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문화통계·문화지표란 무엇인가

문화지표와 문화발전




백선복 / 유네스코 한위문화과장

1 . 문화지표의 성격

측정이론(Measurement Theory)의 관점에서 볼 때 지표(Indicators)란 어떤 현상의 특성 또는 성격을 표시하는 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큐(IQ)는 사람의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GNP는 한 국가의 국민총생산량을 가리키는 지수이다. 지표가 개념적으로 또는 조작적으로 정의된 어떤 개념의 특성을 대표하는 있는 수지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지표의 제한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IQ가 개인의 모든 지적능력을 나타낼 수 없으며 GNP가 나라의 모든 생산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떠한 지표도 그것이 나타내려고 하는 현상을 완전히 대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지표가 어떠한 개념을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다면 그것은 지표적이라기 보다도 통계수치에 가깝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표본과 같이 지표는 부분으로서 전체를 나타내는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성 (또는 간결성)을 그 본질 속에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표가 갖고 있는 대표성이라는 성격은 지표의 유용성과 기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효과적인 지표를 구한다고 하자. 업무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요소들 즉 창의성, 추진력, 성실성, 책임감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단순한 지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직원들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각 직원이 일정기간 동안에 처리하는 문서의 건수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 직원들이 상이한 성격과 내용의 일을 하고 있다면 단순한 문서처리건수는 업무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

다시 말해서 지표의 유용성과 중요성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알고자 하는 어떠한 현상 또는 개념을 얼마나 경제적으로 잘 대표하며 또한 정확히 나타내는가 하는 정도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지표 자문관인 Louis Bohner는 문화지표를 "문화발전의 한 특수한 국면에 대해 정확하고 전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규범적인 통계수치" 라고 규정했다. "정확하고 전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표의 대표성인 타당도나 신뢰도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규범적인" 통계수치라는 것은 지표의 또 다른 특성인 응용성 및 실제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문화지표는 문화발전 계획의 수립 및 집행을 위한 정책목표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은 문화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때 그 계획이 추구하는 목표를 사전에 설정하기 위한 지표론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문화지표의 성격 "에서도 논의한 바와 같이 정책 결정 과정의 필요성에서 연유되고 있다고 본다. 문화나 문화발전이 본질적으로 질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가 문화발전 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과정에서 통계적인 자료나 적절한 분석도구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유네스코에 의한 제 1차 세계문화정책 정부간 회의가 "문화정책의 수립은 객관적이며 적절한 데이타에 입각하여 수립되어야 한다"고 결의하면서 문화발전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문화지표 및 통계의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히 문화에 대한 형이상학적 성찰만으로는 활동계획을 위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문화적 측면을 얼마만큼 변화시켜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화지표는 문화의 확대와 전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문화발전이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으며 지표의 유용성도 문화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기본적인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을 때 더욱 제고된다고 하겠다. 문화지표운동을 처음으로 발의했던 유네스코가 문화지표를 가끔「문화발전의 지표」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과 같이 문화지표와 문화발전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감안한 표현이라고 본다.

2. 문화발전의 주요목표

지표가 아무리 신뢰성이 높고 유용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를 단순한 통계수치로 환원하여 표현하기는 어렵다. 문화활동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복합적이며, 창의성이나 예술성과 같은 문화의 속성은 다양한 요인들의 인과관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써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경제, 사회현상보다 수치를 이용하여 나타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는 이를 전파하고 있는 물질적인 수단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의 문화발전은 문화의 내용을 전파하는 매체의 발전과 수용자들의 문화적 요구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국의 정부들은 개인의 문화적 향수권의 확대를 문화발전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의 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양적 확대에 대한관심과 함께 문화발전에 대해 그리고 또 그 목표를 달성했는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객관적인 지수로서 문화지표를 갖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인 필요성에 부응하여 문화지표는 일반적으로 가치 지향적이며 규범적 (Normative)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주학중과 김경동이 Raymond Bauer를 인용하여 "사회지표는 우리의 가치와 목표에 비추어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판별할 수 있는 통계, 통계계열 및 이외의 모든 형태의 증거이다. "라고 한 것도 지표의 합목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3. 문화지표사업

문화발전과 관련하여 문화지표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했던 유네스코 한위는 1983년 국내 최초로 문화통계 및 지표에 관한 유네스코 아시아지역 전문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동회의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통계 및 지표연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논의와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또한 유네스코가 개발한 문화통계틀 (Framework for Cultural Statistics)이 아시아 각국의 문화지표 체계의 모형으로서 유용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유네스코의 문화통계틀(FCS)은 문화유산에서부터 자연과 환경에 이르는 10개의 문화영역을 구분하고 각 영역에 있어서 생산과 배분이라는 5가지 기능적 분류를 교차시켜 하나의 통계모형 (Matrix)을 제시한 것인데 한 나라의 모든 문화활동을 계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통합적인 지표체계라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물론 유네스코의 문화통계 틀이 유럽의 문화환경을 근간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아시아적 맥락에서도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유네스코의 문화통계 틀이 문화통계 및 지표를 수집 및 설정하는 데 있어서 유익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1983년 문화시설 및 문화활동에 대한소규모 표본조사에 이어 유네스코 한위는 금년 문예진흥원의 위촉을 받아「문화지표 및 통계체계연구」를 완료하였다. 연구의 최종 보고서가 최근 발간되었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에 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한위가 개발한 문화통계 및 지표체계는 유네스코의 문화통계틀(FCS)을 참조하고 우리의 특수한 문화적 상황을 고려하여 연구 작성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유네스코가 제시한 10개의 문화 영역 즉 문화유산, 인쇄물 및 문예, 음악, 무대예술, 조형예술, 영화 및 사진, 방송, 사회 문화적 활동, 스포츠와 게임 및 자연과 환경에 비해 한위의 지표체계는 무대예술을 무용과 연극으로 세분하고 있으며, 건축, 시각, 공업 및 의상디자인 등 디자인 분야를 독립된 영역으로 설정하였고, 앞으로 더욱 증대될 것이 예상되는 국제문화교류 분야가 첨가되어 있다. 기능적 구분에 있어서도 생산, 보급, 소비 및 참여라는 유네스코의 일반적인 기능분류 카테고리를 따랐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지표의 중요성 및 기존통계 자료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각 분야의 문화지표를 선정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현재 유네스코 한위는 유네스코본부와의 계약 하에 개발된 지표체계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가용 통계를 이용하여 실제 문화지표를 산출하고 이 지표의 유용성을 문화발전 계획에 응용해 보는 동연구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 문화지표 연구에 신기원을 이를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