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로운 저작권법과 예술활동

미술분야에 있어서의 개정저작권법




김인환 / 미술평론가

저작권은 특허, 상표, 의장 등을 포괄하는 공업소유권가 더불어 인간의 지적 창작의 소산인 저작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수 있는 권리로서 지적 소유권의 일환을 이루고 있다.

위의 이 인용문은 필자가 본문 집필에 도움을 받기 위한 자료로 제공받은 <개정 저작권법안 해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동안 나는 우리나라의 저작권이 국제저작권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해외 저작물의 국내에서의 불법적인 대량 제작살포, 즉 이른바 「海賊版」서적이나 음반이 시중에 범람하며 판을 치고 있다는 정도의 극히 빈약한 상식 선에서 그 것 (저작권)을 이해해 왔을 따름이다.

무릇 어떠한 법령이건 오래된 것일수록 갈고 닦는다든지 하여 손질해서 쓰지 않으면 현실적인 기능이 강화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국제적인 다문화시대에 그에 대응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법령을 갖지 못하고 눌려 살았던 우리네 입장으로서는 마땅히 새로운 법령과 제도의 개혁문제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현행 저작권법의 개정에 착수하게 된 정부 당국의 입장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제정된 지 무려 30년이라니 손질할 때도 되었을 법 한 일이 아니겠는가.

미술분야에서 「저작권법」과 관련지을 수 있는 사항은 무엇일까. 미술작품은 「제작」되어지는 것이지 「저작」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학이나 음악분야, 여타의 공연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저작권」법류에 해당되는「지적 창작의 소산인 저작물」임에는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의 보호구역에 들어야 할 예술분야의 하나이다.

미술작품은 미술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미술가는 저작권법에 있어서의「저작자」(제작자·창작자)에 해당되며. 작품은 「저작물」에 해당될 것이다. 미술가는 그러므로 저작권법에 있어서의 저작자의 권리와 행사 등에 관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의 보호규정에서 빠질 수 없다. 작품의 전시판매나 복제, 출판 등에 있어 권리를 행사할 중요한 핵심「저작권자」인 셈이다.

작품의 시장유통과정에서 화상이 개입되는 일이 많다. 화상은 요컨대 저작권법의 「저작권 위탁관리 업」에 속한다고 하겠는데, 역시 「저작인접권」의 법령적 보호가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인 미술가와 이용자인 미술품수집가, 혹은 고객의 편의도모를 위해 「저작권의 대리, 중개 또는 위탁관리업무」를 맡는 화상이 상법한 절차를 밟아 작품을 매매함으로써 미술시장의 건전한 유통이 가능하다.

어느 화가가 다른 화가의 작품을 모작, 또는 표절함으로써 야기된 시비사건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화가제자가 화가스승의 작품을 모작하고 낙관을 도용한 사례도 있었다. 화랑가에 나도는 가짜그림소동이 가끔 심심찮게 보도매체에 오르내리고도 있다. 공모전에 낸 출품작이 분실되어 法廷으로까지 번졌던 소송사건의 전말이 어떠했던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국전작품의 지방전시에 있어서의 대량도난사건,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는 상표의 표절시비가 이따금 매스컴에 보도되고도 있다.

이 일련의 작품(저작물) 「저작권 침해행위」에 있어서 작가(저작권자)가 침해당한 부분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은 학문과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저작물의 창작자가 향유하는 여러가지의 권리로서 법률이 인정하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그 권리를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권리」라는 「저작권」의 개념규정에 합당한 제도장치의 보완이 시급한 것이다.

작품의 복제 · 출판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작가(제작자)의 사전동의나 양해 없이 불법적으로 작품이 복제 · 출판되는 경우, 그 소유권이 한계를 어디까지 정하고 규제해야 될지의 복잡한 법률적 절차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요컨대 법률전문가들의 상법한 법 제정과 시행의 운용에 따라 조정되어질 문제들이다. 작가와 작품의 권익보호 및 신장을 위해서 그리고 公用이용의 신장 및 이용자의 편의도모를 위해 시행될 새로운 저작권법의 보호규정에 기대를 걸어본다.

사실상 미술에 있어서의 저작권법 해당범위는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극히 한정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유인물의 개정 저작권법 해설에 있어서 「저작재산권 행사의 제한」규정에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거기에는 미술작품의 전시문제, 전시된 작품의 복제문제, 소책자에 의한 복제문제 등이 단편적으로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이 제한된 규정만으로 미술분야에 적용되는 제작권법의 총체적인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저작권의 상당부분이 음반취입이나 녹음·녹화·방송·출판·번역 등에 치중되어 있다. 미술분야에 할애되고 있는 적은 부분의 법령만으로 개정 저작권법이 이 분야에서 어떤 득실을 거둘지 헤아리기 어렵다 미술작품의 전시와 매매, 복제에 따르는 보호규정이 전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과 관계된 미술작품의 복제가 가장 난해한 규정이 될 것이다.

미술작품의 전시에 있어서 가로·공원 등과 같이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전시될 경우에는 著作者(제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개정법규의 전시작품의 「장소성」 문제에서 저작자의 직접 허락범위를 가로나 공원 등에 국한시키고 있으나, 자칫 저작물의 예술적 품위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이른바 「퇴폐유흥업소」등에서의 특정장소 항시적 공개전시에 대해서도 작가의 허락을 받는 법령적 제재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설사 법령의 「저작인격권」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순수한 예술품의 창작이라는 고유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파고다공원에 설치되었던 기념조각이 별다른 뚜렷한 이유도 업이 철거되어 야외에 방치된 사건이 있었다. 이 경우, 환경미화와 조성을 위한 기념물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예술작품인 한에 있어서 마땅히 저작권법의 보호범위 내에 들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졌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 거리나 공원의 동상조각, 혹은 각종 기념물들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어떠한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르는 물리적 힘에 의해서, 또는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원래의 설치 장소를 떠나 방기되거나 심지어는 파괴되는 일이 허다했다. 새로운 저작권법은 이 문제에도 관심을 돌려야 할 줄 안다.

새로 개설된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 구내의 기둥(柱) 장식이 어느 조각가의 작품양식과 유사하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특정 작품의 무단복제·모사는 아니지만 한 미술가가 그의 작품을 통해 추구한 독자적인 스타일이 아주 흡사한 양태로 달리 이용됐거나 환경시설물에 반영되었을 경우, 이 문제를 저작권법은 어떻게 다룰지 의문이다. 「양식의 유이성」이라는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법령적 보호 규정이 개입되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물에 의한 미술품 원화의 복제는 이제까지 대다수의 미술가들이 법령적 절차를 몰라서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 항상 미술계에 도사리고 있는 분쟁의 불씨로서 상존하고 있다. 새 저작권법은 이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떠한 법령이건 그 시행자의 운영방식에 따라 일반에게 이익·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다. 기왕에 모든 저작자와 저작물의 권익보호를 위해 법개정이 추진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효율적인 운영을 기하는 제2차적인 방도가 강구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보여진다.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권 분쟁의 조속한 조정을 위해「저작권심의 조정위원회」의 설치를 예고하고 있다. ①저작권에 관한 지식·경험과 덕망을 갖춘 사람 15명, 내지 20명으로 독립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이며, ②저작권 분쟁의 조정과 각종 보상금에 관한 번역 등을 여기서 담당하며, ③효율적인 분쟁중재를 위해 3인 위원으로 조정부를 구성하고 조정이 성립되었을 때,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 것 같다.

「저작권에 관한 지식·경험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란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어떤 계층의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인적 구성의 문제에 대해 별다른 탁견을 제시할 수 없는 필자로서는 다만 조화로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각 분야의 인사들을 망라한 의견개진으로「청문회」같은 것을 열어서 그때 그때 대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리라는 구상을 해 본다.

법률규정에 해박한 법률전문가도 확보해야 되겠지만, 예술이란 법률적 구속력을 벗어나기도 하는 자유로운 창작영역이므로 무엇보다도 예술의 본질을 인식하고 예술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계의 전문적인 예술이론가나 학자들을 많이 迎入하는 것도 한 방도가 될 것이다.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의 분쟁조정에 대한 심의는 어디까지나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설명서의 끝 부분에서 기술되고 있거니와, 87년 말부터 새로운 저작권법이 발표되고 국제저작권법에 가입된다고 했을 때에 당장 큰 손실과 타격을 받는 것은 국내출판업계일 것이다. 물론 미술을 포함한 예술 각 분야에도 연쇄적인 충격과 부담이 밀어닥칠 것이다. 물론 미술을 포함한 예술 각 분야에도 연쇄적인 충격과부담이 밀어닥칠 것이다. 외서 빈곤의 현실에서 그나마 무단복제판 외국 저작물에 의존하여 해외의 지식정보를 수급 받을 수 있었던 편의적 여건이 사실상 소멸되므로서 가중되는 부담을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사업을 통해 해소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미술분야에서 출판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진 이론영역, 즉 미술평론이 직접·간접으로 저작권법의 권익보호 문제에 깊이 개입되리라고 본다. 미술품이 아닌 미술저서나 평문이 공공적 목적을 위해 이용될 경우에 일어날지도 모를 분쟁도 역시 저작권법 권익보호의 해당사항이 될 것이다. 새로운 저작권법은 모든 분야에 걸쳐 균등하게 권리를 배분시키고,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척될 것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