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형극의 현황과 전망
川尻泰司 / UNIMA(국제인형극연맹) 부회장, 일본UNIMA회장, 일본인형극인협회장, 인형극단 뿌끄(プῄク) 대표
인형극은 온 세계의 여러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되고 또한 가장 새로운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형극의 발생은 사람들의 노동의 결과가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오도록 바라고 기원하는 가운데에서 생겨나서 각 민족의 평화로운 삶을 찬양하는 축제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각 민족이 걸어온 길은 언제고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고, 인형극도 세상의 변천 속에선 대단히 어려운 시대를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1차대전이 끝난 1920년대 후반에는 새로운 인형극의 물결이 높아져서 유럽, 북미주 및 아시아의 일부에서는 현대적 인형극예술 운동이 성해졌고 1929년에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세계 인형극의 대전람회가 개최되어 그것을 기회로 국제인형극운동=UNIMA가 국경을 초월한 인형극인 들에 의해 결성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시대에 새로운 연극운동이 왕성하게 일어나서, 우리들의 인형극단 <뿌-끄>도 UNIMA와 때마침 같은 해에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만, 1930년대의 극단원 중에는 한국사람도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제2차 대전은 전 세계사람들에게 커다란 불행을 가져다주었습니다만 세계 각국의 인형극도 쓰라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UNIMA도 1934년의 제4차 대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고 그것이 재건된 것은 대전이 끝나고 1957년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대전 이후엔 세계의 인형극의 상태는 그 이전과는 크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때까지 식민지로서 지배받고 있던 많은 민족들이 제각기 민족적으로 독립을 이룩하고, 식민지시대에 압박 받고 있던 각 민족의 전통적인 민족적 특징을 지닌 인형극이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시아에 있어서는 저마다의 민족들이 각기 다양한 민족적 전통인형극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는 인형극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태국도, 또한 한반도와 일본은 서로 밀접한 오랜 문화적 관계를 가지고 있고, 인형극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한국의 전통인형극에서 활약하는 <홍동지>와, 일본의 구슈(九州)에서 오늘날에도 행해지고 있고, 나라의 중요민속자료로서 지정되어 있는 KOHYOH NINGYO 중에서 행해지는 가미즈오(神相樸)에 등장하는 가장 힘센 장사인 <스미요시 사마>는 성격적으로도, 인형의 구조적인 면에서도 공통성을 가진 형제지간에 있다고 해도 좋으며, 이 인형극의 상연형태, 무대구조는 <박첨지놀음>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UNIMA는 세계의 56개국의 인형극인을 모아 UNESCO 조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만 지금 우리들 전 세계의 인형극 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 세계의 각 민족이 제각기 자기네의 민족성을 지닌 인형극의 민족성을 살린 현대적 인형극을 창조하며 그와 함께 국제적 교류를 깊이 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각 민족의 행복을 한층 확고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인형극을 육성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느 민족에 있어서도 어린이들은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보배입니다. 그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은 우리들 인형극인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한 인형극은 과거에 있어서는 연극예술의 작은 일부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러한 사고방식은 크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현대연극에 있어서 인형극은 결코 작은 한 부분은 아니고 연극표현으로써 커다란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발전적인 연극예술의 표현양식이며 인간인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과 여러 가지 인형에 의한 연극적 표현과의 사이에 차별을 둘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연극분야에 있어서의 인간 극과 인형극과의 관계는 크게 변화해 갈 것이고, 인형극은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여 인간극과 인형극의 연극예술로서의 비중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것입니다.
인형극 예술은 과거의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여 그 금일적 가능성을 창조적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온 세계의 어느 민족에 있어서도,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가장 넓은 관객 층을 응유하는 가장 즐겁고 중요한 문화적 활동이 될 것이며, 민족의 마음을 노래하는 가장 새로운 표현예술로서 자라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