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르뽀/ 문화와 발전에 관한 국제회의

발전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연구과제




백선복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과

회의의 배경 및 개요

문화과학 경제 및 사회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소 및 센터의 소장들의 국제회의"International Meeting of Directors of Centres and Institutes Engaged in Research on Interaction between Culture, Science, Economics and Society가 지난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신라호텔 회의장에서 개최되었다. 유네스코본부(파리)의 재정지원을 받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국제회의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중동 북미 및 중남미 등 세계 6개지역과 동구공산권을 포함하여 20여 개국에서 약 30여 명의 문화 및 발전문제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다. 유네스코본부의 추천에 의해 초청된 참가자들은 다양한 지리·문화적 배경과 여러가지 관련 학문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구소소장, 국가정착입안자 그리고 대학교수들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었다.

이번 회의는 유네스코가 1977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개최한「문화적 가치의 보존 및 발전에 관한 전문가회의」이후 문화와 발전과의 상호관계를 규명하려는 일련의 노력의 일환으로 계획된 것이다. 이번 회의는 유네스코의 문화발전분야의 중점사업이며 1986-1987년도 정규사업 Regular Programme중 유네스코본부 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중 가장 큰 규모의 모임이라오 볼 수 있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변동과정이 특히 개발도상국 및 제3세계국가에서 가치관의 혼재 문화적 전통의 파괴 등 문화적주체성 Cultural Identity 혼란을 초래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유네스코는 일찍부터 문화와 발전간의 상호관계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 서울회의에 앞서 유네스코는 핀란드(1984)와 덴막(1985)에서 개최된 「발전의 문화적 측면 Cultural dimension of Development」이라는 비슷한 주제의 회의를 지원한 바 있다. 유네스코의 이와 같은 선도적인 노력에 힘입어 발전계획, 전략의 수립 및 집행에 있어서 문화적 측면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제는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긍하고 있는 사실이다. 서울회의는 유네스코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요인들이 과학기술, 경제 및 사회발전에 미치는 영향 또는 그 반대현상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내용 및 정책대안 등을 논의하고 참가국간의 연구과제에 대한 의견 교환 및 협력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회의의 긴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회의의 주제가 문화, 과학, 경제 및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라는 광범위한 학문적 영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또한 주제의 주요 개념들인 문화나 발전이라는 용어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개념들이기 때문에 사흘간이라는 짧은 회의기간동안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구과제나 방법이 깊이 있게 논의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이번 회의는 1)과학, 경제 및 사회발전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계획된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연구에 관한 정보의 교환, 2)발전전략에 있어서 효과적인 정책적 고려를 가능케하는 조건의 확인, 그리고 3)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위한 계획안의 수립 및 이 분야에 있어서 정보 및 협력을 위한 네트웍 구성방안의 고려라는 3가지 분야에서 상당히 의의있는 논의와 제안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개최선언에 따라 조성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장의 개막연설이 있었고 마카민난 마카기안사 아, 태지역 유네스코 활동 조정담당 사무총장보의 축사와 이웅희 문공부장관의 환영사가 있었다. 마카기안사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전통과 근대성을 상반되는 양극」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전통과 근대성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을 수 있음이 많은 발전과정에서 경험적으로 나타났음을 지적했다.

이웅희문공부장관은 환영사에서 경제성장이 국가발전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국가발전계획에 통합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장관은 또한 유네스코가 제안한 문화발전10개년 계획 (1988-1997)에 대해 한국정부가 계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회식에 이어 열린 회의임원선출에서 한국의 김성진 국제문화교류협회장이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부의장으로는 알젠틴, 핀란드, 헝가리 및 케냐대표가 선출되었으며 인도와 네덜란드 대표가 공동기록자로 선임되었다.

회의의 주요제도

회의의 주요제도는 첫째 문화와 과학, 경제 및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의 현황과 경향, 둘째 향수 연구를 위한 우선 분야의 고려, 셋째 세계문화발전10개년 계획 전망과 관련한 활동계획 등이 채택되었다. 각 참가자는 회의의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참가국보고서를 작성 발표하였는데 토의는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참가국보고서의 발표에 앞서 토의의 내용을 규정하고 참가자들의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발제강연이 있었다.

한국대표인 김여수교수(서울대·철학)가 준비 발표한 발제강연은 문화와 경제간의 상호작용의 양상과 역동적 과정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김교수는 경제성장의 물질적 기반을 형성하는 기술적 발전이 그러한 기술이 응용되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 맥락에 의해 계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문화와 경제간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제론문은 앞으로의 과제가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인 국가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지식체계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교수는 문화발전의 경제학 Economies of cultural Development에 대한 가일층의 연구와 발전의 문제에 대한 보다 적절한 문화적 대응을 강구할 수 있는 문화 비평을 더욱 이론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의 내용

문화, 과학, 경제 및 사회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의 현황과 경향

참가자들은 참가국보고서의 발표를 통해 각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문화와 발전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의 현황과 경향을 설명했다. 각국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만큼 문화와 발전간의 상호작용의 문제에 대한 연구와 접근방법도 아주 다양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또한 관련된 문제들의 범위가 너무 넓었던 데서도 연유되었다고 본다. 각국의 다양한 연구경험은 역설적으로 문화와 발전사이의 관계에서 여러가지 형태와 양상이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것들의 차이점을 밝혀내는 데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문화와 발전간의 바람직한 연계를 검토할 방법론적 기준,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의 국제적 구조와 함축 그리고 연구운영의 이론적·철학적 틀과 개념규정틀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 분야 연구에 있어서 참가국들은 크게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그러나 상호 보완적인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접근방법은 공통적인 국민적 가치들에 기반을 둔 문화발전 연구 정책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적 통합, 국가의 주체성, 통합적인 국가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문화전통및 유산을 보존하는 정책을 통해 정부당국, 헌법 또는 기타의 법규를 이용하여 문화와 발전간의 연계를 강화 발전시키는 방법들에 관한 연구와 정책들이다.

두 번째 접근방법은 사회·경제적 발전을 보다 문화적으로 만드는 길이다. 발전을 문화적으로 진흥시키는 문제인데 이 방식은 발전에 문화를 접목시킴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있어서의 문화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각국 대표의 보고서 발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의 대표들은 첫 번째 접근방법 즉 문화를 국가발전에 통합시키는 방안에 가까운 연구과제나 방법론 등을 제시했으며 핀란드와 프랑스등 선진국의 참가자와 국제기구대표들은 「참여적 활동연구」 Particpatory Action Research 라고도 불리는 두 번째 접근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대표인 정한모 문예진흥원장은 한국의 참가국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현 경제·사회적 구조가 전환기에 처해 있어, 고도 산업사회의 가치(직업주의, 분업 과학적 논리, 수평적 관계, 동질화), 경제성장의 놀라운 업적, 일상생활의 물질적 조건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 하여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불평등의 감정을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헌법은 문화 진흥의 의지를 담고있으며 문화·예술 진흥과 문화혜택의 차별해소 그리고 청소년 문화육성을 위한 각종 법규들이 개정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의 기능이 한국민에 독특한 전통적 사고에 기반해서 전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문화정책에서의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예술가 위주의 정책에서 감상자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되어 모든 국민들이 문화적 감상의 기회를 넓게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6차 경제·사회개발 계획(1987-91)에는 사회안정을 유지하면서 1)국제문화교류의 확대 문제, 2)과학과 문화간의 상호협력체제의 강화 그리고 3)문화적 가치에 관한 연구증진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소개했다.

일본대표는 일본이 천재 "문화의 시대" 또는 "지역사회의 시대"라고 불리고 있다고 소개하며 "일본특산품운동" "일본제일 운동"등이 각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주체성을 고무하여 보다 새로운 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을 창조해내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정부관리들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문화행정회의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연구과제로서 지역발전의 유형에 대한 사계연구와 지역사회에 적용될 문화평가 방법과 문화발전지표에 대한 연구 등을 제안했다.

필리핀이나 유고 등 복합문화적 특성이 강한 나라에서도 문화의 통합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필리핀은 1986년 헌법조항에 교육제도와 문화기관을 통해 국가의 문화적 유산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문화발전을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혁신의 수용을 거부하는 문화적 요소는 집중적인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정된다는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유고는 문화적 연구의 중요성이 항상 강조되고 있다고 유고대표는 지적했다. 유고의 끊임없는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다양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통합성을 갖느냐를 연구하는 것이다.

프랑스, 핀란드 및 인도대표에 의해 역설된 「참여적 활동연구」방법은 연구계획이든 발전계획이든 관련국민들의 구체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그들의 주도권을 중요시하는 접근방법을 취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발전국면내에서 빚어진 모순들을 바깥에서 관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바라보는 방식으로 관련 정치적·행정적 지도자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이 이 접근 방법의 특징이다.

프랑스대표는 "참여적 활동연구"방법의 이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들었다.

1) 공동체의 잠재력을 동원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힘과 그 힘의 원천 및 동기를 유발한다.

2) 계획입안 과정에서 어떻게 결정이 이루어지는지 예측케 해 준다.

3) 전문가나 공학자들에게서 가끔 보이는 인류학적 또는 문화적 통찰력의 결핍 등 민주적 계획입안에 방해 요소가 되는 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

4) 이민이나 기술이전 등 문화간 국제교류의 영향으로 빚어진 문제들을 스스로 추적하고 자각케 하는데 유리하다.

많은 참가자들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있어서 문화대 발전의 문제와 불균형이 엘리트의 문화독점현상과 관련이 있음을 지적했다. 문화는 결코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집단에 봉사하는 도구의 구실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말레이지아의 대표는 연구자들과 국가공무원들이 자기들이 경험해온 이데올로기나 문화교육 때문에 가난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의 문화적 환경에 무지하게 되어버린 실례를 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연구방법론과 정보의 확산

참가자들은 구체적인 사례연구들을 포함해 일반 민중적 차원에 바탕을 둔 계량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다. 현장연구에 있어서는 다학문적인 연구와 연구진 사이의 상호작용이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고 지적되었다. 미시적차원의 연구와 거시적차원의 연구사이에 갈등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토론을 통해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어떤 경우에는 미시적차원의 연구가 거시적차원의 현상을 실증하는 도구로 쓰여 질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의 김여수교수는 방법론적 연구에 보다 중점을 둘 것을 주장했으며 지역적·지역간 차원에서 문화지표의 개념적 발전과 실제 정책적용 양자에 대한 정기적인 진행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아르헨티나 대표는 각국의 사회현실과 유리되어 결국 실패한 많은 연구나 프로젝트를 언급한 다음 문화적 측면을 그러한 연구에 포함시키는 계획수립 및 평가방법 등을 개발할 것을 강조하였다. 문화적 요소들을 발전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자와 경제계획 입안자 사이에 대화의 광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는 서로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문화적 측면에 대한 중요한 연구들이 유네스코의 재정지원에 의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가 유네스코의 내부적 고려에 따라 다른 언어들로 번역되거나 인쇄·배포되지 않았음이 지적되었다. 연구결과나 자료의 보다 활발한 이용과 비판적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호주대표는 예술가 특히 작가들의 혁신적인 역할을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작가들이 기존사회에 존재하는 분위기, 긴장, 문제점을 형상화하는데 훨씬 편리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나 작가들의 매체는 보다 전달되기 쉬운 장점을 갖고 있으며 잘 읽혀지지 않는 사회과학자들의 보고서들 보다 어떤 경우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케냐대표는 발전계획들을 실행함에 있어 토착적인 지식체계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통적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연구는 발전과정이 기존의 문화적 토대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반듯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발전계획과 외부지원이 기존의 생존 메커니즘에 보다 손상을 덜 끼치며 조화를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나다대표는 언어학상 또는 민족학상의 문화적 주체성을 뛰어 넘어 더욱 광범위한 준거집단들의 문화, 예를 들어 여성문화, 청년문화 심지어는 어린이 문화 등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후속사업과 제안들

앞으로 수행되어야 할 연구과제나 제안들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먼저 유네스코 전문가가 유엔과 유네스코에 의해 선포·추진될 「세계 문화발전 10개년 계획」World Decade for Cultural Development (1988-1997)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계획은 4개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 발전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인식의 고취, 둘째, 문화적 정체성의 확인과 고양, 셋째 문화에의 참여확대 그리고 네 번째로 국제적인 문화협럭의 촉진이다. 유네스코는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의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방안으로 조사연구사업, 문화종사자 훈련 및 양성, 홍보·시범사업 그리고 국제표준화사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후속사업과 제안에 대한 토의내용

후속사업과 제안에 대한 토의에서 참가자들은 주로 자국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관련된 또는 필요한 사업들을 언급했다. 많은 제안들 중에서 우리에게도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제시코저 한다. 호주대표에 의해 제기된 문화발전에 관한 연구에 예술가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호주대표는 예술가들이 문화적 상황과 발전에 특별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과학자"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네스코가 작가, 미술가들을 다학문 연구팀에 포함하여 문화발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카나다대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연구사업을 제안했다.

1)예술인 센터나 기술자 협동조합 같은 서로 다른 조직체들이 어떻게 예술적 창조를 북 돋우는지 알아보는 실험연구 2)전자매체 및 통신이 지배하는 시대에 있어서 미술이나 무용 같은 전통적인 매체들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에 따른 문제점들에 대한 연구, 3)역사적인 유물과 예술품들의 소개와 보존전략에 대한검토 4)이민이나 관광이 토착예술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 및 그 반대의 영향에 대한 연구이다.

문화정책에 대한 이론적 정의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았다. 한국, 일본, 에콰도르, 헝가리 및 네덜란드 대표들은 각국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전통에 적합한 문화정책의 수립 및 정립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과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헝가리 대표는 문화적 민주주의를 추진시킬 수 있는 문화정책의 조건과 자세변화에 대한연구, 발전과 문화사이의 역동적 과정 특히, 가치관, 행동양식 및 생활양식 등의 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정책의 개발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국가별 사례연구와 국제적 비교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대표는 지방의 문화발전을 위한 사례연구, 문화사업의 평가방법과 문화지표사업 그리고 법제화와 조직화를 포함해 공공문화기관이 경제 - 문화발전에 끼치는 역할에 대한 연구 등을 제안했다.

많은 참가자들은 또한 문화와 발전에 관한 연구의 정보네트웍을 설립 ,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수행되었거나 진행중인 연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교환하고, 특히 지역적 차원에서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한 우선 순위의 설정, 국제적 기구들을 통한 협력의 촉진 및 소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적절한 정보네트웍이나 지역협력센터의 설립 및 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문화자료은행의 설치 노력, 기존 연구기관들간의 협력기구 운영 등에 유네스코의 지원이 요청되었다. 핀란드대표는 발전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지역적 연구계획들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으며 이를 위해 유네스코 국내위원회들과 북유럽연구협력체널들간의 협력과 활용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협력과 관련하여 한국의 김여수교수는 신흥공업국들 NICS의 경제발전에서 드러난 유사점과 상이점을 조명하기 위해 지역적, 지역간 양 부문에서 비교문화적 연구를 시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한 컴퓨터와 과정의 문화적 배경과 그러한 배경이 발전의 특수한 초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연구를 착수할 것도 제안했다.

이상에서 「문화와 발전에 관한 국제회의」의 배경, 토론내용 및 제안사업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번 회의의 최종보고서가 주최측에 의해 곧 출판·배포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서울회의는 국내적으로는 발전과 문화의 관계에 대한전문가 및 일반의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발전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연구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자본주의적 발전을 추구하는 서방 선진 민주주의 국가인 프랑스, 카나다, 벨기에 및 일본 등이 참가하였으며, 사회주의적 발전모델에 입각한 국각발전 전략을 도모하는 헝가리, 유고, 그리고 아프리카, 중남미 및 아시아의 여러 개발도상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와 발전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나름대로의 경험과 문제들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서울회의에서 다시 확인 되었지만, 문화, 기술, 경제 및 사회가 상호 유기의존적관계 Organic Interdependence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문화와 발전은 현실적으로는 분리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며 이론적인 사고에서만 분리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사회의 발전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 및 물질적 자원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적 가치, 역사적 경험의 역동적 과정 Dynamic Process의 산물인 것이다. 이번 회의에 덧 붙여 추구해야 할 과제는 경제·사회 등의 구조적 측면의 변화와 문화적 가치 및 주체성과의 상호관계, 적합성의 문제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