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통문화예술의 기록보존 . 기록보존의 필요성

전통음악의 이상적 기록보존




권오성 / 한양대교수)

1. 기록보존의 의의

한국의 전통음악중에서 정악에 대칭되는 민속악의 대부분 즉 민요, 잡가, 판소리, 산조, 시나위와 종교의식과 관련된 무속음악이나 범패 등은 구전심수의 방법에 의하여 전승되어 왔다. 정악과 같이 악보로 기보된 음악은 문헌자료로 존재하지만, 민속악과 같이 입에서 입으로, 전세대에서 후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음악은 구전자료로 존재하며 이러한 구전자료를 다루기 위해서는 현지조사Field work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지조사를 하여야만 구전음악과 만날 수 있고, 구비 전승에 의한 음악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정확한 자료로서 수집할 수 있다. 즉 현지조사를 통하지 않은 민속음악의 연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민속음악은 구전에 의해 전승되는 관계로 계속해서 변형되어 가고 있으며 그 창작자가 누구인지 또는 어떤 것이 원형인지를 추측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민속음악은 전승과정에서 비사실적인 것이나 불필요한 요소들은 자연적으로 소멸되고 또 변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요의 가사는 그것이 생겨날 당시의 민중의 감정이나 생활양식 등이 반영되고 있는데, 그 일정한 시기가 지나고 나서, 그것이 발생했던 당시의 가사의 의미가 시대적 반영의 기능을 잃어버리면 변형되거나 원래의 가사에 더 많은 부분이 첨가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민요는 그것을 부르는 대중이나 그것을 들어오던 청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버리기 일쑤이고 간혹 민요의 창자가 개인적인 개성이나 독창성을 발휘하여 색다른 선율이나 장단으로 부르게 되면 그 민요는 그 나름대로 수정이 가해지고, 또한 그 민요가 불려진 당시의 사회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자연히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황해도의 민요가 전라도로 가서 불려진다던지, 함경도의 민요가 경상도에 가서 불려진다던지, 서울지방의 민요가 제주도에 가서 불려진다던지 하면 약간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이러한 민요의 대부분의 연주(창)자들은 일정한 음악이론의 배경을 갖고 훈련되어지지 않은 비직업적인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보도 없고 또 일정하게 부를 수 있도록 훈련도 안되어 있는 사람들이 부르는 민요는 변해가고 있고 또 그렇게 변해 가는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혹은 소수의 학자들은 이미 변화된 현행음악을 원형이라고 하고 그것을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 원형의 보존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그 음악이 변화되는 현상과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에 대하여 통탄을 금치못하며 원형의 보존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각국에서의 민속음악의 조사와 수집은 그 자료가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변화되거나 혹은 일시에 대량으로 인멸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서둘러 기록보존하게 되었다. 물론 시대가 달라지면 문화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보면 민속음악의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산업화나 도시화에 따른 시대적 변화와 외래음악문화의 유입 때문에 생기는 전통음악의 급격한 변화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며, 전통적인 창조력이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구전에 의한 민속음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복고적인 취향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며, 특히 민속음악의 조사연구를 통해서 민족음악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의의가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한국전통음악의 보존을 위한 방법으로서 적극적인 방법인 교육에 의하여 실제연주를 통해 전승시키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 하겠지만, 소극적인 방법으로서 체계적인 기록보존을 통한 전승도 긴요한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기록보존을 위한 Archives의 필요성

전통음악의 녹음, 녹화, 사진촬영 등에 의한 기록보존은 국가적 차원에서 혹은 대학을 비롯한 학술단체나 공공단체에서 혹은 국제기구 등을 통한 기술 및 재정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녹음, 녹화 등에 필요한 녹음기, 녹화기, 녹음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 촬영기나 정사진 카메라와 영화필름이나 슬라이드필름 등 막대한 장비의 구비가 첫째 요건이고 이들 장비는 막대한 경비를 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녹음, 녹화 등의 기사가 그 장비를 다루는데 에는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어느 부분을 어떻게 기록하여야 할 것인가는 그 자료를 분석 연구하는 학자의 전문영역이다. 그러므로 흔히 각국의 전통음악을 연구하는 민속음악학자 Ethnomusicologist는 녹음, 녹화, 촬영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하며 자신이 직접 그러한 장비들을 작동할 줄 알아야만 현장조사에 있어서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많은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현재 산발적으로 조사 채집된 민속음악자료를 보면, 연주(창)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녹음, 녹화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보조기록 등이 없어서 연구자료로서 활용하기가 곤란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기술적인 면에 대한 기록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즉 녹음의 경우 이 녹음테이프가 테이프 복사를 한 것인지, 혹은 복사를 하였다면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 오리지널 테이프는 A. C를 사용했는지 D. C를 사용했는지, 릴테이프의 경우 Full track(Single track)인지 Half track인지, 스테레오인지 Monophonic인지, 스테레오인 경우에 Four track stereo인지 2-track stereo인지 전연 알 수가 없는 자료들이 허다하다. 개개인의 산발적인 조사에 의한 테이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그러한 Mechanism을 잘 알고 있는 방송국에서 녹음, 녹화한 테이프에도 정확한 기술적인 정보가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볼 때 시청각자료에 대한 인식부터가 잘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때문에 녹음, 녹화, 촬영할 당시 자세한 기록을 하여야 하고, 이들 자료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 전문가인 Audio-Visual Archivist가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 Archivist 정리, 분류한 자료가 영구 보관될 수 있는 국가적인 차원이 대규모의 Archive나 각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한 소규모의 Archive가 있어서 상호 자료의 교환을 할 수 있는 시스팀이 이루어져야 하겠고, 또한 국제적인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녹음, 녹화 및 촬영에 의한 기록보존의 방법도 어느 특정한 시기까지에 남아 있던 그대로의 상태를 그 모습대로 기록보존 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은 전체가 아니고 부분적인 자료에 의해서 전체적으로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보존 당시의 연주 및 연희형태, 그 당시 제보자Informant들의 상황에 대한 기록이 좀 더 신빙성 있게 갖추어져 있어야만 학문적인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

흔히 음악적인 면에서만 분석·연구하려는 학자들이 자기가 직접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행한 현장조사에서 얻어진 자료에 의해서 채보를 하고 분석을 하였을 경우, 조사 채집당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엉뚱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굿판에서 녹음된 무가를 채보·분석할 경우, 녹음테이프에는 노래하는 무당과 반주를 하는 악사(특히 장구잽이)와의 특수한(자기들만이 알 수 있는) 신호로써 장구장단이 변형되는 과정은 기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당이 외우고 있는 무가의 전설은 바닥이 났는데 장구잽이는 「이 대목이 굿판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으니 계속 더 하라」는 신호로써 장구를 세차게 두들겼다면 그 부분의 장구장단의 변화는 무당과 장구잽이만이 알 수 있는 신호에 불과 한 것이데, 이를 채보하는 사람이 그 상황을 모르고 그대로 채보하고서는, 왜 이 부분에 이르러서 장단이 변하는냐 하는 이유를 분석하려고 한다면, 이는 굉장히 어렵고 또 어떤 면에서는 무모한 노력만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속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는 모름지기 자기가 직접 현장조사에 참여하여 기록한 자료에 의해 분석 연구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만일 다른 사람이 한 현장조사라면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보조기록이 첨부될 수 있도록 Archiving Sheet가 통일되어 있어야 좋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쓰고 있는 Archiving Sheet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약자> SP = Single play LP = Long play DP = Double play TP = Triple play

VG = Very good G = Good VAR = Variable F = Fair P = poor

FTM = full-track mono HTM = half-track mono HTS = half-track stereo

QTM = quarter-track mono QTS = quarter-track stereo

※HRAF# = Human Relation Area File(국내에는 서울대학교와 서강대 도서관에 있음)

이와 같은 일정한 Archiving Sheet에 의해서 각 연구기관의 Archive가 정리되고 이러한 소규모의 Archive에 있는 자료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무형문화재의 Audio-Visual Archive」같은데 에서 이들 자료를 복사하여 비치한다면 한국의 전통음악 내지 전통예술을 연구하는 외내외 학자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음악학의 인류학적 연구를 대표하고 있는 알란 메리엄Alan Merriam은 민족음악학자의 연구작업을 ⸁자료수집 ⸂수집된 자료의 분석 ⸃다른 분야의 학문과 연관지어 그 음악의 사회적 의미를 규명. 이렇게 세단 계를 제시하고 있는 바 이 세단 계가 극히 간단한 과정으로서 느끼게 될 지 모르지만 이러한 세단 계의 연구작업은 현장조사에 있어서 전술한 바와 같은 각종 장비와 기록 등이 필요하며, 객관적 분석을 위한 전문적이고 고도화한 자료보관소Archive와 실험실Laboratory이 요구되며, 여러 가지 다른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자들과의 긴밀한 학문적 유대관계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료수집의 과정에서 Fieldwork을 통해 시청각자료를 수집하고, 현지의 환경에 몰입하여 실제로 그 음악을 배우고, 그 사회문화권내에서의 음악의 기능과 음악가의 위치를 조사하는 것으로 자료에의 직접적인 접근을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 현지조사의 실제문제

국내에서의 민속음악의 자료수집은 거의 산발적인 조사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하겠다.

산발적인 조사는 흔히 개인에 의해 일정한 계획과 목적이 없이 자료가 보이면 조사하는 것으로 그 조사결과는 정리되어 보고서나 연구결과로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설사 정리, 보고가 된다고 하더라도 단편적인 자료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체계적인 연구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취미 삼아 산발적으로 조사하는 경우에는 녹음이나 녹화가 있더라도 혼자서 개인적인 취미를 만족시키는 정도로 그쳐버린다.

전문가에 의한 산발적 조사는 개괄적인 조사나 심층적인 조사를 위한 탐색적인 의의를 갖지만, 오랜 기간 동안에 되풀이되고 그 결과가 누적되면 방대한 자료집을 이룰 수 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의 민속음악에 대한 조사나 자료수집은 주로 개인(혹은 방송국 등)에 의한 산발적인 조사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민요의 경우 필자가 아는 한, 1930년대에 JODK에서 1∼2회 녹음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남아있지 않고, 1958년 박헌봉씨를 중심으로 행한 민요수집이 있었으나 체계적인 조사가 아니었고, 더욱이 현장녹음이 아니고 리나 면단위에 있는 제보자를 읍이나 시로 나오게 하여 녹음한 것이어서 현장감이 제대로 살아있는 자료로 볼 수 없다. 현재 KBS자료실에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다. 1967년부터 필자에 의해 현장에서 수집된 녹음테이프가 상당량에 달한다. 그 밖에 소장음악학자들이 산발적으로 채집한 테이프들이 있으나 어느 정도의 양이 조사되어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에 현지에서 수집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선 제보자들이 녹음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즉 마이크를 의식하고) 녹음한 자료는 자연적이 아니고 무언가 모르게 인위적이고 어색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취기가 있는 가운데 실제 작업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하지마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가 못하다.

가장 이상적으로 채집하는 방법은 농민들이 자연스럽게 놀 때, 녹음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않게 하고서, 녹음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특정한 시기를 택하여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또한 논매기 모심기 등의 노래들은 이미 현장에서 부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사실상 채집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서 무속음악이나 무가는 굿하는 현장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녹음을 할 수 있지만, 이때에도 몰래 숨어서 녹음을 하여야만 생생한 현장감 있는 녹음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녀들은 녹음이나 촬영하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밖의 판소리, 산조, 시나위 등의 녹음은 연주(창)자들이 전문음악인들이기 때문에 민요나 무가를 녹음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까지 전문가들의 음악이 녹음이나 녹화된 자료들은 대개 방송국에서 소정의 사례를 지불하고 연주(창)시킨 자료들이 대부분이고 대개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연주가 많다. 그러나 방송국에서 녹음, 녹화할 경우에도 그들이 자연적 조건에서 흥취나 신명이 난 상태에서 녹음, 녹화될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필자의 경험으로는 민속음악조사에 있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와의 확연한 구별을 짓기가 어렵다. 즉 전문가들도 마이크를 의식하면 무대에서 연주(창)할 때의 자연스런 태도와는 사뭇 다르게 음악의 유연성이 반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레코드 취입시에는 더욱 부자연스러운 연주를 할 때가 많다. 그러므로 방송국스튜디오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장시간 동안 워밍업을 시키고 연주자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시키고 그에 대한 응분의 사례를 지불하지 않는 한,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의 음악을 수집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문예진흥원 자료관 같은데서 넓은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약간의 청중도 불러놓고 옛날 사랑방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뒤 장시간 동안 흥이 날 수 있게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또한 장시간 연습을 겸해서 연주할 수 있게끔 많은 사례를 지시하고서 녹음 녹화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4. 이상적인 기록보존의 전망

한국전통음악의 보존을 위한 기록 즉 시청각자료의 조사수집은 생생한 연주로서 전승 보존하는 방법에 비하여 소극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보존의 한 방법이다. 특히 민속악에 있어서는 미묘한 장식음의 처리나, 장단의 변화, 심지어는 음정에 있어서까지도 음악의 근본적인 형태가 변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연주자의 개성에 따른 음악 해석의 자율성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서 매번의 연주가 꼭 같지 않고 그때 그때마다 다른, 즉 Version이 다른 연주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자료화해서 보존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자료가 민족음악학적인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연구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의 목적은 한국전통음악이 갖고 있는 특징을 인접국의 전통음악에 비교 설명할 수 있기 위함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민족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