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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나타난 한국의 색(色) 이름




박사랑 / 중앙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 상지대 출강

색이란 현대 문화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주위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색이다. 따라서 색채와 인간생활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산업문화의 기본이 된다.

이러한 색에 대해서 본고는 우리 조상들이 어떤 색을 사용했는지 또 어떤 색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기 위해 고전에 나타난 색명, 의복에 나타난 색명 그리고 그 염색의 원료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색의 특징

1. 적색

고대에 있어서 색의 표현은 주술적, 약물적(藥物的)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인데, 이러한 의미로 주로 많이 사용된 색채는 적색이었다.

고대의 인간이 적색을 좋아한 것은 적색이 태양, 불, 혈액을 상징하며, 태양이 주는 광명 또는 불이 그들의 유일한 생활의 근본을 이루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적색은 종교에 가까운 신비성을 지니고 있었고, 모든 색채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자주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이었을 것이다.

적색은 사회 권력과 정신력을 표현하는 동시에 상층계급을 가리키는 색이기도 하였다. 또 음양오행설에 의거한 적색은 불의 색채라 하여 오행 중 오행(火行)에 속하는데 이곳은 온화하고 만물이 무성하여 양생기가 왕성한 곳으로, 남(南)을 가리킨다. 또한 계절로는 여름을 의미하고 풍수로는 작남(作南)이며, 인체로 말할 것 같으면 심장에 해당된다. 그 외에도 적색은 감정면에서는 노(怒)함, 행동면에서는 예(禮)를 가리키기도 한다.

2. 황색

황색은 환하고 자극성이 있으며 따뜻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 자유스럽고 개발된 감정과 상응하며, 적극적인 감정으로부터 변화되어 가는 자유로운 관계를 찾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색으로서, 확산·팽창해 가는 상태를 말한다. 또 본래의 거리보다 앞당겨 보이는 진출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황색이 주술적(呪術的) 의미에서 사용된 황색 민속에 대해서 살펴보면, 설날, 출산날, 제삿날에 문전에 황토를 뿌려두는 것이라든지 또는 묘전에 황토를 놓는 것, 왕이 성묘할 때 황토를 도로변에 뿌린다는 것 등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황색 민속의 연장이라고 생각된다.

음양오행설을 보면 황색은 오행 중 토행(土行)을 가리키고, 계절로는 6월이며, 방위로는 중앙을 가리킨다. 감정면에서는 욕(慾)이며, 행동면에서는 신(信)을 가리킨다. 음양오행설에서는 황색을 백색과 유사하게 보았는데, 엷은 붉은색은 노란색에 가깝고, 이 색이 더욱 엷어지면 흰색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백색과 황색을 혼돈하여 색명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3. 청색

청색은 청정한 생명의 표현으로 제화초복(除禍招福)에 이용되었고, 주술적인 면에서도 청색은 적색과 마찬가지로 작용하였으며, 생활 속의 습속으로 정착된「청색 민속」을 이루었다.

청색은 황색과는 달리 실물보다 작아 보이게 하는 수축색이며 현실보다 멀리 보이게 하는 원심색이다. 따라서 청색에서 연상되는 것은 겸손, 침착, 심원, 진실, 충실, 냉정 외에도 정숙, 고독, 명상 같은 정적인 상태도 연상된다.

우리의 청색 범위는 황록(黃綠), 취(翠), 록(綠), 청(靑), 벽(碧)까지 5단계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넓은 범위의 색상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음양오행설에서의 청색은 방위상으로 보아 동방이며, 동방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날이 밝아오는 광명을 주는 까닭에 항상 양위(陽位)가 왕성한 것으로 인정된다. 청색은 계절로는 봄이고, 오행으로는 목행(木行)이며, 풍수로는 청룡이다. 감정면으로는 희(喜)이며, 행동면에서는 인(仁)을 말한다. 이와 같은 청색은 천공(天空)과 물과 무상한 식물 등 생(生)을 상징하는 곳에서 유래되었다.

4. 백색

백색은 회백(灰白), 청백(靑白), 유백(乳白), 담백(淡白)이 있다. 또한 백색은 색이 없는 상태를 말하기도 하며 순결을 의미하기도 한다.

음양오행설에서 백색에 관해 살펴보면 색채로는 금행(金行), 계절은 가을, 방위는 서(西), 풍수는 백호(白虎)를 가리키며, 감정면에서는 락(樂), 행동면에서는 의(義)를 뜻한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하여, 백색을 즐겨 사용하여 왔다.

지봉유설 권2, 제국부 풍속(芝峯類設 卷二, 諸國部, 風俗)에 의하면「여기에 이르기를 은(殷)나라 사람들은 흰빛을 숭상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흰옷을 즐겨 입는 것은 아마 은나라 태사였던 기자(箕子)가 남긴 풍속일 것이다」라고 하였고, 현종 11년 7월 정축 조에 영상 정태화가「우리나라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좋아한다」고 했으며, 숙종 17년 3월 경인 조에 참찬관 민창도는「우리나라 풍속은 본디 백의를 숭상한다」고 하였다. 또 영조 2년 10월 병인 조에「우리나라는 동국(東國)이므로 마땅히 청색을 숭상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백의를 입으니 어찌 좋은 징조라 하겠는가」하고 임금이 개탄한 일도 있다.

의복에 나타난 색 이름

조선왕조 시대의 주된 복색을 살펴보면 계림지(鷄林志)에 치(緇), 현(玄), 소(素), 강(降), 비(緋), 훈(糥), 진(縉), 표(祋), 추(的), 참(璝) 등의 색을 기본으로 하다가, 점차 색이 발달되면서 중간색이 늘어나, 연두색, 초록색, 茶黃色, 眞黃色, 日藍色, 藍松色, 洋藍色, 반물색, 玉色, 眞粉紅色, 松花色, 洋草綠色, 洋玉色, 紫赤色, 雅靑色, 재색(灰色), 柳綠色, 豆綠色, 黃色, 淡黃色, 鴨豆綠色 등 다채로운 색이 생겼다.

그 외에 규합총서(閨閤叢書)와 궁중의대발기(宮中衣宆撥記) 등에서 더 추가해 보면 紅色, 大紅色, 品目色, 雲白色, 鵝黃色, 갈매색, 재보라색(灰浦羅色), 洋浦羅色, 品藍色, 연초록색, 桃紅色, 팔유청색, 木丹色, 진보라색, 駝色, 쥐색, 磻紅色, 电紅色, 土紅色, 木紅色, 土黃色, 靑玄色, 감다갈색(茶褐色), 茶割色, 黑紫色 등이 있다.

또 상방정례(尙方定例)에 있는 색명으로는 紫赤色, 대홍색, 유청색, 초록색, 번홍색, 紅朱色이 있으며, 만기요람 재용편(萬機要覽 財用篇)에서의 색명은 직물의 색으로서 多紅色, 藍色, 아청색, 水紬色, 번홍색, 대홍색, 자적색, 초록색 등이 있다.

색의 원료

1. 적색 계열

적색이란「붉다」는 개념에서 赤紅, 朱色, 多紅, 水紅, 銀紅, 丁紅, 磻紅, 木紅, 电紅, 茶紅, 土紅. 批紅, 連紅, 粉紅, 大紅, 眞紅, 緋, 朱紅, 朱土, 降, 꼭두서니, 檎志色 등이 있다. 또 명도별로도 그 명칭이 다르다. 한 번 염색하면 전(烯 : 紅), 두 번 염색하면 정(楨 : 絳紅), 세 번 염색하면 훈(糥 : 絳), 네 번 염색하면 朱가 된다. 그리고 세 번째 훈에 黑을 염색하면 紺이 되고, 다시 다섯 번째 흑을 염색하면 玄이 되며, 여섯 번째 염색한 것을 緇라고 한다. 이는 명도별 적색을 지칭하고, 홍색의 명도·채도에 따라서 강색이라 하는 大赤, 紅色, 緋色이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 5권에 홍남으로 물들인 것을 진호이라 했으며, 상섭통고 권지 4, 관복염색에는 홍화에 의해 염색된 연지색을 대홍이라 하며, 연홍, 비홍, 은홍, 수홍은 홍화로 흰 실에 농담으로 염색한 것이라 하였다.

비색은 약간 황색기가 있는 색으로, 电草에 의한 염색이고, 매염제에 따라서 변화되어 감흥이 된다. 또 淺緋는 천근으로만 염색한 것을 말한다.

深緋는 천근과 자초에 의해 염색된 자주색 계열의 색이며, 唐緋는 바탕을 황색 계통의 염료인 울금으로 염색한 후에 홍화를 사용하여 물들인 것이며, 심홍을 뜻한다.

반홍은 단목과 심황으로 염색한 것이라고 천공개물(天工開物)에 기록되어 있다.

토홍은 염료가 아닌 주토라는 안료를 물에 풀어서 걸러낸 다음, 그 찌꺼기를 아교에 섞어 염색한 것을 말하며, 속어로는 桃紅이라고 하였다.

적색을 염색할 수 있는 전통 천연염료에 대해 살펴보면, 꼭두서니, 紅花, 蘇方木, 洋紅, 紅樹皮, 紫檀, 회나무, 감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역사상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색감이 뛰어난 염료는 꼭두서니, 홍화, 소방목이다. 꼭두서니는 电根이라고도 하는데 뿌리를 염료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색을 꼭두서니 색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을 정도로 대중적이며, 석기시대의 무덤과 많은 고대벽화에서도 이 꼭두서니의 염색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적색의 천연염료 중 가장 역사가 깊다.

천근은 꼭두서니 과에 속하는 다년생 蔓草로서, 학명은 Rubia cordiforia var mungista 이며, 그 주성분은 mungstine이다. 수염뿌리는 비대하며, 황적색이다. 줄기는 모가 지며 아래를 향한 가시가 나란히 나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졌다. 잎은 4조각이 윤생하며, 잎자루가 길고 심장형 또는 장란형으로 끝이 날카롭고 3∼7행맥이 있으며 가시가 거꾸로 났다. 꽃은 원추상의 취산화서이고 액출했거나 꼭대기에 났다. 잔꽃은 다수이고 포는 대생하였으며, 心形이다. 화관은 5갈래로 째어졌으며, 열편은 피침형으로 끝이 날카롭고 선단이 안으로 굽었으며, 5개의 수술이 있다. 漿果는 2개가 합해 있고 구형이며, 털이 없고 검게 익는다. 꽃은 황색으로 7∼8월에 핀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사용하나 뿌리에는 적색소인 퍼프린(Purpurin)이 함유되어 있어 서양천과는 그 주성분이 다르다. 천근을 염료로 사용하며, 黃味의 적색으로 염색하는데 색소 함유량이 작아서 많은 양의 뿌리를 요한다. 염색에는 주로 서양천이 사용되는데, 이는 중국천에 비해 색소 함유량이 많고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이지만, 색소량이 많은 서양천이라도 적색 색소는 적고 황-다(茶)계의 성분이 많다.

천근은 용해력이 나쁘고 그대로 염색되기 어려워서 매염제를 필요로 한다. 또 천근은 蘆, 蒐, 茹蘆, 茅蒐라고도 하였다.

홍화는 엉거시과의 1년 초로서 학명은 Carthamus Tinctorious. L 이며 전체에 털이 없고, 높이는 1미터 내외이다. 잎은 호생하며 난형 내지 넓은 피침형으로 가시처럼 뾰족한 거치가 있다. 頭狀花는 단립하였으며, 줄기의 끝가지 끝에 정생하고 그 모양이 엉겅퀴와 흡사하다. 총포편은 잎 모양이고 피침형이며, 가시처럼 뾰족한 거치가 있다. 잔꽃은 가는 筒形이고, 舷部는 5갈래로 째어졌으며, 열편은 선형이고, 心花는 冠毛가 있으나 邊花에는 없다. 꽃은 홍황색으로서 7∼8월에 핀다. 꽃잎에는 수용성의 황색소인 Saflow yellow 와 적색소인 Carthanmin의 두 종류가 함유되어 있어 황색과 홍색의 염재가 된다. 홍화는 우리나라에서 잇꽃 또는 紅焰花라 하고 또 利市, 黃焰, 吳焰, 紅焰, 紅藍이라고도 했다. 홍화는 독이 없어서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紅汁은 피부병 치료제가 되고 연지를 만드는 화장재료로도 사용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권22, 지대홍연지변증설을 살펴보면 모든 홍색 물감 중에서 홍람과 화홍을 최고로 치는 것은 그 빛이 오래도록 바래지 않기 때문인데, 그 중 연지는 또한 홍람에서 추출한 전분으로서 바로 정액 그것이다. 홍람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것을 속명으로, 이시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고 팔기에 편리하고, 또 값도 높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여기서는 홍화에 대해서만 말하기로 한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漢의 장건이 서역에서 돌아오면서 처음으로 종자를 가지고 왔으며, 지금은 곳곳마다 있는데, 잎은 소계(小喯 ; 조방가세) 같고, 꽃은 대계(大喯 ; 엉겅퀴) 같으며, 꽃 밑에는 망울이 피어 있고 망울 주위에 가시가 많다. 망울 위에 꽃이 피었다가 작은 콩 만한 하얀 열매가 맺는다.

그걸 가꾸는 사람은 이슬에 젖었을 때 그 꽃을 따서 볕에 바짝 말렸다가 진홍색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또 연지를 만들기도 한다. 오주쇄록에는 그 열매가 작은 것은 작은 씨 만하고 큰 것은 석류 알맹이만하며 꽃은 솜털 같다. 꽃은 처음 피어서는 누렇다가 날이 오래되면 붉어지고, 몸길이는 두어 치나 되는데 매우 연하여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또한 그 열매의 씨는 따서 두부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혹은 기름을 짜기도 하지만 볶아서 먹으면 더 맛이 좋다고 한다. 그것을 심는 법은 해동이 되어 얼었던 땅이 풀리면 밭두렁을 지어 시앗을 뿌리되, 2월말에서 3월 초경에 비 온 뒤를 기다려 씨를 뿌리고 호미로 잘 덮어두었다가 4월에 싹이 자라면 옮겨 심고, 늦 홍화는 봄 씨앗을 그대로 두었다가 5월에 옮길 수 있도록 씨를 뿌려 싹이 자라면 목화밭 사이에다 심는데 그 시기를 지나면 너무 늦다. 그것은 7월에 꽃을 따면 색이 선명하고 농도가 있어 오래되어도 바래지 않으므로 봄에 심은 것보다 낫다. 2월에 씨를 부릴 때는 재거름이나 닭똥을 주면 좋고, 꽃은 반드시 새벽에 다서 살짝 찧은 다음 노랑 즙을 짜내고 깨끗한 쑥을 덮어 하룻밤을 재운 다음 조각조각 뭉쳐 벽에 말리는데, 말릴 때 습기 있는 담이나 벽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8월에 바람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다 종자를 뿌리되 재 거름이나 닭똥을 덮고 물을 주는데 거름을 짙게 해서는 좋지 않다. 다음 해에 꽃이 피면 이슬이 젖었을 때 따서 살짝 찧어 노랑 즙을 짜낸 다음, 맑은 물에 담가 하룻밤을 재우고서 얇게 떡 모양으로 만들어 볕에다 말린다. 말릴 때 만약 흙의 습기가 닿게 되면 모두 새까맣게 썩고 만다. 그리고 절대 소금기가 있어서도 안 된다.

물을 들이는 법은, 천공개물에 의하면, 대홍색은 그 질이 홍색이므로 烏梅 한 가지만 넣어 함께 삶아 물을 들인 다음 건져내어, 잿물로 몇 차례이고 헹군다. 만약 잿물이 없을 때는 볏짚을 태워 잿물을 받아써도 되는데 많이 헹구면 헹굴수록 색이 선명해진다.

대체로 홍화는 沈香, 麝香 등을 제일 싫어하여 도포나 옷 속에 향을 함께 넣어 두면 한 달이 못 가서 색이 다 바래버린다. 또 비단에다 홍화로 물을 들인 후에 만약 그 물을 빼고 원상태로 만들고 싶을 때는 녹두가루에다 물을 부어 그것으로 씻으면 천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붉은 물이 빠지는데, 그것을 染家에서는 비밀로 여겨 남에게는 일러주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다홍색으로 베에 물들일 수 있는 것으로 홍람화가 있을 뿐인데, 먼저 콩깍지를 태운 잿물에다 홍화를 싼 주머니를 할랑할랑 풀어 누른 즙을 약간 짠 다음 점점 붉은 즙이 나오면 오미자를 달인 물이나 枳實 혹은 오배자를 삶은 물에다 풀어 물을 들이면 곧 홍색이 나면서 피빛처럼 새빨갛게 된다. 그러나 만약 짠물이 들어가면 도리어 누르탱탱한 빛으로 되고 만다. 또한 신선한 홍즙을 취하여 대홍 위에다 여남은 번 물을 들이면 아주 새빨갛게 되는데, 보기에도 좋고 오래 갈수록 선명하여 다른 홍색이 따를 수 없게 되며, 혹은 질그릇 위에다 발라 말려서 乾檎脂를 만든다고 한다.

물리소지에 의하면 연지를 만드는 방법으로 미리 명아주 잎이나 콩잎 또는 쑥어 씨를 빼서 찧고 거기에다 좁쌀 밥을 끓인 미음을 아주 시게 만들어 탄 후, 베로 걸러 짜서 꽃즙에다 타면 되는데, 만약 석류가 없으면 좋은 식초를 좁쌀 미음에 타서 써도 되고, 또 식초마저 없을 때는 밥뜨물을 아주 시게 만들어 써도 된다고 한다. 또 백미가루를 酸棗처럼 하여 써도 되지만 가루가 많게 되면 색이 희어진다.

때가 타지 않은 대나무제범(竹箸)을 태워 재를 만드는데, 그러한 것들이 없을 때는 그냥 풀잎을 태운 재로도 된다. 그 재에다 끓는 물을 부어 잿물을 받아 가라앉힌 다음, 위에 뜬 맑은 물은 따라 버리고 아주 진한 잿물을 꽃에다 부어 묽어지면, 그것을 질긴 베로 된 자루에다 넣어 주둥이를 묶고 자서 純汁을 뽑아낸다. 그 다음 그것을 항아리에 담고, 아주 신 석류 두서너 개를 가져다 쪼개 가지고 세계 휘저은 다음, 뚜껑을 덮어두었다가 밤이 되어 위에 뜬 맑은 물을 따라 버리고, 가라앉은 것만을 취하여 깨끗한 비단 자루에 담아 매달아 두면,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점차 마른다. 어느 정도 되었을 때, 때때로 비벼 삼씨 절반 정도의 크기로 꽃가루가 형성되면, 꺼내어 陰乾을 한다. 또 農政全書를 보면 우리나라 연지는 홍화 머리에 있는 정액을 취하는데, 속칭, 花水라는 것으로 일정한 그릇에 담아 가라앉혀 진하게 된 것을 질그릇 속에다 발라서 음건을 시키는데 서울에서 그 일에 종사하는 집에서는 그것을 그렇게 만들어 간 나라에서 쓸 수 있도록 팔지만, 딴 데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한다.

속담에는 王氣가 있는 곳이라야 연지가 항아리에 붙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항아리에 붙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대체로 홍화를 물들일 때 선명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물에 달렸다. 그러므로 물이 좋은지 나쁜지 더러운지 깨끗한지 그리고 물맛이 단지 짠지 그것을 꼭 가려야 한다. 중국에서는 연지를 금화(金華)의 것을 최상으로 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연지가 금광에서 올라오는데, 그 질이 과연 금화 연지를 당할 수 있는 것인지? 중국에서는 또 복건 연지를 상품으로 치고, 면연지라는 것도 나온다.

우리나라 화가들은 연지를 손에 묻혀 쓰지 말라 하였다. 한 번 손에 묻었다 하면 며칠이 되어도 지워지지 않고 식초로 씻지 않으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유황을 피워 연기를 쪼이면 지워지고 또 소모즙이 묻은 데도 유황을 태워 연기를 쬔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비원에서 마른 연지를 만들고 있는데 그 방법이 홍람으로 만든 것과는 다르지만, 그것도 연지는 연지이기 때문에 여기 소개한다.

그것을 만드는 방법은 날계란 두 개의 꼭지를 따고 구멍을 내어 흰자를 모두 빼낸 다음 노른자 두 개를 한 껍데기 속에 함께 넣고 휘저어 융합이 되면, 먼저 朱砂 2돈, 명반 2돈을 뭉글게 갈아 麝香을 조금 넣어 한데 완전히 섞은 후 그것을 계란껍질 속에다 넣고, 다시 십여 번을 저어 계란의 빈 껍질을 절반으로 자른다. 그런 후에 약이 들어 있는 계란 위를 덮고, 솜으로 싸서 야무지게 얽어맨 다음, 생초 주머니에 넣어서 제즙을 앉힌 솥 안에다 공중 매달고, 반나절을 끓이다가 꺼내서 식힌다. 그런 다음 껍질을 버리고 뭉글게 다시 빻으면 새빨갛게 되어, 그것으로 연지 대신 부인들 뺨 위에다 바르는데 살갗에 잘 받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밝고 윤이 있어 아주 좋다고 한다.

따져보면 연지나 粉이 모두 商의 紂시대에 나온 것인데, 중화고금주에 의하면 紂가 홍람화의 즙을 엉기게 하여 연지를 만들었는데, 그 꽃이 燕國에서 나는 것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연지를 물들일 줄 알도록 만들려는 듯이 연지를 만들어서 시골 시장에까지 내다가 파니 장사꾼으로서는 그것이 산업이 될 수도 있으므로 누추한 것을 돌보지 않고 미약한 백성들과 이문을 다투어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연지는 눈에 들어간 痘瘡이나 凍瘡도 고치는데, 黃蠟에다 연지 즙을 개어서 붙인다고 한다.

소목은 콩과에 속하는 작은 상록교목으로서 학명이 Caeselpinia Sappen L이다. 높이는 5미터, 작은 잎은 긴 타원을 이루고 있으며, 봄에 나비 모양의 적자색 꽃이 원추화로 피고, 긴 타원형의 푸른색 협과가 열린다. 목재 속의 적황색 부분에 부라지린(Brazillin, C16H14O6) 색소가 포함되어 있어 홍색 염료로 사용된다.

소목은 단목, 목홍, 다홍, 소방 또는 소방, 소방목, 적목, 홍목 등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서 명칭이 다르게 불렸다. 소목은 다홍색인 목홍과로 대홍색의 염료인데, 이익의 성호사설 5권에서는「소목으로 염색한 것을 진홍」이라 했으며,「보통 홍색이라 한 것은 소목에 의한 염색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목은 황갈색이 강하게 나고 광택이 있는 것일수록 염색이 잘 되고, 화려한 홍색을 얻을 수 있다. 임원 16지에는 소목의 목홍색이 매염제인 명반에 의해서 홍색으로 발산된다고 하였다. 또 소목은 철매염으로 붉은 색이 도는 회색을 발색할 수도 있다. 소방은 주로 열대지방에서 생육되며, 재질은 딱딱하고 목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소방의 색소는 일광에 약한 것이 단점이다.

2. 황색 계열

황색은「누렇다」는 개념에서 正황, 玄황, 淺황, 鷄황, 鵝황, 米色, 淡황, 橙황, 松花色, 치자 빛이 있다. 연한 다갈색도 이 황색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황색의 전통 천연염료로는, 황백나무, 회화나무, 물푸레나무, 검양, 옻나무, 소귀나무, 치자, 매자나무, 울금, 황연 황소, 홍화, 신초, 괴자, 스태나무, 조개풀, 금잔화 등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은 이 염료들을 이용하여 정황에서 토홍까지 많은 종류의 황색을 자유로이 구사하였다.

또한 다갈색 염료로는 오리목, 다정금나무, 정향나무, 감나무, 수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있다.

이 중 황색 염색에 가장 많이 사용된 염료로는 치자, 황연, 황백나무 등이 있다. 특히 황연의 황색은 쪽물 염색에 다시 들여 아름다운 豆綠色을 나타내기도 하였고, 황연으로 염색된 황색 의복은 방충성이 있어 어린이의 속옷에 좋다고 한다.

黃栢은 가장 선명한 황색 염료로 벽목, 황백, 황벽 등으로 불리는 목피로, 황색을 염색하였다.

황백은 운향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5∼6월에 황색 꽃이 피며, 열매는 9∼10월에 검게 익는다. 나무 껍질은 열매와 함께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염료이다. 나무 껍질은 큰 나무에서 벗기되 두껍고 비늘같이 무늬진 것이 좋다. 나무 껍질을 채취할 때는 5∼6월이 좋으며, 칼을 사용하지 않고 표면의 더러운 부분을 긁어낸 후, 깨끗이 씻어 찬물에 담가 둔다. 겨울에는 며칠 지나 물이 미끈미끈해질 때 염색하되, 염액에 담가서 하루가 지나면 변색된다고 한다. 나무껍질에는 베르베린 Berberin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매염제 없이도 달인 즙으로 쉽게 물이 들고, 녹색 빛이 도는 황색이므로, 남(藍)과의 교염으로써 녹색을 염색할 때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황색 염색에 무엇보다도 많이 쓰인 염료는 치자이다. 황색을 가리키는 색명에 치자 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자는 대중화된 염료이고, 이 치자의 역사는 황색염료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대 수의의 마포염색은 이 치자를 사용한 것이다. 치자는 특히 염색법이 간단하고 쉬워서, 옷감의 염색뿐만 아니라 떡이나 음식, 장판지를 노랗게 물들이는 데도 사용되었다. 이 치자는 꼭두서니과의 상록 활엽 관목으로 학명은 Gerdenia florida, L 이며, 잎은 마주 나고 장타원형 또는 도피침형이다. 그리고 잎 밑이 좁고 끝이 급하게 뽀족하며, 거치가 없고 광택이 난다. 꽃은 하나가 나는데, 꽃자루는 없다. 화관은 盆形이면서 대형으로 7월에 백색의 꽃이 핀다. 과실은 장타원형이고 6∼7모가 졌으며, 가을에 황홍색으로 성숙한다. 주로 경기도 이남에 야생하며, 관상용으로 과실은 약용 및 황색 염료로 사용된다. 또 이 치자는 9월 말경에 채취하여, 음지에 말렸다가 사용하며, 치자에는 크레세틴 Cresetin (C20H24O4)이란 황색 색소가 들어있다. 이 염재는 매염제 없이도 염색이 잘 되며, 명반으로 매염을 하면 고착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황색으로 가장 많이 물들이는 염재이며, 홍화와 더불어 황단색을 만들었다. 열매는 붉은 색깔을 띠는 것이 색소의 함유율도 높고 색상도 좋다.

鬱金은 생강과에 속하는 宿根草로, 가을에 담황색 꽃이 피며, 根莖은 황색이다. 이 근경의 분말을 울금이라 하며, 황색 염료로 사용된다. 울금을 乙金 또는 乞金, 王金, 위금(蔚金), 深黃의 다른 이름도 있다. 울금은 뿌리에 가용성 색소가 있는데, 이 색소를 취하여 염료와 카레의 색소로도 사용한다.

黃蓮은 매자나무과의 다년초로서, 짧은 줄기는 포복하였으며, 主根은 단단하고 수염뿌리가 많으나 지상경은 없다. 잎은 여러 잎이 모여 났으며, 잎자루가 길고 높이가 약 25센티미터이며, 單葉에 원형이다. 또한 잎 밑이 깊은 심장형이며, 잎 끝이 오목 들어갔고, 잎가에 波狀의 거치가 있으며, 직경이 약 9센티미터이다. 꽃은 잎이 피기 전에 뿌리에서 1∼2개의 잎자루보다 짧은 꽃자루가 나와 한 송이가 나며, 화관은 직경이 약 2센티미터 정도이다. 악편은 4개이고 피침형이며, 끝이 날카롭고 꽃잎이 6∼8개가 나는 도란형으로 수술은 8개이나 암술은 1개이다. 삭과는 넓은 타원형이고 부리 같은 부속물이 있으며, 한쪽으로 열개한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검은색이며, 광택이 있고, 꽃은 엷은 자홍색으로 4∼5월에 핀다. 전남 무등산, 경남의 지리산, 강원, 경기 등에 야생하며, 뿌리는 약재와 염재로 사용된다.

황연은 지역에 따라 깽깽이풀, 王蓮, 水蓮, 支蓮, 川蓮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황연은 작은 수염뿌리에 베르베린 Berberine을 함유하고 있어서, 매염제 없이도 선명한 황색이 염색되며, 명반 매염으로 황색이 고착되고, 매염제 성분에 따라 색이 약간씩 달라진다. 즉 크롬 매염으로는 적색빛이 증가되고, 잿물 매염으로는 변색되지 않으며, 석회 매염으로는 녹갈색이 된다. 황연을 쪽물에 다시 물들여서 아름다운 두록색을 물들이기도 한다.

新草는 포마풀과의 일년초로서, 줄기는 하부가 누워 있으며, 마디에 수염뿌리가 났다. 높이는 40∼60센티미터 정도이고, 8∼9월에 녹색, 자색의 꽃이 피며, 풀 전체가 황색 염료가 된다.

신초는 삼베풀, 물감풀이라고 부르는 茯草, 王皍, 鹿汩, 黃草라고도 한다. 신초는 8∼9월경에 따서 볕에 건조시켜서 사용한다.

회화나무는 콩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잎은 羽狀 복엽으로 나고, 작은 잎은 난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밑은 뭉퉁하거나 또는 둥글고, 끝은 날카로우며 거치가 없고, 앞뒤에 잔털이 있다. 꽃은 복총상화서로서 頂生하며, 꽃이 성기게 나고 황백색이다. 또한 8월에 꽃이 피고, 협과로서 원주형이며, 염주상으로 10月에 성숙한다. 정원수, 가구재, 땔감으로 사용하나 꽃과 열매는 약용이고, 꽃은 염료로 쓰인다.

회화나무는 회나무, 괴화라고도 하며, 또 槐鵝, 괴양목(良木), 聲音木이라고도 한다. 회화나무의 꽃은 황색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건조된 꽃에서는 극히 용이하게 분말상태로 색소를 추출할 수 있다. 또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알루미늄 매염제에 의해서는 등황색, 크롬매염제는 갈색, 석회 매염제는 황색, 철 매염제를 쓰면 재록색을 얻을 수 있다. 명반 매염제에 의해서도 아름다운 색을 얻을 수 있으며, 견뢰도(堅牢度)도 다른 황색 염료에 비해서 강한 편이고, 색소는 끓는 물에는 잘 용해되지만, 냉각되면 침전이 생긴다.

3. 자색(紫色)계열

자색은 일반적으로 보라색을 말하는데, 변화를 의미하고 장엄하며 고귀한 감정을 나타낸다. 자색에는 자적, 회보라, 양보라가 있는데 이 자색은 고대에 동서를 막론하고 귀족의 색으로 귀하게 사용되었던 색이다.

자색의 전통 천연염료로는 紫草根과 소나무 껍질이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의 자초근에 의한 염색법에 대해서는 그 기록이 남아 있는데, 계림지에서는, 고려는 염색에 홍자를 잘하여 가장 기묘하였다. 이에 쓰이는 자초근의 줄기가 큰 것은 목단 뿌리와 같았고, 이것을 찧어 染帛을 하면 매우 신선하였다고 전해진다. 또 규합총서에서도 보면 자주빛을 염색할 때 자초를 사용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 자초근의 염색은 좋은 약물염색 민속으로 피부에 닿으면 독을 제거하고, 腫物이 생기지 않으며, 자초근으로 염색한 자색의를 배에 두르면 위장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접촉주술(接觸呪術)로 착각될 수 있으나, 색소에 항균성이 있으므로 약물 민속이라 할 수 잇다.

자초는 지치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전체에 剛毛가 있고 줄기는 곧게 섰으며, 상부는 가지가 갈라졌다. 잎은 호생하며, 잎자루는 없고 후질이다. 또한 피침형이고 양끝이 뾰족하며, 거치가 없고 지맥은 비스듬히 뻗었다. 총상화서는 정생하며, 포는 잎 모양이다. 악은 5갈래로 깊게 째어졌고 열편은 선형이며, 화관은 폭상으로 5열한다. 열편은 반원형이며, 화후에 5개의 바늘 조각이 있다. 작은 견과는 골질이며, 활택하고 난원형에 엷은 갈색이다. 뿌리는 땅 속에 곧게 내리나 더러는 갈라졌고 비후하며, 자색이다. 꽃은 백색이고 5∼6월에 핀다.

자초는 지치, 지초, 자근, 鵝御草, 紫丹이라고도 하며, 염재 외에 건위강장 등의 약재로도 사용된다. 주성분은 시코닌 Shikonine의 에스테르 (C16H16O5)로서, 뿌리의 외피부에 적색 색소가 함유되어 있다. 염재로서 자초의 뿌리를 취하여 즉시 사용하지 않으면 색소가 변화되고 수분과 작용하여 불용성의 화합물로 변하기 쉬우므로 건조제를 넣은 밀폐용기에 넣어 저장하는 것이 좋다.

4. 청색 계열

청색은「푸르다」는 개념에서 玉色, 靑玉色, 갈매색, 藍色, 日藍色, 洋藍色, 品藍色, 반물색, 쪽빛, 靑暗色, 深靑色, 雅靑色, 靑玄色, 天靑色, 鴨頭綠色, 관록색, 豆綠色, 柳綠色, 팥두록색, 잠청색, 포두청색, 청취색, 초록색, 洋草綠色, 南松色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적색계통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색이다.

또 청색이란 靑, 綠, 남, 碧의 넓은 범위의 색을 일컬으며, 황, 록, 翠, 청, 벽까지 5단계로 보고 있다.

청색계 전통 천연염료는, 남(쪽, 藍), 닭의장풀, 누리장나무, 알꽃, 맥문동, 닥나무 등이 있다. 청색의 염료로는 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남은 마디풀과의 일년초인 다년생 염료로서, 높이가 50∼60센티미터이고 자홍색이 된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잎자루가 짧고 긴 타원형이나 난형으로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며, 건조되면 남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꽃은 8∼9월에 줄기 끝에 분홍색으로 頂生한다. 남은 쪽, 쪽풀이라고도 하며, 청색 염색의 대표적인 천연염료이다. 쪽은 일광에 강하고 퇴색하지 않는 성질이 있으므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왔다. 세종실록 22년, 10월 己亥條에 의하면「예조판서 민의생이 아뢰기를 지금 조정의 관리들이 모두 푸른빛의 옷을 착용하는데, 물들이는 값이 매우 비쌉니다. 이제부터는 각각 심홍, 토황, 옥색, 남색 옷을 착용하도록 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옥색은 국초에 숭상하던 것이나 고려 사람이 흰옷 입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중국의 사전에 보이고, 토황색 옷은 중국에서 흉복으로 여기며, 심홍색 옷은 여자의 옷에 가깝고, 남색 옷은 왜인의 옷과 유사하니 모두 불가하다. 푸른 빛깔의 염료가 비록 값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군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미 갖추었는데 어찌 어려울 것이 있겠는가. 더구나 항상 입는 옷도 아니지 않느냐. 또 초록색, 다할색, 유청색은 입어도 가하나, 그것을 다시 의논하도록 하라」하였고, 중종실록 28년 7월 乙卯조에는, 대사헌 심언광이 아뢰기를,「복색에 쪽물을 들인 것을 초록색이라 하는데, 지금 사람들은 진하게 물들이는 것을 숭상하므로, 法司에서 비록 금하고는 있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지금 민간에서는 더 진하게 물들이는 것을 서로 높게 여겨, 부인들도 진한 초록 옷이 없으면 부끄러워 모임에 나가지도 않고, 조정의 선비들 역시 모두 그 옷 입기를 좋아하니 이와 같은 일은 다 궐내에서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본을 뜬것이라고 합니다」고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초록을 진하게 물들이는 일에 대하여, 전에도 말한 자가 있었으므로 궁중과 상의원에서는 다 그것을 금하여 진하게 물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으나 외간에서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하였으며, 또 23년 8월 丁巳조에는, 대사간 유윤덕이 아뢰기를,「사치스런 풍조가 일기는 지금보다 심한 때가 없었습니다. 초록빛 염색만 하더라도 지나치게 검게 하는 것을 숭상하여 옛날에 5∼6필씩 물들이던 쪽물로 지금은 채 한 필을 물들이지 못하여, 여러 君과 대가들 그리고 궐내에서 그렇게 한다 하면서 다투어 서로 본받음으로써, 폐습이 되고 있습니다. 만일에 근본을 바로잡아 근원을 맑게 하면, 이 폐단은 자연 없어질 것입니다」고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과연 아뢴 대로다. 그러한 말들은 그 전부터 들어 왔지만, 사치의 폐단은 한갓 불미한 일일뿐만 아니라, 그 비용 또한 많이 들어가는 데 대해 깊이 그 폐단을 알고 있으므로 금년에는 궁중에서도 진하게 물들이는 것을 금한다」고 하였으며, 23년 8월 정사조에는, 임금께서 政院에 전교하기를,「진한 초록색을 물들여 입기를 좋아하여 밭에다 곡식을 심지 아니하고 많은 쪽을 심어서 지나치게 검게 하기를 숭상하고 있다. 무릇 초록색은 그대로 제 빛이 있으니 너무 지나치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비록 분명히 말하지 않더라도 나 또한 벌써 온당치 못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이것은 반드시 궁중 대가들이 이와 같은 것을 숭상하므로 고치고자 하는 이들이 즐겨 그것을 본받고 있는 것이니 이것은 다른 조항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다. 듣자 하니 尙衣院에서 물들인 남색이 적당하다고 하니 그를 마름질하여 들여오게 하여, 그 색이 어떠한가를 보고 밖에 내보여서 내외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표준삼아 금하게 하도록 이 취지를 憲府에 말하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쪽은 예로부터 청색 염료로 가장 많이 사용하여왔다. 또 쪽은 除毒性과 살충성이 있고 약용 식물로서, 피부에 닿는 의복 염색에 많이 사용되었고, 쪽의 냄새를 싫어하는 독사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이 쪽으로 염색한 의복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쪽은 줄기보다 잎이 좋은 염재이고, 인디고(Indigo) 성분으로 염색이 된다.

염색방법은 환원과 산화의 조건에 따라서 황색, 황록색, 녹색, 청록색, 청색으로 변화되며, 쪽의 종류에는 인도남, 숭남, 요남, 산남 등이 있는데, 각 종류와 각 부위에 따라 순수한 색소 이외에도 적청, 황청, 갈청 등의 색소가 포함되어 있다.

규합총서 권지 2, 바느질 길쌈조 중 염색제법에 쪽빛 들이는 방법이 있다. 쪽잎이 둥글고 두꺼워 두툴두툴한 것이 중국종(唐種)으로 좋은 것이고, 얇고 귀난 것은 좋지 않다. 날이 몹시 찌게 더울 땐 잠시동안에도 쉬어(물빛이 상하다) 빛이 붉어지니, 서늘한 날을 가려 들여라. 쪽잎을 물에 담고, 독에 물을 많이 길어 붓고, 비단과 명지를 담가 놓고, 큰 바가지에 쪽 가는 돌을 들여세우고, 물을 쳐 가며 힘써 갈아 얼음을 얼려, 다른 그릇의 체에 받쳐, 감을 넣어 들여라. 연(淺) 쪽빛은 물을 조금 섞고, 얼음을 많이 꽂아 손을 재게 재게 놀려 너비(幅)를 앗아야 쉬지 않는다. 물 속에 잠긴 것은 누른빛이 있어 물빛(染色)의 엷거나 짙게 듦을 알기 어려우니, 위에 얼음을 놓아 밑에 비치는 것으로 짐작한다. 비록 짙은 쪽빛은 여러 번 물들이면 산뜻하지 못하니 물을 타지 말고, 전국을 받쳐 들여 냉수에 얼음을 넣고 여러 번 급히 헤워 빙수에 한동안 담가두면 빛이 산뜻할 것이다. 만일 손 놀리기를 천천히 하면, 물빛이 상하고 두드려 빨면 빛이 곱지 못하니, 꼭 비틀어지게 짜서, 대에 꿰어 그늘에서 힘써 잡아당겨 부쳐 마르거든, 줄에 걸고 오래 부채질하여 감추어야 물빛이 상하지 않는다 하였다. 또 玉色은 늘 쪽빛 들인 끝에 들이므로 눈이 푸른데 현란하고, 또한 나뭇잎이 우거진 때이므로 자연히 지나치게 푸르기 쉬우니, 먼저 쪽즙을 받아 약간 얼음물에 섞어 들이고, 여러 번 얼음물에 헤워 부쳐라 하였다. 또 반물빛(검은빛을 띤 남빛)을 들일 때도 쪽잎과 쪽대를 사용하였는데, 반물빛은 쪽잎 성한 것을 가려 큰 사항아리에 담고, 물을 붓고, 쪽대를 씻어 우덮고 돌로 눌러 두어라. 그리고 이튿날 넣던 때에 꺼내어, 물을 쏟으면 푸른빛이 약간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명아주 잿물을 내려 두었다가 그 물에 치고, 삼대를 왼손에 잡고 저어라. 금방 푸른 물거품이 일거든 모시와 무명을 들이면, 곱기 청대(靑黛 : 쪽으로 만든 검푸른 물감) 반물보다 훨씬 낫되, 그 물이 다만 하룻밤 재우고 들이고 오래 두지 못하는 고로, 오직 쪽이 있을 때만 들인다. 또 쪽빛을 검은빛이 나도록 푸르게 들여, 위에 황백(黃柏)을 진히 먹이면 곱기가 연두빛보다 나은 팔유청이 된다. 또 초록빛을 들이는 방법도 있다. 당쪽(唐藍)을 뿌리와 꽃만 따서 정히 씻어, 반은 가마에 물을 많이 붓고 쪽대째 진히 고아, 식은 후 얼음을 많이 채워둔다. 반은 연한 줄기와 잎을 얼음을 얼려 돌아 갈아, 두 가지 즙을 채에 받쳐 반반 섞어 누른 밑거리(初染)에 들이되, 짙은 초록은 두 물쯤 먹이고, 연한 것은 한 물 먹이라. 늘 몹시 뜨거울 때 들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쉬어 상하기 쉽다. 초록은 물빛이 병든 후는 다시 고칠 수가 없으니 오로지 얼음을 많이 채우고, 손을 재게 놀려 대에 꿰어 그늘에서 켜(잡아 당겨) 부쳐야 윤이 나고 산뜻하다. 으스러지게 짙은 초록은 숙남(熟藍)을 섞고 젊은이의 봄 버들빛 오련한 초록은 숙남이 엷고 곱지 못하니, 밑거리를 짙게 하고 생 쪽(生藍) 진하게 간 전국을 들이라.

계장초(鷄腸草)는 일명 닭의장풀, 닭의 밑씻개, 닭개비 또는 닭의 꼬꼬라고 불리며,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1년초로서 줄기는 복와생(伏臥生)이고, 가지가 갈라지고 상부는 비스듬히 올라가며, 마디는 크다. 잎은 호생하며, 난상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잎자루는 초(痾) 모양이고 구연(口緣)에 수염털이 났으며, 녹색이고 부드럽다. 길이는 5∼7센티미터, 폭은 1∼3센티미터 내외이다. 꽃은 총상화서이고, 구두주걱 모양의 포엽(苞葉) 속에 달려 있다. 밖의 꽃잎 3조각은 막질이고 소형이며, 안의 꽃잎 3조각중 위의 2조각은 화조(花爪)가 있는 원형으로 폭 6mm 내외이며 벽색(碧色)이고, 다른 한 조각은 소형이다. 수술은 2개이고 가수술은 4개이며, 자방은 1개, 화주도 1개이다. 살과는 타원형이고 살이 많으며, 그로 인해 벌어져서 2∼4개의 종자가 산출한다. 꽃은 벽색(碧色)이고 7∼8월에 핀다.

계장초는 또 압척초(鴨甁草), 청화(靑花)라고도 한다. 전체를 약용으로 하고 어린 잎, 줄기는 식용으로 하며, 꽃은 염재로 사용되는데, 꽃은 속에 코메리닌 Commelinin이란 청색 색소가 함유되어 있어서 파랗게 염색된다.

염색 방법이 쉬우나 염착력(染着力)이 나쁘고 수세(水洗)나 일광에 대한 견뢰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 계장초는 조선시대에 많이 사용되었다. 규합총서를 보면, 계장초(닭의 씨가비)는 그 꽃이 7월에 피는데, 볕을 오래 쬐면 이우니(萎), 아침에 활짝 피었을 때에 많이 따서, 조그마한 사병에 노란 꽃술을 가려 넣고, 부리를 단단히 막아둔 다음 하룻밤 지내면 변하여 물이 된다. 이것을 모시에 들이면 아청빛(鴉靑 : 짙은 남색)같아서 기이하다. 이 물로 책에 비점(批點)을 찍으면, 청화묵(靑花墨)보다 훨씬 낫고 흰 꽃이 반만 피어 있을 때에 부어 물들이면 다 푸른빛이 된다고 한다.

5, 흑색 계열

흑색은 검은색, 검정색, 현색(玄色), 회색(灰色), 담흑색(淡黑色)으로 재색에서 비둘기색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흑색의 전통 천연염료로는 참나무, 붉나무, 밤나무, 가래나무, 진달래, 서울귀롱나무, 철액(鐵液), 철장액(鐵漿液), 침사(鍼砂)가 있고, 당나라 먹을 갈아 물들이기도 했다. 이 중 흑색의 염료로 가장 많이 쓰인 것은 붉나무와 철장액이다.

붉나무는 오배자나무, 굴나무, 뿔나무, 불나무 등으로도 불려지며, 옻나무과에 속하고, 학명은 Rhus Javanica L 이다.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잎은 우상 복엽으로 나고, 엽축(葉軸)에 날개가 있으며, 작은 잎은 난형 또는 타원형이고, 밑은 둥글거나 쐐기 모양인데, 끝은 급히 뾰족하고 거친 거치가 있다. 꽃은 자웅잡가로서 원추화서이며, 정생하고 꽃이 많으며, 황백색이다. 7∼8월에 꽃이 피는데 과실은 핵과로서 편구형이며, 10월에 붉게 익는다. 이 붉나무의 잎에 진딧물이 기생하여 생긴 벌레집을 오배자(五倍子)라고 하며, 알이 생긴 부분에 탄닌산이 모여 자연적으로 융기(隆起)해서 5배나 크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형(形)이나 생긴 부분에 따라 귀오배자, 가지오배자, 코오배자 등으로 나뉘어지는데, 그 각각의 탄닌 함유율이 다르다. 이 염재는 염색된 색감이 좋아 많이 사용되며, 옅은 보라빛의 염재로도 이용되고 짙은 색은 검정색이 된다.

옛날에는 남 및 홍화로써 염색한 후에 빈낭수(檳峹樹)와 오배자를 배합해서 인염(引染)하고 철남(鐵藍)에 의해서 발색시켜 흑염(黑染)을 내는 데 사용하였는데, 현재로는 합성염료로 염색한 후 견뢰도 증진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황벽(黃蘗) 등의 염기성 천연염료로 목면을 염색하기는 곤란하고 세척에 의한 견뢰도도 낮으므로, 오배자 등의 탄닌산으로 밑염을 해주면 매염효과(媒染效果)가 크다.

철장액은 광물성 염료로 산화철을 함유한 액체이다. 이것은 모든 철(鐵)을 그릇에 담아 물에 오래 담가두면 청말(靑沫)이 나온다. 여기에 물을 들이면 검정색이 물드는데 이것을 장(漿)이라 하고 수염, 머리털 염색에도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