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무용분야 석박사학위 논문분석




허영일 / 무용평론가

■ 머리말

무용은 인간의 신체적 동작에 의한 조형적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실천적 예술이다. 다시 말해 무용 즉 춤은 춤추는 자의 자기 자신·사회·세계 나아가 우주에 대한 개인적 태도와 생각을 정감적인 신체언어를 매개로 하여 표출시키는 예술형태이다. 무용은 공연과 동시에 모든 신체적 표현이 현재화 되어 무용수와 관객간의 직접적인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연예술로서의 특수성을 갖는다. 즉 춤을 추는 자와 보는 자 간에 삶과 세계, 우주에 대한 형이상학적 대차를 나누고 삶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공감대 형성의 계기를 만드는 상호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무용은 총체적인 예술적 효과를 위해 무대미술이나 의상, 음악 등의 인접예술분야와의 유기적인 연관을 가지는 종합예술로서의 특성을 갖는다.

한편 현재 한국에 있어서 무용예술은 극복하여야 할 여러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무용예술에 대한 일반대중의 비우호성이나 무관심, 무용교육정책의 불모성도 일면 지적되어야 하겠으나 오늘날에 있어 한국무용계의 낙후성의 근본적 요인은 무엇보다도 예술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과도기적 혼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무용이론이나 사관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연예술로서의 무용이 전통적으로 한판의 신명난 놀이라는 즉흥성과 시간적·공간적 일회성을 띠는 이유로 무용학으로서의 독립되고 체계화된 이론이 정립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전통무용의 경우, 한국 고유의 민족적인 정서를 현재적 시각에서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무용언어나 기술법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무용의 각 형태별 동작 및 미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고증이 가능한 이론이나 무보가 부재한 상태이다. 이는 무용의 육체언어 자체가 불가피하게 지니는 언어로서의 모호성, 추상성, 불투명성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한국무용의 경우 무용적 약속이 체계적으로 공인화되어 있지 않은 데 보다 큰 원인이 있다할 것이다. 동시에 정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철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무용으로 형상화 구체화시키려는 진지한 예술정신이 결여된 듯한 오늘날의 무용인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학성의 부재는 한국무용의 학문적 연구의 범위에 한계를 가하고 있으며 전통무용의 현재에 있어서의 재창조나 한국무용의 토착화라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용이론보다 무용행위의 실기적 측면에 치중해온 그간의 풍토에도 크게 기인한다고 본다. 무용행위 자체는 실천적 예술로서의 무용예술의 근간을 형성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겠으나 무용행위의 발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론적인 바탕이 없이 한계에 부딪힐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성적이고 개념화할 수 있는 무용이론의 확립을 통한 개별적 춤행위의 체계적인 반성과 검증을 하는 학문적 풍토가 시급하며 이러한 학문적 연구의 뒷받침에 의해 비로소 정서의 통일성 있는 표출과 모든 무용매체들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할 것이며 또한 민속학, 인류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 등의 학문분야와 활발한 연계적, 협조적 연구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창작이나 현장적 체험에 치우친 현재의 실기위주의 무용교육과정을 수정하여 이론과 실제의 균형 있는 교육을 통해 양자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무용예술의 전반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민족의 신명이나 놀이 굿을 통한 한(恨)의 초월의식 등은 그 자체로 생득적(生得的)인 심성이므로 문화적인 차원에서 정당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전통적인 축제의식이나 생명력이 오늘날의 문화예술적인 차원에서 타당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과학적 검토와 객관화를 위한 작업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1960년대 후반 무용과 개설이후 그동안 발표된 각 대학원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해 보고 그의 대략적인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의 학문적 연구의 추이와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무용학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일말의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이 글을 위한 기본자료로서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석·박사학위 논문 총목록」을 사용하였으며 무용학과 이외의 학과에서 발표된 무용 관련 논문도 일부 첨부 되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학위논문의 학교별 · 年度別분류

학위논문의 학교별·연도별 현황을 아래의 도표를 통해 살펴보고 이 분석결과에 따른 몇 가지 특징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표1>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1960년 2월에 심금옥의 「무용의 발달양상에 관한 연구」가 서울대에서 최초로 석사학위 논문으로 나온 이래 이후 25년 동안 이화여대, 경희대, 중앙대, 상명여대, 한양대의 순으로 지속적인 석사학위 논문의 발표가 있어왔다.

경희대는 1960년, 이화여대는 1961년, 중앙대는 1972년, 상명여사대·한양대는 훨씬 이후인 1982년에 최초의 학위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도표에 따른 논문발표 현황의 특징적인 면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학위논문의 발표가 양적인 면에서 소수의 몇 개 대학원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화여대의 경우 1961년 육완순의 「모던 댄스의 가치와 한국적 정서표현」등 2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래 86년까지 총 112편의 논문이 발표되어 총 조사대상 논문수인 250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연구논문의 내용적인 충실성을 차치하고라도 이화여대의 대학원 정원이 타 대학원에 비해 많은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밖에 경희대 총 45편 중앙대 20편, 상명여대 16편, 한양대 12편의 순이며 이 5개 대학원의 발표논문수가전체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양적인 편중성은 학교간의 유기적이고 경쟁적인 관계를 통해 무용예술의 학문적 연구가 다양성있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학위 논문의 발표가 80년 이후로 괄목할 만한 양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화여대와 경희대의 경우 1970년이래 비교적 꾸준한 수의 논문이 발표되었으나 중앙대·한양대 등은 80년 이후로 활발한 논문 발표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실제로 1980년 이후 7년간 발표된 논문수가 총 161편으로 전체 논문 250편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음을 볼 때 70년대 후반이후 각 대학의 무용학과 개설에 따라 활발한 연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학문으로서의 무용교육이 과거의 학부중심에서 대학원 중심 교육으로의 정책적인 전환과 이에 따른 대폭적인 정원증가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학위논문의 내용이나 주제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논문이 유사한 양상을 보여 편협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바 이는 대학원 정원의 증가에 따른 지도교수 요원의 충분한 확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즉 수적으로 한정된 지도교수의 전공분야에 따른 거의 동일한 제목이나 내용의 논문이 대략으로 양산되어 주제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실제로 종합예술로서의 무용이 타 연계학문과 갖는 연관성을 다룬 다층적 시각의 학문적 연구가 크게 부진함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도표 1> 학교별·년도별 석·박사학위 논문현황


세째, 무용학으로서의 학문적 체계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노력의 기반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1986년에 들어서야 한양대학교에서 유일하게 2편의 박사학위논문이 발표되었고 위스콘신대학을 포함하여 무용학박사학위 논문이 총 3편에 불과한 현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용예술이 갖는 공연예술로서의 특수성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공연예술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현장적 체험이나 훈련 등의 실기적 측면에 편중된 현재의 교육 체계 하에서는 무용학으로서의 이론적·학문적 연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무용예술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적 발전의 토대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현장체험을 위한 실기적인 측면과 이론적 체계화를 위한 학문적 연구노력이 균형 있게 병행될 수 있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의한 새로운 교육과정의 확립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교수의 연구논문발표를 무용 발표회로 대체하는 등의 불합리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바 이는 무용예술의 학문적 체계화에 앞장서야 할 교수요원의 연구 노력을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내용별분류

1960년에서 1986년까지 25년동안 발표된 석사학위논문을 내용 또는 주제별로 본 결과 <도표 2>와 같이 분류되었다.

<도표2> 내용별 분류

여기서 한국 무용의 범주는 형태적인 면에서 궁중무용, 의식무용, 민속무용과 1920년 이후 등장한 신무용과 무용사의 측면에서 고대, 삼국시대, 신라, 조선, 신무용기의 무용을 포함한다. 외국무용은 크게 발레와 현대무용으로 양분하였으며 주로 인물, 작품, 무용사를 취급한 논문들을 포함시켰다. 한편 무용이론은 주로 외국무용의 기능생태학과 무용미학에 대한 이론으로 재 구분하였으며 이밖에 무용교육, 무대장치 및 의상, 무보 등의 분류 기준에 따라 구분하였다.

도표를 통해서 나타나는 전체적인 특징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논문의 내용이 다양화되지 못하고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총 251편중 한국무용에 관한 논문이 86편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용이론 49편, 무용교육 49편, 외국무용 46편 등의 순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이미 지적한 것처럼 80년 이후 발표논문 도표의 보다 세부적인 분석에 따른 구체적인 특징을 열거하면,

첫째, 한국무용에 관한 논문의 압도적인 양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한국무용의 이론적 체계화를 위한 학구적 노력이 전반적으로 미진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논문이 탈춤, 굿 등의 민속무용을 중심으로 하여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전통무용에 대한 관심은 민족 문화의 측면에서 생득적인 정당성을 갖는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의 발굴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논문들의 전반적인 내용이 주로 작품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물의 시대적 배경이나 내용의 부연적 설명에 한정되어 피상성을 극복치 못하고 있는 점은 심각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전통무용이 주로 한 판의 놀이로서의 일회적인 축제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춤사위 등의 체계적 개념 정립이 어렵고 무보의 보존도 미미하였던 무용사적 측면의 오류에 상당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띠라서 단순히 민족문화라는 생득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이론적 체계화를 통한예술적 정당성의 확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둘째, 무용이론에 관한 학위 논문이 80년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학의 학과과정에 기능생태학이나 무용미학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총 49편의 논문이 나왔다는 것은 일면 획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나 주제면에서 볼 때 한국무용이론에 관한 논문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외국무용이론을 설명식으로 소개하는 정도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외국무용이론의 무비판적인 수용보다는 우리의 무용미학의 확립을 위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여과 추출하는 방향의 창조적인 연구노력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무용이론의 외국무용 일변도의 편향성은 학문적인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한국무용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무용이론중 기능생태학에 관한 논문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인체구조 및 기능에 신체해부학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 돌기 turn, 움직이기 pas, 자세 pose등의 과학성을 요구하는 외국무용의 체계화된 이론을 수용한 데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세째, 외국무용을 다룬 논문이 80년이후 괄목할 만한 양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발레의 경우 총 30편에서 22편이, 현대무용의 경우 총 16편의 논문중 14편이 80년대 들어 발표된 통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상승적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외국무용에 관한 대부분의 논문이 무용사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이는 한국무용 관련논물이 주로 작품 위주의 연구 경향을 나타내는 현상과 분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표현방법에 있어서 체계화된 이론적 토대를 갖춘 외국무용의 과학성을 기반으로 하여 고전발레와 현대발레의 형식적인 면에서의 비교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학문적 노력으로 보여진다. 특히 1960년에 최초로 발레에 관한 논문이 나온 것은 1920년 이후 등장한 신무용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네째, 무용교육에 관한 논문이 1960년 초반에 작품창작의 교육에 대한 2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래 총 49편이 꾸준한 추세로 발표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한국의 무용예술이 예술문화 형성에 있어서 구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중의 무용예술에 대한 편견적 몰이해가 만연된 현실 안에서 무용예술이 근본적으로 지향하여야 할 교육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결과로 본다. 실제 발표된 논문 현황을 살펴보면 무용창작지도법에 관한 연구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바 이는 무용교과 내지 교육무용의 내용, 무용교사의 자질 등 실제교육과정에 따르는 세부적인 교육방법론의 설정은 고사하고 무용의 본질에 관한 개념의 전달마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여된 듯이 보인다. 실제로 오늘날 중·고등학교에서의 무용교육이 육체적 언어를 통한 지적·정서적 표현력과 창조성의 계발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정규 무용교육시간이 배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있더라도 체육교과과정의 일부로서 포크댄스나 에어로빅, 매스게임 등 외형적인 동작만을 강조하는 피상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교육내지 정서교육의 일환으로서 무용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하는 문교정책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용교육에 관한 발표논문중 특이한 것은 창의적인 관점에서 남자무용교육의 필요성을 기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남학생 무용교육의 필요성은」(권정난 1983, 경상대학교 교육대학원) 현대무용의 도입에 따른 남자무용수의 절대부족의 현 무용계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방편으로서 남자무용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1962년 현대무용이 도입된 이래 활발한 공연활동을 보이고 있는 현대 무용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다섯째, 무대장치·의상 및 조명에 관한 연구가 논문의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용이 공연을 전제로 한 종합예술의 성격을 갖는다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무용의 2차적인 요소로서 무대장치, 의상, 조명등의 연계학문과의 유기적 연관성을 밝히는 학문적 연구가 극히 부진한 상태이다. 1970년에 이화여대에서 이성숙의 「舞踊照明에 관한 연구」가 나온 이래로 1983년에 한양대 안혜란의 「照明의 色에 따른 舞踊手의 感覺機能變化」, 1982년 경희대 최경옥의 「색상과 색감에 관한 연구」(무대조명을 중심으로) 1984년 강인화 외 「무용의무대장치에 관한 고찰」 (20세기 무용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1983년 정도영의 「현대발레에 나타난 舞台美術의 傾向」채명순의 「處容 舞服의 연구」등이 있다. 80년대 이후에 다섯 편의 논문이 발표되어 괄목할 만한 양적 증가를 보이고 있으나 절대수에 있어서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더욱 활발한 연구노력이 기대된다.

형태별 분류

각 대학원에서 발표된 석사학위 논문을 크게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의 세 분야로 분류하고 각 무용형태에 따른 세부적 내용·주제별 분류를 하여 보았다. 앞의 <도표2>에서는 발표된 논문의 개괄적인 내용상 분류를 한 것인데 각 시대 무용형태별로 다시 세분화시킴으로써 무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학문적 관심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우선 한국무용에 관한 논문을 형태별시대별 기준에 따라 양분하고자 한다. 형태별로는 궁중무용, 의식무용, 민속무용과 신무용의 네 갈래로 분류하였고 시대별로는 고대, 삼국시대, 신라시대, 조선시대, 1920년대 이후의 신무용기의 네 갈래로 나누어 보았다. 양자의 분류과정에 있어서는 해당논문의 대략적인 내용을 검토하여 무용 형태적 특성을 강조한 논문은 전자에 포함시킨 반면 무용사적 맥락에서 시대적 특성을 다룬 논문은 후자에 포함시킴으로써 양자의 중복을 피하였음을 미리 밝혀 둔다.

<도표3-1> 한국무용 형태별 분류


우선 <도표 3-1>의 한국무용에 관한 논문의 형태별 분류에서 나타난 특이한 점을 통해 살펴보면, 첫째 민속무용에 관한 논문이 한국무용 관련논문의 절반이상을 차지하여 한국무용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이 분야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1970년대를 통해 형성되기 시작한 민속무용에 대한관심이 1980년대 들어 발표논문의 괄목할 만한 양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70년대 들어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발견하고 계승하자는 문화 전반적인 전통의 재창조 노력과 결부된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의 민중의 삶을 표출한 민속무용이 역사적 관점에서 오늘의 민중적 삶의 양태와 일맥상통하고 공동체적인 삶의 지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이의 연구를 통해 전통과 현재의 접맥을 시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민속무용의 근원이 고대 처용무의 구도적 작품에서 유래하여 이조 후기 들어 현세적 삶의 고뇌와 애환을 초월하여 새로운 삶을 열망하는 유토피아적 신명을 표현한 민중의 춤이라는 점에서 당대 70년대 이후의 정치적 문화적 혼란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민속무용에 관한 논문은 주로 탈춤이나 굿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북청사자춤, 봉산탈춤, 강령탈춤, 노당굿, 농악무 등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내용을 주제화 시켰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서 일면 아쉬운 점은 각 논문이 단편적 주제를 가지고 역사적 배경이나 일반적 사실의 나열식 설명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유한 민족적 심성을 축제적인 놀이, 굿, 탈춤을 통해 발견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민속무용에 나타난 민중의식, 사회의식, 시대비판정신 등을 객관화시키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러한 문제점들을 문화 형성적 차원에서 하나의 예술적 패러다임으로 구체화시키는 학구적 노력이 결여되어 있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전통연희를 일회적인 한 판의 신명난 축제로 파악하는 단층적 시각에서 탈피하여 오늘날의 우리의 삶안에 동화되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는 전통무용의 예술적인 의식화와 과학적인 형상화를 위한 방법론적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신무용에 대한 논문은 70년 이후로 활발해진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1926년 이시이·바꾸의 내한 공연이후 새로운 무용으로서 이 땅에 서게 된 이래 오늘날까지 한국무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신적인 면에서 궁중무용전통을 계승하여 민속무용의 표현기법을 도입한 신무용의 사조는 그것의 형이상학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인 순종미나 우아미의 상식적 측면에 치중한 관계로 민속무용에서 보여주는 민중적 삶의 표출이나 시대가 요청하는 역사의식에 벗어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무용은 이들 신무용의 영향권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태평무, 화관무, 북춤, 부채춤, 산조, 승무 등을 춤사위의 무보와 곁들여 언급하고 있으나 단편적 작품해설과 역사적 배경설명에 그친 듯한 경향이 있다.

세째, 궁중무용에 관한 연구는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의식무용에 대한 논문이 80년이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학문적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특히 궁중무용의 경우 순수한 무작(舞作)보다는 가창과 결합되어 규칙적이고 획일적인 형태로 정형화 되었다는 사실에서 학문적 연구의 폭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민속무용에 대한 편향적인 연구경향은 그 학문적 타당성을 떠나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균형 있는 학문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 무용 형태별 독립된 연구 경향에 반해 각 분야간의 비교연구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한국무용사적 측면에서 체계적인 무용이론이나 무보의 보존이 정립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의 각 무용형태의 과학적인 비교연구가 거의 불가능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전공분야내에서 형태의 비교 연구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특히 신무용이 전통적 민속무용을 바탕으로 무용수의 멋과 흥을 첨가하고 거기에 서구무용의 테크닉을 도입하여 무대화한 것이라고 볼 때 신무용과 전통무용, 외국무용간의 비교연구차원의 논문이 나올 수도 있으나 그러한 연구방향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도표3-2> 한국무용 : 시대별 분류


한국무용에 관한 논문을 무용사적 측면에서 시대별로 분류한 결과 <도표 3-2>로 정리하였는데 이에 나타난 발표논문의 구성별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1920년대 이후 신무용에 관련한 논문이 8편으로 주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 고대, 신라, 조선시대 전통무용에 대한 연구가 각 1편씩으로 수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4년의 이종숙의 「韓國古代舞踊의 歷史的 考察」 1984년의 김선미의「新羅時代 舞踊에 대한 史的 考察」1987년의 정경숙의 「朝鮮時代의 舞踊에 관한 硏究」등이다. 조선시대의 경우 형태별 분류에서 제시한 궁중무, 의식무, 민속무용 등을 포함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으나 무용사라는 맥락에서 조선시대무용의 전반적 특성을 기술한 논문이 단 1편에 불과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신무용에 대한 무용사적 연구가 활발한 추세는 이미 지적한 대로 장중함과 절제된 형식미와 추상성을 강조하는 조선시대 궁중무나 의식무용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한계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극장무용의 측면에서 신무용의 전개양상이 일무(佾舞)나 정재 (呈才)등의 양식적인 구성이나 舞台美보다는 민속무용의 즉흥성에 편중된 영향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민속무용의 활발한 연구 성향과도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1920년 이후 신무용사를 세부적인 기간단위로 나누어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의 논문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특이한 주제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대략적으로 살펴 본 바와 같이 한국무용과 관련된 논문은 주제 내용면에서 민속무용과 신무용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하며, 이러한 편향성은 균형 있는 학문적 발전이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표4> 발레 : 내용별 분류


<도표 4>에서 보듯이 외국무용을 대별하여 발레와 현대무용으로 양분하고 이를 각각 주제·내용별로 세분하여 학문적 접근 방향을 살펴보았다. 우선 발레의 경우 내용면에서 인물·기능생태학·발레사·무용단·작품 기타 등으로 분류하였으며 1960년 이후 시기별 연구 추이를 특징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무용에 대한 연구가 작품중심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발레에 관련한 논문은 인물에 대한 연구가 주요한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인물별로 살펴보면 J. G Noverre(2편) Marius Petipa(3편) Agrippina Vaganova(1편) Nijinsky Michael Fokine, Marie Taglioni, Anna Pavlova, L. F . Massine, Anrico Ceccheti 등으로 이러한 양상은 외국무용이 주로 한 무용수의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노력을 통해 새로운 무용이론의 형성과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역사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무용의 표현이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무용언어를 통해 치밀하게 전달되는 외국무용의 경우 확실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학문적 접근이 용이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따라서 세밀하게 형상화된 무용언어체계와 이에 따른 과학적 훈련과정을 갖추지 못한 전통무용의 재정립을 위해 외국무용의 표현기법 이론을 철저히 습득하여 그 형상화 과정을 한국무용에 응용하여 발전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발레사에 관한 논문이 1960년 최초로 나온 이래 총 8편이 발표되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인 증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발레가 무용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남긴 무용수를 중심으로 한 시대별·국가별 발레형태의 구분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논문내용을 살펴보면 발레의 예술적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발레의 사적 근원을 추적한 元靜子의 「胎動期의 발레연구」(경희대 1979)를 비롯하여 Romantic Ballet 3편, Classic Ballet 2편, 프랑스의 Pre-Romantic Ballet 1편, Russia Ballet 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째, 무용단과 작품에 관한 논문이 상대적으로 양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무용단의 경우 로얄 발레단 2편, 뉴욕시티 발레단, 국립발레 단 각 1편씩 4편에 그치고 있으며 발레 Golden Age의 로맨틱발레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무용음악, 무대미술, 무용미학 등을 포괄하는 횡적인 연구 논문이 전무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한편 현대무용에 관련된 논문은 인물, 기능생태학, 무용사의 기준에 따라 내용별 분류를 하여 보면 <도표 5>와 같다. <도표 5>연구주제에 있어서 인물이나 기능생태학에 관한 논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발레와 거의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표를 토대로 몇 가지 특징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80년 이전에 발표된 논문수가 의외로 적다는 점이다. 이는 1962년 미국 마사·그라함의 수축과 이완을 기초로 한 현대무용의 기법이 도입된 이래 1970년대에 걸쳐 새로운 표현기법의 응용을 통한 실험적 창작과 공연활동에 치중한데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80년대 이후에 현대무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추세를 나타내는 것은 대학원 정원의 증가와 더불어 종래의 테크닉의 피상적 결합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무용동작의 이론적 체계화노력의 시도로 보인다. 따라서 시대적으로 볼 때 1970년대는 현대무용의 정착을 위한 실험적 모색의 시기였다고 보며 1980년대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토착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80년이후 「대한민국 무용제」, 「공간 현대무용의 밤」, 「산울림 천대무용의 밤」등의 연례적 행사에서 볼 수 있듯이 무용단 창단 및 무용연구모임 발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내용면에서 볼 때 기능생태학에 관한 논문이 14편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은 이미 지적한 대로 현대 무용의 표현 기교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학문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세째, 현대무용의 창시자인 이사도라·던컨과 같은 시대의 남성무용가인 테드·쇼운, 수축과 이완의 표현기법에 토대를 둔 마사·그라함, Fall과 Recavery에 표현기교의 토대를 둔 도리스·험프리 1960년 이후 오늘날의 후기 현대무용에 영향을 준 머스·커닝햄, 엘번·에일리의 인물론적 연구가 나타나고 있으며 현대무용의 역사적 고찰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무용가에 대한 사실적 전기적 기술이나 단순한 시대구분론에 그쳐 정신사 또는 양식사로서의 예술사론적 연구가 부재함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오늘날 한국의 현대무용은 현대무용사의 자료적 기술이 부족하여 무용사를 통한 진정한 의미의 무용관 또는 무용사관을 설정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맺음말

이상에서 1960년 후반이래 86년까지의 무용분야 석·박사학위논문에 나타난 개괄적인 현장을 도표를 中心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이제까지의 분석을 통해 나타난 무용학 연구상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무용 분야의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상응할만한 내용의 충실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한국무용이론의 체계화를 위한 학문적 연구보다는 탈춤이나 굿 등의 민속무용의 단편적인 내용설명이나 작품소개에 그친 듯한 피상성을 극복치 못하고 있다. 또한 전통무용의 현대적 수용이나 현대무용의 전통에의 접목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의 제시가 미흡하여 객관적인 무용언어체계의 확립을 위한 노력도 기능생태학에 관련된 소수 무용이론 논문에 국한된 듯한 인상이다. 결국 현재적 시각에서 한국무용 발전을 위해 가장 절실한 문제는 무용행위의 과학적 형상화를 위한 이론적 체계의 확립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철저하고 세심한 자기검증의 과정을 통해 보편화된 공감대를 제공할 수 있는 무용예술의 발전이 도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발레나 현대무용에 있어서도 인물론이나 무용이론에 편중된 연구성향을 보이며 내용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음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무용사의 논문이 단순한 시대구분이나 무용공연, 무용가에 대한 단편적이고 傳記的기술이어서는 무용사적으로 진정한 가치가 없는 것이며 정신사 또는 양식사로서의 포괄성을 갖춘 연구가 활발히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교적 체계화된 무용언어와 이론을 외국무용의 육체적 표현기법을 한국무용의 이론확립에 효과적으로 접맥시키려는 연구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전통무용의 생득적 정당성의 일방적 선호보다는 전통의 전승되어야 할 본질을 능동적으로 선별하여 현대적 감각에서 예술적으로 재창조하는 주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세째, 공연예술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실기 위주로 편성된 현행 교육과정을 탈피하여 실기와 이론이 상호 보완적 관계 안에서 균형적 발전을 할 수 있는 학문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대미술, 조명, 의상 등의 무용예술과의 관계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연구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철학, 사회학, 역사학, 심리학, 미학 등의 제반 학문분야와의 유기적 관련성 안에서 다층적 시각의 학구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연구방향의 설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충분한 교수요원의 확보도 시급한 문제이며 학문으로서의 무용학 발전을 위한 대학간의 생산적인 경쟁, 협조관계의 조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신체적인 한계성, 일회성, 무형체성 등의 특성을 지니는 무용은 舞譜化가 어렵고 또한 무보화가 되었다하더라도 이를 통한 무용의 현장적 체험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만큼 공연을 예술사적인 관점에서 기록하고 역사화 시키는 무용비평가와 무용사가의 역할도 새삼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