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예술공간의 개발과 문화적 삶

문화공간과 소규모 예술활동을 전망한다.

- 문화시설 공간의 현황을 중심으로 -




이범재

■ 문화/문화공간

「문화」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식, 신념, 예술, 도덕, 습관등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습득한 모든것을 의미한다고 볼수있다. 따라서 문화의 속성은 인문과학이 영역으로도 파악될 수 있으며, 행동양식으로도 파악할 수 있으며, 민속 또는 토속적인 것으로도 파악될 수 있다. 이 어떠한 파악방법이거나 「문화」란 인간생활에 있어서 물질적인 측면 보다는 「정신적」인 생활영역에서 이해 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라는 「정신적」 생활영역이 시각적, 장소적, 영역적으로 구체화 되는 것을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문화시설」을 문화적 제 분야가 그 창작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떠한 「장소」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여기서 문화의 각 표현형태 및 기능을 구분하여 보면, 발간 보존 및 자료, 전시행위, 공연행위, 향사 등의 4가지로 나눌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시설과 기능은 (표1)과 같다 .

또한 문화시설의 구분을 한국도시연감(내무부)과 문화예술자료집 (문예진흥원)에 따르면, 한국도시 연감에는 문화시설에 문화원, 극장(영화관), 예식장, 종교시설, 시민회관등 5개로 분류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자료집에 의하면 도서관, 문화회관, 종합공연장, 연극공연장, 박물관, 문화원, 전시장, 국제회의장, 영화관 등 9개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바이지만 본문에서는 각 문화형태와 시설공간(문화공간)을 (표 2)와 같이 정리하기로 한다. 여기에 의하면 시살간으로서 공연시설, 전시시설, 커뮤니티시설, 문화보급전수시설, 교육보존시설, 행정 및 정책적 배려를 위한 시설등 6개로 분류하였다. 6개의 시설을 시설물 별로 세분하면, 종합공연장, 소공연장, 대학공연장, 미술관, 화랑, 시·군민회관, 복지회관, 근로청소년회관, 문화원, 국악원, 전수회관, 도서관, 박물관등으로 나눌수 있다(표 3).

이제까지 막연히 사용되어 왔던 문화공간이라는 말의 범위를 나름대로 정리 해 본 것이나, 여기에는 문화공간이 즉 문화시설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가령 서울의 대학로와 같은 문화의 거리 (Street)는 이러한 분류에서 빼놓게 될우려도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이러한 분류방법에 의해 설명을 계속하는 것으로 한다.


■ 문화의 편중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많은 사회적·문화적 변혁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환경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은 전국 국토의 0.6% 밖에 안되는 면적이지만, 전체 인구의 22.3%, 전국총생산의 30.8% 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은행이 37.9%, 백화점 24.0%, 종합병원 39.0%, 자동차39.2%, 대학25.2% 등의 집중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적인 시설, 문화공간에서도 보이고 있다. 서울에는 대소공연장이 47개소, 전시장이 85개소 박물관 41개소 도서관(국·공립) 17개소가 있는 반면, 서율을 제외한 전국의 공연장은 종합공연장이 22개소(그중에도 계획 중인것이 12개소), 일반 소규모 공연장 6개소 소공연장 16개소 대학공연장 13개소 등 57개소이며, 전시시설은 74개소, 박물관 65개소, 도서관 127개소 등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즉 서울에의 문화적 집중현상을 수치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 과중한 대규모시설 비중

또한 서울에의 문화의 편중이외에 또 하나의 문제는 대단위, 또는 다목적인 시설물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즉 다양성 있는 예술·문화활동의 수용에 있어서 규모가 큰 시설물들을 위주로 설립하였기 때문에 조그만 장소나 조그만 극장에서 해야 할 예술·문화활동이 커다란 시설, 규모가 큰 시설물 속에서 행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정책적인 문제가 크지만, 기초시설물들이 없었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이해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각 시·도 단위의 종합공연 장을 설립하여 그 지방의 문화·예술활동의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 (지방문화시설 실태조사 보고 및 균등 배치 연구 : 1986.9.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보면, 서울인 경우에도 총 47개소의 공연장을 대극장, 소극장, 놀이마당으로 분석하면 대극장 9개소 소극장 27개소 기타 11개소로 대극장의 비율이 19.8%에 이른다. 다시, 이를 지방으로 분석해 보면,부산은 대학공연장까지 포함하여도 총 7개소중에 대극장(즉 종합공연 장)이 2개소 대구는 9개소중 2개소 등등으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표 4).

이 표에서 나타낸것은 또한 각 지방시도에 종합공연장이 1개소 또는 2개소로 최저 소요개소인것을 알수있으나 그에 비해 소공연장의 수는 아주 적은 것을 알수가 있다. 이는 전체 공연장수의 약 30%가 대공연장이 되어 있고, 기타 공연장(간단한 놀이마당, 야외공연장, 대학골연장 등)을 다 합쳐도 예술·문화의 표현 공간이 전체 공간의 70% 밖에 되지 않아서 다양성 있는 독특한 예술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에 미흡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타 문화시설도 마찬가지 경향으로서 박물관은 대규모(즉 국·공립인 경우)라 전국의 박물관 65개소중 18개소.(서울제외)로 27.6%. 도서관이 285개소중 127개 (국·공립)으로 44.6%를 차지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소규모 문화공간

앞서 얘기한 문화공간의 지역적 편중, 또는 규모의 편중으로 다양성 있는 문화공간의 활기가 찾아지지 않고 있는 바, 다행히 근래에 이르러 전용의 성격을 갖춘 소규모 문화공간이 도처에 발생하고 있음은 다행이라 할수 있겠다. 이제까지의 문화패턴과 같이 역시 이러한 소규모 문화공간이 서울을 시초로 하여 생기게 되었다. 필자가 조사한바에 의하면 서울에는 85년말 현재 21개소가 있다. 아직 지방의 문화공간에 대한 조사자료가 정확치 않기 때문에, (통계에 의한 전국 소극장의 숫자는 파악되어 있음 : 총17개소) 서울 지방을 주로하며 그소규모 문화공간의 속성과 특성, 그 활동에 대해 다루기로 한다.

소규모 극장의 명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소규모 극장은,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활을 다양하게 해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 의미는 독일의 라인하르트(Reinhardt : 1873-1943)가 무대와 객석에서의 배우와 관객의 동일한 정신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극장 계획을 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 이름이외에도 구미각국에서 「예술극장(Art-theatre)」, 「독립극장(Independent-theatre)」, 「자유무대 (Stage Libre)」등으로 불리워지는 것은 이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문화공간의 이념은 첫째, 재래 문화공간의 재래적 상업주의를 반대하여 순수(純粹)를 추구하며, 둘째, 반기성(反欺成)의실험정신을 부르짖었으며, 셋째는 희곡의 성격 무대가 자연주의에 충실하였다는 뜻에서 시대정신(時代精神)을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정신에 따른 공간의 크기를 어떻게 규정하였는가 하는 것이 객석을 기준으로하여 소극장 또는 대극장, 중규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 문화공간의 크기에 대해 몇 사람이 제안한것이 있는바(표5), (문공부, 국립국악당 건립 계획 보고서, 1984), 대개 소규모인 경우는 200석∼500석으로 설정하고 있다.


■ 소규모 문화공간의 변천

소규모 문화공간의 변천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56년 제작극회의 활동에서 부터 찾을 수 있다 하겠다. 시기적으로는 서양의 비슷한 움직임으로 부터 약 60여년 후의 일이며, 1959년 「원각사」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공연활동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원각사는 당시의 공보부가 제공해준 최초의 본격적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 민간극 단체를 위한 유일한 발표 무대라 할수 있겠다. 그 후 1960년대이후 부터는 동인제형식의 극단들이 활발히 생겨났는 데, 선두가 「실험극장」이며, 뒤를 이어 민중, 산하, 광장, 자유극장, 가교, 여인극장 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의 당시 발표무대는 명동「국립극장」이었으며, 「드라마 센타」를 비롯하여 소규모 활동을 전개하여 나간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장소를 전전하였으나 1969년 4월 자유극단은 명동에다. 「카궤 테아뜨르(Cafe thertre)」를 설립하여 극단의 전용무대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도 1975년 문을 닫았으나, 당시 연극등 예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적었던 시기에 그 저변의 인구를 늘리는데 공헌을 했고 예술을 통한 사회교류를 넓혔다는 데에 그 역활이 컸었다고 할수있다. 비록 규모가 작으나 완전한 극장체제로서의 소규모 문화공간(30석규모)의 완전한 체제가 형성된 최초의 것은 1975년 삼일로 「창고극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80년대에 들어서면서 81년 공연법이 완화 개정되자 현재 우리가 볼 수있는 소규모 문화공간의 대부분이 이 시기이후에 생겨났다고 할 수있다.


■ 소규모 문화공간의 문제 및 전망

대부분의 소규모 문화공간의 객석규모는 300석 내외이며, (표7) 면적은 직영일 경우 평균 85.2평, 임대일 경우 48.5평으로서 (표 8)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서 프로세니움아치를 사용한 고전적 무대를 갖고 있는 곳은 엘칸토, 실험, 쎄실, 테아뜨르추 등이며 나머지는 고전적인 무대보다는 실험적인 무대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문화공간의 형태와는 다른 소규모 예술활동의 성격을 규정할 수있는 바를 보여 준다 하겠다. 따라서 객석의 유형도 다양한 바 있고 주로 가변성이 있는 형태를 제시한다하겠다(표9, 표10).



6. 소규모 문화공간의 관객, 공연회수

1985년도 연극협회의 자료에 보면, 각 문화공간 별공연횟수는 적게는 15일(연)에서 많게는 연 297일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있다. 그러므로서 연 365일에 대한 공연일수 즉 가동율은 81.4% 로부터 2% 까지로 역시 기복이 심하다(표12). 그러나 이러한 공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예술·문화활동의 혜택을 직접 받을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할 수있다. 참고로 84년도의 각 문화공간 별 공연작품을 보면 표(11)와 같다.

<표11> 공연작품



7. 소규모 문화공간의 문제 및 전망

소규모 문화공간의 가동율은 평균 50%이며 좌석의 점유율은 48%로 되어있으나 자체운영극장의 가동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임대공간일 경우의 가동율은 비교적 뒤떨어지는 것을 볼 수있다. 이것은 앞으로 소규모 문화공간이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 할 수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객석 >무대 >기타지원부분(조명실·음향실·화장실 등)의 순으로 면적의 크기가 구성되어 있는 반면 -즉 객석 위주의 - 외국의 소극장은 무대 > 지원시설 > 객석의 면적구성으로서, 아직도 우리는 빈약한 시설속에서 배우와 사람에 의존하고 있어서 밀도높은 효과 및 활동의 지원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문화공간의 가변성이 외국의 그것보다 뒤떨어짐으로 해서 이것으로 관객에게 질 높은 예술활동을 제공하는데에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대규모 위주의 문화공간이 점차로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분화함으로해서 첫째 경직하게 되기 쉬운 활동에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활력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둘째로는 점차적으로 소규모 단위의 예술활동이 활기찬 형태 (Activity)를 골고루 일반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밝은 가능성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