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80년대 문화 정책의 발전상




김여수

제 5공화국 헌법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문화창달과 문화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나의 의무로서 국가에 부여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일천한 문화정책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헌법 제8조는 "국자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 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어 제44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에서 민족문화의 발전을 국민 앞에 서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공포된 이와 같은 문화발전에의 의지는 "교육혁신과 문화창달"이 제5공화국 4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채택되고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지속적으로 확인됨으로써 보다 확고한 기반을 갖게되었다. 그리고 1981년의 "80년에의 새문화정책" 85년의 "문화발전장기정책구상"은 일련의 종합적 정책구상의 발전을 통하여 보다 구체화되고 심화되어 있다. 여기에서 일관되게 추구된 정책목포를 크게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창조적 문화역량을 제고하여 우리문화의 선진화를 이룩하고 둘째, 문화적 성과를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에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문화의 민주화를 도모하고 세째, 민족사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문화전통을 계발하며, 민족사상을 선양함으로써 문화적 주체성을 확립하며, 네째, 문화적 주세성의 바탕 위에 다양한 세계 문화와의 균형된 교류를 확대하고 세계속의 한국문화의 위치를 확고히 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국제화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목표들은 제5공화국의 출범이후 지난 6년간 지속적으로 증대된 정부의 문화예산과 공익자금의 투여, 그리고 여러가지 형태의 국민성금 등 다양화된 재원조달에 뒷받침 되어 꾸준하게 추구되었다.

우선 문화예술 분야의 각종 시상, 원고료지원, 창작생활자금지원, 공연예술작품의 공모 및 위촉을 통하여 창작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였으며, 그 지원대상의 선정 방식에 있어서도 관련 문화예술단체의 역할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문화예술발전에 있어서의 필수요건인 자율성을 제고했다. 또한 예술의 전당, 시도단위의 종합문예회관, 등 문화시설의 건립으로 국민의 문화공간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었고 이에 따라보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갔다. 특히 올림픽 문화예술행사에 공연될 예술작품들을 공모 또는 위촉함으로써 문화예술인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켰을 뿐만 아니라 민족문화의 독창성과 정확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80년대 문화정책에 있어서의 보다 획기적인 발전을 정책 영역을 전용적 의미에서의 문화예술인으로부터 국민전체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이룩된 예술의 전당,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위시한 문화공간의 획기적 확충은 모든 국민의 문화 향수권 실현을 위한 현실적 여건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지방문화시설확충 및 지역문화의 특성과 전통성 육성을 위한 제반조치들이 꾸준하게 취해짐으로써 지방문화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정책적 의지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신문방송 등의 제작기술의 획기적 향상과 방송프로그램의 내실화, 대형서점의 개발유도, 및 문화산업에 대한 정책 배려 강화는 대중문화의 창달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공단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포함한 청소년문화 육성을 위한 제반조치는 우리나라 문화의 민주화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민족문화유산의 보호와 보존을 위한 노력도 질적으로 보다 고양된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되었다. 유형물화재의 발굴 및 보존 사업뿐 아니라 무형문화재의 보존 및 전승을 위한 후계자 양성, 전통사상의 발전 및 체계화 전통 생활문화의 보존을 의한 제반조치들을 우리 전통문화의 우위성에 대한 인식을 높혀가고 주체적 문화발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과의 문화적 정통성 경쟁에 있어서도 불가결의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문화적 주체성의 확립은 우리사회가 보다 고도의 산업사회로 변모해감에 따라 심화되는 인간소외현상 및 가치관의 혼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200년대 민족번영의 기틀을 잡아 나아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88 올림픽을 1년 앞둔 오늘 한국문화를 해외에 선양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문화재의 해외전시, 해외 공연의 지원, 및 해외문화원 활동의 꾸준한 내실화를 통하여 한국문화에 대한 해외의 인식도를 제고시켜 나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특정 외래문화의 편중된 도입에서 탈피하여 세계 중요문화권과의 균형된 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세계문화속에서 한국문화의 고유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발전의 추진력이 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적 가치가 없다면, 그 사회는 결국 활력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발전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목표인 인간은 일차원적으로 추상된 동굴이나 생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욕구와 소망을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곧 인간이 발전함을 의미하며, 따라서 문화발전은 경제발전의 목적이며 동시에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국가발전 전략 핵심부에 투입시킬 수 있겠는가? 이것은 앞으로 우리의 문화 정책이 물어 나가야 할 핵심적 과제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