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통문화예술의 확산. 전통의 보급을 위한 나의 제언

전통예술의 공연장 마련을




박황 / 국악협회 자문위원

한마디로 말해서 전통예술은 오랜 세월을 두고 아직도 어려운 역경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분야별 전통예술인의 끊임없는 전통생활에 의해서만이 전통예술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할 수 있는데 그들은 활동무대를 갖지 못하고 활로가 막혀있으니, 전통예술은 위축일로를 치닫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연두교서 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통문화예술의 보호육성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저변확대와 보급에 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작한다는 것이 1년에 한 두 차례 종묘에서 제사지내는 제례악을 연주하는 아악만이 국악이요 전통예술로 인식하고 있고, 그러기에 아악을 관장하는 국립국악원은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정작 우리의 전통예술에 대하여는 인색하기 짝이 없으니 그저 한심스럽기만 할 뿐이다. 나는 여기서 아악은 국악이 아니며 전통예술이 아니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음악인 아악이 전래한 지 수백년이 지나 토착화되었고 국악의 한 분야로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마는, 그 음악자체는 일반국민과 거리가 먼, 아니 국민과 하등 관계가 없는 음악임을 감안한다면 아악에만 편중하지 말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전체 전통예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보다 과감하고 보다 적극적인 시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이의 실행이 앞서야 할 것이다. 말은 번질나게 전통예술의 부흥 운운하면서,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전통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상관할 바 아니라는 태도이니…. 요즘 극성을 부리는 가요에 밀려서 전통예술은 발붙일 곳이 없고 여전히 사회의 냉대를 받고 있으니 이러고서 어떻게 전통예술이 보호 육성될 수 있겠는가. 전통예술인의 활동무대는 라디오방송이나 TV, 그리고 극장뿐인데, TV의 전통예술에 관한 방송프로를 보면 인색하기 그지 없으며, 오늘날 극장에서 전통예술이 발표공연 된 적은 없다. 나는 여기서 불평불만을 털어놓자는 심산은 아니며 다만 전통예술인의 참담한 실정을 들어 전통예술의 발전을 위한 방안과 그 대책을 관계요로에 건의 또는 진정도 해봤으나, 어떻게 된 셈인지 결과는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의 격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 전통예술의 확산과 저변 확대를 위한 보급대안이란 원고청탁을 받고 보니 솔직하게 말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기왕 나에게 주어진 제목이므로 여기에 되풀이 하자면 첫째로 전통예술의 학교교육을 들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에게 전통예술을 교과목으로 선정하고 매주 한 두시간 이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각급학교에서 양악은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면서 우리의 음악과 예술은 돌아다보지도 않는 실정이 아닌가 말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전통예술의 이론과 실기를 지도하는 것이 국민적 차원에서 고도로 육성 발전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통예술의 학교교육은 여기에 뒤따르는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당장 실행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백년대계를 위하여 당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그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라디오 및 TV의 방송이다. 전통예술에 관한 한 방송프로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전파를 통하여 시청하는 일반대중에게 전통예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도를 높이며, 이해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통예술인의 활로가 트이게 될 것이며, 활로가 트이면 가진 바 기량이 남보다 월등해야 팔리게 되므로 전통예술인들은 각자의 인격도야는 물론 기예연마에 더욱 연구 노력할 것은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셋째로 전통예술을 연중 공연할 수 있는 무대시설의 마련이다. 지난날 서울 을지로 입구에 있었던 소극장 단각사가 불타 없어진 지 수십년이 되었건마는 전통예술인들은 여지껏 소극장 하나도 갖지 못하고 있다. 소극장 하나라도 있게되면 전통예술인들의 무대활동은 활발해질 것이고, 1년내내 공연을 갖게 됨으로써 일반대중은 그 기호에 따라 분야별의 무대공연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전통예술은 대중에게 친밀감을 주게 될 것이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하시고 관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자랑할 것은 전통예술인데, 공연장 하나도 없다고 해서야 말이 안되며 더구나 86아세안 경기와 88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에 각국의 선수와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생각하면 전통예술의 공연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넷째로 전통예술인을 길러낼 수 있는 연구기관의 설치문제이다. 이곳에서 기성예술인의 재교육은 물론, 신인을 양성하여 전통예술을 계승케하여 그 대를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은 전통예술의 확산과 저변확대를 위한 보급방안을 네 가지로 요약하였거니와 이것이 하루라도 빨리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