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관계 연구서적 발간 활발
차주환 / 단국대교수·동양철학
도교사상(道敎思想)은 동양에 있어서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사상의 하나이다. 흔히 유불도(懦佛道) 삼 교를 일컫지만 유불에 비해 도교의 표면적 영향력은 그리 대단치 않게 인식되어온 것이 또한 현재의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식의 근저(根底)에 유불의 이념보다도 강하게, 그리고 끈끈하게 이어온 정신적 흐름이 있어 왔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도교사상이라는데 생각을 함께 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의 의식구조와 생활습관 가운데 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러한 도교사상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구체적인 학문적 이해는 아직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 방면에 대한 고무적인 현상이 일고 있음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첫째가 도교에 관심 있는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도교사상연구회가 발족된 것이고, 둘째는 道敎關係硏究論著 발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한국도교사상연구회는 1986년 8월 27일 창립총회를 갖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월례연구발표회실시, 매주 월요일에 「抱朴子」 독회 실시, 1987년 2월 22일 한국도교사상 세미나 개최, 도교논총발간 등의 업적을 쌓아 가는 한편, 일본중국 프랑스 등지의 도교학회와 정보교환 등으로 한국도교사상의 학적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추어 도교관계논저도 활발히 발간되고 있어 최근에는 도교사상연구의 붐이 조성되고 있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현재까지 도교논저는 1977년 이능화(李能和)저 이종은(李鐘殷)역「朝鮮道敎史」, 1978년 이종은저「韓國詩歌上의 道敎思想硏究」 김현룡(金鉉龍)저 「神仙과 國文學」, 拙著 「韓國道敎思想硏究」, 1981년 이석호(李錫浩)저 「李太白과 道敎」, 1982년 최삼룡(崔三龍)저「韓國初期小說의 道仙思想」, 흥만종(洪萬宗)저 이석호역 「海東異蹟」, 1984년 이강수(李康洙)저「도가사상의 연구」, 최창록(崔昌祿)저 「韓國神仙小說硏究」, 拙著「韓國의 道敎思想」, 1986년 이총은편 「韓國文學의 道敎的 照明」, 이종은 역주 「海東傳道錄·靑鶴集」, 1987년 송항룡(宋恒龍)저 「韓國道敎哲學史」등이 있다.
한국도교사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뜻에서 가장 최근에 발간된 저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韓國文學의 道敎的 照明」
李鍾殷編, 譜成文化史, 1986
우리 문학과 도교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논문 7편을 싣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이종은 교수의「國文學과 道敎思想」으로서 1장에서는 도교사상의 개념을 논의하고, 도교의 우주관을 정리하였다. 2장에서는 도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대를 고찰하는 한편,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도교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도교와 국문학과의 관계를 넷으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제1절에서는「東文選」에 실려 있는 제사(齋詞)와 초례청사(醮禮靑詞)를 발췌하여 고찰하였고, 제2절에서는 선가서(仙家書)에 나오는 한시와 「東國輿地勝覽」의 신선설화와 관련된 한시를 고찰하였으며, 제3절에서는 김시습(金時習)의 「訪友於三淸宮 適醮立冬」과 「登三淸宮」을 통하여 삼청(三淸)을 고찰하고, 시조와 가사를 통하여 옥황상제를 고찰하였으며, 제 4절에서는 시조 속에 나타나는 도교적 은일(隱逸)을 살피고 있다.
두 번째 논문은 김용범(金勇範)교수의 「崔孤雲傳硏究」로서 도교의 우주관이 최고 운전의 구성과 어떠한 연관을 지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또 도교적 공간의 구조적 대응관계를 통해 지금까지 우연성의 남발이라고 지적되어 오던 고전소설의 특징을 천상적 필연성이란 개념에서 극복하려고 하였다. 제1장에서는 최치원(崔致遠)의 도교사상을, 제2장에서는 최치원 도교사상의 문학적 수용과 굴절을, 제3장에서는 신라 수이전(殊異傳)의 최치원전을, 제4장에서는 최고 운전을 도교적 공간과 구성으로 보고 선계(仙界), 수부(水府), 도교적 공간의 상호관계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도교적 성격과 도교적 지배구조를 통해 본 최고 운전의 주제를 고찰하고 있다.
세 번째 논문은 이연재(李演載)교수의 「題詠에 나타난 神仙思想硏究」로서 「東國輿地勝覽」 소재의 제영에 반영된 신선사상을 고찰하고 있다. 시대별로 구분하여 고려조인의 제영은 李奎報, 金克己, 李齊賢, 李穀, 李仁復, 李穡의 것을 주로 살피고 있다. 조선조인의 제영은 黃喜, 徐居正, 成任, 李淑珹, 成哨, 李承召의 것을 고찰하였으며, 그 공통적인 특징으로 서경적인 특성, 연상적인 특성, 즉흥적인 특성, 낭만적인 특성 등을 들고 있다.
네 번째 논문은 이창영(李昌映)의 「沈淸傳硏究」로서 도교 사상적 측면에서 심청전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천상계 인물인 옥황상제, 용왕, 곽씨 부인, 천자 등을 상세히 고찰하였고, 구조적으로 기자(祈子) 모티브의 기능, 비극구조로서의 전반부, 비극극복구조로서의 후반부를 도교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주제를 조선조인들이 절대자이며 전지전능한 옥황상제를 믿음으로써 그들의 이상 즉 선제를 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섯 번째 논문은 이춘기(李春基) 교수의 「三韓拾遺硏究」로서 도교적 논리와 구조를 중심으로 삼한십유(三韓拾遺)를 분석하였다. 작가 죽계(竹溪)는 향낭설화(香娘說話) 속의 향낭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창조하여 소설 속의 인물향낭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현세적 인물에서 천 상인으로의 성격변화는 현세적 불가능을 소설적 가능으로 변화시킨 작의를 뜻하기도 한 것이니 소설의 구성과 도교적 우주관은 각각의 공간과 그것에 대용하는 시간의 개념을 전제로 이행되고 진행되는 것으로 보았다.
여섯 번째 논문은 김웅환(金應煥) 교수의 「淑香傳의 道敎思想的考察」로서 작품에 설정된 도교적 공간의 의미와 기능, 작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도교사상의 배경, 작품에 나타난 등장인물의 도교적인 성격 등을 고찰하고 있다.
일곱 번째 논문은 조석래(趙石來) 교수의 「九雲夢의 詩間的 背景構造」로서 구운몽의 내용을 도교사상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방법론적으로 특이하게 시간적 배경을 집중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구운몽의 도교적 구조를 밝혀 놓다. 서포는 당시(唐詩)를 배우면서 당의 시문학과 접촉하였고, 삼교사상에 정통하여 도교에 관심이 컸으며, 특히 그의 도교사상은 「記夢」을 비롯한 한시와 「西浦漫筆」 등에 엿보이다가 「구운몽」에 이르러 확연히 노출되었으니, 그의 대표적소설인 「구운몽」은 도교적 幻夢構造와 신비적이고 超越的인 도교적 시간구조를 통하여 그 시간적 배경을 唐 憲宗朝로 택했으며, 당 헌종조의 갖가지 사건을 확대하여 「구운몽」에 대입시키고, 배도(裵度)와 백거이(白居易)의 혼합형 인물인 楊少游를 창조하여 양소유(楊少遊) 곧 서포(西浦)라는 도교적 환몽체험(幻夢醴驗)을 맛보게 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 「海東傳道錄·靑鶴集」
李鍾殷譯 注, 普成文化社, 1986
「海東傳道錄」과 「靑鶴集」은 도교사에 많이 인용된 책들인데, 이는 도교사의 자료로서 뿐이 아니라 그 내용이 자못 흥미로와 일반인의 교양이나 재미로서도 읽을 만한 것이다.
「靑鶴集」은 조여적(趙汝籍)이 지은 선가서다. 조여적은 선조 21년(1841) 과거에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운자(片雲子) 李恩淵 을 만나 그의 문하에 들어가 60여년 간을 사사하고 그동안 見聞한 선가의 사적(事蹟)과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조여적의 스승인 편운자는 강원도 인제 태생으로 16세 때부터 운림에 뜻을 두어 벼슬을 단념하였고, 선조 8년에 우바새(優婆塞)를 만나 도서 한 권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대산 기린대에 찾아가 全蟬子, 彩霞子, 翠窟子, 鵝藝子, 桂葉子, 花塢子, 碧落子의 일곱 도민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청학산인(靑鶴山人)에게 사사하게 된다. 청학산인은 백우자(百愚子)의 문인으로 일찍이 중국에 들어가 양운객(楊雲客)을 만나 도술(道術)을 배우고 여러 나라의 도관(道觀)과 산천을 돌아보고 귀국한 후에 청학동에서 살다가, 선조 36년(1602)에 세상을 버리고 대란산(大蘭山) 안개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海東傳道錄」은 인조 때 한 중이 관동지방을 돌아다니다가 도적에게 연루된 혐의를 받아 관원이 소지품을 수사하니 바랑에서 책 한 권이 나왔고, 이식(李暄)에게 전해주어 이를 세상에 전한 것이다. 그 내영은 신라 최승우(崔承祐), 김가기(金可紀), 자혜(慈惠)로 부터 비롯한 우리 나라 단학파(昇學派)의 道脈을 서술하고 단서구결(丹書口訣) 16장, 단가별지구결(丹家別旨躪訣) 16장, 그리고 북창(北窓), 鄭唢의 龍虎訣이 붙어 있다.
「淸鶴集」은 '雲鶴先生事蹟'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23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한시가 곁들여 있다. 「海東傳道錄」은 崔承祐, 金可紀, 慈惠, 文昌候, 李淸, 明法, 權淸, 孤雲學士, 明悟和尙, 趙云絎, 金詩習, 洪裕孫, 鄭希良, 尹君平, 徐敬德, 郭致虛, 大珠, 鄭唢, 朴枝華, 張世美, 姜貴千, 張道觀, 韓無畏 등의 선맥이 소개되어 있다.
부록으로 丹書口訣, 丹家別旨口訣, 龍虎訣, 梅月堂集 抄가 실져 있고, 원문이 붙어 있다.
■ 「韓國道敎哲學史」
宋恒龍 成均館大學校 大東文化硏究院, 1987
저자가 15년에 걸쳐 써 온 논문을 집대성한 책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 논문 「韓國思想의 특질」과 「崔致遠의 哲學思想硏究」가 첨부되어 있다.
저자가 학부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노·장철학 (老·莊哲學)이었고, 지금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것도 줄곧 이 분야임을 서문에서 밝혀 놓았고, 노·장철학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저자의 관심은 철학사의 성격을 띤 사적 조명이나 흔히 중국학자나 일본학자들이 많이 다루는 형태의 주석학적 입장 내지는 문장의 단락, 개념, 자구들의 시대적 고증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모든 중요한 것들을 송두리째 무시해 버리는데 있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가 주장한 철학은 「무한한 자기발견의 속행이요, 거듭 새로운 모습, 의미들과 마주 서게 하는 일들의 작업수행이다. 동양에서 가지는 철학의 의미가 특히 그렇다. 내가 새로워질 때 내 앞에 마주 서있는 것들의 의미, 말하자면 순간순간 나와 마주서게 되는 의지들을 진리라고 해도 무방할 줄 안다. 그러므로 진리는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진리는 현실적인 나와 마주 서 있을 때 그 마주 서 있는 모습으로만 그 의미를 가지고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인의 도를 보되 나와 마주 서 있는 나의 도를 찾는 것이요, 2천 수백년 전에 공자나 노자가 마주 서 있던 진리나 의미를 찾아 마주 서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찾아지는 것도 아니려니와 설사 찾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공자나 노자 그들의 진리요 나의 진리는 아닌 것이다.」고 하였다.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제1장에서는 한국도교사상의 원류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먼저 고대 한국인의 천사상을 밝히고 선도와의 관계를 살펴본 뒤 한국도교사상의 연원을 고찰하였다.
제2장에서는 한국의 도교사상을 도교사상과 그 수용의 바탕, 도교사상의 전래, 도교사상의 수용형태와 그 전개를 시대별로 고찰하였고, 한국도교사상의 이해와 그 한계를 제시하였다.
제3장에서는 한국의 도가철학사상을 도가철학에 대한 관심과 그 이해, 도가철학사상의 학적 수용과 그 바탕, 도가철학의 학적 정립과 그 연구, 도가철학 연구의 침체와 그 변모로 나누어 고찰하였고, 栗谷李珥와 西溪 朴世堂, 南塘 韓元震, 保晩齋 徐命膺, 淵泉 洪奭周의 老·裝硏究와 도가철학을 상세히 다루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도가와 도교사상은 확실히 우리 믿음과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현세 이익을 지향하는 禳災祈福의 심리적 현상으로 다양한 종교형태의 사실적 표출로써, 또는 연년익수(延年益壽)를 바라는 합리적 사고의 현실적 표출인 양생법의 개별적인 연마와 修鍊의 현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유·불과 함께 공생, 삶의 숨통 구실을 하면서 항상 우리 앞에 믿음과 생활사상의 內在的 밑받침을 하면서 현실 속에 實在해 오고 있었다고 하였다.
이제 한국사상의 주류인 도교사상이 제자리를 찾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학자들의 관심과 학적 업적이 갈무리되어, 우리사상의 원류를 찾을 날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어 기쁘기 한량없다. 다만 확대해석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도교사상의 본질을 손상시키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이며, 종교적, 사상적,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연구들이 보조를 맞추어 한국 사상의 현대적 해석에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도교적 행사나 민속이 천시되어 미신화 되어 온 것은 재정립하여 미풍으로 계승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