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통문화예술의 확산. 전통의 보급을 위한 나의 제언

판소리 예술의 올바른 이해




조상현 / 판소리보존협회 이사장

우리 겨레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수한 문화민족임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그러한 문화유산들이 나날이 보급, 확장 일로가 아닌 침체현상들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유산의 하나로 우리민족의 음악인 판소리의 역사는 한반도의 반만년 가까운 역사만큼이나 길고 긴 호흡을 같이해 왔던 것 같다. 한반도, 산 좋고 물 좋은 금수강산에서 음율은 절로 나고 호전적이 아니었던 온순한 국민성은 대평야에서 일궈줬던 곡창지대를 기점으로 태평성대의 시대를 구가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본래 인간의 생활이란 생활여건이 충족하면 저절로 여흥이 솟아 자연히 가무의 시초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발달하는 것이 여러 문화적 측면의 융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역사 속에 우리는 오랜동안 외세침입과 격동의 세월들을 모진 울분과 짓눌림으로 보내왔던 바 판소리 속의 많은 음율의 오묘한 변화를 낳았고 우리 한민족의 역사만큼이나 숱한 감정의 기복들은 판소리계의 여러 사설과 그에 합당한 문체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던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판소리는 바로 우리의 음악이요 민중의 소리인 것이다.

수세대 동안 즐기고 아낌을 받아왔던 판소리 속의 여러 이야기들은 곧바로 우리 대중들의 하고자 했던 아픔이며 이루고자 했던 이상의 세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판소리중흥의 문턱에 서서 몇 가지 문제점을 들어 전통예술의 올바른 계승방향을 생각해 보려할 때 첫째 판소리는 본질적으로 전통적 민간음악의 한 양식이기 때문에 그 특징은 서사적인 일정한 줄거리를 사실적인 표현기법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가장 정밀한 성악곡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판소리음악은 가사내용의 전달이 가능한 한국인에게는 일종의 표제음악Program Music 으로서의 구실을 하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절대음악Absolut Musik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으리라는 비유가 가능할 만큼 고도한 예술성을 지닌 음악예술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판소리 창을 공연하든 창극으로 공연하든 판소리예술이 지닌 음악성은 결코 경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왕왕 우리는 음악적 기량을 연마하지 않고 대담하게 청중 앞에 나서는 출연자나 비루한 아니리를 늘어 놓음으로써 청중의 환심을 사려는 실기자를 목격한다. 이는 판소리예술의 발전을 위하여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일부 청중들은 판소리음악이 지닌 예술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비루한 아니리에 박수를 보내려는 경향을 보여 주는 것도 판소리예술의 올바른 계승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판소리예술을 아끼고 감상하려는 청중들의 세대가 점차로 확산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정중한 태도의 감상법과 밀착된 공연장의 분위기 즉 공연자와 청중의 밀도있는 감상과 연주는 모름지기 한국풍토에 다함께 정착시켜야 할 오늘의 과제로 생각된다.

모든 한국의 예술의 그렇듯 판소리예술을 감상하게 되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한국사설 특유의 추임새「얼씨구」「좋다」「으이」등 우리의 음악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러한 추임새 속에 우리는 어느덧 한아름 한뜻이 돼가고 있을뿐더러 이렇듯 좋은 명창과 더불어 멋있는 추임새를 제대로 할줄 아는 젊은 청중들의 부딪힘은 우리 판소리계의 유구한 꿈이며 희망이다. 민중속으로부터 흘러왔기 때문에 다시금 민중으로 되돌려줘야 할 시점에 많은 청중들의 호응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판소리는 우리의 소리요, 우리의 음악이기 때문에 다시 민중앞으로 돌아가야하고 민족음악의 모체이며 뿌리이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모두 합심하여 다같이 지켜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