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학 관계 석·박사 학위논문의 현황과 분석
- 학문의 황금어장으로서의 도서관학
최정태 / 부산대 교수
도서관학이 우리나라에서 학문으로서 대학에 설립된 것은 1957년 연세대학교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올해로 꼭 30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그 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학의 필요성을 절감한 선각자들이 있어서 국립조선 도서관학교를 세워 이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 조직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학문으로서 도서관학이 대학에 정착하기가지는 서양보다 약 1세기가 뒤진다
「도서관학」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독일의 슈레팅거 M.W.Schrettinger인데 1808년 그의 명저「도서관학 교본시안」에서 이 말을 기록하였고 그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는「도서관학」이 1834년에 등장하고부터 세상에 불려지기 시작하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1887년 듀이 Melvil Dewey가 콜롬비아 대학내에 도서관학교 School of Library Economy를 설치하여 실용주의적 바탕 아래 학문을 발전시켜 왔으며 교과과정의 질은 대학원 과정에서 실시토록 하여 오늘날 정보문화사회에서 전문인으로서의 주역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학을 미국과는 달리 주로 학부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는데 지금 전국에서는 29개의 4년제 국,사립대학(교)에서 정사서 요원을 배출하고 있으며, 대학원에서의 석사과정은 10개 대학에서, 박사과정은 3개 대학에서 각각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표-1>참조)
흔히 말하기를 도서관은 인류가 만들어 낸 기구 중 가장 멋진 걸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따라서 이를 연구하는 학문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나침반일 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사회를 매개해 주는 정보와 문화의 메신저이다.
그리고 도서관학의 의미는 관이라는 건물의 구조와 운용을 연구하는 것이라기보다 여기에 소장되어 있는 문헌자료에 대한 정보접근과 처리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일종의 종합과학으로 학문의 전 분야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문화와 예술뿐 아니라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모든 정보를 접근시키고 자료의 탐색을 용이하도록 주선해 준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도서관학은 모든 학문과 통한다. 말하자면 학문의 십자로이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86년 12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여된 석·박학위 논문 중 석사학위는 121,226편이고, 박사학위는 14,142편(명예박사 404명 별도)이다. (국회도서관편, 한국 석·박사학위 논문 총목록, 제1집(1945∼1968)∼제17집(1985, 3)에서 집계)
이 중 도서관 및 이와 관련되는 학위논문은 석사 677편(전체의0.5%) 박사 18편(전체의0.13%)에 이른다. (<표-2>참조) 그런데 이 논문은 모두가 대학원 도서관학과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고 그 중 상당량은 20여 비설치 대학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정보문화 사회에서 도서관과 관련되는 분야가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매스컴, 출판, 인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론화하고 실용화되고 있다는 현상이며, 이러한 조짐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하고 확산되어지리라고 본다
연도별·대학별 현황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서관학 석사학위가 나온 것은 1959년 연세대학교에서 수여된 리재철 교수의「주제명 목록의 연구」가 처음이다.
이 한편이 생산된 후 다음 해에 계속해서 생산을 못하고 있다가 2년이 지난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 배출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 해도 걸리지 않고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논문의 발표 수량에 있어서는 1960년대 초부터 1960년대 말까지 와서 종전 발표량의 10여 배로 확장되어 평균 30∼40편씩 발표되고, 이것이 1980년대로 진입하고부터는 해마다 40∼50편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본다.
한편, 이를 수여 대학별로 일별하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이화여대의 141편과 연세대의 139편으로 전체 석사학위논문 677편에서 각각 20%를 점하고 있다. 그 다음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대의 85편(13%)과 성균관대의 71편(10%), 중앙대의 72편(10%) 순이고 고려대 3편(5%), 경북대 25편(4%) 순으로 이어진다.
위의 현황을 다시 정리한다면, 1950년대 말부터 1974년까지 우리나라에는 도서관학과(학부과정)가 설치된 곳은 4개 대학(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성균관대)뿐이었다. 따라서 대학원 석사과정도 1960년대 초 성균관대와 중앙대 대학원이 설치되기까지는 논문의 양과 질이 다소 빈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교육제도 개혁방침으로 각 대학마다 특수 대학원을 개설함으로써 연구의 범위도 넓어지고 수량 도한 증가한다. 동시에 대학학부도 1974년 국립대학으로는 처음 경북대학교에서 도서관학과를 개설함을 기점으로 하여 1970년대에는 8개 대학에, 1980년대에는 17개 대학에 각각 설치되어 여기에서 배출되는 사서의 수가 수요와 공급면에서 균형을 잃어버렸음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문화가 진흥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수준 높은 정보를 요구하는 기관과 양질의 문화기구에서는 고급사서를 원하게 되고 따라서 기존 도서관학과 설치대학에서도 교수요원을 필요로 하고, 한편 대학 및 특수도서관에서도 전문사서specialist가 요구되어 대학원의 연구업적도 자연히 왕성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산업사회에서 전문대학원의 역할은 막대하여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경영대학원, 교육대학원, 신문방송대학원, 행정대학원 등에서 광범위하게 눈문이 양산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한편, 도서관학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박사학위는 1978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리재철, 이춘희, 천혜봉 교수에게 수위된 것이 처음이다. 이를 즈음하여 도서관학과 비설치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이와 관련되는 논문이 나왔으나 본격적으로 도서관학과가 학위를 낸 것은 1983년 연세대학교의 이병목교수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본 대학은 해마다 한두 사람씩 꼭 내고 있지만 여타 두 대학은 아직까지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별·주제별 현황
학문 분류표상에서 도서관학의 위치를 보면 도서관학은 어떤 특정학문의 영역 속에 포함된 것이 아니고, 또 어떤 모학문에서 자학문으로 파생된 것도 아니면서 다만 모든 과학의 연구 촉진을 위해서 발생한 것으로서 이는 모든 학문의 공통이 되고 상호관련이 되는 종합과학으로서 그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도서관학은 어떠한 학문의 유별에 속해있지 않으면서도 모든 학문과 관련성이 있는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매개지점에 있으면서 상호 고리ring로 연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도서관학으로 말미암아 각 분야마다 정보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문헌의 탐색을 가장 가까운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서관학에서 생산되는 논문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대학원에서의 세분된 전공은 도서관학, 정보화 그리고 서지학으로 구분되어 연구된다.
전통적인 도서관학은 도서관 이론과 도서관 건물 자체의 연구, 시설·운영의 연구, 그리고 기능으로 본 도서관 즉, 국립도서관,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 및 특수도서관의 내용을 세분해서 연구대상을 삼을 수 있다. 또 이를 각급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요원에 대한 연구, 이용자에 대한 연구, 봉사방법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하게 적용된다. 뿐만아니라 도서관이 담고 있는 정보자료에 관한 연구도 여기에 포함되며 정보자료 역시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장서와 밖에 있는 정보, 1차 정보자료, 2차 정보자료, 비도서 자료……등등 연구의 대상은 수없이 많다.
그 다음, 정보학 분야인데 이는 정보유통에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일종의 종합과학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보이론, 기호학, 도서관학, 서지학, 도큐멘테이션, 통신공학, 전자계산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요소들이 통합 체계화된 것이다.
그리고 서지학,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학이 체계 서지학과 분석 서지학의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여기서 분석서지학이란 형태 서지학과 원문 서지학의 통합 개념이다. 광의로는 도서를 연구대상으로 하되 이의 지적·물적 연구를 포함하여 도서의 역사, 형태, 장정, 활자, 지질 등 전분야를 포괄한다. 그러나 협의의「서지」만을 가지고 말할 때는 단순히 기록자료의 리스트, 서목 또는 참고문헌을 말하기도 한다.
이밖에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위시하여 출판, 홍보, 독서지도 등은 광의의 도서관 분야와 밀접한 곳이 많다.
발표된 695편의 석·박사학위 논문에서 가장 많은 양의 주제를 차지한 것은 역시 도서관 분야인데 이 중에서 도서관 운용봉사가 85편(12%)이고, 도서관 건물 자체가 69편(10%)이고 정보학분야 92편(13%), 서지학분야 71편(10%) 등으로 이어진다.
이상에서 살펴보면 지금까지 석사학위 논문에서는 비교적 주제가 고른 분포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음을 알고 있으나 박사학위는 아직까지 그 수량에 있어서도 부족할뿐더러 도서관의 교육문제와 장서, 건물, 시설, 운용봉사면에서는 한번도 취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많은 개발 있어야
이상과 같이 도서관학과가 설치된 후 9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도서관과 관련되는 석·박사학위 논문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석사학위 논문의 총수는 677편으로 1959년부터 시작하여 연평균 24편씩 생산하였고, 박사학위 논문은 1978년부터 시작하여 9년 동안 18편이 나와서 해마다 2편씩 생산한 셈이다.
대학별로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연세대와 이화여대로서 학위논문의 수와 학과설치의 역사가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보게된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로 서울대, 중앙대 등 특수대학원을 안고 있는 곳에서 의외로 도서관학 관계분야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 한 특징이기도 하다.
연도별로 보면 60년대에는 년간 4∼5편 내외이던 것이 80년대에 와서 매년 40∼50편으로 증가하여 연구실력이 왕성함을 보여준다. 이는 그간 소홀했던 대학원 교육이 80년대 대학인의 갑작스런 증가와 함께 대학원 과정도 폭증한 데 기인하였다고 보며 따라서 사회의 수요면에서도 그만큼 고급인력을 필요했던 결과라고 보겠다.
그러나 박사과정에서는 여타 인문사회 과학 분야처럼 쉽게 취득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인지 발표가 매우 미진한 것도 사실이다.
한편, 주제 분야에서 검토하면 역시 전통적 도서관 분야에서 많은 논문이 나왔다. 도서관, 자료실, 정보실, 독서실 등의 구조와 조직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사람, 즉 사서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업적이 생산되며 장서·시설·운용·봉사면에서도 비슷한 정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논문의 제목을 검토하면 거시적 연구 macro method라기 보다는 미시적 연구 micro method에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앞으로 이런 분야에서는 좀더 최신의 정보이론을 도입하여 도서관 현장에 직접 접목이 되도록 방향을 유도하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서지학 분야에서는 체계 서지학 보다 분석 서지학에서 월등한 논문이 많다. 그러나 분석 서지학 속에서 형태 서지학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고 자료의 발굴 부족 때문인지 원문 서지학 쪽으로는 내용도 빈약하고 절대수도 부족한 감이 있어 보인다.
어떠하든 이러한 분야는 석사과정으로는 완결될 수가 없느니 만큼 박사과정에서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도서관 및 이와 관련되는 학문은 그 역사 자체가 일천한 만큼 연구가 미 개발된 분야가 적지 않다. 이는 역으로 앞으로 발전해야 할 분야가 매우 많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드시 대학원 도서관학과가 아니더라도 인문사회 분야, 그리고 문화와 예술 방면에서도 이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면 도서관학 관계자료는 과히 학문의 황금어장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