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정보지의 실태
권태현 / 시인
전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문화정보지와 통신문학지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보고, 그 기능 및 상세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이 글이 쓰여지는 의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 범위, 즉 이 글을 쓰기 위해 필자가 자료로 삼은 문화정보지와 통신문학지의 성격을 먼저 밝혀야 할 줄로 안다. 왜냐하면 문화정보지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문화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할지, 그리고 정보의 기능도 다양하므로 어떤 형태의 것을 지칭하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파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통신문학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그래서 먼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범위를 밝히기로 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문화정보지의 경우, 문화에 대한 개념을 우선 살펴보기로 한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사실상 많은 인류학자들에 의해 수없이 규정되어 왔다. 그 가운데서 타일러(E. B. Tylor)가 표현했던 개념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즉 「문화는……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 관습 및 인간이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획득한 어떤 다른 능력과 습관들을 포함하는 복합총체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요건 중에서 필자는 예술과 관계되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밝혀둔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보통 인식되어 있는 문화의 개념이 바로 예술 그 자체이거나, 혹은 예술과 어떤 형태로든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예술방면과 관계가 있는 문화형태에서 가장 많은 정보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에 대한 정보를 싣는 지면에 대해서도 일정한 규정을 나름대로 정했다. 지금 현재의 우리 실정은 각종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고, 이 여러 출판물들이 깜냥껏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지방의 특수한 출판물을 제외하고는 정보지의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결국 이 글에서 다룬 정보지는 예술방면과 관계가 있는 문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가 된 지면만을 자료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편 통신문학지에 있어서도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우선 서점이나 다른 판매망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문학지는 제외시켰다. 편리한 대로 통신문학지의 정의를 내려보면, 문화의 지면이 통신을 방법으로 해서 독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지 자체가 우편물이 되며 문학작품과 독자를 바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것들만 자료로 삼았다. 또한 아무리 통신을 방법으로 했다고 해도 꾸준하게 발간을 계속해 오지 않은 문학지는 포함시킬 수가 없었다. 이 글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통신문학지는 계속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범위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 문화의 소식을 담아 전하는 문화정보지와 문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통신문학지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은 전문지, 지방은 종합지가 많아
전국의 문화정보지를 통해 가장 표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그 종류가 지방에 비해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문화현장이 너무 서울에 치중해 있고, 아울러 문화에 대한 관심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서울과 지방의 문화정보지를 숫적으로 살펴보면, 전국을 통틀어 45종류인데 이 중 25종류가 서울에서 발간되고 19종만이 각 지방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서울과 지방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문화정보지의 숫자가 그 지역의 문화활동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단정짓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화에 대한 많은 소식과 정보가 있으려면 그만큼 문화활동이 활발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그 사항을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곧 숫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정보지의 차이는, 어느 정도 그 지역 문화환경을 대변해 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문화정보지만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추측해 본다면,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서울이 단연 앞서 있고, 지방의 전 지역을 모두 합친 것보다 서울이 약 1.5배 가량 더 문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오늘날의 우리 문화환경도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서울과 지방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심한 경우에는 하나의 도(都)를 통틀어 봐도 단 하나의 문화정보지가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 충청도와 경기도가 바로 문화정보지의 불모지대, 또 인천은 직할시이면서도 한 권의 문화정보지를 발간하지 못하는 상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인천문화」라는 정보지가 있었으나 예산부족으로 부득이 발간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충청도에서는 머지 않아 문화정보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단 한 권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듯 단 한 종류도 나오지 않고 있는 지역이 있는 한편, 대부분의 다른 지방에선 고작 한두 가지만이 발간되는 형편이다. 지방의 문화정보지의 숫자를 살펴보면, 부산이 아홉 종류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대구·광주·춘천이 각각 두 종류씩이고, 마산·전주·제주·속초가 각각 한 종류씩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 문화정보지들이 인근 지역의 문화까지 소개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몇몇 가지를 제외하곤 바로 그 도시민의 소식을 전하는 편에 속한다. 때문에 일일이 각 도시 별로 나누어서 살펴본다면, 문화정보지가 발간되지 않는 지역은 엄청나게 많아지는 셈이 된다.
여기서 필자가 한 가지 덧붙여 밝혀두고 싶은 사항이 있다. 전국의 문화정보지를 구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부탁을 하고 직접 만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락된 것이 있을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발행 부수가 너무나 적어서 문화정보지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목적보다는 동호인들끼리 제작에 참여하여 함께 나누어 갖는 형식을 취하는 상황이리라 여겨진다. 무류 정보지란 많은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수소문을 통해서도 구해지지 않은 것을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서울과 지방이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는 문화정보지는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며 우리의 문화계 소식을 담고 있다. 이를 일일이 분류하며 살펴본 결과 서울과 지방이 각각 다른 공동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서울의 문화정보지는 전문지가 많고 지방의 문화정보지는 종합지가 많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표1-1>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의 문화정보지는 총 25종류 중에 3종류만이 종합지이고 나머지 22종류는 모두 전문지이다. 반면 지방의 문화정보지는 총 19종류 중에서 5종류만이 전문지이고 나머지 14종류는 모두 종합지이다. 이러한 특이한 현상은 문화정보지가 발간되는 숫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많은 종류가 나오는 서울에서는 특정분야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지가 많을 수밖에 없고, 한 종류 혹은 두 종류가 나오는 지방에서는 문화정보지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러 방면의 다양한 소식을 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표1-2>를 통해서 보면 좀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문화정보지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에는 종합지 외에도 출판·문학·연극·미술·음악·언론 등 여러 분야의 전문지가 다양하게 발간되고 있다. 또 서울 다음으로 문화정보지가 많이 발간되고 있는 부산의 경우에도 다섯 종류의 종합지 외에 네 종류의 전문지가 나오고 있다. 그 나머지 지방에서는 대구에서 나오는 전문지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형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일 사항이 있다. 지방의 경우, 문화정보지가 다른 여러 가지 소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제호까지 문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 양 여겨질 정도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발간되고 있는「월간 관광 제주」를 보면, 언뜻 보기에는 관광에 대한 내용만 수록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주에 관한 온갖 사항이 다 수록되어 있다. 물론 문화면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고, 제주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실지로 제호에서 제시하고 있는 관광에 대한 부분은 전체 페이지에 비해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필자는 제호와는 상관없이「월간 관광 제주」도 훌륭한 문화정보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굳이 제호를 내세워서 생각한다면 문화적인 관광까지 포함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부산에 발간되고 있는「부산여성」,「부산저널」도 실지로는 서울에서 발간되는 여성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단순한 여성지의 역할보다는 종합교양지로서 문화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말하자면 좁은 의미의 문화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문화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부산에서 발간되는「부산 라이프」는 부산의 생활정보를 알차게 소개하며 한편으론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양하게 싣고 있어서 문화정보지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형식과 성격을 달리하면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문화정보지가 계속 발간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곧 우리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게 하는 힘이 되리라 여겨진다.
각종 소식과 정보, 교양특집이 주된 내용
전국에서 발간되는 문화정보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문화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의 정보란 단순히 문화행사의 일정만을 소개하고 그 방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결점을 찾고자 하는 내용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또한 한 방면에서 나오는 여러 전문지를 비교해 볼 때,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시각의 차이나 접근방법의 차이로 인해 한 가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 내용을 통해 독자들은 같은 문제를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보고 좀더 보편적인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표2-1>의 내용별 분석에 따른 전문지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연극과 음악에 관한 전문 정보지의 종류가 가장 많은 각 여섯 종류씩이다. 그 다음이 미술과 출판으로 각 세 종류씩이고, 문학과 언론은 두 종류씩, 그리고 무용과 문화재는 각각 한 종류씩 발간되고 있다. 이 표를 통해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음악과 연극에 대한 관심이 다른 방면의 문화활동보다 더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정보지의 숫자와 관심도를 꼭 같이 놓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먼저 음악 전문지를 통해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표2-1>에서 음악 전문지는 모두 여섯 종류로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오디오 월드」만이 클래식에 대한 내용을 게재했을 뿐, 대부분이 우리 대중음악이나 외국 팝송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음악전문지에 실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뮤직 피플」에 실린 내용을 보면, 「정보화 사회에 대처한 음악전문지로서의 역할」이라는 칼럼이 있고, 각 가수들의 공연을 취재하여 쓴 기사와 가수들의 인터뷰 기사, 새로 나온 음반의 소개와 평, 가요단신, 인기 차트, 팝 뉴스, 뮤직 비디오 소개, 음악다방 탐방, 음악전문서적 소개 등이다. 또 '월간 연주회보'를 보면 연주인 인터뷰, 악단·그룹 소개, 연주계 소식, 연주인 아내 인터뷰, 연주인들의 모임 탐방, 청소년 대상 콘서트 현황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Music Box」에는 우리 가요의 인기곡 순위가 1위곡부터 50위곡까지, 외국 팝송의 인기곡 순위가 1위곡에서 25위곡까지, 또 빌보드지에 실린 인기곡 순위가 50위곡까지 나와 있고, 국내와 외국인 신인가수들의 소개가 실려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은 최근의 젊은이들이, 물론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고 흥미 있어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렇듯 다양한 소개가 가능한 만큼, 우리의 음악계에도 많은 소식과 화제 거리가 풍성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는 그 동안 외국 팝송이 상륙해 오고 우리 가요가 여러 형태로 발전해 왔다는 데서 그 연유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음악전문지 역시 여러 종류가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다 보니「오디오 월드」와「민요연구회보」등이 등장해 우리의 대중음악 선호경향을 제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고로 이 두 전문지에 수록된 내용을 살펴보면,「오디오 월드」에는 드보르작·쇼팽·베버·호르비츠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전통음악의 이해, 오디오 강좌, 감상회, 음악도서 안내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민요연구회보」에는 각설이 타령 가사 소개, 회원의 시, 노래 소개, 행사 소감, 행사와 강습에 대한 소식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특집기사 중에서 왜색 가요와 우리 가요에 대해 쓴 글은 무척 특색이 있었고 관심도 불러일으켰다.「누가 뽕짝을 우리 것이라 우기느냐」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이 글은 뽕짝은 일본 것이며 문화식민지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강 살펴본 바로도 같은 음악전문지이면서 관심의 방향이나 관점의 차이로 인해 각각 다른 내용을 싣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역시 여섯 종류로 가장 많은 숫자가 발간되고 있는 연극전문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음악전문지가 여섯 종류 모두 서울에서 발간되는 데 비해 연극전문지는 서울이 세 종류, 부산이 두 종류, 대구가 한 종류 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극단의 숫자와 젊은 연극인들의 활동사항을 놓고 봤을 때, 서울·부산·대구가 가장 활발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연극 전문지의 발간이 필요했으리라 보인다. 여기서 연극전문지의 대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한국연극」을 보면 연극에 대한 시평이 실리고, 연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내용과 비평, 소식, 세계의 극장소개, 작가 및 연출가 인터뷰, 워크숍 참가기, 지방 연극계 소식 등이다. 또 월간「막」에는 각 극단의 소식, 연극관계자 소개, 공연안내, 극회탐방, 연극관계 상식, 그리고 연극이 아닌 다른 문화소식-즉 미술 전시안내와 음악 및 무용의 공연안내가 실려 있다. 한편「스테이지 뉴스」에는 문화계의 여러 소식들이 먼저 실리고, 연극공연일정 열람표, 무대와 객석에서 본 연극, 연극을 보고 독자가 보내온 편지, 연극교실, 시평대담, 연극대본 사전심의 제도에 대한 특집, 영화소개, 영화서론, 영화공연 안내, 무용단 탐방, 무용 심포지엄, 무용시평, 인물초대, 무용공연 안내, 미술·음악(전시·공연) 안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내용을 통해 충분히 짐작을 했겠지만,「스테이지 뉴스」는 연극에 대한 소식 외에 영화·무용·미술·음악 등에 대한 내용도 함께 싣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종합지로 봐야 마땅하지만, 편집방향이 무대예술에만 국한되어 있고, 그 가운데서도 연극에 대한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연극전문지로 본 것이다. 다음은 부산에서 발간되는「굿소리」를 보자. 좋은 관객의 입장을 밝히는 권투칼럼, 부산연극계에 바라는 제언, 지방연극에 대한 좌담회, 겨레 얼의 뿌리를 찾아서, 새로운 시대의 연극 특집, 공연 일정, 배우 인터뷰, 연극미학, 비평가의 연극비평, 연극계 소식, 관객의 연극비평, 관극론, 관극기, 희곡, 송연연보, 연극도서 안내 등이 실려 부산의 연극계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또 대구에서 발간되고 있는「·풀이」에는 연극 문화운동과 시대정신에 대한 제언, 공연자유 탄압에 대한 의견, 한국 연극탄압의 역사 소개, 연극평, 소식, 칼럼, 공연안내, 문화 초점 등이 실려 있다. 이렇듯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공동의 이유가 될 만한 사항이 생기면, 모든 정보지가 일제히 그 문제를 다루는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연극「매춘」의 공연시비가 생겼을 때, 연극전문지들은 거의 모두가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을 뿐 아니라 지지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이들 정보지들이 단순히 소식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그릇된 흐름을 막고 바르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음악과 연극 다음으로 많은 전문지를 내고 있는 분야는 미술과 출판 쪽이다. 미술분야는 서울에서「미협」,「아트 포스트」를 내고 있고, 부산에서는「미술통신」이 나오고 있다. 또 출판분야에서는「출판저널」,「출판문화」,「책방소식」등을 발간하고 있다. 한편 문학전문지로는 서울에서 이제 막 창간된 ꟁ우통신과 부산에서 84년도부터 나오기 시작한 시뿌림이 있다. 그런데 출판과 문학 방면은 직접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출판 쪽으로 나오는 정보지가 워낙 폭넓기 때문에 문학방면의 일부 소식을 수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언론계통의「신문과 방송」,「프로듀서」등이 있고, 무용에 관한 내용을 주로 싣는「국립극장 소식」과 문화재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월간「문화재」등이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종합지의 내용이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표2-2>를 보면 한눈에 분포상황을 알 수가 있다. 표를 통해서 나타난, 각 분야의 수록내용을 보면 거의 모든 정보지가 음악·미술·연극·문학에 관한 내용을 빼놓지 않고 싣고 있다. 이 네 분야가 그만큼 우리 문화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통계이기도 하다. 여기서 <표2-1>을 잠깐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표2-1>에서 음악과 연극 방면의 전문지가 가장 많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서가 바로 미술과 출판 쪽이었고 그 다음이 문학이었다. 그러나 출판과 문학은 서로 유사한 공통점이 있고 출판 속에 문학내용이 일부 포함된다는 것을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전문지에서의 네 분야와 종합지에서의 네 분야가 거의 일치하는 셈이 된다. 그만큼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네 분야가 우리 문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 네 분야 외에도 다른 내용들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문화계의 소식과 정보, 그리고 교양특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곧 문화정보지가 흥미위주의 일부 잡지와는 달리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항과 우리의 정서를 살찌우게 할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문화정보지들은 문화활동을 이끌어 갈 뿐만 아니라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리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돋보여
그런데 같은 문화정보지이면서도 서울에서 발간되는 것과 지방에서 발간되는 것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사항이, 서울의 종합지는 포괄적으로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는 것이고, 서울의 전문지는 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밝히며 나아갈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에서 나오는 문화정보지는 대부분 특별한 주제를 설정하고 그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색이다. 여기서 특별한 주제는 대부분 지방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보지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문화적인 환경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서울의 경우에는 문화활동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종합지는 그 소식을 일일이 빼놓을 수 없고, 전문지는 그 문제를 꼼꼼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에는 활발한 문화활동 대신 그 지역만의 특수한 문화환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앞으로 지방에서도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화활동이 다양해진다면 문화정보지의 성격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 있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문화정보지에는 연예계의 소식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는 것이 많은데, 지방의 문화정보지에는 전혀 그런 지면이 없다는 것이다. 연예계의 소식이란 대개 연예인 인터뷰, 화제 내용, 연예인들이 주축이 된 행사 소개 등인데, 대부분의 연예인이 서울에 밀집되어 있는 탓도 있겠지만, 심지어는 로칼 프로의 지방 연예인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그 사실 자체도 지방전문지의 고집스러운 특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서 필자가 관심을 갖게 된 사항은, 지방 문화정보지에서 보이는 향토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그 지방만의 고유한 문화풍토를 놓고 그 지방 사람들이 함께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파헤치고, 함께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유난히 돋보였던 것이다. 이들 문화정보지가 나름대로 기울이는 이러한 노력은 지방문화의 육성 및 발전에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크게는 우리 문화 전반에 걸쳐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지방의 문화정보지에 실린 기사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돋보였던 것으로 광주에서 발간되는「예향」(藝鄕)을 들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칼라기획으로 <전라도 풍정>에서 전라도의 각 지역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또 우리의 전통문화를 잇고 있는 장인을 찾아서 소개하고, 역사 속의 유적지를 탐방하고, 명사대찰을 찾아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잃어 가는 생활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지역을 보여주기도 하고, 향토의 맛을 소개하여 우리 고유의 것에 관심을 갖도록 꾸며진 페이지도 있다. 또 특집으로 광주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갖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는 지면이 마련되어 있고, 호남사상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명작이 만들어진 고향, 전라도 출신 화백의 생애와 예술, 광주문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의 인터뷰 등 향토애를 갖게 하는 많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정보지 하나만을 통해서도 그 지역 사람들이 얼마만큼 향토문화를 아끼고 긍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다음은 속초에서 발간되는「속초문화」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향토문화의 의미를 밝히고, 향토문화의 근원지에 대한 권두사가 실려 있다. 그리고 향토축제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지방문화와 주민의 역할에 대한 논단도 무척 관심이 가는 지면이었다. 특집으로는 속초의 특정지역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는데, 단순히 그 사실을 알려주는 소개의 범위를 넘어서 지역문화 자료로서도 값어치가 있을 정도로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이외에도 <내 고장 사람들>, <현장을 찾아서>, <그리운 내 고향>, <나의 제언> 등이 모두 다 향토문화에 대한 애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강좌의 소개, 속초의 문화계를 알리는 내용, 속초를 소재로 한 사진작품 등도 그 지역 사람들을 위한 좋은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한편 제주도에서 발간되고 있는「월간 관광 제주」도 제주도만의 특별한 향취를 담뿍 지니고 있어 여간 반갑지 않다. 우선 <제주의 맥을 잇는 사람들> 이 소개되고, 제주도의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 제주도 원로와의 대화, 제주도민의 생활상 소개, 제주의 기암 괴석을 보여주는 페이지, 제주의 속담풀이, 제주 문화인 인터뷰, 제주의 풍습, 제주의 학교탐방, 제주도 역사의 지상강좌, 제주도 언어 연구, 제주의 수석, 제주문화 연구 등 그 지역의 여러 사항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 한 권의 정보지를 통해 제주를 다 알아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일일이 다 소개를 할 수는 없지만, 이외에도 지방의 문화정보지들이 대부분 앞에 소개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는 그 지역 사람들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창간
그러면 다시 체제와 형태면으로 돌아와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서 이미 전반적인 성격과 분포현황을 알아보았으므로, 여기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표3>을 보면, 대부분의 문화정보지가 월간으로 발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간으로 발간되는 것은「Music Box」한 종류밖에 없고, 격주간이「출판저널」,「부산 라이프」,「불휘문화」등 세 종류이다. 그리고 격월간이「책방소식」,「문화예술」,「목요문화」,「문화통신」등 네 종류이고, 계간이 유일하게「미협」한 종류만 나오고 있다. 그리고 부정기적으로 발간되는「민요연구회보」,「프로듀서」,「국립극장소식」,「굿소리」,「가마골통신」,「·풀이」,「미술통신」,「속초문화」, 등이 있다. 이 표를 통해서 얻어지는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문화정보지의 약 60%가 월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간형태만으로 살펴본다면, 주간과 격주간이 전체 문화정보지의 약 9%밖에 되지 않으므로, 우리의 문화정보지는 그때 그때의 소식을 신속하게 알려주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한 문화 현상이나 문화활동에 대해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내용을 싣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문화정보지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발간형태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하자면 발간형태는 곧 그 정보지에 담기는 내용의 성격을 어느 정도 규정짓고 그 역할의 범위도 정해지기 때문에, 그 형태가 다양할수록 문화의 여러 부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표4>를 통해 페이지별로 나누어 보기로 하자. 문화정보지의 페이지는 한 장짜리인「Music Box」에서부터 250페이지가 넘는「태백문화」,「월간 예향」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아무리 판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듯 페이지에 차이가 나는 것은 그 내용에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가장 많은 정보지가 몰려 있는 페이지는10p∼20p 사이. 모두 아홉 종류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아홉 종류 중에서「부산 라이프」만 종합지이고 나머지는 모두 전문지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또 이보다 적은 페이지의 정보지가 두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지이므로, 종합지와 전문지는 우선 페이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표4>에서 100페이지가 넘는 정보지를 보면, 두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종합지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얻어지는 결론은, 결국 한 종류의 문화에 대한 정보는 한정되어 있고, 지면상으로도 그 한계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정보지를 분류하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거의 대부분이 80년대에 들어서 창간되었다는 점이다. <표5>를 통해서 보면, 다섯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80년대에 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우리 문화정보지의 약 89%가 80년대에 창간되고, 약 61%가 84년 이후에 창간되었다. 80년대 이전에 창간된 문화정보지로는「출판문화(1962년)」,「신문과 방송(1964년)」,「목요문화(1966년)」,「문화예술(1974년) ,「한국연극(1974년)」등이다. 물론 60년대와 70년대도 여러 가지 정보지가 발간되었다는 것을 자료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중간에 발간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렇듯 대부분의 문화정보지가 80년대 중반 이후에 창간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문화정보에 대한 인식에 원인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전에도 물론 문화에 관한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지를 통해 널리 알리려는 생각은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숫자가 87년과 88년에 창간되었다는 사실은 문화정보지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 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표3>, <표4>, <표5>를 함께 비교하며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표3>을 통해 우리의 문화정보지가 월간에 많이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고, <표4>를 통해 평균 페이지가 40∼50페이지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표5>를 통해 대부분의 문화정보지가 80년대에 창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정보지의 내용이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문화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지적을 해 본다면, 대부분이 월간이기 때문에 신속한 정보를 전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평균 페이지로 봐서 수록내용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으며 창간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정착되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여러 형태로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문화정보지를 직접 만드는 제작자들과 독자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전문지의 지속적인 발간이 시급한 상황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나라 문화정보지의 전반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런 제안은, 지금 까지 살펴본 문화정보지의 실태를 자료로, 처음에 제기되어야 했을 문제를 좀 더 가까이에서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앞에 밝힌 대로 우리의 문화정보지는 내용상으로는 좋은 점을 많이 지니고 있으며, 형태상으로는 아쉬운 사항이 너무나 많다. 우선 그 숫자가 너무나 적다는 것과 지면의 부족함, 종류의 다양성이 가장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정보지는 왜 이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이 점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본다면, 정책적인 후원과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문화정보지가 영리를 목적으로 해서 발간되는 것이 아닌 만큼 충분한 뒷받침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뜻 있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문화정보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경제적인 한계에 부딪쳐 발간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노력이 오늘날의 문화정보지를 이만큼이나마 이루어 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신문 및 잡지, 그리고 방송에서 문화정보지에서보다 더 상세하고 신속하게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일반인들의 대다수가 매스컴을 통해서 문화정보를 얻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도 신문 문화면에는 날마다 정보가 실리고, 잡지에는 매달 그 달의 문화뉴스가 게재되나. 또 방송에서도 문화소식 코너를 만들어놓고 계속 새로운 소식을 알려준다. 이런 상황 아래서는 문화정보지의 역할이 지극히 한정적인 범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있다. 한동안 출판등록 및 정기간행물 등록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문화정보지를 만들고 싶어도 불법출판물이 되므로 여간 곤란하지 않았다. 이제는 규제가 풀렸기 때문에 등록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문화정보지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 동안은 참으로 많은 정보지가 불법출판물로 만들어진 형편이다. 예를 들어「스테이지 뉴스」와 같은 경우도 85년 3월에「까망」으로 펴내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불법출판물이었고, 87년 6월에「스테이지 뉴스」로 바꾸면서도 계속 등록이 없이 펴냈었다. 그리고 최근에 등록신청을 해서 88년 2월호를 다시 창간호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표6>에서 보면, 문화정보지의 약 절반 정도가 무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특정 단체나 기업에서 내는 후원금으로 발간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는 이들 정보지에 실리는 명목으로 어느 정도의 찬조금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한정판을 찍게 되고, 그 정보지를 받아보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다. 한편 유가지일 경우에도 서점에서 판매되는 것 외에는 회원을 통해 정보지를 보급하는 실정이다. 물론 회원들은 그 정보지를 받아보는 대가로 회비를 낸다. 서울에서 발간되는「ꟁ우통신」,「한국음악협회보」,「또 하나의 문화」,「가정상담」, 지방에서 발간되는「문화통신」,「시뿌림」,「전북 문화저널」등이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정보지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항들이 앞으로 우리 문화정보지가 극복해야 될 점인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문화정보지를 펴내는 당사자나 독자, 또 관계기관이 모두 공동의 관심을 기울여야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문화정보지가 좀더 많이 발간되고, 우리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역할이 되기를 바라며, 문화정보지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학의 새 지평을 여는 통신문학운동
서두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통신문학지는 통신을 방법으로 해서 독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문학지를 뜻한다. 보통 출판물은 몇 차례의 유통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전달되는데, 통신문학지는 통신을 이용한 단 한 번의 과정으로 독자에게 배달되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는 가만히 집에 앉아서 손쉽고 빠르게 문학지를 받아 읽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떤 통신문학지가 있는지를 독자가 먼저 알아야 하고 그 대금을 치르는 방법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여기서 먼저 <표7>을 통해 통신문학지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일곱 종류의 통신 문학지가 발간되고 있는데 이 중 네 종류가 서울에서 나오고, 세 종류가 대구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이들 통신 문학지가 모두 시를 싣고 있는 지면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필이나 소설, 평론의 경우 작품의 분량 때문에 통신을 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다.
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서울에서 발간되는 네 종류는 모두 부정기적으로 간행되고 있다. 또 대구에서 나오는 세 종류 중 한 종류는 부정기 간행물이고 나머지 두 종류가 월간으로 나오고 있다. 정기적으로 나오든 부정기적으로 나오든 그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발간하는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통신문학지가 부정기적으로 나오게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굳이 정기적으로 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발간에 따르는 경비를 조달하지 못해서이다. 이들 통신문학지는 모두가 회원들의 회비와 동인들이 내는 운영비로 발간되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작비가 어느 정도 모인 다음에 발간하게 되어 부정기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 통신문학지는 동인이 주축이 되어서 운영하는 것이 있고, 개인이 혼자 펴내는 것이 있다. 동인이 운영하는 것으로는「國詩(「國詩」동인)」,「님편지(「오늘의 시」)동인」,「함께 나누는 시(「함께 나누는 시」동인)」등 세 종류이다. 따라서 이들 통신문학지는 동인 모두가 참가하여 시를 발표하고 또 편집을 함께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각 동인이 주축이 되어 펴내는 통신문학지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국시」는 박기영, 안도현, 권태현 등 세 동인에 의해 1981년에 창간되었다. 그 당시에는 4면으로 된 신문형식으로 발간되었는데, 제5호를 만들면서 4×6배 판으로 판형을 바꾸고 지면도 20페이지로 늘렸다. 그후 박상봉·김상윤·장정일 동인이 새로 들어왔고, 엄승화·배창수 동인이 뒤이어 참가했다. 한편 박기영·장정일 동인은「시운동」으로, 그리고 안동현 동인은「시힘」으로 옮겨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최근에 강남옥·김완준 동인이 새로 들어오면서 편집동인 체제로 바꾸고, 젊은 시인들의 시를 주로 실으며 현재 13호까지 발간하게 되었다. 또 「님편지」는 1987년 4월에「오늘의 시」동인에 의해 창간되었다. 송재학·문형렬·장옥관·김재진·엄붕훈·정화진·채충석 동인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매달 동인시 세 편과 초대시·독자시를 각각 한 편씩 게재하고 있다. 또한「함께 나누는 시」는 1987년 8월에 최예선·박정린 동인에 의해 처음 발간되었다. 처음에는 보름마다 한 번씩 펴냈는데 87년 말에 공혜경 동인이 새로이 참가하면서 약 한 달에 한 번씩 발간하고 있다. 그런데「함께 나누는 시」는 다른 문학지와는 달리 모두 동인의 작품만 발표하고 있어 이채롭다. 여기에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나 화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소개하고 있다.
동인이 주축이 된 이 세 통신문학지의 경우는 한결같이 회원제를 활용하고 있다. 즉 회원이 우표를 보내주면 그 회원에게 통신문학지를 발송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발간하고 있는 통신문학지의 경우는 같은 회원제를 활용하면서도 회비를 받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한 달, 혹은 일년 회비를 정해 놓고 이를 내는 사람에게만 통신문학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지상황을 알아보면, 우표를 받는 일이든 회비를 받는 일이든 회원을 통해서 조달되는 경비는 극히 미미한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이 동인이나 개인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말하자면 통신문학지를 내는 데 대한 사명감과 의욕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힘겹게 발간을 계속해 오고 있는「시사랑 이웃사랑」의 경우만 보더라도 상황이 여간 어렵지 않다. 한 달에 두 편씩 2년 여 동안 계속 펴내고 있는데 5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면서도 사무실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어려운 가운데서도 시를 주제별·제목별·대상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고, 심지어는 전화사서함까지 개설하는 등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펴내고 있는 통신문학지는 시가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최근의 우리 문화계를 보면, 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시문학에 대한 인식이 퍽 바람직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마련되기까지는 뒤에서 애쓰고 있는 통신문학지의 역할이 참으로 컸다는 게 필자가 얻은 결론이다.
앞에 소개한 것 외에도 통신문학지가 참으로 많이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대부분 재정적인 문제로 중간에 발간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앞에 소개한 통신문학지는 그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끈질기게 버텨 온, 우리 문학의 소중한 자산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들 통신문학지가 계속 뿌리를 내리고, 장르의 벽을 뛰어넘어 그 역을 확대해 간다면, 우리 문학의 지평은 그만큼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