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통문화예술의 확산. 정신생활문화의 보급

시조창의 계몽과 보급




홍원기 / 인간문화재

1. 서설

시조창은 오늘날 경향을 막론하고 방방곡곡에 은근히 메아리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얼과 멋이 풍긴 노래가락이다.

일제 36년의 세월이 아니었더라면 시조창은 온겨레에 장족의 발전과 보급과 아울러 대중화되었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겠다.

8·15해방과 더불어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문화유산이 다시 소생되어 동경과 탐구심에서 현저한 「붐」을 일으킨 가운데 시조창이 한 몫을 차지한 것은 국악발전을 위해서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하겠다.

36년간 일본 식민지 정치는 민족과 문화를 말살하는데 혈안이 되어서 억압을 당하고 눈치를 보고 말을 제대로 못하고 망국한을 풀어 볼 길이 없었던 차에 그 발산이 곧 시조시를 선택하여 풍자하였고 시조창으로 자위하며 고인의 정서와 긍지를 되찾아 본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곤 하였다.

8·15해방이후 각처에서 시조강습회가 열리고 시조창 경연대회가 연중행사로 열리더니 오늘날은 그 시조창 인구가 노소를 막론하고 증가일로로 불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조창은 이조 숙·경·영 삼대―국문학사적 견지에서 보는 가창왕성시대에 김천택 찬 청구영언 및 김수장 찬 해동가요 등 가집에 나타나는 시조시가 오늘날 시조창가로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사실은 두 시조집은 거의 가곡의 창가로 보아야 한다.

그러하니 시조는 가곡과 일맥상통되는 것도 많고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일반 인사들은 모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조시가 가곡 시조창 두 창에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가곡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가곡의 창가와 시조의 창가를 구분없이 중복되게 할 수도 있을 법하다.

가곡의 기원은 고려말―이조초로 추측할 수 있고 시조창은 이조 숙·경·영 시대의 이세춘 가객이 창안자로 오늘날에 가람 이병기선생은 언명한 바 있다.

같은 시조시가 가곡에서는 5장형식에 분배되고 시조창에서는 3장형식에 분배되기도 한다. 참고로 기본형인 가곡장단과 시조장단 그리고 배자구분을 기하면 다음과 같다.

16박



∙―




-


∙시조장단(기본형)

5박


,

8박



∙―







·

·

초장

이장

삼 장

사장

오장
















































·

·









·

·

초 장

중 장

종 장





















































·

·


·

·

※별지 악보

남창가곡 : 우조 초수대엽(동창이…)

평 시 조 : 동창이 밝았느냐

2. 시조창의 창제와 종류

크게 보아 서울중심 경기일원의 중앙제 또는 경제, 충청도 서해안지방의 내포제가 있다.

1. 경제의 종류 (국악보로 전승)

(가) 평시조 : (입문시조)

(나) 중기시조 : (중허리시조)

(다) 사설시조 : (말시조)

반사설시조 : (엇시조)

(라) 우조시조

(마) 평지름시조

(바) 중거지름시조

(사) 사설지름시조

(아) 우조지름시조

(자) 여창지름시조

2. 영제의 종류(도설보로 전승)

(가)평시조

(나)사설시조(반사설시조도 포함)

(다)각시조

(라) 향제 우조시조

(마) 향제 우조지름시조

3. 완제의 종류(도설보로 전승)

(가) 평시조

(나) 사설시조(반사설시조도 포함)

(다) 각시조

(라) 향제 우조시조

(마) 향제 우조지름시조

4. 내포제의 종류

(가) 평시조

(나) 사설시조

(다) 각시조

이상 사창제에서 평시조만은 대동소이하고 경제사설시조(반사설시조)와 영·완·내포·사설시조들은 소이대동하며 영·완·내표제의 반사설시조 및 사설시조들은 피차 창자에 따라 대동소이하다고 보는 바이며 경제의 중거시조·우조시조·사설지름시조·중거지름·우조지름과 여창지름시조 등은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시조인데 지방제에서 여창지름·우조시조·우조지름은 모방해서 쓰고 있는데 그중 우조 두 종류의 시조는 경제의 창가 그대로 같은데 가락은 변작하여 창하되 향제의 이름을 붙여 향제우조시조·향제우조지름시조로 행세하고 있다.

3. 창가형 및 배정시조

창가는 단형·중형·장형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초·중·종장중 각장이 ①15자 내외의 단형 즉 기본형은 평시조·평지름·중거시조·중거지름·우조시조·여창지름시조에 적격이며 ②단형의 2배이상의 자수를 갖는 장단은 사설시조·사설지름시조에 적격이며 ③혼합 단·장형은 반사설시조·우조지름시조에 적격임을 살펴보아 알 수 있다.

∙단형시조의 창가 및 시조곡명

(1)초장 :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하나 외다하나

중장 : 내몸의 하올일만 닦고 닦을 뿐이언정

종장 : 그밖의 여남은 일이야 분별할 줄 (있으랴) ―평시조―

(2)초장 : 가려 가려기에 성난김에 가라하고

중장 : 가는가 안가는가 문틈으로 예어보니

종장 : 눈물이 비오듯하여 뭉지적어 (못볼래라) ―중거시조―

(3)초장 :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중장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종장 : 사람이 제 아니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반지름시조―

(4)초장 : 청조야 오도고야 반가웁다 임의 소자

중장 : 약 수 삼천리를 네 어이 건너오다

종장 : 우리임 만단정회를 네 다 알가 하노라 ―여창지름시조―

(5)초장 :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저어 추강에 나니

중장 : 물아래 하늘이요 하늘가운데 명월이라

종장 : 선동아 잠긴 달 건저라 완월하게 하여라 ―우조시조―

(6)초장 : 주렴에 달비치었다 멀리서 나는 옥적소리 들리는구나

중장 : 오현금 가진 벗이 달뜨거든 오시마더니

종장 : 동자야 달밑만 살펴라 하마올뜻 (하여라) ―중거지름시조―

∙장형시조의 창가 및 시조곡명

(1)초장 : 꿈은 고향 가건마는 나는 어이 못가는고 꿈아 너느 어느 사이에 고향가 다녀왔노

중장 : 당상에 학발양친 기체후일향만안 하옵시며 규리에 홍안처자 어린동생들과 각 댁제 절이 편안트냐

종장 : 편키야 편터라마는 천리원정 너를 보내고 주야수심인데 어서 바삐 환귀하소

∙혼합 단·장형시조의 창가 및 시조곡명

(1)초장 : 석인이 이승 황학거하니 차지에 공여 황학루 로다

중장 : 황학이 일거 불복반하니 백설천재 공유유라 청천역역한양수여늘 방초처처앵무주 로다

종장 : 일막향관 가처시요 세파강상 사인추를 ―우조지름시조―

(2)초장 : 서상에 달비치었다 담장두에 화영이라

중장 : 엊그제 가신임이 월상사로 오시마더니

금로에 향진하고 오경종이 거위로되

삼오야 지새도록 독의난우하여 임보려

여태 앉았드라 그린 낭군께 전하여주렴

종장 : 아마도 유신하기는 명월인가 하노라 ―사설지름시조―

4. 시조창의 장단에 대하여

시조창의 장단은 장고까지 곁드림을 원칙으로 해서 운위한다. 경제의 사설지름시조를 제외하고는 초·중장이 다같이 5·8·8·5·8박, 종장이 5·8·5·8(1)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조창 한수를 창하자면 경제는 박 계산으로 총 87박이 소요된다. 종장 5·8·5·8박의 끝박은 8박이라 되어 있지만 1박에 끝나니까 실창은 87박이 되는 것이다.

정박

초 장

중 장

종 장

5


5

5


5

5

5



























8

8

8

8

8

8

8

8(1)











































¡

















사설지름을 제외한 일반 시조

∙부호 설명

(1)일정일박 : 한칸을 1박으로

(2) : 합장단. (떵) 좌: 장고채, 우 : 장심 ― 동시에

(3)… : 치는 부호. 채는 채편을 때리고 좌수장심은 북을 울린다. 요(더러러)채로 변죽을 부드러히 굴린다(변죽을 치면 그 반동으로 서너번쯤은 굴러진다).

○ : 고(쿵) 왼손당심으로 북편을 울린다.

∙ : 점(덕 또는 키)우수채 끝으로 변죽을 살짝 찍는 시늉을 내는 표.

¡ : 중타(키덕)겹채질. ∙ (+) ㅣ . 채끝으로 채편 변죽을 살짝 찍는 찰나에 잡아재쳐 강하 게 치는 표

〔예시〕시조보에 배자를 한다면

∙초장 : 5박 공명을

8박 즐겨마라

8박 영욕이

5박 반이로

8박 다

∙중장 : 5박 부귀를

8박 탐치마라

8박 위기를

5박 밟나니

8박 라

∙종장 : 5박 우리는

8박 한가한 몸이니

5박 두릴 일

8(1)박 이(없어라)

5. 시조창의 음계

남창가곡이나 여창가곡에는 음계관계상 조명이 머리말로 나오고 곡목이 있는데 반하여 시조창은 그러한 조명이 없이 곡명만 호칭하고 있다.

그러나 창 내용음계로 보면 평조음계로 된 것도 있고 계면조음계로 된 것도 있다.

6. 각 시조창의 내용과 특징(경제)

(1)평시조

초보자 입문시조로 온화하고 정대화평스러운 환경의 시조시를 택하고 자극스러운 것은 피한다.

(2)중거시조

일명 중허리시조라고도 하는데 「중거」의 뜻은 중간을 들어낸다는 것이다. 악보를 살펴보면 초장 삼각 후반가락을 든다해서 그런 호칭이 생긴 것 같다. 초장머리가 이자백이로 된 것이 많고 전체적으로 낭만성 전성이 많다.

(3)사설시조

평시조창에 비하여 배이상의 자수율이고 보니 자칫하면 글 읽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 쉽다. 고저강약 발음 등 재치가 요하는 시조라 하겠다.

(4)우조시조

황홀경이나 도취경지의 시조시를 택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

(5)평지름시조

전에는 그냥 지름시조로 적용하였지만 중거지름 등이 있어서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라 본다. 발산적인 회포를 가진, 격동적인 또는 폭발성의 시조시를 택하여야 효과가 있다.

(6)중허리지름시조

평지름 보다는 멋이 있고 낭만적인 시조시를 창하여야 효과가 있는 시조다. 중거시조와 같이 초장 삼각 중장 삼각 후반에서 들어내는 시조다.

(7)사설지름시조

연정적인 것, 낭만적인 시조시를 계면조적 성조를 잘 표현하여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8)우조지름시조

이조말엽 고종황제 때 가무별감인 최상욱(고인) 사사가 창안한 시조로 고차원적인 미묘한 기술이 요한 최난의 지름시조이다. 황홀경계에서나 한탄한 경지에서 효과가 더욱 빛나는 시조이다.

(9)여창지름시조

여성이 남창지름을 하는데 무리가 많아서 악성의 방지로 작곡된 여성위주의 시조다. 다른 시조같이 지름은 상층의 고음내기로써 시작되는 것인데 여기 여창지름은 평시조같이 평탄히 내게 되어 있는 창법을 가지고 있다.

7. 시조창의 계몽과 보급

서설에서 언명한 바 경향각처에 시조창이 계몽되고 동호자가 많이 있다하나 한가한 노인층이 많으며 또한 악보교재없이 구전심수로 보급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이 간다.

과거에 서울중심에서 강습이 빈번히 있었는데 요즈음은 시조 강습회도 전같지 않고 시조 층이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알고 있다. 향촌에 비해서 도심지대는 생활하기에 동분서주한 탓인지 여가선용의 동경도 없는지 8·15해방 후와 같은 정열은 사회환경 관계로 식어가고 있는 듯하다.

정부에서 문화예술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힘을 쓰고 있는 차제에 전통문화창달정책에 호응해서 조상이 물려준 시조창을 보급하는데는

1. 고등학교 이상 대학교의 국문과나 음악과에서 시조창 교육을 국악보 및 양악보의 비교교재로 수강토록 되어야 하며

2. 전국적으로 동계∙하계방학시기를 이용하여 중∙고등 음악교사들에 강습을 받도록 문교부에서 제도화되어야 하며

3. 교육방송국에서 격일제로라도 시조창교육을 유능한 사람으로 해서 TV화면을 통해 실시해야 보급이 잘될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바 국가적으로 적극 추진해주지 않으면 시조창 보급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