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예술의 축제
이명수 / 시인
스포츠 제전에서의 문화예술 행사가 문화올림픽으로써 의미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마련돼야 할까 이런 생각의 바탕 위에서 필자는 한국인의 정신에 배어 있는 고유한 맥을 캐어내고, 한국의 산하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예술적인 재창조, 예찬하는 하나의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듯하다.
시와 주변예술과의 만남을 통한「한국예찬」-바로 이런 축제다.
이같은 작업은 평소에도 예술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뜻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개별적인 예술가들의 노력과 역량을 하나로 묶고, 총체적인 테마로 분출시켜 내는 계기는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88올림픽대회를 계기로 한번 시도해 볼만 하리라 본다. 「한국예찬」이란 큰 테마를 전제로 문학·음악·무용 부문을 장르별 특성에 맞게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하여, 최종적으로 하나로 묶어 공동 창출해 내자는 것이다.
여기에 시는 각 장르를 잇는 교량이랄까 구심적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먼저 뜻있는 시인 몇십명에게 한국의 미를 찾아 이를 시로 창작하게 한다. 국토의 아름다움, 고유한 민속, 풍물, 그리고 문화재, 유적지 등을 소재로 하여 시, 시조로 이를 표출해 낸다. 한국적인 미, 한국의 자랑, 한국인의 긍지가 시로 완성되면 다음엔 음악가(가요포함)들이 작곡을 하여 노래로 불리워 질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무용가들이 창작무용으로 무대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각 분야별 작업이 끝나면 발표행사 당일 시인은 무대에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음악가는 시를 토대로 창작곡을 발표하며 무용가들은 시와 음악의 정신을 율동으로 재창조하여 보여줌으로써 총체예술로 이를 승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와 주변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한국예찬」이 일회성을 가진 공연으로 끝나버린다면 별 의의가 없으리라고 본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오래도록 남는 문화예술 기획이 되게 하고 지속적인 공감이 널리 전파되도록 하기 위해 창작된 시는 시집으로, 노래는 작곡집으로 묶는 일이 필요하리라 본다. 가능하다면 시와 음악은 테잎과 음반에 담아 일반 대중에게 보급하는 한편 해외 홍보용으로도 활용되도록 배려한다면 더욱 좋겠다.
이로써 한국의 미와 한국의 정신을 캐내 한국인의 자랑과 긍지로 삼게 하는 지표를 마련할 뿐아니라. 문화국민으로서의 수준높은 문화의식도 키워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더욱이 한국적인 시와 한국적인 노래를 우리 시대에 만들어 널리 애송하고 애창케하는 일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국민화합의 장을 여는데도 큰 기여를 하게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될때 88서울올림픽대회를 통해 과시된 한국의 문화 예술적 역량은 언젠가는 노벨상으로 이어져 한국의 더 큰 영광을 가져오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