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적 민족화합의 길놀이 축제
이병옥 / 무용평론가
'86 아시안게임 때 성화봉송 길을 따라 펼쳐졌던 민속축체는 경주에서 채화된 성화를 화합의 길, 전진의 길, 번영의 길 3코스로 나누어 웬만한 시단위 지역은 두루거쳐 서울로 집결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을 누비는 성화봉송 축제였고 각 지역의 고유민속놀이와 풍물시장, 난장 등 대중행사를 병행한 항토축제였다.
이처럼 전국토를 누비는 성화봉송 맞이 축제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88올림픽에서도 재현해도 될 만큼의 의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거국적인 축제처럼 TV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었으나 사실상 형식적이고 민족화합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시민동참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즉 행사 주최측에서나 TV, 매스컴에서는 성화 주자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의 한정된 시간에 보이기 위한 「반짝」축제를 벌임으로써 지나간 후에 허탈감을 주고 민속놀이는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었다.
따라서 '88올림픽에선 보다 범민족적 제전이 될 수 있는 대동축제를 구상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전국토에 봉화불을 올리는 「봉화 축제」를 해보자.
봉화는 옛부터 전란 등 긴급한 사래가 일어났을 때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므로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산봉우리 간의 가시적 특성을 활용하여 전국에 봉화불을 올리자는 것이다.
'88올림픽 성화가 고대 올림픽 발생지인 아테네에서 채화되어 세계 각처를 거쳐 우리나라에 도착했을 때 성화도착을 알리는 봉화축제 릴레이를 한라산에서부터 백두산까지 (북한이 동참할 경우) 올림으로써 전통적이고 거국적인 민족화합의 불꽃이 전국토에서 타오를 것이다. 물론 야간놀이로 펼쳐져야 하고 봉화통신길도 몇 개의 갈래를 지어 봉화불을 올리고 아울러 산신제, 기우제, 개천제 등 산정 상축제를 곁들여 올림픽 성공기원을 하고 마을에서는 전통적 불꽃놀이인 달집태우기, 강변 줄불놀이, 짚불놀이 등을 겸해야 한다.
둘째, 본격적인 「거리축제」를 살려 성화봉송길에서 시민이 참여한 대동놀이, 화합의 잔치, 향토민속공연이 이뤄지게 하자.
'86아시안게임 때처럼 「반짝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의 대학로를 주말마다 교통을 완전 차단하여 자발적으로 시민과 룬은이들의 거리예술과 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성화봉송 당일에 거리축제 구간을 설정하여 대규모 거리놀이판을 제공하고 다양한 레파토리 repertoire의 향토민속공연과 풍물시장 등을 마련한다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 속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대동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교통마비가 우려되는 지역은 주요 간선도로를 비낀 거리공간이 좋으며 또한 가장 복잡한 시청앞 광장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성화봉송축제는 한곳에서 치루는 「집결축제」가 아니라 봉송길을 따라 「지나가는 축제」이다. 따라서 이 거리축제는 이러한 성화봉송의 성격을 잘 살린 「길놀이 축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