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典確保와 文學硏究
―尹東柱 詩集의 原典 批評的 檢討―
김수복(金秀福) / 시인·단국대 강사
(1)
르네 월렉은 문학연구의 예비적인 노력의 작업으로 (1)텍스트의 수집과 준비, (2)연대, 진위의 확인, 작품 저자의 감정, 공저자(共著者), 개정에 대한 철저한 증거의 정리와 확정 등의 기초적인 단계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문학연구자는 자기들 연구의 재원(材源)이 될 자료가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의 도서목록까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준비단계의 하나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도서목록의 작성 및 문헌해제의 기술적인 세부문제는 도서관의 사서 및 문헌연구가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문헌적 사실에 지나지 않는 것이 때로는 문학작품에 관련을 맺거나, 또는 문학적인 가치로 개입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즉 重版의 수와 책의 크기가 그 책의 성공과 평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고, 중판 때마다 보이는 상위점(相違点)이 저자의 訂正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으며, 또 이렇게 됨으로써 문학작품의 발생과 진화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헌적인 문제와 문학작품과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으로 웰렉은 케임브리지 영문학 서지 목록과 그레그(Greg)의 「영국 희서지(絲書誌) 목록」, 죤슨(Johnson)의 「스펜서 서지」, 맥도날드(Macdonald)의 「드라이덴 서지」, 그리피스(Crifithth)의 「포우프」등의 전문적인 서지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서지들은 문학사 상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문학적 지표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서지에 대한 이해는 인쇄소의 활동, 서적 소매점과 출판사의 역사에 대한 조사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리고 인쇄업자의 의장, 제본용지의 무늬, 자모(字母)의 형(型), 식자공(植字工)의 일, 제본 등에 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또 도서관학과 서적 생산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학식은 간행본의 발행 연월과 중판의 순서 및 기타에 관한 지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사 상에서는 중대한 것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요망되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여기서 웰렉은 서적의 실제적 구성을 대조하고 검토하는 모든 기술을 사용하는 기술적 서지와 문헌 감별(鑑別)을 목적으로 하는 열거식 서지는 구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가정적인 원본을 재구성에 의존하지 않고 저자 자필의 원본에 가장 가깝다고 판정되는 필사본을 그냥 그대로 간행해야 하는 문제, 그리고 교정본의 문제 등에 대한 확정적인 기준을 설정하는데 많은 연구의 집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정은 眞正性의 기준 위에 있어야 하고, 이는 곧 가장 오래되고 또는 가장 권위 있는 필사본으로부터 특정의 단어와 장구(章句)를 삭제한다거나, 기계적인 오류, 오독(誤讀), 오기(誤記), 연상(聯想) 혹은 필기자가 의식적으로 변경한 것까지도 완전히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라고 비평가나 편집자의 취미와 언어상의 감각에 따른 원전의 행구(行句)를 변조·삭제하는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텍스트의 판독이 문학연구의 기초적인 접근인 점을 중시하고 있다. 1)
(1) Rene Welles & Austin Warren, The theory of Literature (Penguin University Books,1973) , pp.57∼69. passim
김용범 「원전비평의 한국 문학적 접근」, 『한국 문학 연구방법론』(민족문화사, 1983,) 57∼69 참조
(2)
우리가 문학작품을 한 시대의 문화의 표현으로, 그리고 그 문화의 제 사건과 조건의 가능한 반응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문학작품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원전확보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전의 철저한 검증과 확보가 완전히 보유되어 있는 작품일수록 그 작품에 대한 연구의 심층적 접근이 가능한 법이다. 그러므로 한 작가나 시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도 이러한 예비적인 기준이나 정확성이 입증된 원본 확보가 이루어져야 하며 시대가 변할수록 그 書誌的인 변화에 대한 검토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근래에 이르러 그 시사적 관심이 집중되고, 또한 기자의 지속적인 반응에 힘입어 중판·이본들이 계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는 윤동주의 시집에 대한 서지적 검토와 그 원전과의 정밀성 여부를 검토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자 하였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웰렉이, 원전의 정확성 입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예비적인 연구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방법론에 그 이해의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작품이 지니고 있는 語法, 章句, 어휘 등도 그 작품이 이루어진 문화적인 표면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면 그 작품의 원전의 표현법·어법 또한 중요한 문학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이 글의 근본적인 출발임을 밝힌다. 그러므로 이 글에 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각 출판사의 출판된 시집의 원전과의 정밀성 검토도 해당 출판사의 명예나 전통에 부정적인 선입견이 전제되지 않았으며, 단지 윤동주 시 연구에 있어 그 원전의 확보에 대한 일차적인 단계로 점검된 서지적인 검토의 일부분이다.
그러면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 시」의 원전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초간본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의 간행에 따른 발간 경위를 살펴보는 일도 유익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윤동주의 경우 우리 시사(詩史) 상 매우 특이한 시적 출발을 보이고 있고, 그 시사 상 부상에 따른 문단적 반응 또한 매우 시대적 여망에 편승된 자리에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遺詩集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가 발간된 것은 그가 45년 2월 16일 적국의 어두운 감옥에서 순사(殉死)한 후 3주기를 앞둔 48년 1월 31일이었다. 이 유시집 초간본은 1941년 11월 20일 「서시」를 완성한 후 연희전문 졸업기념으로 발간하려 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의 자필시집에 수록된 19편의 자필 시고와 그리고 노트에 필사된 12편이 초간본의 원전을 이루는 시편들이었다. 처음 이 자필시선의 제목을 윤동주는 「병원」으로 붙이려 하였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후배였던 정병욱 박사에게 덧붙여 말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는 시대에 대한 시 의식이 단적으로 집약된 제명(題名)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므로 그의 시집제목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붙여진 것은 11월 20일 「서시」를 쓰고 난 후였다. 그가 시집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정한 이유를 정병욱 박사에게「서시」를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그의 「서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의 전문을 살펴보면 그의 시상의 총괄적인 모습을 통찰할 수 있으며, 이 시집 제목의 당위성을 확인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언어 미학의 내밀한 세계를 내면적인 시선으로 조감한 그의 시들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후배였던 정병욱과 아우 윤일주의 애정 어린 후원과 그의 주위에 있던 많은 우정어린 친구들의 온정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유시집 초간본의 발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주기 추도회를 기점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졸업기념으로 발간하려 했던 자필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자필 시고 3부 중 정병욱 소장본을 원본으로 삼고 그 밖의 자필 시고 12편을 붙여 31편의 자필 시고를 48년 1월 31일 3주기를 앞두고 정음사에서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이 초간본은 정지용의 서문과 강처중의 발문이 붙어 발간되었다. 그 후 55년 10주기를 맞아 증보 재판이 역시 정음사에 의해 간행되었고 이 증보 재판에는 93편의 작품과 아우 윤일주의 「선백(先伯)의 생애」가 후기로 덧붙여졌다. 그리고 1967년에 다시 정음사는 판형을 바꾸어 중판을 발간하여 윤동주의 시집 간행을 주도하는 출판사가 되었다. 그리고 1976년에 그 동안 수록이 보류되었던 유고 23편을 추가로 수록하여 증보 3판을 간행하였고. 1984년에 이르러 윤동주 전시집(全詩集)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다시 정음사에서 간행되어 그의 전 작품을 수록하였다. 이 개정판은 증보재판과 증보 3판의 세로 판형에서 초판본의 체재인 가로 판형으로 판형이 개편되었을 뿐 아니라 성실한 편집의도에 의해 그의 시의 원전성이 비교적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엮은이의 서문에도 나타나 있으나 '시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현행 맞춤법으로 고치었다'는 편집자의 의도에 의해 다소 자필 시고가 지니고 있는 조율, 음보 등에 있어 혼선을 빚게 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창작자가 직접 중판·증보판을 간행할 경우에는 그 교정이 이루어지는 대로 원전성이 인정될 수 있겠으나, 작고한 시인의 경우에는 편찬자의 의도나 시대적인 요청, 출판사의 의도 등에 의해서 변조 개정되는 것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원전성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작품의 어법, 띄어쓰기에 따른 성조법 등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선 정음사 본의 서지적인 변화에 대해 정리하고, 유고시집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원전으로 삼고 판차(版次)에 따른 작품의 표기, 맞춤법, 어휘 수정 등을 검증하여 서지 변천자료로 삼고자 한다.
먼저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정음사 본의 서지적 판차(版次)를 정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초판, 가로판형
(2)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55. 증보 재판
(3)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67. 중판, 세로 판형
(4)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76. 증보 3판, 세로 판형
(5) 윤동주 전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84. 개정판, 가로 판형
(앞의 번호는 필자의 임의에 의한 것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이러한 서지적 변천에 따라 그의 시에 대한 표기의 변천도 일단 정리해 두고자 한다.
「序詩」 6행 :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초판본. 중판이하 초·중으로 약함)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증보3판, 개정판. 중·개로 약함)
「自畵像」 2연, 3연 1행, 4연, 6연 : 있습니다(초) , 있읍니다(중판·증·개)
3연 2행, 5연 1행 : 미워저 (초), 미워져 (중판·증·개)
6연 :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초), 가을이 있고/추억처럼(중 ·증 /은 행구분)
「少年」: 떨어저(초), 떨어져(중·증·개) : 펼처있다. 가만이(초), 펼쳐있다. 가만히 (증·중·개) : 두손(초), 두 손(중·증·개) : 쓰서보면(초), 덵어보면(중· 증·개) : 황홀이(초), 황홀히 (중·증·개) : 감어 본다(초·증), 감아 본다 (중·개) : 슬픈가을이 나무가지 우에, 슬픈얼골, 얼골이, 얼골은(초·중·증), 슬픈 가을이, 나뭇가지 위에, 슬픈 얼굴, 얼굴이, 얼굴은(개)
「눈오는 地圖」: 아츰에, 슬픈것 처럼, 일러둘말이, 있든것을, 남어 있는 것이냐, 작고, 따라갈수도,발자욱자리마다,一年열두달,내마음에는(이상초.단 '있든것을'은 증포함): 아침에, 슬픈것처럼, 일러둘 말이, 있던것을, 남아있는, 것이냐, 자꼬, 따라 갈수도, 발자욱자리마다, 一年 열두달, 내마음에는(이상 중·증) : 아침에, 내려, 슬픈것처럼, 地圖위에, 내리는, 떠나기 前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남아 있는 것이냐, 조그만, 자꾸, 내려덮여, 따라 갈 수도, 발자욱자리마다, 찾아, 1年 열두달, 내마음에는, 내리리라(개) (이하 작품에 대한 검토는 지면 관계상 약함).
이상에서 살펴본 바대로 비교적 전통적인 정음사 본의 서지적 변천에 따른 작품 표기에도 이러한 혼선이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문학 작품은 구둣점 하나, 혹은 띄어쓰기 혹은 비록 맞춤법에 벗어나는 음절이라 하더라도 그 성음에 따른 표기에 따라 그 작품의 내재적인 원리와 작품의 흐름에 미묘한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 원전의 정확한 보존이 중요시됨을 재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말의 정리를 한 예로 든다면, 「서시」의 6행의 경우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에서 그 성조와 음성의 차이에 따라 음독(音讀)의 호흡과 시적 음률에 많은 변화가 일어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위의 지적에도 다소 드러나듯이 서지 간행 연대에 따라 그 표기의 일관성에도 다소의 혼란이 뒤따르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의 자간 수정, 맞춤법에 따른 현대적 표기가 지니고 있는 외재적인 수정에도 불구하고 정음사 본은 윤동주의 시를 초간부터 개정판에 이르기까지 편집진의 성실한 의도와 엮은이의 정성어린 후원에 따라 윤동주 시의 원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윤동주 시의 앞으로의 서지적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1984년도 개정판은 윤동주 시에 대한 성실한 검증의 노력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었고, 또한 그 외 시 전편에 대한 정확성을 확보하여 윤동주 연구에 대한 확정적 자료 제시에 그 제작자의 의무감이 뒤따랐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3)
윤동주의 시에 대한 시사적(詩史的) 관심이 확대되고, 정음사 본의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독자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받게 됨과 아울러 80년대에 들어 그의 시집의 출간이 몇몇 출판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명지사. 1982.
(2) 윤동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열음사,1984.
(3) 윤동주, 「윤동주 시집」, 범우사. 1984.
(4)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혜원출판사, 1982.
(5) 윤동주·이육사, 「이육사 윤동주 : 한국 현대시 문학대계 8」, 지식산업사, 1980.
(6) 윤동주 외 6인,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 시인사, 1982.
(7) 윤동주 외 6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신라출판사, 1983.
(8) 윤동주·김영랑, 「윤동주·김영랑의 명시」, 한림출판사, 1984.
이밖에 윤동주의 시집이 평전의 부록 및 일부분으로 수록된 경우는 다음과 같다.
(9) 임중연 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인물연구소, 1979.
(10) 이건청 편,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문학세계사, 1981.
(11) 권일송 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민예사, 1984.
(12) 김수복, 「어두운 시대의 시인의 길」, 예전사, 1984.
(이상 앞의 번호는 필자의 임의대로 정함)
위 예시한 단행본 시집과 평전 속에 실려있는 시편들에 대한 원전성 검토를 일단 검토해 봄으로써 이러한 시집들의 원전과의 친밀성을 살펴보자. 여기서 원전이라 함은 정음사 본의 초판본을 지칭한다. 이는 이 초판본(1948년)이 필자 자신의 필사본과 가장 밀접한 진정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윤동주 시의 원본으로 삼아도 그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시집의 체재 중의 중요한 일면을 지니고 있는 것인 시들의 수록 순서를 대조해 보는 것도 이 검토에 우선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시집의 체재 또한 한 시인의 통일된 시적 구조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시들이 수록된 순서에 따라 시적 구조의 통일성에 많은 의미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를 검토해 보자.
초판본 : 서시, 자화상, 소년, 눈 오는 지도, 돌아와 보는 밤, 병원, 새로운 길, 간판 없는 거리, 태초의 아츰, 또 태초의 아츰,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십자가, 바람 이 불어, 슬픈 족속, 눈감고 간다, 또 다른 고향, 길, 별 헤는 밤, 흰 그림자, 사랑 스런 추억, 흐르는 거리, 쉽게 씨워진 시, 봄, 밤, 유언, 아우의 인상화, 위로, 간 (肝), 산골물, 참회록.
(1) : 서시, 자화상, 새로운 길, 간판 없는 거리, 소년, 돌아와 보는 밤, 태초의 아침, 또 태초 의 아침, 눈오는 지도, 병원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십자가, 슬픈 족속, 눈감고 간다, 바람이 불어, 또 다른 고향, 흰 그림자, 사랑스런 추억, 길, 흐르는 거리, 쉽게 씌 어진 시, 별 헤는 밤, 봄, 간(肝), 참회록, 아우의 인상화, 위로. 산골물, 밤, 유언.
(2):초판본과 동일(단 표기는 띄어쓰기 통일), 코스모스, 바다, 풍경, 빨래, 이런 날, 양 지쪽, 산상(山上), 귀뚜라미와 나, 만돌이, 거짓부리, 트루게네프의 언덕,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 종시(終始).
(3) :서시, 자화상, 새로운 길, 돌아와 보는 밤, 간판 없는 거리, 병원,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십자가, 바람이 불어,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 길, 흰 그림자, 쉽게 씌 어진 시, 참회록, 간, 위로, 팔복(八福), 아우의 인상화, 유언, 창한란계, 양지쪽, 이 런 날, 눈감고 간다, 가슴 1, 가슴 2, 삶과 죽음, 종달새, 비애, 트루게네프의 언덕, 장미 병들어, 노후의 주장, 모란봉에서, 꿈은 깨어지고, 이별(이하 생략)
이상의 단행본 시집에 수록된 목차를 검토해 본 바와 같이 (1), (3)은 편자의 임의 혹은 의도에 의해 그 순서가 원전과 매우 상이함을 볼 수 있고 (2)만이 원전과의 친밀성을 의식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는 편집자가 얼마만큼 문학의식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원전과의 친밀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시집 편재상의 검토에 이어 이들 시집들에 수록된 작품들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윤동주 시작품의 굴절 변화, 표기상의 오기 등의 문제를 일단 정리해 보자.
「서시」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초, 5, 6, 7, 10, 12)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1, 2, 3, 4, 8, 11), 죽어가는것을(초, 10, 12) : 죽어가는 것을(1, 2, 3, 4, 5, 6, 7, 9, 11) : 죽어 가는 것을 (8), 오늘밤에도(초, 1, 2, 5, 6, 7, 9, 10, I1, 12) : 오 늘 밤에도(3, 8)
「자화상」 : 있습니다,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초, 2, 5, 10, 12) : 있읍니다,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1, 3, 8) : 가을이 있고/추억처럼(6, 11,/은 연구분: 필자), 가을이 있고/추억처 럼 (7), 가을이 있고/추억처럼 (11)
「눈 오는 지도」 : 지도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초, 10, 12) : 지도 우 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1, 7) : 지도 위에 덮인다./방안을 돌아다보아 야(‥‥) (2, 8) :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11)
「병원」 : 슬프지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1연 끝(1연 끝 행 : 초, 1, 2, 3, 4, 5, 6, 7, 8, 10, 12) : 삭제(11)
「또 태초의 아츰」 : 눈이 밝어(3연 4행 : 초, 10, 12) : 눈이/밝어 (1, 3, 4, 5, 7), 눈 이/밝아(2, 8)
(이하 지면관계로 생략함)
이러한 한자, 표기, 행 구분 등에 나타나는 편집상의 자구변형 외에도 제목에 탈자 오식 등이 군데군데 산견 되고 있음은 출판 편집자의 불성실한 인식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몇몇 편집자와 무성의 작품인식에서 출판된 시집들이 앞으로 시대적 변천이 지난 몇 세기 후에 있어서의 원전으로의 해석 비평에 많은 혼란을 가중시킬 것임을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4)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윤동주 시집에 있어서의 원전확보가 얼마만큼 정밀하게 유지되어 있는 가를 몇몇 기간된 시집과 평전 등에 수록된 시편들을 통하여 그 원전성을 검증해 보았다. 앞서 밝힌 대로 문학작품의 자구, 구두점, 당대의 표기법, 연 구분, 행 구분은 창작자의 미묘한 창작의식에 의해 창조되기 때문에 외재적 요청과 시대적 추세에 따른 원작 변조는 바로 작품의 내적 비밀과 생명을 상쇄시키는 비문학적 행위임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점차 시대가 변천해 갈수록 이러한 원작에 비문학적 요소가 작품 속으로 침입될 우려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추세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양식 있는 출판업 관계자들의 일관성 있는 창의와 문학인식에 원전성 유지에 대한 각성과 촉구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윤동주의 시집의 경우는 초판본에서부터 개정판에 이르기까지 그 판차를 거듭함에 따라 창작 연대의 검증과 원작자의 필사본을 바탕으로 한 원전 검증이 비교적 정확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에 원작 해석에 대한 혼란이 야기될 우려는 없는 편이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르러 원작의 저작권 시효가 없어짐에 따라 다소의 출판사에서 상업적인 출판 의욕에 앞선 이본의 속간이 이루어졌다 (물론 몇 몇 출판사의 경우는 예외지만). 그 결과 원작의 정확한 표기로 작품의 원형 확보보다는 독자의(특히 청소년층) 호응에 맞추는 자구 변형, 한글 전용, 현대식 표기법 등의 원작 변형으로 그 시집이 제작되었고, 또 외형적인 장정의 화려함으로 독자의 욕구에 답한 나머지, 원작 정밀성의 혼란 현상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출판업 관계자들의 물량적 욕망에 의해 문학 특히 시의 정확한 수용이 굴절되어 올바른 문학의식 형성의 노력이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문학작품의 내밀한 조직은 그 작품이 창작된 당대의 문화적 총체임을 자각하고, 작품의 내외적 구조를 원작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대적인 추세에 따라 서지적인 변천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서지적 검토를 정리해 두는 것도 문화의 올바른 전통계승에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도 윤동주 시집에 대한 서지적 검토를 통하여 원작과의 정밀성과 진정성 확보를 촉구하는 뜻에서 그 서지적 정리의 한 부분으로 만족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