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국의 출판문화 이러한 문제도 있다.

<님의 沈默>을 통해 본 詩集出版의 問題點




김보삼(金拱三) / 만해 사상연구소 전문위원 · 신구전문대학 교수

1.

한국의 現代詩史 60년 동안 많은 시집이 출판되었지만,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만큼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출판된 시집은 그리 흔치 않다. 이것은 그만큼 만해의 시작품이 독자들과 가까이 하고 있으며 많이 읽혀진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또한 만해의 문학이나 사상, 생애 등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전개되어 만해 시의 가치, 문학성 등과 함께 총체적인 그의 모습이 정립되어 가고 있다. 물론 시집의 出版量이나 인물연구의 과다가 시인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는 될 수 없다. 그러나 만해의 경우 시집 출판량 하나만으로도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비하여 시집 출판의 질적인 면에서는 정도를 걷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님의 침묵」초간이 간행된 후 마구잡이로 무질서하게 간행된 시집출판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님의 침묵」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출판회수가 많고 출판사가 다양하여 한국 시집 출판 현황을 어느 정도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점을 萬海思想硏究所에서도 절실히 통감하여 1980년「정본(定本) 님의 침묵」을 출간한 바 있고, 김용덕(金容德) 교수는「님의 침묵 이본고(異本考)」(한용운 사상연구소 제2집, 만해사상연구회, 1981, p.p.124∼147) 에서 각 이본(異本)들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本考에서는 「정본 님의 침묵」의 출간을 기점으로 한국 시집 출판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하며, 이는 원전(原典)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겠고 언어예술로서의 시가 지니는 시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작업도 될 수 있다.

2.

1926년 准동서관(東書館)에서 「님의 침묵」초간이 있은 후 1981년 말까지 26개의 출판사에서 31종의 출판이 있었다. 이들을 출판 연도별로 분류하고 이들 사이에 어떠한 오류가 범해지고 있는 지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물론 시어의 표기에 있어서 지방 말이나 신조어 등이 없을 수 없다. 그것은 시정신의 의미전달매체가 반드시 표준어에 국한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의 사회성을 고려할 때 초간본 간행 이후 60년 가까운 시간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류의 분류기준을 종성 표기의 문제, 단모음화 경향의 문제, 연철의 문제, 맞춤법, 띄어쓰기 등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므로 오직 시의 의미전달에 오류를 범하거나 시상의 전개에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도록 한다.

1981년 말까지 출판된 「님의 침묵」류(類)의 출판현황을 보면 아래와 같다.


1926년 准동서관(東書館)에서 발행한 초간 「님의 침묵」은 4·6판, 130페이지로 서시(序詩)에 해당하는 <군말> 외에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들은 만해가 1918년「유심(惟心)」지에 <처음에 씀,> <심(心)>등을 발표한 이후 1925년 5월경 「님의 침묵」을 탈고하기까지 약 5년 동안 쓰여진 시들이다.

「님의 침묵」 ②는 서두의 <군말>을 제외하고 初刊本을 再版한 것이다. 그것은 체재(體裁), 자체(字體)가 같고 誤字, 띄어쓰기 行間 등이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군말>은 초간본이 붉은 잉크로 인쇄되어 있으나 ②에서는 검은 잉크로 되어 있고 새로 조판한 것이다. 이 조판 과정에서 맞춤법에 맞게 바로 잡은 것도 있으나 오류를 범하고 것도 있다. '긔룬'이 '기른'으로, '조은'이 '좋은'으로, '않너냐'를 '않느냐'로 '도러가는'이 '돌아가는'으로, '자유에'를 '자유의'로, '그림자니라'를 '거림자니라'로 각각 수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긔룬'를 '기른'으로 '그림자니라'를 '거림자니라'로 수정한 것 등은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또한 재판본의 <잠꼬대>에서 '도둥태'가 '도퉁태'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지형(紙型)의 마모에서 온 것인 듯하다.

이상의 차이점이 있는 초간본과 재판 본에서 지적되는 몇 가지 오류들을 지적해 본다. 시 전문을 인용하지 않고 시 제목 (시 제목은 26의 표기를 따름)과 행을 표시한다.

시 제 목

페이지

오(誤)

정(正)

생명

36

3

나반침(羅般針)

나침반(羅針般)

행복

47

6

고퉁도

고통도

사랑의 존재

53

4

징소(徵笑)에

미소(微笑)에

誹謗

59

1

지조(指操)가

지조(志操)가

당신을 보았읍니다

66

7

말실걁가

마실걁가

참어 주서요

71

3

나의 몸은

나의 몸은

禪師의 說法

78

8-9

사랑의 속전(束傳)은

사랑의 속박(束縛)

낙원은 가시덤풀에서

86

8

그러나 당풍은

그러나 단풍은

논개의 애인 되야서 그의 묘(廟)에

93

8

나는 시인으로

나는 시인으로

94

7

아름담고 무독(無毒)한

아름답고 무독(無毒)한

95

1-2

밟히온 강언적의

밝히온 강언덕의





최초의 님

126

3

날 에

날 에

11

6

우리의 다시 밋나는 우슴은

우리의 다시 맛나는 우슴은

두견새

127

5

리별한 한이냐 너뿐이랴마는

리별한 한이야 너뿐이랴마는

우는 

130

6-7

조소로 듯슴니

조소로 듯슴니다

타골의 시를 읽고

131

7-8

떠리진 꼿을 줏다가

떠러진 꼿을 줏다가

132

6-7

붐바람은 말합니다

봄바람은 말합니다

수(繡)의 비밀(秘密)

134

2

그 주니에 널만한 무슨 보물이

그 주머니에 널만한 무슨 보물이

버리지 아니하면

139

2-3

각근(恪勤)한 파수군(派守軍)처럼

각근한 파수군(把守軍)처럼

칠석(七夕)

151

1

몃번을 지내엇슴니다

몃번을 지내엇슴니다

152

6-7

자기의 숙정(熟情)에 접하야

자기의 열정(熱情)에 접하야

153

3

진정한 사량은

진정한 사랑은

오 서 요

160

4

축엄은 허무(虛無)와 만능(萬能)이

죽엄은 허무와 만능이

고대(苦待)

163

2

당신을 기다리계 합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합니다

165

1-2

밤과 한 모러 갈때에

밤과 함 모러 갈때에


이상이 초간본과 재판본의 탈자(脫字), 오자, 오류 등이다.

다음으로 문학사상사 자료조사구실에서 1926년 간행된 초간본을 영인(影印)한 「님의 침묵」을 살펴본다. 주지하다시피 영인본의 가치는 원전을 그대로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책에서는 70여 곳 이상 가필(加筆)한 흔적이 보이며 더욱이 가필이 잘못된 곳이 7곳이나 되며 기술적인 문제이겠지만 탈자 된 곳도 8곳이나 된다. 가필이 잘못된 곳과 탈자 된 곳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시제목

페이지

오(誤)

정(正)

誤謬

님의 침묵

2

3-5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는 것은

마는 것은

탈자



것잡을 수 없는 꽬음의 ○을

꽬음의 힘을

?

61

9

바람에 흔들○는

바람에 흔들리는

당신을 보았읍니다

65

9

민적(民籍)이 업슴이다

민적이 업슴니다

오자

어늬것이 참이냐

73

5-6

봄산의 미친 바람은

봄동산의 미친바람

탈자

금강산(金剛山)

82

2-3

종작업는 찬미 (讚美)를 바느면서

종작업는 찬미를 바드면서

가필

잘못

님의 얼골

83

5-6

그러케 어엽분 님을 인간으로 보낸는지

그러케 어엽분 님을 인간으로 보냇는지

꽃이 먼저 알어

90

4

지팽이는 푸르고 무른풀빗에 무처서

지팽이는 푸르고 푸른풀빗에 무처서

논개의 애인이 되야서 묘앞에

95

8-9

나의 칭자가 먼저 꺽어지는 까닭임니다

나의 창자가 먼저 적어지는 까닭임니다

가필

잘못

만족(滿足)

116

1

만족의 묵은 ○최를 밟을까 하노라

만족의 묵은 자최를 밟을까 하노라

탈자

사랑의 불

136

3-4

남들이 볼 수 업는 ○ 대네의 가슴속에도

남들이 볼 수 없는 그대네의 가슴속에도

탈자

「사랑」을 사랑하야요

137

9-10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드미요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드러오

가필

잘못

여름밤이 길어요

147

7

악마의 우슴속으로 드려잠니다

악마의 우슴속으로 드려감니다

생의 예술

154

2-3

야윈 얼골을 비치는

○을에 이슬꼿을 핌니다

야윈 얼골을 비치는

거울에 아슬꼿을 핌니다

탈자

당신의 마음

144

3

마음은 보지 못하뒶읍니다

마음올 보지 못하뒶읍니다

오자

칠석

149

2

3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녜 녜」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녜 녜」

부호

오자

부호

생의 예술

153

7

떠난님을 그리워하는

떠난님을 기루어하는

가필 잘못

오서요

157

6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만일 당신을 좇어오는

고대

162

5

소를 몰고 오는 아희들의

소를 몰고 오는 아해들의

사랑의 끝판

165

10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탈자

독자에게

167

10

十九日 밤 )

十九日 밤 끝)

탈자


이상 영인본에서 탈자나 가필이 잘못된 곳을 열거하였다. 특히 탈자된 시들은 비록 한 두 곳 탈자가 되었다고 하여서 시 전체적인 의미 파악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역시 시가 지니는 언어의 중요성을 파악할 때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되겠다. 가필 역시 독자들의 불편을 덜어 주겠다는 의도는 납득이 가나 확실한 근거가 없는 한 가필자 임의의 판단으로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며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영인본의 명목으로 출판하는 이상 원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초판, 재판 이후 출판된 것이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1950년 초판을 낸 「님의 침묵」이다. 여기에서도 100여 곳 이상의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시 제 목

페이지

오(誤)

정(正)

군말


9

어린 양이 긔루어서

어린 양이 기루어서

님의 沈黨

1

1

2

5

6

1

차디찬 띄끌이 되야서

미풍에 날려갔읍니다

놀란 ○슴은 새로운 슬픔에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미풍에 날어갔읍니다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가지 마서요

8

2

아기자기한 사랑을 받으랴고

자기자기한 사랑을 받으랴고

예술가

16

3

나는 숙정(叔情)시인이 되기에는

나는 서정(敍情)시인이 되기에는

이별



한 연 완전 누락 (우측은 누락내용)

아아 진정한 애인을

사랑함에는 죽음은 칼을

주는 것이요 이별은 꽃을

주는 것이다

아아 이별의 눈물은 眞(진)이

오 선(善)이요 미(美)다

아아 이별의 눈물은 탁가( 迦)요 모세요 짠다크다

길이 막혀

23

3

못오시는 당신이 긔루 어요

못오시는 당신이 기루 어요

하나가 되야주서요

26

2

나에게서 가져가서요

나한지 가져가서요

나의 노래

30

9

나의 노래의 곡조를 붙이면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붙이면

당신이 아니더면

32

3

당신이 괴롭지만 않더면

당신이 가룹지만 안더면

잠없는 꿈

33

4

님이여

검이여

행복

47

3

내가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포도주

56

3

물들였읍니다

물들입니다

복종

68

8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참어주서요

69

8

그리고 나로 하야금

그리하고 나로 하야금

첫 「키쓰」

76

11

새삼스럽게 시스러워 마서요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서요

님의 얼골

83

2

노래의 반항(反抗)입니다

노래의 반향(反響)입니다

사랑하는 까닭

98

5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달을 보며

105

2

당신이 하도 그리웠읍니다

당신이 하도 기루었읍니다

잠꼬대

109

110

2

7

사랑이라는…

조애(操愛)는 절대자유요

「사랑이라는…

변애(變愛)는 절대자유요

계월향(桂月香)에게

113

3

붉은 한은 순란(純爛)한

붉은 한은 현란(絢爛)한

나의 꿈

128

7

책상 밑에서 「귀뜰귀뜰」 울겄읍니다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겄읍니다

우는 때

129

5

모혀서 말하고 노는 그때에

모혀서 말하고 노는 때에

사랑의 불

135

1

5

님 그리운 사람을 위하야

으오 님의 정열의 눈물과

님 기루운 사람을 위하야

오오 님의 정열의 눈물과

「사랑」을 사랑하야요

136

7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순옥이여요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숫옥이여요

요술(妖術)

142

6

만일 당신의 환락(歡樂)의 마음과

만일 당신이 환락의 마음과


이상 1950년 4월 5일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한「님의 침묵」에 나타난 오류들을 열거하였다. 이 한성도서주식회사의 「님의 침묵」은 초판본「님의 침묵」이후 철자를 현대 맞춤법에 의거하여 고쳤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이 편집자 임의대로 시어를 수정한 예 이다.

예를 들면 시 <고적한 밤>에서

宇宙는 주검인가요

人生은 잠인가요 (p.11)

에서 '죽음'을 '주검'으로 임의 수정하였으며 시 <길이 막혀>에서도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긔루어요(p.23)

에서 '기루어요'를 '긔루어요'로 수정하였으며 <하나가 되야 주서요>에서는

님이여 나의 마음을 가져가랴거든 마음을 가진 나에게서

가져가서요. 그리하야 나로 하야금 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서요 (p.26)

와 같이 '나한지'를 '나에게서'로 임의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당신이 아니더면>에서는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든 얼골이 웨 주름살이

접혀요.

당신이 괴롭지만 않더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

테여요 (p.32)

와 같이 기룹지만을 괴롭지만으로 고쳐놓았다. <잠 없는 꿈>에서는

나의 님은 어데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겠읍니다.

님에게서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서요. 님이여 (p.33)

에서와 같이 검을 님으로 수정해 놓았다. 또한 <칠석(七夕)>에서도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남이 되고 살지언정 하는 위의

직녀성(織女星)은 되지 않겠어요. 녜sP.」(p.149)

에서와 같이 '님'을 '남'으로 고쳐 놓았다.

이상의 예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원시의 시어들을 편집자 임의로 수정해 놓아 원시(原詩)의 의미를 상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원시(原詩)의 일부가 삭제된 경우가 나타난다. <이별>의 마지막 연이 생략되었고, <사랑의 끝판>에서는 1행이 생략되었다. 물론 편집자가 불필요해서 삭제했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사랑의 끝판>에서는 삭제된 시행이 이 시에서 차지하는 시적 의미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세 번째는 평음을 경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시 <예술가(藝術家)>에서

잠 아니오는 잠짜리에 누어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히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읍니다 (p.16)

에서 '잠자리'를 '잠짜리'로 고쳐 놓았으며 <나의 노래>에서 '노래 가락'을 '노래 까락'으로, <사랑의 측량(測量)>에서 '많을 수록'을 '만을 쑤록'으로 '적을수록'을 '적을 쑤록'으로, <착인(錯認)>에서 역시 '잠자리에'를 '잠짜리에'로, <당신을 보았읍니다>에서 '저녁거리가'를 '저녁꺼리가'로, <논개의 애인이 되야서 그의 묘(廟)에>서는 '글자를'을 '글짜를'로 고쳐놓았다. 이밖에 한자의 오자가 있고, 행간을 이어 쓴 것, 조사를 바꾸어 놓은 것 등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이후 출판물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해 나가는 데에 있다.

이후에 출판된 것이 진명문화사의 「님의 침묵」이다. 이 「님의 침묵」은 60년대 초에 간행된 것으로 1974년 2월 25일 13판이 나왔다. 여기에는 遺作詩와 時調가 첨부되어 있다. 4·6판, 201페이지이며 초간 「님의 침묵」에 수록되어 있는 전편의 시를 수록하고 말미(末尾)에 유작시 47편과 시조 38수, 옥중(獄中)시 <무궁화 심고자>가 끝에 수록되어 있다. 진명문화사 간(刊) 「님의 침묵」에 나타난 오류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진명문화사 본은 13판이 거듭되면서도 결코 오류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상 進明文化史 本 「님의 침묵」에 나타난 오류들을 열거하였다. 이 시집은 한성도서주식회사 본(本)에서 나타난 오류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단지 오자나 몇 개의 시어들을 표준어로 바꾸었을 뿐 시어를 원본과 다르게 고쳐놓은 것은 그대로 쓰고 있다. 여기에다 더욱 편집자의 조어가 첨가되었다. 예를 들면 <군말>에서 '기룬 것은'을 '기리는 것은'으로 바꾸어 완전히 의미가 다르게 변형되었으며 <길이 막혀>에서는 '기루어요'를 '괴로와요'로 고쳤고 <군말>에서는 또 달리 괴롭다로 둔갑하였다. <잠없는 꿈>에서는 '검'을 '꿈'으로 바꾸어 주체가 완전히 바뀌었으며 <금강산>에서는 '받으면서'를 '밟으면서'로 <님의 얼골>에서는 '아침볕'을 '아침별'으로, <여름밤이 길어요>에서는 '절망'을 '절벽'으로, <冥想>에서는 '우쭐거립니다'를 '넘실거립니다'로 바꾸어 버렸다. 특히 <당신 가신 때>에 보면

나는 永遠의 시간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 내겠읍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 토막이 아닙니다(p.150)

라 하여 '납니다'를 '아닙니다'로 바꾸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내용은 완전히 정반대의 뜻을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근거 없이 시어를 변형시켜 의미 변용을 가져오는 것 외에 조사나 어미를 변형시킨 것, 연과 연을 임의로 구분한 것, 1연이 완전히 누락된 것 등을 지적할 수 있겠다. 어찌됐든 진명문화사 본은 한성도서 본을 모본(母本)으로 하여 편찬하되 한성도서 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여기에다 편집자 임의로 시어의 변형을 가하고 있어 오류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음으로 삼성문화재단 출판부에서 간행한 삼성문화문고 18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님의 침묵」을 살펴보도록 한다.

삼성문화문고 본은 1972년 11월 25일 초판발행으로 되어 있고 크기는 102×172, 292페이지이다. 앞에 불교유신론(佛敎維新論)을 수록하였고 148페이지부터 시가 수록되어있다. 서시(序詩)에 해당하는 <군말>은 수록하지 않았다. 이 시집에서 발견된 몇 가지 오류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역시 앞에서 잘못된 것을 반복하는 것은 생략한다.


이상 삼성문화문고 본의 오류를 들어보았다. 여기서 크게 지적되는 것은 <군말>이 빠진 점, 시 <이별>에서 삭제되어야 할 부분이 첨가되어 있고, 반대로 첨가되어야 할 부분이 삭제된 것이 있다. <나의 노래>에서 '죄어 짜서'가 '죄짜서'로, <낙원(樂園)은 가시덤불에서>는 '꽃방울'이 '꽃망울'로, <계월향(桂月香)에게>에서는 '침대'가 '침실'로 <눈물>에서는 '시간'이 '공간'으로 각각 잘못되었고 연의 구분을 임의로 한 곳이 많이 발견된다. 또한 <오서요>의 경우는 행과 행이 완전히 바뀌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삼성문화문고 본은 전체적으로 볼 때 역시 한성도서 본을 참고로 한 흔적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1973년 7월 25일 신구문화사에서 한용운 전집이 출간되었는데 1권에 님의 침묵과 조선독립의 서(書)가 수록되어 있다.

신구문화사 본 「님의 침묵」은 선행 본들의 많은 오류를 극복하고 있으며 원본에 어느 정도 충실하고 있다. 그러나 선행 본에서 수정해 놓은 시어들을 그대로 수렴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오류들은 후에 살펴보기로 하고 신구문화사 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원본과의 상이점을 들어보도록 한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명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나는 잊고자>에서 '그것이'를 '생각이', <첫키쓰>에서 '가슴에서'를 '섬에서'로 바꾸어 놓았다. 나머지는 맞춤법에 맞게 바로잡아 놓은 것이다. 결국 신구문화사 본은 원전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으나 선행 본들의 오류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1973년 7월 25일 正音社에서 출간한 「한용운 시집」을 보도록 한다. 책의 크기는 108×185이고 165페이지이다. 전체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님의 침묵」에 수록된 시를 수록, 2부에는 '無窮花 심으과저'라 하여 遺作詩를 수록하고 있다. 이 정음사 본은 진명문화사 본을 母本으로 하여 편찬된 것 같다. 그리하여 진명문화사 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자생적인 오류도 나타난다. 정음사의 오류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 정음사 본은 진명문화사 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되, 여기에 또 <나는 잊고저>에서 '잠'을 '잠시'로 변모되었고 <사랑의 끝판>에서는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를 '닭'으로 변모시켰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신구문화사 본과 같은 해에 출간되었으면서도 원본에서 더 멀어져 가는 상황을 낳고 있다.

다음으로 1년 뒤인 1974년 3월 1일 송욱(宋泚)의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전편해설」이 과학사에서 출판되었다. 여기에서는 <가지마서요>에서 '퐁당'이 '풍덩'으로 <하나가 되야주서요>에서 '그러고'가 '그리고'로 <나룻배와 행인>에서 '줄 만은'이 '줄만'으로 <요술(妖術)>에서 '환락(歡樂)'이 '환희(歡喜)'로 바뀌었고 <만족>의 2행에 '人生에게 滿足이'가 빠졌다.

지금까지 살펴본 「님의 침묵」류(類)중에서 가장 원본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다음으로 1974년 6월 5일 을유문화사에서 을유문고 141 「님의 침묵·속(續) 님의 침묵」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원본 「님의 침묵」에 수록된 시와 유작시, 시조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신구문화사 본을 모본으로 삼고 있는 듯 하다. 오류사항은 신구문화사 본과 거의 같으며 <그를 보내며> 등 13편의 시에서 연의 구별을 무시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1975년 삼중당에서 발행한 삼중문고 8 「님의 침묵」은 삼성문고 본이나 정음사 본과 같은 유의 오류가 나타난다.

1975년 6월 25일에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萬海詩選」역시 오류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1976년 4월에 신구문화사에서 발행한 「한용운전집」을 따르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 瑞文堂에서 서문문고 246 「한용운시전집」이 출간되었는데 여기에서는 시어를 바꾸는 현상은 사라지고 몇 군데에서 70년대 초반기에 출판된 책들의 오류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1978년 10월에는 한림출판사에서 시화집 「한용운의 명시」가 출판되었는데 역시 몇 군데 오자가 있고, 연을 구분치 않은 곳이 더러 있다. 선행오류를 답습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같은 해 11월에 일종각에서 「님의 침묵」이 출간되었다. 이는 1975년에 출간된 삼중당 문고의 오류를 답습하고 있으며 많은 오자, 탈자 등이 발견되고 임으로 <당신의 마음> 이후 12작품을 삭제해 버렸으며, 수록한 작품의 배열순서도 원본과 크게 다르다. 또한 <님의 침묵>과 <이별은 미의 창조>에서 '님은 갔읍니다'와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를 두 번씩 반복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후 1979년 4월에 발행된 서림문화사의 「님의 침묵」, 같은 해 8월에 발행된 왕문사의 「님의 침묵」, 12월에 발행된 한길사의「한국근대 사상전집 ① 한용운」, 1980년 9월에 혜원출판사에서 발행한 「님의 침묵」 역시 위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0년 1월에 간행된 도서출판연회의 한국문학총서 Ⅱ 「한용운」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같은 해 11월의 일종각 「님의 침묵」은 1978년 판 일종각 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빠진 시 12편을 첨가하고 있으나 오류는 역시 똑같은 현실이다. 1980년 11월 서문당의 「님의 침묵」은 1976년도 서림문고 본을 그대로 전사(轉寫)하였다. 역시 오류는 그대로다. 1981년 인물연구소 출판부의 「님의 침묵」은 일러두기에서 '시작품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여 연구자료로 삼고자 ( )안에 발표 당시의 원문을 함께 수록하였고, 본래의 한자도 ( )안에 살려서 표기해 두었다'고 밝혔으나 원본의 한자어가 ( )에 표기되지 않은 것이 발견된다. 같은 해 1월 30일에 간행된 도서출판 거암의 「님의 침묵」은 한성도서 본류의 진명문화사 본을 모본으로 삼아 더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음으로 편집자의 잘못으로 범해진 오류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한다. 그러니까 先行 出版社에서 가해진 오류가 비판 없이 답습되고 있는 현상을 찾아보는 것이 되겠다.

1950년 한성도서 본에서 비롯되기 시작한 오류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비롯된 오류는 그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고적한 밤>에서 '죽음'이 '주검'으로 바뀐 것은 1981년에 출판된 거암 본에까지 이어지며 <길이 막혀>에서 '기루어요'란 시어는 '그립다'는 뜻을 지닌 만해의 특유한 말씨임에도 '긔루어요', '괴로와요' 등으로 바뀌고 있다. (하나가 되야 주서요)에서 '나한지'의 '한지'는 '에게서'라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이다. 이것 역시 '-에게서'와 '-와 함께' 등으로 변모한다.

또한 <잠없는 꿈>에서는 '검'이 '님'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시 내용상 신영(神靈)의 뜻인 검이 '님'으로 바뀌었고 10여 출판사 이상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첫 키쓰>의 '스스러워서'가 '시스러워서'로 바뀌어 뉘앙스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 <잠꼬대>에서 '연애(戀愛)' '조애(操愛)'로, <계월향에게>에서 '현란한'이 한글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순란한'으로 <사랑을 사랑하여요>에서 '숫옥'이 '순옥'으로 <칠석>에서 '님이'가 '남이' 등으로 바뀐 것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사랑의 끝판>에서는 시행이 삭제된 것이 그대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진명문화사에서 비롯된 오류는 <나는 잊고저>의 '생각하여 보았읍니다'에서 '생각하여'가 삭제되어 있고, <꿈 깨고서>의 '발자취'가 '발자국'으로, <이별>의 '이별의'가 '이반의'로, <生命>의 '으서진다'가 '으스러진다'로, <님의 얼굴>의 '아침볕'이 '아침별'로, <논개의 애인이 되야서 그의 묘에>의 '목 바친'이 '목 메인'으로, <어데라도>의 '눈에 보이는'에서 '눈에'가 삭제되어 있으며, <당신 가실 때>에서 '납니다'가 '아닙니다'로 <명상>에서 '우쭐거립니다'가 '넘실거립니다'로, <여름밤이 길어요>에서 '절망'이 '절벽'으로 바뀌었다.

신구문화사 본에서 비롯된 오류로는 <나는 잊고저>에서 '생각이'가 '그것이'로 <이별>에서 '사랑하면'이 '사랑한다면'으로 <첫「키스」>의 '가슴'이 '섬'으로 바뀌어 같은 오류가 답습되고 있다.

이와 같이 비교적 초기에 간행된 한성도서 본의 오류, 해방 이후의 진명문화사 본의 오류가 1980년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비교적 원본에 근거한 신구문화사 본의 오류도 몇 가지 지적되며 이의 답습도 나타난다. 다행히 1980년 민족사에서 간행한 정본 「님의 침묵」을 필두로 지식산업사에서 원본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한림출판사나 혜원출판사에서도 많은 시정을 가하여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3.

이상에서 1926년 「님의 침묵」이 출간된 이후 1981년까지 출판된 20여종의 이본들을 대조하여 그 오류들을 찾아보았다. 여기서 대두되는 몇 가지 문제점은 첫째 시집을 출판할 때 원본을 모본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편집자 임의로 시어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작고시인임에도 판권이 대부분 출판사 소유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출판인의 양식과 성의에 관련된 것이다.「님의 침묵」의 경우와 같이 저자가 생존해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무책임하게 시어를 바꾼다거나 시행을 삭제하고 이것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 특히 시와 같이 고도의 상징성을 내포한 언어예술에서 이와 같은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통탄스러운 일이다. 최대한으로 원전을 존중하고 의미를 오도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님의 침묵」 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 모든 문학 장르에 있어서 원전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겠고 상업성을 앞세운 마구잡이 출판은 지양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