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평산(平山)소놀이굿과 그네작두
정병호 / 중앙대학교 교수
소놀이는 경기나 황해도에서 주로 행하여진 놀이였는데 현재는 경기도 양주지방에서만 보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8월 14일 뜻하지 않게 황해도 평산에서 남하한 장보배(張拱培: 여·75세)라고 하는 무녀(巫女)가 중심이 되어 황해도 소놀이를 한다고 전달이 왔기에 인천에 들렸다. 굿하는 곳은 인천국악원이었다.
소놀이굿을 하는 사람들은 평산읍 출신인 장보배씨가 <선머리>역을 하고 <지석> (제석)역은 조순례(여·66세 해주 출신)과 유욱선(여·61세·옹진 출신)이 담당하였고 <마부>역은 장보배씨의 신(神)딸인 이선비(여·52세 옹진 출신)이 맡아서 하였다. 그리고 <소>역은 강화군 교동면에 사는 안우영(남·58세), 이요섭(남·62세) <송아지>역에는 차흥순(남·58세) 등이었으며 <애비보살>역은 박영자(여·56세), <지장보살>역은 윤종화(여·63세), <실농씨>역은 김용애(여·61세)였으며 악사는 최정숙(여·62세), 윤용녀(여·57세), 김상순(여·20세)이었다.
장보배씨는 황해도 평산읍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월남하여 현재는 강화군 교동면 삼선리에서 2남 4녀를 낳고 장남과 같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그는 19세 때 평산군 안선면 지암리라는 곳으로 시집을 갔으며 21세 때는 신(神)이 솟아 무녀가 되었다.
신들린 과정은 햇빛 나는 맑은 날에 비가 온다고 환각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날씨가 좋은 날도 비가 온다고 빨래를 거두자고 하였으며 부엌에서 그릇을 씻을 때면 거기에 꽹과리, 징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것 같았고, 둥굴바가지를 잡으면 쿵덩쿵덩 하고 북소리가 나는 것처럼 환각하곤 하였다. 그리하여 소리질러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집안 사람들이 깜짝 놀라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느냐고 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몇 차례의 실수를 하므로 그때마다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였다.
신랑집 부모들은 논밭을 주어서 내보내라고 호령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얼굴 예쁘고 살림 잘하고 바느질 잘하며 아이들도 잘 기르는데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아깝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하는 바람에 그대로 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애기를 낳고 사는 동안 무업(巫業)을 하였다. 그러나 일본 관리들이 소리만 나면 기구를 공출하라고 하는 바람에 이불 쓰고 굿을 하였다.
그런데 굿만 하면 무슨 병이든 간에 나았다. 하루는 이장집에서 굿을 할 때 일본 순사(순경)에 들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일본인 경찰서장이 "우리집 사람이 아픈데 고칠 수 있겠느냐"고 하기에 고칠 수 있다고 했더니 소 잡고 돼지 잡아 굿을 크게 벌렸다. 그 결과 서장의 부인이 나은 것이다. 이렇게 하여 3, 4년간 무업(巫業)을 하던 중 8·15 해방이 되어 일인들은 물러가고 공산 정권이 들어서 기생이나 만신(무녀)들을 없애버렸으며 이른바 <이주(移住)>라 하여 부자들을 가난한 집으로 이동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부잣집으로 이주시킨 제도가 실시되었다. 장보배씨는 무업(巫業)이 끊기고 2년 후 월남하게 되었다.
정착한 강화군 교동면 삼정리 그곳에서 새로 신(神)어머니를 만나서 굿을 하였다. 얼마 안 가서 신(神)어머니가 죽고 그 신당을 맡아서 굿을 계속하여 돈도 많이 벌었다. 이렇게 하고 나니 75세가 되었고 몇 해 전에 영감이 세상을 떠나고 보니 무엇인가 세상에 남기고 싶어서 옛날에 배웠던 소놀이를 재현해 본 것이라 한다.
소놀이는 우환굿과는 달라 경사굿(재수굿)에서 하는 것으로 농사나 사업, 장사 등이 잘 되거나 새집이나 농토를 새로 마련했을 때 자손이 번창하도록 비는 뜻에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사굿은 부잣집에서 하는 큰굿이라 할 수 있다.
소놀이굿의 형태에서 그 특징을 살펴보면 무속의례에서 연희로 발전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놀이는 오락적이면서 예술적인 기능을 가진 놀이라 할 수 있다.
소놀이굿은 먼저 <초감흥>, <초부정굿>을 하고 여기서 조상청배하며 제석굿을 할 때 소놀이를 하는 것이며 성주굿을 할 때는 지경다지기를 하게 된다. 밤이 되어 어두움이 감도는 가운데 굿판이 집안 마루에서 마당으로 옮겨진다. 마당에는 8선녀가 내려온 8개의 무지개가 늘어뜨려 있고 밑에는 8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 하여 큰 물동이에 물을 담고 바가지 8개를 띄워 논다. 이 장치는 8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고 사람들에 복을 주고 승천하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그리고 선머리 역은 장삼과 고깔 쓰고 제석 역은 가사 메고 염주 메고 제석 옷을 입으며 마부 역은 바지저고리에 벙거지를 쓰며 애비보살 역은 치마저고리에 수건 쓰고 허리에는 조트래(바구니)를 치며 지장보살 역은 치마저고리에 호미를 든다. 실농씨 역은 갓 쓰고 도포입고 책을 들었다. 그리고 소나 송아지 역은 종이로 만든 소 대가리를 잡고 덕석으로 몸을 감았다. 그리고 악사들은 옆에 앉아서 장구와 징, 바라 등을 친다.
소놀이는 선머리가 단군님을 맞이하고 제석님이 강림하여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개국한 이야기를 사설로 하게 된다. 이어서 제석님이 인간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방아를 찧는다. 그리고 집에 재수와 복을 주기 위해서 지경다지기를 하며 마지막에는 제석님이 하늘에서 데리고 온 나졸들을 데리고 승천하는 대목을 하여 굿이 끝난다.
소놀이굿
소놀이가 시작되면 먼저 서신이 왔다고 하면서 백지를 선머리에게 갔다준다. 그러면 그것을 읽어 내린다.
단군천년 기자천년 2천년 도유에 말머리뿐이냐고 가마까치가 말씀할 때 쇠천쇠국에서 하늘 옥황상제님이 분부 내리시되 삼불지선님 세 분이 조선국에 나가서 인간도입을 하라고 분부 내리셨다. 그래서 세 분이 조선국에 내려올 적에 신령씨, 약대, 마부, 애미보살, 기장보살을 압령서서 옥황상제님이 무지개 서기발로 팔선녀를 따라 내려보낼 때 앞 두 바다 열 두 바다 뒷 두 바다 이십 사 강을 건넜을 때 무슨 배를 잡아탔소 나무선은 무엇하니 나무라고 썩어지고 돌선은 무엇하니 돌이라고 가라앉고 흙선은 무엇하니 흙이라고 풀어지고 모래선은 무엇하니 모래라고 흩어지고 천상일월을 쳐다보니 계수나무 서있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 옥도끼로 다듬어서 밑가지는 밑을 놓고 옆가지는 옆을 놓고 중가지는 닿을 놓고 상가지는 돛을 달고 대선 소선을 지어놓고 한편엔 명을 싣고 한편은 북을 싣고 유리동사 봉을 받고 원자보술에 녹수천량 우찜쳐서 삼불지석님을 앞장세고 신령씨 뒤에 서고 마부에 애미보살, 기장보살, 약대를 옆에 서고 오색무지개를 줄을 잡아 팔선녀가 앞령섰네. 화선대 같은 물결을 용마사마 눌러 타고 강풍은 저자가고 순풍에 돛을 달아 소서바람 부는데로 명수결에 결을 늘려 외깍재깍 건너섰으니 한양 서울 한강줄기 돌아돌아 인왕산에 닻을 주고 삼각산에 의지해서 오백년 도입을 시키러 조선국에 나오셨네.
천길 만길 낳은 떨어져 살아도 너희들을 떨어져 어찌 살란 말이냐 오백년 도읍이 아무리 멀다해도 이를 물고 참아라 언제 너희들을 다시 만나느냐.
오백년 도읍을 할 때 너희들 피차간 약속을 하자 서로 책임을 완수하고 오백년 끝나는 오늘에 장수산이 명산이다. 징산은 복산이다. 장구산 앞에서 오백년 후에 만나자.
이렇게 하여 천상(天上)놀이가 끝나고 이어서 지상에서의 놀이가 시작된다.
선머리-신농씨는 무엇 하러 왔느냐.
신농씨-춘하추동 사시절에 이십사절기를 따라서 농사짓는 것을 지배하러 나왔지요.
선머리-마부는 무엇 하러 나왔느냐.
마부-높은 곳은 밭을 갈고 낮은 데는 논을 갈고 논밭전지를 만들어 농사를 짓자고 나왔소 다.
선머리-애미보살은 무슨 책임을 지고 나왔느냐.
애미보살-오곡잡곡 씨 종자를 많이 가지고 논 갈고 밭 가는데 씨종을 던지러 나왔시다.
선머리-기장보살은 무슨 책임을 지고 나왔느냐.
기장보살-씨종을 뿌린 것이 움이라고 싹이 나서 가지가지 나올 때 잡풀은 빼버리고 곡식은 북을 주어 잘 가꾸려고 나왔시다.
선머리-그러면 되었다. 우리가 오백년이 되면 이 자리로 장고산이 병산이다. 징산이 복산이다. 오백년이 될 때 눈떠서 볼 새 없이 손과 쉴새없이 얼능온다.
일동-그러면 지석님(제석)은 무엇하시는데요.
선머리-인간세계로 복립시키러 나간다.
마부-복립이 무언데요.
선머리-복립을 모르냐
마부-예
선머리-아들 애기를 점지해서 기르고 딸 애기를 점지해서 기른다. 그리고 초세살이 넘어 애기가 일곱 살이 되고 남자 여자를 가려 기른다. 그러면 여기서 만나기로 하고 다 헤어지도록 하자.
이어서 선머리는 난봉가를 부른다. 그러면 마부는 소를 끌고 다니면서 밭갈이하고 애비보살은 씨를 뿌리고 기장보살은 김매기를 하며 실농씨는 농사일을 감독하는 등 한참동안 농사일을 하다가 모두 헤어지고 이어서 오백년 후 만나는 대목이 연출된다.
마부-우리 제석님 못 봤소 !
장고잽이-제석님을 본 것도 같고 안본 것도 같소이다. 당신들은 징산밑에 가서 기다리시오 제석님이 올거이다.
제석-여보셔 우리 나졸들을 어떻게 하면 찾겠소.
장고잽이-정성이 부족해서 못 찾는 거외다. 아무리 명산에 정성을 들였다 해도 장구산만한 명산은 없소이다. 장구산에서 당일 정성을 들여야 찾겠소이다.
제석-비나니오 비나니오 장구산 신령에 비나니오. 우리 나졸들을 만나게 도와주소. 아이구 아이구 우리 나졸들 내 앞으로 오너라.
장고잽이-제석님 그렇게 찾으면 안됩니다.
제석-어떻게 찾으면 되겠느냐.
장고잽이-눈알이 쑥 빠지도록, 똥구먹이 쑥 빠지도록 부르시요.
나졸들이 <예이->하고 나온다. 제석과 나졸들이 울면서 오백년만에 만난다.
제석-어떻게 지냈느냐. 왜 이렇게 험하느냐.
마부-제석님 찾으라 댕기니라고 산으로 천리, 들로도 천리요, 바다로도 천리요, 다 댕겼지요.
제석-그러면 무엇 먹고살았느냐.
마부-산에 올라 머루, 다래, 도토리, 갱다리, 나무 열매만 먹고살았지요. 들에 나와 으악새 먹으니 거셔 못 먹고 바다에 나와 고기 잡아먹으니 비려서 못 먹었지요.
제석-그러면 신농씨는 무엇 먹고살았느냐.
신농씨-인간이 만든 음식은 오줌똥을 만져 더러워서 못 먹겠고 솟아나는 옥경수, 흘러나가는 폭포수 찬물만 먹고살았소.
제석-옥경 천수물만 먹고살았단 말이냐.
신농씨-예, 물만 먹고 살았시다.
제석-그럼 애미보살은 무얼 먹고살았느냐.
애미보살-마부가 논밭 만드는 데로 씨종자를 뿌려서 오복소복 농사를 지어 농사 진 낱알을 먹고살았지요.
제석-기장보살은 무얼 먹고살았느냐.
기장보살-애미보살이 씨를 뿌린 대로 그 낱알이 움이 트고 싹이 놓으면 잡풀은 뽑아버리고 낱알로 김을 매서 북을 돋아가며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았습니다.
제석-마부야 너희가 너무 고생을 해서 바위돌 같이 되어 사람을 알아볼 수 없으니 본 조정에 했던 말을 해봐라. 그럼 쇠천 서역국에서 무엇을 좋아했느냐. 삼 년 빚은 사마주요, 이 년 빚은 이화주요, 석 달 빚은 백일주요, 눌러펐다 금청주요, 구더기 둥실 방문주요, 당일 빚은 단감주 먹고살았지요.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놓았으니 많이 먹어라.
나졸 일동은 달라 들어서 음식을 먹는 흉내를 낸다.
제석-옷은 무슨 옷을 입고 나왔느냐.
마부-무쇠 딸랑 방울에 배꽃이 피어서 청룡, 황룡은 뒤뜰어지고 별로 뚝뚝 떨어지고 구름은 펄펄 나가고 뇌성벽력쳐서 오르릉나무 배비들어 앉아 휭령나무 바디집에 외깍제깍쳐서 석쇠민영에 물맺은 쇠맺을 일굽은 매전에 석쇠민영에 열쇠바느질 알뜰살뜰 다헤졌죠.
제석-그럼 너희들이 내 나졸이라 하면 너무 기골이 상해서 알아볼 수 없으니 너희들을 어찌 내 나졸이라 믿고 가겠느냐. 쇠천서역국에서 약속을 하고 나온 말을 해보아라.
이렇게 하여 제석은 나졸들에게 무슨 임무를 맡고 나왔느냐라든가 무슨 옷을 입었느냐, 머리는 어떻게 생겼으며 귀는, 눈은, 코와 입은 어떻게 생겼느냐 등 세밀하게 물어본다.
제석-너희가 올 때 사서삼경을 외우고 가질 않았느냐. 마부야 그것을 외봐라.
마부-욀 수 있지요.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 날 일, 달 월, 찰 영.
제석-그러면 하늘과 땅이라는 두자는 무슨 뜻으로 내었는지 아느냐.
마부-알죠. 하늘에서 사람을 창조해서 땅으로 내보냈다는 말이죠.
제석-검을 현, 누를 황은 무엇 때문에 냈는지 아느냐.
마부-알죠, 사람이 강하게 농사를 지어 누런 벌판을 만들어 먹고살라고 검을 현, 누를 황을 냈죠.
제석-집 우, 집 주는 왜 냈느냐.
마부-인간이 집을 짓고 살라고 냈죠.
제석-날 일, 달 월은 왜 냈느냐.
마부-날이 가고 달이 가는 것을 알고 살으라는 뜻입죠.
제석-알았다. 내 나졸들이 틀림이 없고나. 그러면 인제 우리는 가도록 하자.
마부-아니지요. 또 남았지요.
제석-무엇이 남았느냐.
마부-팔도 골골따라 이름을 짓고 가야죠.
제석-내가 이름을 다 지었는데 네가 말을 해보아라.
마부-경기도는 까뚜리, 충청도는 학이요, 전라도는 삭제요, 경상도는 용이요, 제주도는 말이요, 황해도는 소요, 평안도는 호랑이요, 함경도는 돼지요.
제석-그 말이 맞다.
마부-제석님 이제까지 무얼 하고 다니셨어요.
제석-나는 법 없는 곳에 법을 만들고 인간이 없는 곳에 인간을 만들고 아들 낳고 딸 낳아서 사람의 이름을 지었단다. 사람 이름을 다 짓고 한 살 먹고 두 살 먹고 서너 살이 넘어가면 남녀칠세부동석이라 삼오십오 열 다섯 살이 되면 부부성례를 갖춘다. 아들 낳고 딸 낳고 인간독립을 시켜서 번성하게 만들었다. 마부야 이젠 떠나도록 하자.
마부-아니지요. 아직도 남았지요.
제석-무엇이 남았단 말이냐.
마부-약대 잔등에 싣고온 명과 복이 남았어요. 갖다 버릴까요 !
제석-그것은 이 나라 임금께 주고 가자.
마부-임금이 무엇인데요 !
제석-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분이시다.
마부-높으면 하늘만큼 높나요.
제석-그런게 아니라 사람의 지위가 높단 말이다. 남은 복을 임금님께 드리면 가난한 사람을 불러서 골고루 나눠준단다. 이제 가자.
마부-아니지요. 아직도 남았지요.
제석-무엇이 남았단 말이냐.
마부-제석님의 조화로 농사를 질 때는 약대를 소라고 불러 맘대로 농사를 지었는데 제석님이 떠나고 나니 인간들이 소를 부릴 수가 없다 합니다.
제석-소코를 끼라 해라.
마부-코가 무엇인데요.
제석-징산에서 장구산으로 내려오면 가시가 찌르는 나무가 있단다. 그 나무가 향나무다. 그 향나무를 베다가 어쓱 비쓱 베어서 불에다 구워서 예쁘게 깎아 코에 끼라고 해라.
마부-코를 끼니 떨어져서 못 쓰겠데요. 짚은 썩어져서 못쓰고, 나무껍질을 해보니 껍질은 무거워 못쓰고 쑥세는 부서져 못쓰고 제석님이 조화를 부려 보세요.
제석-배꼽산밑에 두덩이 산이 있다. 두덩이 산밑에 잔솔밭이 있다. 그 풀을 무쇠낫으로 잘 깎아 그 풀로 잘 꽈서 해봐라. 그 풀을 벨 때 조심해 베어라. 그 잔솔밭에 옹지 우물이 있는데 그곳에 빠지면 귀까지 빠지니 조심해라.
마부-제석님 왜 그것을 베다가 새끼를 꼬아 굴레를 매니까 무겁지 않아 천년만년 상관없답니다.
제석-그럼 가도록 하자.
마부-아니지요. 아직 남았습니다. 제석님의 조화로 농사를 질 때는 맘대로 지었지만 제석님이 떠나고 나니 아파서 못 짓는답니다.
제석-그럼 기르마가지가 있으니 씌워 봐라.
마부-기르마가지를 놓으니 아파서 못 짓겠다 합니다.
제석-그러면 뜸치가 있다. 속세나무를 베다가 새끼를 어쓱 비쓱 꼬아서 기르마가지 밑에 대고 올려놓으라고 해라.
마부-제석님 그렇게 해서 올려놓으니 이젠 좋다 합니다.
제석-그럼 끝났으니 가도록 하자.
마부-아이구 또 남았지요. 암소는 그냥 저냥 끝이 났는데 황소는 부릴 수가 없답니다.
제석-그럼 황소 목에다 멍에를 해주어라.
마부-멍에가 무언데요.
제석-황주붕산 장산에 들어가면 박달나무가 있다. 그 나무를 찍어 얌전하게 깎아 소목에다 얹어 놓으라해라. 그게 멍에다.
마부-제석님 그것만 가지고는 일을 할 수 없어요.
제석-그럼 연장이란 것이 있어야 한다드냐.
마부-연장이 무언데요.
제석-연장이라 함은 우리가 올 때 계수나무를 찍어서 타고 오질 않았느냐. 그 나무를 잘 깎아 연장을 만들어 보라 해라 !
마부-연장 가지고는 안되고 땅속에 들어가는 게 없어 밭을 갈 수가 없다 합니다.
제석-흙으로 빚어 해보라.
마부-흙은 풀어져서 안된데요.
제석-돌을 깎아 해보라.
마부-돌을 깨져서 안된데요.
제석-그럼 쇠로 해봐라.
마부-쇠는 닳아져서 안된데요.
제석-그렇다면 내가 하라는 데로 하겠느냐.
마부-예-.
제석-여자를 점제 할 때 아들 낳는 동네, 딸 낳는 동네를 만들어 내 보냈는데 한 동네를 없애도록 하자.
마부-그러면 어느 동네를 없애나요.
제석-아들 낳는 동네를 없애라.
마부-조선국 망하게요.
제석-그런게 아니라 한 동네에 두 가지를 다 낳게 한단다.
마부-무얼 갖다 해야 하나요.
제석-딴 동네를 없앴으니 배꼽산 밑에 두덩산이 있고, 두덩산 밑에 잔솔밭이 있고 잔솔밭에 옹기물이 있다. 옹기물 밑에 봉알산이 있다. 봉알산을 빼다가 쟁기를 만들어 달아보라고 해라.
마부-제석님 이것으로 쟁기를 하니 이랴마랴 찍찍 갈이로 잘 갈린다. 합니다.
제석-그럼 그만 가기로 하자.
마부-아이구 아직도 남았습니다.
제석-무엇이 남았단 말이냐.
마부-아이구 방아를 찧어서 알곡으로 해놓고 가면 안되시가 !
제석님은 방아타령을 부른다.
이 나라 전체 반이로다.
산골 방아는 돌방아
돌방아는 물레방아
도시방아는 뚱뚱방아
한번은 쿵덩 찧고나니
천여석이 쏟아지고
또 한번은 쿵덩 찧고나니
만여석이 쏟아진다.
제석-방아를 찧었으니 이젠 가자.
마부-아- 아니지요. 또 남았지요. 아랫대궐 윗대궐 많이 짓고 가면서 지경을 안 닦으면 되겠나요.
제석-응, 그렇구나.
제석은 노래를 하고 나졸들은 지경다지기를 하면서 굿판 주변을 돈다.
천년너와 만년기와 행귀를 들썩하니 청룡이 뒤뜰어지고 또 한귀를 들썩하니 백룡이 뒤뜰어지고 청룡백호 대살량 청룡 끝에 우물파고 백룡끝에 집을 짓고 장안에 석수를 불러 주춧돌을 깎아 받치고 뒷귀에다 풍경을 달고 굽은 나무 술다듬고 젖은 나무 굽다듬고 영구부정한 나무 상봉마루 올리고, 이 터전은 물레방수가 되어서 나갔던 재복이 다 돌아오고 이 터전은 고무래 정짜가 되어서 나갔던 재물이 긁어들여 뒷 남산을 바라보니 노적봉 안은 격이요, 앞 남산을 바라보니 밥상을 안은 격이다.
마부-제석님, 인제는 조선국에 나왔다 가니 마지막으로 타령이나 한번하고 갑시다.
제석-오 너희들이 나올 때 타령을 하고 나왔으니 들어갈 때도 그렇게 하자는 말이냐.
나졸들-예-
아- 서산낙조에 떨어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또 또당 오지요.
오늘날 헤어지는 조선국
어느 시절에 다시 오느냐.
이렇게 긴 염불로 하다가 자진염불로 가락이 바뀌면서 나졸들은 춤을 추고 제석은 소를 타고 굿판을 돌면서 하늘로 승천한 대목을 하고 굿이 끝난다.
소놀이가 끝나고 잠시 쉬었다가 장보배씨의 신(神)딸인 이선비씨가 하는 이른바 <그네작두>가 시작된다. 필자가 이때까지 많은 굿을 보고 다녔지만은 그네에 작두를 매달고 그 위에서 그네를 뛰면서 작두를 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따라서 <그네작두타기>는 초연(初演)이 아닌가 본다.
이선비씨는 31살 때부터 그네작두를 탔는데 이번이 3년째라 한다.
약 4m가량 되는 높이의 그네를 힘차게 구르면서 타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고 소름이 끼치는 위험한 주술적(呪術的) 놀이이다.
그네작두타기를 하기 전에 산신령을 청하여 작두에 잡귀가 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접신무(接神舞)를 하여 장군이 몸에 들어오게 하고 신이 몸에 들어오면 작두를 타게 된다. 요란한 무악소리가 나는 가운데 이선비 무녀(巫女)는 발을 구르면서 그네작두를 탄다.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조용히 그네가 멈추고 이날의 소놀이굿이 전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