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통문화예술의 확산. 전통의 보급을 위한 나의 제언

나전칠기의 질적 향상과 문제점




김옥석 / 전예방 대표

화려한 칠묵바탕 위에 영롱한 빛깔을 내고 화사함을 자랑하는 나전칠기를 대할 때마다 자연의 조개껍질이 간직하고 있는 색깔의 신비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의 아름다운 나전칠기는 그 역사가 꽤 오래되어 우리네 안방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독차지 하여왔다. 신라말엽부터 시작된 이 나전칠기는 처음에는 양반집의 전유물처럼 귀하게 여겨 감히 평민은 만져볼 수 없는 물건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 나전칠기도 근대에 이르러 그 선과 색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미를 외면하고 그 작품의 견고성은 말이 아닐 정도로 질이 저하되고 말았으며 옛날의 그 기법도 이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공예기술의 하나인 이 나전칠기도 현대화에 밀려 그 기술면의 발전과 전수자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한일합병 이후 일본에서 들여온 값이 싼 화학칠 카슈의 범람으로 우리의 옻칠 기술은 그 빛이 완전히 퇴색하여가기 시작하였다.

화학칠의 범람은 저렴한 상품생산이란 면에서 볼 때 우리의 나전칠기에 혁신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반면 나무에 자연칠인 옻칠을 입히고 그 위에 오색의 조개껍질을 박아 만든 나전칠기의 찬연한 우리 전통문화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된다. 화학칠의 범람으로 나전칠기 물건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짐에 따라 나전칠기를 너나 할 것 없이 기법이나 전통적인 예술적 가치의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가치만을 중시하는 상업적인 유통과정이 성행하면서 소비자는 가격의 저렴만을 요구하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공예예술은 전문가들의 기술면에 비하여 자본의 형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싼 것만을 찾는 소비자의 경향으로 치우치다보니 우리의 칠기계는 작품의 생산과정에서 기술은 점점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상업적 가치만을 중시하여 화사하게 만들어낸 화학칠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물건을 구입하여 사용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자개가 잘 떨어지며 초벌칠이 떨어져서 처음 볼 때의 아름다움에 비해 사용할 때 그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거의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칠기작가들이 개척한 칠기기술의 사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안되었다.

옻칠의 기술은 이제 몇몇 남은 장인의 손에만 남아있고 새로 기술을 배우는 기능공은 옻칠보다는 화학칠의 눈속임 기술에만 전념하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우리의 옻칠기술이 단절되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

이러한 것을 미루어 볼 때 하루빨리 우리의 나전칠기기술을 전통적인 기법으로 바꾸어 우리의 옛기법이 얼마나 좋은가를 인식해야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기술의 전수는 그 전승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 소비자에게 더 많다고 생각된다. 하나의 작품형성은 그 생산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의 발견이다. 먼저 소비자가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방법과 좋은 물건을 제값을 주고 살 줄 아는 소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상품의 질적 저하는 제작자의 제작기술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용하는 소비자가 먼저 그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비자가 진품과 유사품이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도 좋은 제품을 선별하고 또 상품의 가치판단의 안목이 높아질 때 우리의 기술과 상품의 질은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자세도 문제점이 많다고 본다. 먼저 소비자에게 물건을 권할 때는 상업목적만을 생각해서 값싸고 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권하지 말고 가격이 약간 비싸다해도 질이 좋은 물건을 권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우리 칠 기계를 보면 자기 스스로의 공장체계를 갖춘 상인은 불과 극소수에 달하며 거의가 영세 제작자가 만든 것을 싼값으로 구입하여 상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상인들이 제작자에게 너무 싼 물건과 저렴한 값만을 요구하다보니 이 또한 질 좋은 물건을 제작하고자 하는 제작자의 가치판단을 흐려놓고 말았다. 이러한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제 이 나전칠기의 기술이 제일 보잘 것 없는 위치로 전락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앞으로 이러한 하락된 우리의 기술을 발전 보급시키기 위하여 제작자와 상인 및 소비자간의 유통과정이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나전칠기기술은 더 퇴보의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염려마저 앞선다.

가까운 일본은 옻으로 만든 칠기물건으로 연간 수십 억의 수출상품을 생산하여 국가에 이익을 주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화학칠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우리의 공예품 계발을 위하여 우리의 칠기기술을 좀 더 조직적이고 미래적인 기술로의 발전으로 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옻칠의 가격인하를 위하여 수입옻칠의 관세를 낮추어야 할 것이며 우리나리에서 생산되는 옻칠의 해외유출방지 및 가격의 저렴화의 행정적인 방안과 대단위 옷칠나무 재배단지 조성을 이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된다.

이리하여 모든 칠기가격의 저렴화가 이룩되어야 일본의 칠기와 겨루어 세계시장에서 경쟁에 이기리라고 본다.

칠기수출상품의 질적 향상은 우리의 외화획득의 훌륭한 요소가 될 것이며 세계로의 넓은 시장개척은 우리 칠기기술발전과 직경되리라 본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질이 나쁜 물건의 해외유출을 좀 더 현실적인 당면문제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며 정책적인 뒷받침과 작가들의 작품제작자세의 향상과 소비자의 작품선별 방법의 계몽, 유통과정에서 상인들의 자세확립 등 여러분야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될 줄 안다. 이러한 여러 여건이 다 잘 이루어질 때 우리의 나전칠기기술은 그 기술과 작품이 세계에서 그 빛을 발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