 같은 해 12월에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그러면 이들 41개 박물관은 어느 시대에 설립되었는지 참고 삼아 5년 단위로 나누어 박물관이 생겨난 추세를 알아보기로 한다.
1910∼1915·2개소
1916∼1920·없음
1921∼1925·없음
1926∼1930·없음
1931∼1935·1개소
1936∼1940·2개소
1941∼1945·없음
1946∼1950·1개소
1951∼1955·2개소
1956∼1960·3개소
1961∼1965·8개소
1966∼1970·7개소
1971∼1975·6개소
1976∼1980·7개소
1981∼ ·2개소
여기에서 우리는 1915년이래 15년 동안 단 한 곳의 박물관도 설립되지 않았음을 보게된다. 그러다가 1931년 3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립공주박물관이 물을 열었고 사립박물관인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1937년 9월에 선을 보였다. 그리고 1939년 4월 국립부여박물관이 개관함으로서 일제하에서 빛을 낸 박물관은 고작 5개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집요하고도 간악한 일제의 문화말살정책 아래서나마 박물관이라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박물관이 없었던들 일제는 이 땅의 모든 문화재를 일본 땅으로 송두리째 빼돌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제 말기에 해당하는 40년대 초에는 설립되지 않았으며 해방 후로부터 건국과 6·25 사변 등 격변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겨우 2개의 박물관이 생겨났을 뿐이다. 즉 1946년 4월에 개관한 인천직할시립박물관과 이화여자대학 박물관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박물관은 거의 6·25 동란 이후에 설립되었다. 특히 이 중 약 70%에 해당되는 박물관들은 최근 15년 사이에 개관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경제성장과 더불어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 졌다고 풀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 못지 않게 이 나라의 박물관 문화도 그만큼 신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재료라 하더라도 어떤 그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질적인 변화가 오는 것처럼 아무리 값진 문화재라 할지라도 전시할 시설이 없을 때에는 필연적으로 사장될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박물관 시설이 근래에 들어와 점점 확충되고 있음은 매우 괄목한 만한 일이라 하겠다.
지나간 60년대와 70년대에 대거 28개의 박물관이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 미처 집계되지 않은 여타 박물관까지 추산한다면 그 수는 더욱 불어날 것이다. 추측하건대 이번 조사에서 누락된 박물관 중에서도 이 시기에 개관된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박물관 시설의 증가 추세와 더불어 지난 한해 동안 2개소의 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한편 각 대학에서는 박물관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처 박물관을 마련하지 못한 학교에서도 수년 사이에 이러한 시설을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80년대에는 그 수가 훨씬 증가될 전망이다. 그뿐 아니라 국내의 유수한 기업에서도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몇몇 재벌기업은 벌써부터 문화재를 수집하는 등 박물관 설립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로 미루어 80년대에는 60년대와 70년대에 이어 박물관 수효가 크게 불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 설립자와 박물관
박물관이 누구에 의해 설립되었나 하는 것도 관심 있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설립자의 공과(功過)를 따지기에 앞서 누가 설립했느냐에 따라 그 박물관의 설립 목적·성격·특징 따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총 41개 박물관을 설립자에 따라 국립, 시립, 사립, 대학박물관 등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좀더 엄격히 구분한다면 대학박물관도 국립과 사립으로 이원화될 것이지만 굳이 그렇게 분류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대학박물관은 바로 학업의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박물관이 모든 사람의 공유물이라 한다면 대학박물관이야말로 학자와 학생의 전유물일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학에 부설된 박물관은 바로 모든 학문을 뒷받침해주는 「자료관」 내지 「자료 집합시설」로서의 기능을 감당하는 셈이다.
<표2 설립자별 분포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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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
국립 |
시립 |
대학 |
사립 |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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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수 |
5 |
4 |
29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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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분 비 |
12.3 |
9.7 |
7.7 |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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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물관의 설립 주체는 단연 대학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단순히 숫자상으로 따진다면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대학에 의해 주도된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이처럼 각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살아있는 교육」에 근접하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공허한 이론을 배제하고 생생한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박물관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로는 기업의 박물관 설립이 부진하다는 인상이다. 물론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막대한 예산으로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줄 안다. 하지만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차원에서도 기업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런 사실은 앞에서도 지적했듯 박물관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기업에 의해서 설립되는 박물관이 많아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는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하겠다.
■ 박물관의 활용
흔히 박물관을 구성하는 세 요소로서 관원(館員)과 자료와 건물을 든다. 아무리 멋진 건물과 자료가 있다 해도 관원(館員)이 없는 박물관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능한 관원이 있으나 자료와 건물이 없는 박물관이란 사실상 존재 의의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건물이란 건축물로서의 의미보다는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박물관의 공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박물관의 공간은 각종 자료가 온전하게 보존, 진열, 전시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용자에게는 바로 관찰과 연구의 현장이 된다. 그런 만큼 박물관의 전시실은 자료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꾸며져야 할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이용자가 불편을 겪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박물관의 규모는 어떠하며 이용자는 얼마나 되는가. 여기서 박물관의 면적과 연간 관람객 수를 알아보기로 한다.
이상에서 보듯 1천 평 이상의 면적을 가진 박물관은 총 41개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11개이다. 그 중에서 4개 박물관이 국립이며 나머지는 대학박물관이다.
<표3>에서 가장 넓은 면적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 영남대학 박물관은 2백 25평이 실내 전시실이고 나머지 3만평은 야외박물관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번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전시실을 가진 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부산직할시립박물관·전북대학교부속박물관 등으로 밝혀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제1실에서 제9실까지 모두 9개의 전시실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생업실(60평), 공예실(59평), 식생활실(59평), 주거실(96평), 복식실(96평), 신앙의례실(59평), 예능오락실(59평), 사회문화실(60평), 특별 전시실(110평) 등이다.
그리고 국내 박물관의 대표적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선사시대 전시설(83평), 고구려·백제실(84평), 고신라실(144평), 통일신라실(143평), 고려도자기실(111평), 이조도자기실(111평), 회화전시실(167평), 불교조각 전시실(161평), 불교공예 전시실(45평), 금속공예 전시실(44평), 특별 전시실(193평), 수정 전시실(45평), 동원 전시실(136평) 등 13개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부산직할시립박물관은 모두 6개의 전시실 외에 로비와 옥외 전시장을 가지고 있다.
<표 3> 면적과 관람객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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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물 관 명 |
면 적 |
관 람 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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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평 150평 1,224.52㎡ 1,600평 703평 54.8평 400평 750평 4,127.70평 1,063평 5,902평 4,474평 700평 749.66평 55.7평 30평 586평 250평 192평 31,075㎡ 40평 120평 70평 1,500평 150평 250평 760평 230평 30,255평 350평 135평 91평 1,33평 76평 315㎡ 500평 475평 1,200평 |
600명 2,300명 5,300명 2,500명 8,000명 900명 225,000명 1,068,290명 100,783명 210,000명 288,000명 610,618명 100,000명 6,457명 600명
11,984명 11,500명 3,000명 196,261명 1,000명 300명 380명 10,300명 10,300명 1,500명 21,160명 2,500명 3,500명 4,000명 14,500명 2,285명 7,000명
5000명 30,000명 2,500명 2,00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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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물 관 명 |
면 적 |
관 람 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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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박물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
121평 878.4평 |
4,908명 12,000명 |
이 박물관은 제1실부터 제6실까지 나누고 잇는데, 분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선사가야(45.45평), 가야(41.64평), 도자(45.45평), 역사자료(22.73평) 서화(61평), 공예(47.24) 등이다.
또 전북대학교부속박물관은 유물1실(84.24평), 유물2실(66.15평), 유물3실(169.02평), 유물4실(84.25평), 유물5실(129.60평), 유물6실(129.69평), 유물7실(129.60평), 유물8실(84.24평) 유물9실(84.24평) 등 총 1,333평을 9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소장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비교적 넓은 공간을 가진 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1백 평 미만의 소규모 박물관도 8개소나 된다. 이 협소한 면적에 몇 점의 유물을 전시할 수 있으며 한꺼번에 몇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연간 관람객수로 따졌을 때 1만 명 이상이 이용한 박물관은 15개소로 나타났는데 50%를 상회하는 22개 박물관의 관람수는 그 미만이었다. 나머지 4개 박물관은 아직 개관을 하지 않았거나 이용자 수를 밝히지 않았다.
관람객 수가 많기로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으뜸이다. 81년 1월에서 10월말까지 10개월 동안 무려 1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나 한 달 동안 10만 명 이상이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한 박물관은 모두 8개소였으며, 1천명 이하는 5개 박물관에 지나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박물관은 규모에 관계없이 언제나 이용자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 소장품과 전시유물
박물관은 각종 역사적 유물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일반에게 전시 공개함으로써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그러니까 박물관은 수집에 게을러서도 안되겠지만 전시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얼마나 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료들을 어느 정도 전시하고 있을까. 이번에는 박물관이 수집한 소장품과 전시품 실태를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가장 많은 소장품을 가진 곳은 연세대학교 박물관인데 총 13만 4천 6백 31점이 수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시품은 265점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41개 박물관 가운데 1만점 이상의 자료를 소장한 박물관은 위의 연세대학교 박물관·동아대학교 박물관·영남대학교 박물관 등이다.
그런데 전시품은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5천 6백 33점으로 가장 많으며 경희대학교부설 박물관·국립공주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원광대학교 박물관·전북대학교 박물관 등은 2천∼3천여 점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소장품이나 전시품이 많다고 해서 박물관의 기능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소장품 또는 전시품이 얼마나 가치 있는 자료인가에 따라 박물관의 위치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미술·고고학 등 여러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사항이다.
값진 문화재의 발굴과 함께 더 많은 박물관이 세워지고 모든 이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나라 문화는 찬란히 꽃필 것이다. 이번에 조사된 자료를 정리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아직도 시설이 빈약하다는 사실이었고, 이의 보완을 위해서는 당국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함께 박물관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겠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