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화예술 사회교육

미국에서의 문화예술 사회교육

- 박물관(의) 성인교육프로그램의 방향과 기법 을 중심으로-




성낙돈 / 敎博, 한국교육개발원 책임연구원

이 글은 문화 또는 예술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사회저변의 이해와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미국의 사회교육기관 (보다 구체적으로는 박물관)이 어떤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사회교육기관이란 보통학교 또는 형식적(공식적) 교육기관과는 대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서, 각종의 사회단체 기관중 그 성격상 교육적 또는 (준)교육적 활동을 수행하는 곳을 가리킨다. 사회교육기관 또는 준 교육기관에 해당되는 것으로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비롯하여, 라디오·텔레비전 ·영화 등의 대중매체, 기업이나 산업체, 혹은 각종의 사회복지단체나 다양한 공적·사적 클럽 등을 들 수 있다. 사회교육기관의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므로 본고에서는 박물관에 초점을 맞기로 한다.

미국에 있어서의 박물관 또는 뮤지엄 Museum은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의 '박물관'은 흔히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나 역사적 유물을 보관해 두는 장소(즉, '역사관'이나 '자연사관')라는 의미와 역할이 강한 반면, 미국에 있어서의 뮤지엄은 '歷史館'이나 '自然史館'뿐 아니라 '科學館', '藝術館' 등의 의미와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뮤지엄 또는 박물관은, 그 주요 취급대상물의 성격에 따라. 역사(인문사)박물관 History Museum,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과학박물관 Science Museum, 예술박물관 Art Museum 등으로 구분되어 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뮤지엄'은 하나의 총칭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우리말로는 오히려 '문화관'이라는 말로 번역되어지는 것이 보다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문화라는 말은 광의로 사용될 때는, 한 사회의 사람들의 전반적 활동양식 및 그 결과를 포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과학과 예술을 비롯한 인간활동의 제영역은 물론 그 활동의 결과로 나온 이른바 문화재도 함께 포함할 수 있는 용어이다.

따라서, 미국 박물관의 사회교육이란 매우 광범한 문화영역 (즉, 학문영역 및 예술영역)에 걸친 것이며, 그 접근방식 역시 다양하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있는, 그 많은 미국의 박물관이 어떻게 사회 교육적 노력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그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료와 경험의 제한점을 지닌 필자에게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이므로, 본 글에서는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걸쳐 이루어진 미박물관들의 사회 교육적 노력의 전반적 경향 및 교육기법상의 특징 또는 시사점만을 요약하여 보기로 한다.

상당히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박물관들이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저변 즉, 지역사회의 일반대중(특히 성인들)에게 역사·(인)문학·예술·과학 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박물관의 사회적·교육적 의의를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경주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다.

미박물관협회 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s : AAM의 교육전문위원회 Professional Committee on Education는 1973년에 박물관 종사자들에 의해 조직된 이래, 미국 전역에 걸쳐 이른바 '박물관교육' (즉, 지역사회의 주민과 단체에 박물관의 가치를 계몽시키고 박물관의 자원을 활용하여 문화, 예술, 과학 등 다방면에 관한 학습기회와 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는 활동)을 주도하여 왔다. 이 교육전문위원회는 다섯 명의 전국대표와 스물 네명의 지역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요 기능은 주로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기능은 미박물관협회의 지역협의회와 전국협의회에 참여함으로써 회원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둘째는, 박물관 교육자들이 교육에 관한 기준·윤리·학점인정·입법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세째는, 각 회원들에게 '박물관교육원탁회'Museum Education Roundtable가 발행하는 계간지 'Roundtable Reports'와 미박물관협회가 발간하는 'Museum News' 등을 통해 상호간의 의견교환을 고무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미박물관협회의 연차대회 및 지역대회를 위해 특별워크샵이나 연수프로그램 기획·제공하는 일이다.

70년대에, 미박물관헙회는 박물관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파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례로서는 1976년의 '학습이론'에 관한 세미나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 Smithsonian Institution의 재정지원에 의한 것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박물관 방문객들의 학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었다. 다음 해에는, 미박물관협회 연차대회 및 세미나에서 '고객 (방문객) 유치' 방안이 논의되었다. 여기서는 특히 점증하는 성인들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한 박물관을 찾는 단골손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랜 시기에 걸쳐 박물관을 통해 문화적·교육적 자원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강조되었다.

미박물관헙회는 이후 1979-80년에 걸쳐 몇 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박물관 학습자로서의 성인'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 세미나는 특히 미국의 인문과학지원재단 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 : NEH 이 재정지원을 하였다. 이 세미나에는 인문학자, 성인교육학자 그리고 박물관 전문가 등의 폭넓은 참여가 있었다.

1978∼80년에 열린 세미나는 박물관교육의 역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세미나에서 다루어진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박물관교육을 평생 교육적 (특히 성인 교육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물관교육에 인문과학적 시각(역사학적 시각을 포함한)이나 지식 또는 해석방법을 응용하자는 것이었다.

박물관교육에의 인문역사학적 접근방식의 응용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집물들을 인문학적 또는 역사학적 주제·개념·탐구방식을 통해 이해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보다 광범한 대중에게 박물관의 의의와 가치를 인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예술박물관이나 역사박물관의 경우뿐 아니라 자연사박물관과 과학박물관의 경우에도 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인문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전시물이나 수집물을 관람하면 인간의 제측면(역사·문화·가치의식·관념 등)에 대한 통찰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바람직한 (즉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심미적인)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평생 교육적 관점에서 박물관교육을 보고자 하는 노력은 70년대 초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온 것이었다. 이 노력은 박물관을 '성인들의 계속학습의 자원 또는 자료'로서 보아야 한다는 데 기초를 두고 있다. 사실상, 성인교육학자들은 박물관이야말로, 공부하려는 성인들에게는 더 없이 매력적이고 적합한 학습의 장(場)이며 원천이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강조해 왔었다. 1978-80 세미나를 계기로 평생교육적 접근방식은,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점이 더욱 더 강조되게 되었다.

이상 그간 미국에서의 박물관교육의 기본 철학을, 평생교육적 시각과 인문역사학적 해석방법의 두 가지로 요약하였다. 그러면 다음에서는 이 두 가지 교육철학 또는 원리가 추진되어졌던 박물관교육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미박물관협회가 현재까지 시도한 박물관 사회교육프로그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컬츄럴 바우쳐프로그램 'Cultural Voucher Program 과 'NEH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 ' NEH Learning Museum Program이다.

'러닝뮤지엄 프로그램' (또는 LMP)은 미국 인문학지원재단 NEH으로부터의 재정자원으로 운영된 것으로, 미국 전역의 여덟개 박물관이 참가하였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 박물관은 인문학적 및 역사학적 접근방법 Humanities Approach 또는 다학문적 ·학제간 접근방법 (Interdisciplinary Approach)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한편, '컬츄럴바우쳐 프로그램'(또는 CVP) '커뮤니티 바우쳐 시스템' Community Voucher System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지역사회 있는 단체나 기관이, 일정량의 재정직원을 받은 후 그 한도내에서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박물관교육이 있을 때, 그 교육을 가장 잘 시켜줄 수 있다고 보여지는 박물관에게 교육을 요청하는 체제를 말한다. 바우쳐 시스템에 가입되어 있는 박물관들은 서로 경쟁을 하여 지역사회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프로그램을, 그들의 주문에 따라 기획하여 운영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재정보조기관으로부터 충당 받는다. 바우쳐란 화폐의 기능을 하는 일종의 쿠폰과 같은 것이다. 박물관이 지역사회기관으로부터 요청 받은 박물관교육을 완수했을 때 받는 화폐이다. 바우쳐는 단지 박물관교육을 위해서만 씌어져야 하며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는 없다. 다음에서는, 먼저 컬츄럴 바우쳐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곧이어 NEH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 검토 및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바우쳐 시스템도 뉴욕시에 있는 박물관들의 협동조직인 Museums Collaborative Inc. (MCI)의 노력에 의해 개발된 박물관 교육프로그램 전략이다 MCI는 1970년에 설립되었는데, 본래는 하절기에 노인 및 장애자를 위한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재정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이후 MCI는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창의적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학생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여 본래의 재정확보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자, MCI는 종래의 전통적인 박물관프로그램의 기획·운영방법을 거의 반대로 전환하였다. 즉,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주민들이 박물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요청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박물관이 프로그램의 목표와 내용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기존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지역사회기관이나 단체들은 이제 스스로 박물관프로그램의 내용을 선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되었던 것이다. 바우쳐 시스템은 참가자의 다양한 취미와 철학을 반영할 수 있음과 동시에 회계운영상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통제를 가할 수도 있는 점을 지니고 있다. 1974년에 MCI는 일종의 계속교육진흥재단인 Fund for the Improvement of Postsecondary Education로부터 30만 불의 재정지원을 받아 바우쳐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FIPSE는 미연방교육성의 재정으로 성인을 위한 계속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을 제공하는 기구이다. 뉴욕시에 있는 45개의 박물관 및 유사문화기관과 약 3천여 지역사회기관 및 단체에 이 바우쳐 프로그램을 홍보한 결과, 1975년부터 여덟 개의 박물관과 30개의 지역사회기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초기의 4년간에는 약1천 5백여의 크고 작은 단위사업을 수행하였다. 단위 사업비용도 적게는 5불에서부터 많게는 4천 5백불 정도까지 있었다. 사업의 초기에는 모두 30개의 박물관이 참가하여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바우쳐 프로그램의 총 사업비의 4%는 기존의 박물관 프로그램이나 순회전시 등을 관람하기 위한 입장료지불에 씌여졌고, 62%는 각종의 예술에 관한 워크샵에, 10%는 예술사, 인류학, 도시환경학, 동물형태학 등 과학강좌에, 12%는 전시회 기획이나 카탈로그 제작 등에, 나머지 12%는 박물관의 운영비로 지불되었다.

이 통계는, 지역사회기관들이 기존의 박물관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쓰기 보다는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지역사회의 기관들이 지혜롭게 박물관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박물관 관계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되는 것이다.

바우쳐 프로그램에서 성공을 거둔 박물관들(예를 들면,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Brooklyn Museum, Museum of Modern Art, New Muse Community Museum)은 프로그램 운영상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중요시 하였다. 대부분의 박물관들은 이를 위해 전문담당관을 두고 직접방문 또는 서신왕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50% 이상의 시간을 지역사회와 접촉하도록 하였다. 프로그램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도 바우쳐 시스템은 성인들에게 박물관교육(즉,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았고, 미국의 각 지역에서 활용되었으며, 그에 대한 재정지원도 급증하였다.

바우쳐 프로그램이 성인교육적 원리를 응용하여 크게 성공한 박물관교육이었다면, 다음에 살펴볼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은 인문학적 교수방법의 응용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이라 하겠다.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은 NEH의 지원으로 출발하였는데. 기본적으로는 박물관이 일반대중을 위한 중추적 공식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NEH측의 실무담당자였던 크리거 Ferry Krieger는 NEH의 박물관 학습프로그램 (즉.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얻어진 중요한 결론은, 지역사회 주민들은 박물관의 물리적 자원이나 입지조건보다는 자기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주고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때, 바우쳐 프로그램은 본래 의도했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였으며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은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나 같은 것이었다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NEH박물관 학습프로그램은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 사람들을 박물관에 오도록 유도하여 학생과 교사간의 정기적 접촉을 깊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박물관의 총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일반대중의 관심을 살릴 수 있는 학습영역과 교수방법이 고안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많은 사람들의 재능과 분화 및 교육기관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상호협조를 통해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박물관에 의한 박물관에서의 이같은 새로운 유형의 공교육은 그 자체로서 이미 박물관을 형식교육의 센터로 만드는 것이 된다."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성인방문객 또는 고객들에 초점을 맞추어 매우 일관성 있는 체계를 지닌 코스를 개발하였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커리큘럼에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을 통합시켰다는 것이다. 성인들을 위한 박물관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함에 있어서 배우는 쪽의 학습기회를 고려한 이같은 방식은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흔히 대학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로 실시되고 있는 연장교육 Extension Education의 운영방식과 흡사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물관교육에서는 독특한 물적 ·인적 자원 (즉, 각종의 전시물, 수집물과 전문스탭)을 토대로 학습경험의 기회를 계획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은 초기 시범단계에서는 인디애나폴리스 예술박물관 Indianapolis Art Museum과 뉴욕시의 현대예술박물관 Museum of Modern Art에서 이루어졌는데, 크게 성공을 이루자 더욱 발전되어, 1978년에는 여섯 개의 박물관이 추가되었다. 핏츠버그시의 카네기 자연사박물관 Carnegie Museum Natural History, 테네시주의 오크릿지 아동박물관 Children Museum of Oak Ridge, 델라웨어주의 웰밍턴에 있는 델라웨어 예술박물관 Delaware Art Museum, 시카고시의 자연사 현장박물관 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 오하이오주 톨레도시의 톨레도 예술박물관 Toledo Museum of Art, 그리고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시의 월터스 예술관 Walters Art Gallery이 그것이었다.

NEH는 이들 박물관에게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해 구체적이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부여하기 보다는, 각 박물관이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여 지역사회 주민들의 다양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켜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창조하여 줄 것을 강조하다. 이러한 융통성의 부여야말로, 연방장부의 재정으로 지원을 해주었다는 점과 더불어, NEH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겠다.

박물관학습 프로그램을 위한 NEH재단의 재정지원은 장기간 (3∼5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액수도 상당한 수준(단위 사업당 20만 불에서 35만 불)이었다. 이러한 지원은, 어떤 특정한 성격의 단위사업을 진흥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박물관의 지위를 공식교육의 센터로 확립시키려는, 보다 원대한 정책적 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면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여덟 개의 박물관 중에서 대표적인 곳을 골라 그 교육프로그램의 성격과 운영원리 그리고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성인 방문객의 확보를 위해 모범적 노력을 기울였던 톨레도 예술박물관의 경우를 보고, 이어서 인디애나폴리스 예술박물관과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을 살펴보기로 한다.

톨레도 예술박물관은, 4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톨레도시의 규모로 보면 상당히 큰 곳이다. 이 박물관은 8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니고 있고 광범한 영역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우수한 기관이다. 1920년 이후에는 톨레도대학의 예술학부로 사용되어 왔으며, 전통적으로 많은 성인들이 이곳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1970년대에, 톨레도 박물관은 대학뿐 아니라 중·고등학교와도 관련을 가지고 있었고, 매해 6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이 박물관을 방문하고 있었으며, 클럽이나 특별히 관심을 가진 집단들과도 제휴를 맺고 있었다. 예를 들어 톨레도 현대예술클럽은 현대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톨레도 박물관은 강의·교실수업 ·콘서트·견학·스튜디오에서의 제작활동·가족동반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시회나 전시물에 대한 적극적 해설을 시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의 시간을 이용한 강좌도 있었다.

1977년경에 톨레도 박물관은 미국의 예술진흥재단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으로부터 저명한 학자들을 초빙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받았다. 톨레도 박물관의 직원들은 전문가들로부터 특별강의나 세미나를 청취하여 자기들의 전문성 향상에 큰 도움을 얻었다. 이러한 직장내교육은 NEA의 지원이 끊어진 후에도 상당한 정도로 유지되었다.

1977년경 (인문학지원재단 NEH의 재정지원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 톨레도 박물관은 지역사회의 방문객에 대한 교육적 서비스(그 중에서도 특히 성인교육 프로그램)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톨레도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대학과 제휴한 코스나 일반강좌 등을 제하면 순수한 성인교육 프로그램은, 예산규모로 보아 전체교육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하면, 톨레도 박물관은 지역사회의 성인교육 대상자들에게 교육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경주하지 못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하여 박물관 고객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어떻게 하면 고객 층을 확장하는 방법이 모색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반성인이 박물관과 어떤 패턴으로 접촉하여 어떤 식으로 참여하는가를 조사하였다. 여기서 얻어진 정보가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이 조사는 도표작성으로 이루어졌는데, 윗쪽에는 박물관내의 모든 시설이나 아주 일반적인 공공장소(화장실이나 박물관의 입구·환경·입지조건 등)에서부터, 좀 덜 일반적일 공공장소 (상설전시회가 열리는 곳)를 거쳐, 상당히 특수화된 장소 (임시전시장이나 교실, 스튜디오, 도서관 등)을 열거하였다. 도표의 좌하쪽으로는 고객들의 박물관과의 접촉정도에 따라, 어쩌다 들린 고객에서부터, 특별전시전이나 강의에 몇번 나온 사람, 또 일반 성인교육 클라스에 다니는 사람, 그리고 박물관 코스에 줄곧 다니는 사람이거나 대학 학점을 따기 위해 대학원 공부를 하는 사람에까지, 몇 등급으로 구분해 놓았다. 이 도표를 놓고 현재 박물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중 어떤 것이 각각의 고객수준에 알맞은 것인가를 파악하여 그 내용을 기입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나온 도표는 박물관교육 관계자들에게 , 고객의 학습욕구 수준의 차이에 따른 교육적 조치를 처방하여 주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더불어 이 도표는 박물관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데 우선 순위를 세우고 목표를 뚜렷이 하는 데 기여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어필될 수 있는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동시에 인간생활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학제간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되었다. 이러한 전반적 철학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몇 가지의 교육목표가 설정되었다. 첫째는, 프로그램의 수준을 고등학교 3학년 수준 이상에 맞추어 방문객들의 전반적 이해수준을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각 학습주제에 대한 학제간 또는 다학문적 접근방법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세째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홍보활동으로 많은 새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고, 네째는 잠재력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질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계속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다섯째는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나 전시회의 다각적인 측면을 상호 연결시켜서 고객의 참여를 다각화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는 재정지원(즉, NEH의 박물관 학습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것이 없다.

톨레도 박물관의 NEH 프로그램 운영은 'Timeframe'이라는 전체사업명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다시 몇 가지의 포괄적 주제 명을 가진 단위사업으로 나뉘어졌다. 한 가지 포괄적 주제 하에 이루어진 단위 프로그램은 몇 차례의 연속 강좌로 이루어졌다. 'The New American Scene'이라는 주제 하에 이루어진 연속강좌는 963명이 참가하였고, 'China: A celebration은 약 1,600명, "Cities"에는 1.289명이 참가하였다.

톨레도의 NEH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의 기본철학은, 박물관은 예술과 관련된 이슈나 주제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학술적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프로그램 개발은 몇 가지 기본 절차를 밟아 이루어졌는데 첫째는, 각 사업의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박물관과 지역사회에 어떤 자원이 활용가능한가를 파악하는 것이고, 세째는 박물관 관계자와 지역사회 인사가 공동으로 잠재적 고객의 성격을 고려하여 어떤 주제가 중요하고 유용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톨레도 프로그램의 경험은 박물관교육상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엄격하게 짜여진 전형적인 강의보다는 인문학 및 역사학을 포함한 여러 학문을 응용하는 이른바 학제간 접근방법에 의한 융통성 있는 프로그램이 일반에게 어필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계획·운영하는 박물관 스텝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박물관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으로 전환시켰다. 톨레도 박물관의 NEH 프로그램은, 박물관이 지역사회의 문화적·교육적 센터의 기능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인디애나폴리스 예술박물관 IMA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IMA는 19세기 후반기에 설립되었는데 1967년까지는 John Herron Art Institute로 알려져 왔고 그 후 Herron School of Art와 제휴되어 오고 있다. 현재 154에이커의 대지 위에 세 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고, 주위에는 약 120만의 주민이 있다. 동양예술에 관한 특히 많은 소장품을 확보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그 조직의 일부로 교육관계 전담 부서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초반에는 거의 학령기에 있는 관객(즉, 초·중·고·대학생) 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였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부정기적인 강의·견학·스튜디오 코스 등을 개설하기도하였으나 체계적이고 알맹이 있는 학습기회를 주도면밀하게 제공하지는 못했다.

1976년에 이르러 IMA는, 1만 2천여 명의 회원들의 참여와 지지에 힘입어, NEH의 재정지원 34만 불로 성인교육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IMA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기본원칙이 적용되었다. 첫째는, 프로그램의 핵심을 대학수준의 코스 (즉. 상당히 세련되게 구성된 연속강좌)로 삼되 영화·연극·견학 등 다양한 매체나 방법으로 보조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프로그램은 대중적 기호와 학문적 내용의 양자를 균형 있게 결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관객에게 편안한 학습분위기를 조성하여 주면서도 알차고 체계 있는 (차나 마시며 한담이나 나누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째는 진정한 의미의 학제간 또는 학문간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예술사나 예술감상 코스를 가르친다고 할 때, 인문학적 관점으로 코스를 이끌어 나감으로써 순전히 예술사나 예술감상 코스가 되기보다는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공부'를 하는 것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예로는 '20세기 미국예술에 있어서의 정신에 대한 지각(지각)'이라는 특별전시회가 있었다. 이 전시회는 미국의 현대예술운동의 철학적·스타일 기저를 소개하기 위한 8주짜리 프로그램인 '이미지와 아이디어 : 20세기 미술예술'로 연결되었다. 특별전시회의 작품을 엄밀히 분석하는 것은 공부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특별전시는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종교적 또는 영적 맥락을 탐색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동일한 철학 밑에서, IMA는 동양갤러리를 재조직하는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예술'이란 학습프로그램을 만들었고, 1977년부터 3년간은 인디애나주 성립 50주년을 맞아 'Indiana Folk : 1816-1860', 'The City as Artfocus : In Approach to Study of Indianapolis', 'Indianapolis Science : 1860-1916' 등을 기획하여 주민들이 문화재나 예술품과 더불어 그들의 역사를 탐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프로그램의 주제나 성격이 결정되면, 커리큘럼을 만들고 강사진을 선정하는데, IMA는 이 일을 주로 세 단계로 추진하였다. 먼저, 프로그램 스텝들은 전시회를 책임 맡을 적합한 큐레이터 Curator를 선정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한데, 대학이나 기타 기관에서 온 인사들의 제언을 듣는다. 외부자문인사와 의견을 교환하기 전에, 물론 내부인사끼리의 의견교환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외부자본 인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방향설정 내지는 틀이 잡혀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단계는, 큐레이터, 프로그램스탭 그리고 외부자문인사들이 주어진 틀의 범위 내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교환한 후 강의 주제나 강사를 구체적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3∼7인의 핵심적 교수진과 협의하여 발표를 준비하는 것이다.

IMA의 NEH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들 즉, 학생의 사회배경 요인을 보면, 대학졸업자가 85%를 차지하였다. 한편, 여자가 70∼80%를 차지하였다. 대부분은 30살 이상이었으며, 연평균 수입은 2만 불 이상이었다. 전통적으로 도외시 당하던 성인고객이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하였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변화였다.

IMA 프로그램에서 얻은 한가지 교훈은, 학문적 성격이 강한 강좌와 순전히 예술사적 접근에 의한 프로그램은 광범한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IMA 프로그램은 높은 교육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주로 매력을 느끼게 하였는데, 바로 이러한 점이 계속교육 또는 성인교육에 있어서의 난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박물관 교육이 어떤 형태를 취하더라도, 평생 교육적 관점과 이해는 박물관교육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히 고려되어야 할 중요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에 대해 알아보자. 이 박물관은 예술박물관 Carnegie Museum of Art과 카네기 음악관 Carnegie Music Hall과 더불어 '카네기 기구' Carnegie Institute 라는 일종의 다목적 문화기구를 이루는 것이다.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은 그 수집의 규모와 과학적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1천 4백 개의 생물학·인류학·고고학 표본을 소장하고 있는, 이 '공룡의 집'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박물관은, 1975년에 내부에 교육전담부서를 설치하여 박물관교육에 박차를 가했다. 1978년에 NEH의 재정지원 32만 8천불을 얻어, 이후 4년간 방문객의 저변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NEH 프로그램을 계기로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은 성인교육에 대한 관심을 중요활동의 하나로 설정하였다. 적지 않은 박물관들이 그들의 교육활동의 구체적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의 경우처럼 분명한 교육목표를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의 NEH 교육프로그램 기획상의 강조점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존중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연결시켜 보려고 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고고학적 유물을 기초로 인류의 문화적·생물학적 발전을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추정하여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Becoming Human : The Biocultural Journey'라는 포괄적 주제 하에 다양한 학습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은 바로 그러한 접근 방법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카네기의 NEH 프로그램방식은, 전술한 IMA의 다양한 소주체위주의 방식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광범한 소장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Becoming Human'사업은 3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매해 두 학기의 강좌를 가졌는데, 한 학기는 8주간 계속되었다. 1979년 첫해에는 'Explaining Human Origin'과 'The Cultural Emergence of Man'이 다음 해에는 'The Rise of Early Civilization'과 The Renaissance : A Scientific Perspective'가, 마지막 해에는, 'Technology and Mankind Today'와 'The Future of Mankind'가 수행되었다. 여섯 학기로 나누어서 프로그램을 수행한 근본적 이유는 청중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청중의 수준과 흥미 정도에 맞는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습효과를 증진시키고자 한 학기의 단위 힉습프로그램은 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게 하였다. 그 중 하나는 대규모의 일반청중을 주 대상으로 한 저명한 학자의 특별주제강연이고, 다른 하나는 주말의 심포지엄으로 수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주제의 연관하여 기본적 쟁점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박물관 관계 전문가나, 대학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심층적으로 문제를 파고드는 8주간의 연속강좌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의 원칙에 따라 첫학기에는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리키 Richard E. Leakey가 다른 여섯명의 인류학자·고고학자와 같이 공개 포럼forum을 했고, 이어서 'origins of man'과 'Evolution'이라는 두 코스가 박물관내의 과학자들과 주변대학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팀에 의해 가르쳐졌다. 학생들은 한 학기 프로그램을 전부(즉, 패키지로)선택할 수도 있지만, 일부만을 선택할 수도 있게 하였다.

첫학기는 전 패키지에 15불을 받았다. 다음 해에는 주제강연에 3불, 심포지엄에 7불, 코스 선택에 15불, 그리고 전 패키지에는 20불을 받았다.

한편 프로그램의 홍보는 몇 가지로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안내자로 (브로슈어)의 직접우송이 가장 효과적인 매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카네기 기구에서 발간하는 잡지 '카네기 메가진'내의 특집기사도 큰 도움이 되었고, 핏츠버그시의 주요 상사나 회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효과가 컸다.

카네기 박물관 NEH 교육프로그램 참가자의 배경을 보면 IMA의 경우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약 40%가 카네기 박물관의 비회원이었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박물관회원의 영역을 넘어, 넓은 관객 층을 동원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설은 참가자의 90%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6개월을 전후하여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이나 카네기 예술박물관에 다녀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가 인류학이나 고고학 또는 생물과학에 관계되는 코스를 택한 적이 있었던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교육수준이 높았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의 가치와 교수방법 및 수준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스가 더 많은 박물관의 자료들을 활용하기를 희망했고 참가자 스스로 자료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되기를 원했다.

카네기 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은 계속 신장되고 있는데, 그 교육의 기본 목표는 박물관을 지역사회의 일반 대중이 과학을 비롯한 인간의 문화에 관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상에서 미국의 박물관들의 사회교육활동을 컬츄럴 바우쳐 시스템과 NEH 러닝 뮤지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그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미국의 박물관교육의 기본철학은 박물관을 지역사회의 문화센터로 보는 것이라 하겠다. 성인을 위한 계속교육 또는 평생 교육적 시각과 더불어 여러가지 학문(특히 인문역사학적 관점과 통찰)을 활용한 다학문적 또는 학제간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응용하여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박물관의 성적에 관계없이 (즉, 예술박물관이건, 인문사박물관이건, 과학사박물관이건, 자연사박물이건) 각 박물관은 지역사회의 일반 대중의 요구와 관심에 초점을 맞춘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코스를 개발하고, 또한 친근감 있는 방법으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적극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 있어서의 박물관의 사회교육활동의 전반적인 흐름은 기본적으로는 박물관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인류문명의 지적·문화적 유산을 대중에 계속 제시하여 줌으로써 인류를 교육시키고 인류가 그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박물관은 초기단계부터 명실공히 모두를 위한 배움의 장소 즉 '학교'였다. 국민학교나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도서관에 못지 않게 박물관도 적극적으로 교육적 힘을 행사하여 왔다.

결론적으로 박물관의 의의는 방문객을 교육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즉, 찾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 새로운 태도 그리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는 것이다. 허드슨 Kenneth Hudson이라는 미국의 한 박물관 관장이 말했듯이, 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은 '새로운 각성과 넓어진 경험'을 얻어 갖고 박물관을 떠나야지 '텅빈머리'나 '두통'이나 얻어 갖고 떠나서는 안돼는 것이다. 왜냐하면 텅빈머리나 두통을 갖고 떠난 사람은 다시는 박물관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