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될 무용무대를 기대하며
최청자 / 무용가·세종대교수
Ⅰ. 무용과 주변예술과의 조화
무용이라는 예술행위는 종합예술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춤을 춘다는 행위 하나만으로는 토탈 아트의 예술성을 표현(expression)해낼 수 없다. 그러기에 음악·미술 등의 주변예술과의 연관이 긴밀히 요구된다. 이러한 주변예술과의 유대는 현실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지닌다. 말하자면 무용가 자신이 자기의 창작영역 이외의 예술에 깊은 조예를 지닐 수 없고, 혹 지닌다손 치더라고 그것이 무용이라는 본래의 예술적 목표와 유리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것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왕 그 방면에 깊은 안목을 지닌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필요로 하게 된다. 음악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무용인 누구나가 원하는 것은 실제의 안무와 일치된 율동감의 표현을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작품의 창작이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인데, 이 때 작곡을 맡아줄 수 있는 음악계의 예술인과 횡적인 교류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한 경우가 아니고 작품의 성격에 맞추어 음악을 고르게 될 때에도 이러한 문제는 발생한다. 말하자면 하나의 주제를 지닌 무용과 음악의 일치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예술장르의 정서적 공감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이 두 방면에 조예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상호 유리된 결과를 가져올 공산도 크다.
여기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무용인 스스로가 타 예술분야에 전문인 못지 않은 감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의 예술영역을 떠나 다른 예술 장르를 개척하려는 노력을 수반해야만 소기의 종합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떤 제도적인 상호관계의 조응력에 기대할 수밖에는 없다.
이러한 제언의 배경에는 앞으로 우리 나라의 무용계에서 곧 겪어내야 할 수많은 국제 규모의 생사들을 감안할 때 더욱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한다. 국제규모의 행사를 치루어내야할때, 바로 이 무용의 발표가 지니고 있는 종합예술성의 문제가 재확인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지닌 예술적 역량의 완벽한 표현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석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위한 전문 디렉터의 조언이 필수 불가결하다. 말하자면 무대디자인에서 음악의 작곡 혹은 선곡, 안무의 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등을 조언할 수 있는 전문인사들의 자문단체 하나정도로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는 보다 완벽한 무용공연을 위한 모두의 바램이 아닐까 한다.
Ⅱ. 활성화될 무용계의 발표무대
무용인 누구나가 기대하고 있는 일의 하나는 완벽한 연습과 치밀한 기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작품의 공연일 것이다. 무릇 모든 무대예술이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대는 제일 먼저 재정적인 어려움이 난관을 겪게 된다. 이것은 곧 우리 모든 무용인들이 지닌 공통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한편의 작품이 무대에서 펼쳐지기까지 무수한 연습 등이 시간과 안무의 고뇌가 뒤따른다. 이러한 창작의욕을 제일 먼저 겪었던 것이 바로 재정적인 문제이므로 무엇인가 획기적인 기회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번 문예진흥원에서 창작활성화 지원계획이 발표된 점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 방면에서 각고의 예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조처였다고 생각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연습장의 확보에 따르는 지원의 항목이 배려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조치가 지니는 의미는 의외로 크다. 무용의 공연을 위한 연습기간은 다른 무대예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다수의 출연진이 모여 이루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연습장소가 단순하게 공간만을 지니고 있어서는 안돼는 것 또한 특수성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완벽하게 연습을 진행할 수 없었던 현금의 실정으로 보아 이러한 배려는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지금의 무용인들이 거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체 공연무대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같은 수준의 공연장 확보, 비치 시설물의 철저하고 세밀한 배치 등의 문제가 뒤따르리라 본다.
기우이겠지만 이러한 배려 위에, 이곳을 사용하려는데 따르는 다소의 문제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즉 연습실의 사용배정 등에 대한 세부적인 문제가 그것이며, 집중적으로 공연활동이 펼쳐지는 봄과 가을과 같은 시기적인 러쉬의 문제 또한 그러하다. 말하자면 적절한 배정의 원칙을 기대하고 싶다.
그리고 지방공연에 대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서울에서 주로 발표 공연되는 여러 단체의 무용활동이 지방공연을 가진다는 의의는 상당히 크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서 생각한다면 지방의 자체무용단의 창단이나 그들의 활발한 공연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지역적인 여건이나 공연을 하기 위한 제반 사항의 미성숙 등의 원인을 들어 불가능하다는 논의를 할지는 모르나 종국에는 이와 같은 지방 공연단체의 활성적인 활동이 무용인구의 저변확대 공연의 활성화 등의 문제를 개진하는데 필요하리라 본다. 이러한 점에서 보아 지방순회공연의 목표는 그 지방의 예술적 잠재력에 어떤 점화력을 부여하는 의의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무용은 우수한 재정적 인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일회성이라는 자체적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활성화지원책을 이러한 일회성의 특성을 감안하여 그 발효과정까지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재정적 손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에 우선은 안심이 간다. 지금까지의 지원이 눈에 보이는 것, 즉 시상금의 지급이라든가 행사개최 등의 평면적인 사실에 있어왔다면 보다 실질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의 배려가 눈에 띤다. 말하자면 해당예술인에게 생활비를 지급한다든지, 지방공연을 지원한다든지, 제작비의 지원폭을 넓힌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비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방면에서의 세밀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 보다 활성적인 창작공연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다만, 이러한 지원이 공연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기록과 보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누구나 지나가 버린 행사를 생각하지 않게 그리고 언제나 기회가 닿으면 스스로 반성과 탐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적인 기록 보존의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