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예술의 실천적 확산현황을 분석한다.
편집실
1. 민중예술의 확산과 그 이념
최근 민중예술의 확산현상은 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그것은 민중예술을 추구하는 인사들이 예술 본연의 영역에서의 창조력 투여를 외부로 확대하여 사회현상의 비판, 고발 등의 주제적 수용을 개진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예술이 지니는 미적, 본질적 탐구를 외면하고 사회현상을 예술이라는 장르에 담아나가는 소위 도구적 예술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결과는 예술성의 결여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된다.
사실상 이와 같은 현금의 확산현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문학의 경우를 예로 들면 70년대 초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한 리얼리즘문학론, 참여문학론, 저항문학론 등을 전개하면서 사회 비판적 민중문학론을 펴왔다. 이러한 논의는 실상 60년대의 순수 참여 논쟁 이후의 연장선상에서 이론적 확산의 맥이 잡혀진다. 요컨대 70년대라는 산업화사회의 지향에서 파생되어진 여러 가지 새로운 계층의 문제, 그리고 부의 축적이 삶의 가치로 전환되는 어떤 가치관의 혼란 등이 이러한 논의를 급속히 진전시킨 사회적 현상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들의 이론은 자생적 면에서의 고찰로서 정다산 혹은 조선조 후기의 동학, 또는 만해 한용운 연구 등의 개별적 연구를 추구하게 되며, 서구 특히 제3세계의 문학이론 등의 탐색을 전개했다. 이러한 시야의 확산은 본질적으로 한국의 사회현상과 예술이라는 등식관계 적용에서 빚어지는 경직성을 탈피하여 제3세계, 즉 팔레스타인이나 아프리카 등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우리 사회현상에 적용시킴으로서 현상적 동질성을 획득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문학에서의 이러한 논리적 변환의 궤적은 문학자체의 미학적 본질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문학작품 (예술작품)이 이론적 체계에 의한 표현의 도식화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80년대로 이들의 논리가 이행되면서 급격히 문학논리 자체는 실천성 추구로 전환되어 있다.
물론 이들의 이념적 배면에는 민족문학론 이랄지 아니면 저항문학론과 같은 자생성에 깊은 철학을 취하는 반면 마르쿠제, 루카치 등으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반 예술이론들이 개입되어 있다. 그들의 예술이론은 자본주의적 모순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신랄한 비판을 전개하면서 역사의식, 계급의식의 문제와 예술성 본질의 문제를 분석영역으로 논리를 개진하여 민중예술가들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급격한 전환을 보이게되는 민중예술의 경우 이와 같은 여러 갈래의 이론적 취합 속에서 어떤 새로운 논리를 추구하기에 이르른다. 이는 80년대 초 계간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의 폐간 이후 발표매체를 잃은 일단의 민중예술가들은 무크지를 통하여 작품 및 이론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즉 80년대 초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의 하나는 곧 다수 무크지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민의(民意)', '공동체문화', '삶의 문학', '시인', '민중', '지평' 등의 무크지와 '반시', '분단시대', '오월시', '시와 경제', '토박이', '남민시' 등의 민중시인들의 동인지가 형성 출간되며 이들의 개별 시집이 일월서각, 풀빛, 청사, 시인사, 이삭 등의 출판사에서 발간된다. 또 5호까지의 무크지를 발간했다가 정간물이 되고 다시 폐간된 실천문학 등에 집중적으로 게재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이들이 기존적 문단 데뷔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동인지나 무크지를 통해 문단에 데뷔하며, 평론가들이 시와 다수의 평론을 겸업하고 있다는 것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양상은 다르지만 창작과 비평사에서 발간되는 '한국 문학의 현 단계' 시리즈에 이들의 대표적 평론이 게재된다. 외양적으로 이들은 시인겸업 평론가라는 점, 30대 초의 연령층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면 이론적인 면에서는 그이전의 민족문학 제3세계문학론 등의 이론에서 발전되어 실천문학론, 공동체문화론, 혹은 전단문학의 이론 등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기에 이르른다. 이는 문학이 활자매체의 전달을 벗어나 사회적 확산을 기도하여야 한다는 어떤 행동양상, 실천양상을 천명하는 것으로 본다. 김도연은 문학의 <장르확산을 위하여>라는 논의를 통해 호소문, 진정서, 선언문, 성명서 등의 장르를 포괄하여 전단문학이라는 개념을 부여하고 이를 '건강한 의미의 문학의 선전 선동성을' 감안할 때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문학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와 함께 문학의 영역 확대의 방안으로 공동체문화를 제시하고 문화예술 전장르의 연계성 문제가 제시된다. 전단문학의 경우는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문학이 가지는 프로파간다의 기능을 극대치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르네웰렉의 견해로 보아서 이 프로파간다는 문학의 기능 중에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것은 문학의 본질적 면이 아니라 기능적 면이고 따라서 기능적 면의 천착은 그들이 문학의 목적과 기능을 혼동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음을 뜻한다.
선동·선전성은 곧 이념의 전달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달의 기능을 강조한다는 것은 예술을 도구화하려는 의도가 잠재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문학이 지니는 제한적 한계성에 대한 민중론자들간의 자각에서 비롯된다. 즉 실천논리는 행위를 수반하게 되고 행위를 수반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문학이 지니는 호소력의 한계를 일단 인정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들은 문학의 자체적 역량으로 문학의 '운동성', '선동성', '유격성', '공격성'을 추구하게 되며 이것이 '주체이념에 대한 실현과정'으로 이양되는 운동성의 추구로 지속된다. 따라서 행동적 전개를 수반하게 됨으로써 급진적 방계 예술과의 연계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의 문학과의 연계가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문학 특히 민중문학의 구심을 이루는 시인들이 노래, 무용, 민요, 연극 등의 연행 예술과 연관을 지니게 되고 공동작업을 통해 주체적 이념구현의 운동성을 확보하며 실천운동을 전개하게 되는 것으로 본다.
2. 민중예술 각 장르와 문학의 연계성
1) 연극과 문학의 연계성
이른바 한국적인 것의 탐구는 최근 10여 년 동안에 매우 융성한 업적을 쌓아왔다. 이와 더불어 탈춤을 비롯하여 농악, 굿, 민요, 판소리 등 전통 민속연희들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이의 전수와 보급에 노력이 기울여졌다. 그 동안 천대받고 외면 당해 온 우리 것들에 대해 새로운 조명이 가해지고 그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옛 민중 조상들의 삶과 놀이가 오늘날 우리의 삐뚤어진 삶과 놀이를 고쳐나가는 가장 긴요한 원동력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현시대의 오염된 문화양상들 즉 분열의 문화, 세뇌의 문화, 죽임의 문화, 닫힌 문화, 반생명의 문화에 대해 우리의 전통적인 삶과 놀이의 지혜인 통일의 문화, 해방의 문화, 살림의 문화, 열린 문화, 생명의 문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당굿·대동굿은 이러한 모든 연행 예술을 총체적으로 집합하는 가장 너른 판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85년 6월 1일 발행 연희광대패보사설 중에서 발췌)
연극이라는 개념보다는 연행예술이라는 장르개념을 부여하고 있는 이들의 작업은 임진택에 의하여 김지하의 '밥'이 마당극 형식으로 무대화하고 있다. 앞서 보인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연행예술이 보다 직접적인 관객과의 접촉을 통해 실천 이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적극성과 개방성에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농악, 탈춤, 굿, 판소리, 민요 등의 전통예술 장르의 표현양식과 문학의 연계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경우는 '똥바다'의 경우와 '나의 살던 고향은', '한씨 연대기(연극무대)'의 공연 등으로 계속되며 '어둠의 자식들(연우무대)' 등 주로 대학 초청 공연의 형식으로 연행된다. 따라서 이들은 연행예술이 민중문화운동에 일익을 담당하는 전위적 예술표현양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문학, 즉 김지하, 황석영 등의 작품을 무대화하는 연계작업을 이루며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70년대 말부터 대학가에서 농악, 탈춤 등의 전통예술 복원이 굴절되어 전환 발전한 예로서 문학적 이념의 무대예술적 구현 혹은 독자적 마당극을 통한 민중운동을 지향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 문학과 무용과의 연계
민중예술의 한 장르로서 무용이 공연되기 시작한 것은 춤패 신의 <도라지꽃> 공연으로부터라 생각된다. 6월 23, 24일 잠실 서울 놀이마당에서 공연된 이 무용은, 그림판, 풍물판, 어울림판에 이어 조선 여자 정신대의 애환을 그린 '도라지꽃'의 공연을 폈다. 무용의 형태로 구현된 이러한 민중예술 이념의 표현은 사실상 연극의 형태 등에서 보여지던 관객과의 직접적 표출양상이다.
무용이 지니는 행위언어를 통하여 하나의 메세지를 전파코자하는 의도에서 무용적 확산의 의도는 파악된다. 그러한 시도에서 볼 때, 연행예술이 지니고자 했던 민중문화운동 표출방법의 다양성 획득이라는 의도가 보여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 무용작업이 문인들과의 연계가 주목되는데, 그것은 시인 하종오의 작품을 무용으로 표현한 황희연의 '이 땅에 들꽃으로 살아'의 무용극화이다. 하종오는 춤지(誌) 7월호에서 다음과 같은 연계성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문학인 시는 언어로서 씌어져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행해지는 예술행위이고, 지금도 이것이 가장 중심되는 발표 형태입니다. 근년에 들어와 시 낭송과 시노래 등의 연행이 도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나도 이런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시와 굿의 접합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른바 「굿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발하기에 무척 애를 썼고… 한데 시와 무용의 접합은 나로서는 이번이 최초의 경험입니다.
말하자면 시노래, 민요, 시 낭송 및 연행예술의 형태로 문학이 새로운 영역확장 및 간접적 매체(서적 등의 활자매체)의 시보다는 적극적인 직접표현의 연행 장르로서 무용으로 연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황희연의 공연에서 그는 '여성의 끈질긴 생명력 표현에 집착한 나머지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 소홀했던' 점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무용의 행위언어 표현과 함께 민중문학적 이념의 메세지 전달의 한 방법으로 무용과 문학의 연계가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하여 하종오는 예술적 재능을 역사와 사회발전에 되돌리는 일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계는 문학인들의 연계를 통한 예술 장르 확산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3) 문학과 대중가요의 연계
소위 시노래운동으로 불리는 이 작업은 실천문학사에서 발생한 무크지 노래에서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중가요가 지니는 전파의 확산성에 민중예술 이념이 담긴 시를 노래화하여 대중적 전파성을 획득하려는 한 방법이다. 이러한 논의는 김정환 등의 글에서 간혹 언급되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좌담은 현행 대중가요의 애상성에 비판을 집중적으로 시도하는 방향으로부터 점차 작곡을 통한 민중시의 노래화를 의도하고 있다. 예컨대 김진경의 '코카콜라 한 병',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시가 작곡되어 불려지고 있음은 바로 이들이 가요의 대중적 전파성과 민중시의 연계작업이 지니는 이념확산의 방편으로 전개하는 작업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도의 배경에 깔린 민중예술의 확산이 새로운 장르의 독자적 성장이 아니라 문학인과의 긴밀한 연계성 하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4) 문학인들의 민요운동
시인 신경림에 주도되는 민요연구회를 통하여 펼쳐지는 이 민요운동은 새로운 민요의 창작, 노동요의 발굴, 이의 보급과 연구를 수행하면서 민중예술의 이념을 구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오월시, 시와경제, 반시 등의 시동인들이 다수 참가하고 기타 민요연구가, 연행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이 연구회는 이 시대의 가요들이 일본의 엔까류의 노래이고, 팝송 등의 외래음악을 배격하고 민중의 노래의 민요를 발굴하며, 독립군가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채록하고 새로운 창작민요를 제작 보급하는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민요연구회의 회보를 통하여 게재되고 집회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 형태의 이 운동은 굿시 등의 양식을 만들고 있으며 하종오·박승구 등 다수의 문인이 창작민요 등의 작사를 통해 민요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노래 등에 대한 발굴과 보급 및 민요연구의 강연 등을 가지고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논리화하여 전승민요를 위한 노래굿(유해정, 우리세대의 문학·3집·문학과 지성사) 우리노래에 끼친 엔까의 영향(민요연구회·건대학보1984) 등의 이론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앞서 구체적인 몇 가지의 사례를 통하여 문학과 민중예술 장르와의 연계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확산은 곧 문학의 한계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며 연극무용 연행 예술이나 노래운동으로 파급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문학 자체의 혁신적이며 개혁적인 방안이 없는 한 이러한 타 예술 장르로의 확산은 그들 나름대로 필연적인 것일 수밖에는 없다.
왜냐하면 운동성을 지향하고 그 주제수용의 대상을 사회적 모순면에 천착할수록 적극적인 행동양상을 지니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미술에서의 경우, 형상 구성 색체 등의 기존적 표현양상을 거부하고 구호의 삽입, 주제의 화면제시 등의 선동적 표출양식 도입과도 일맥상통한다. 말하자면 예술 본연의 표현방법으로는 운동성 구현의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직접적이며 보다 강력한 전달 수단을 통하여 이념전달의 유격성, 전투성, 공격성을 획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2차적인 직접 전달의 양상이 곧 문학과 연행예술 노래 등의 확산이며, 문학 자체에 의도 시 낭송, 강연 등의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그렇다면 이념구현의 한 수단으로 결정된 예술 장르가 과연 그 나름대로의 표현양식을 통해 십이분 민중예술이념의 전달에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일단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수용하는 개개인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관객이 지니고 있는 의식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문제는 문학의 경우 실천의 양상을 띠고 문학 본연의 표현양식을 거부했을 때의 문학성의 문제는 일단 논의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문학적 가치의 판단 기준에서 벗어난 실천적 예술행위가 연계되어있는 각 장르에서는 그들이 문학이념, 혹은 민중이념 전달을 위한 소도구화 되어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어진 이념을 전달하기 위하여 이러한 예술행위가 지속된다면 예술은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이념전달의 도구화를 스스로 초래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모든 예술의 구심점은 예술본연의 미적 가치 추구에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 하나의 세대가 지나갈 때 명백히 판명되는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