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따라 창작, 개작된 사랑가
-춘향가, 춘향전 이본 18종 연구-
전경욱 / 고려대학교 국어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현재 고려대학교강사. 주요논문으로 는「탈춤의 연행원리」「함경도 민요 애원성 연구」「북청사자놀음의 연회 양상」 등이 있다.
초야(初夜)의 사랑가 대목은 본관 생일연의 어사출도 대목과 더불어 춘향가의 여러 대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사랑가는 그동안 여러 명창들의 더늠으로 거듭 창작·개작되어 왔고, 그 사설과 음악적 구성도 매우 다양하다 사랑가 대목에는 「∼같이 ∼한 사랑」, 송광록(宋光綠)의 긴사랑가, 고수관(高壽寬)의 작은 사랑가, 덕자(德子) 노래, 비점가(批點歌), 음양가(陰陽歌), 인자(因字)타령, 연자(緣字)타령, 시조(569), 서방(書房)타령, 금옥사설(金玉辭說), 탈승자(乘字)노래, 정자(情字)노래, 궁자(宮字)노래, 애자(愛字)노래, 낭군(郎君)타령, 신재효(申在孝)의 양반사랑가, 고대본(高大本)의 비판사랑가 등 20여 종의 노래들이 나타난다.
위 노래들은 경판본·완판본 필사본·창본 등 모두 18종의 이본(異本)에 수용된 것으로, 대부분이 현재도 판소리 창자(唱者)들에 의하여 불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광대들에 의하여 불리던 노래들이 각 이본에 수용된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사랑가 중에서 최초 또는 본래의 사랑가는 무엇이며, 그후 대개 어느 시기에 어떤 명창에 의해서 사랑가가 계속 창작·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연구의 과제로 떠오른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여러 이본에서 산발적으로 발견되는 사랑가에 대한 언급, 신위(申緯)의 「관극시」(觀劇詩)·「갑신완문」(甲申完文)·「정해소지」(丁亥所志) 등의 단편적 기록, 「조선창극사」 등에 보이는 명창들의 증언, 각 이본의 교섭관계 등을 토대로 사랑가의 형성과정과 변이양상을 고찰하기로 한다.
춘향가의 사설은 가요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춘향가 내에 수용된 가요의 형성과정 및 변이양상에 대한 개별적인 논의는 춘향가를 가창물이라는 판소리의 본질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으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춘향가·춘향전의 이본 중 18종을 택하여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춘향전 작품군의 대표적인 이본들로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각 춘향가·춘향전의 사랑가 대목은 20여 개의 노래들 중에서 몇 개씩을 짜 맞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수용양상은 다음과 같다.
<각 이본군 사랑가 수용양상>
본종 |
이 본 명 |
사랑가의 구성 |
판
각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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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판16장본 |
비점가+인자타령 +연자타령 +음양가+시조 (569) |
경판30장본 |
비점가+인자타령 +연자타령 +음양가+시조(5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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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판35장본 |
「∼같이 ∼한 사랑」, 덕자노래+비점가+음양가+시조(5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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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30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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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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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33장본 |
「∼같이 ∼한 사랑」+음양가+송광록 긴사랑가+이도령 어붐질노래(금옥사설)+고수관 잦 은 사랑가+춘향 어붐질노래(서방타령)+이도령 말농질노래 (탈승자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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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84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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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 사랑」+음양가+정자노래+궁자노래+송광록 긴사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금옥사설)+고수관 잦은 사랑가+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령)+이도령 말농질노래 (탈승자 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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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사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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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고사 |
「∼같이∼한 사랑」, 덕자노래 +비점가+인자타령 +연자타령 |
고대본 |
음양가+ 「∼같이 ∼한 사랑」 +비판사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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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선본 |
시조(569)+음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같이 ∼한 사랑」)+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 령 ) +비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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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효본(남창) |
양반사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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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효본(동창) |
송광록 긴사랑가+창작사랑가+고수관 옛판사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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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균본 |
송광록 긴사랑가+「∼같이 ∼한 사랑」+음양가+비점가+이도령 어붐질노래 (정체확인 형) +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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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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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백 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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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 사랑」+음양가+정자노래+궁자노래 +송광록 긴사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금옥사설)+고수관 잦은사랑가+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령)+이도령 말농질노래 (탈승자 노래 ) |
박기홍조 |
송광록 긴사랑가+음양가+고수관 잦은사랑가+서방타령+「∼같이 ∼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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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유창본 |
송광록 긴사랑가+음양가+고수관 잦은사랑가+정자노래 +궁자노래+이도령 어붐질노래 (탈승자노래 ) +춘향 어붐질노래 (서 방타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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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창본 |
「∼같이 ∼한 사랑」+음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애자노래)+고수관 잦은사랑가+춘향 어 붐질노래 (서방타령 ) +정자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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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란창본 |
「∼같이 ∼한 사랑」+음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애자노래)+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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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창본 |
송광록 간사랑가+음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고수관 잦은사랑가)+춘향 어붐질노래 (낭군 타령 ) +정자노래 +궁자노래 |
위 사랑가 대목의 구성에서 경판본과 완판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판계열인 경판 16장본, 경판 30장본, 경판 35장본, 남원고사에 수용된 비점가·인자타령·연자타령, 시조(569)는 완판본이나 창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창자들이 부르는 사랑가에도 이 노래들은 없다. 다만 필사본인 이명선본에 시조(569)와 비점가, 신학균본에 비점가가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 노래들은 경판계열의 특징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완판본에 수용된 노래들은 모두 창본에 보이며, 현재도 창자들이 부르고 있다. 특히 완판 84장본의 사랑가 대목은 수용된 노래들과 배열순서가 장자백 창본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리고 이선유, 김연수, 조상현 등 근래 창자들의 사랑가 대목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랑가 대목만 보더라도 완판본은 당시 호남지방 광대들의 창을 정착시킨 것임이 드러난다.
사랑가의 형성과정
사랑가 대목은 판소리의 초창기부터 1930년대 명창 정정렬에 이르기까지 계속 새로운 노래들이 창작·개작되면서 형성되어 왔다. 이제 사랑가의 형성과정을 4기로 나누어, 구비가창 물로서의 춘향가의 성격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제1기 (초창기∼19세기 초반)
필자는 사랑가 중 가장 오래된 노래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춘향전 이본들을 점토한 결과 「어우화 내 사랑이야 모란송이갓치 펑퍼진 사랑 포도너출갓치 츤츤감긴 사 랑 티산갓치 솟는 사랑 바다갓치 깁흔 사랑 남창북창 노적갓치 싸힌 사랑‥‥‥」 (경판 35장본) 식으로 「∼같이∼한 사랑」으로 열거되는 노래가 최고의 사랑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현전하는 춘향가 중 최고본인 유진한(柳振漢)의「가사 춘향가 이백구」(영조 30년, 1754년)에는 사랑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러나 현전하는 모든 국문본 춘향전에는 사랑가가 수용되어 있다. 그리고 경판 중 최고본인 35장본, 완판 중 최고본인 37장본, 필사본 중 최고본인 남원고사와 춘향가 이외의 다른 판소리에 수용된 사랑가를 살펴보면, 가장 오랜 사랑가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경판 35장본에는 사랑가가 광한루장면과 초야장면 두 군데 나온다. 전자에는 「∼같이 ∼한 사랑」이 나오며, 후자에는 덕자노래·비점가·음양가·시조(569)가 나온다.
완판·37장본에는 초야장면에 「∼같이 ∼한 사랑」만 보인다. 그후 완판 33장본파 84장본에는 「∼같이 ∼한 사랑」을 포함하여, 여러 노래가 사랑가 대목에 수용되었다. 따라서 사랑가를 하나만 수용할 경우에는 「∼같이 ∼한 사랑」이 선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원고사에는 광한루 장면에 「∼같이 ∼한 사랑」이 나오고, 초야장면에 덕자노래·비점가 인자타령·연자타령이 나온다.
이상에서 경판 35장본, 완판 30장본, 남원고사에 공통적인 노래는 「∼같이 ∼한 사랑」이다. 그 이후의 대부분의 이본에 이 노래가 수용되어 있어서, 「∼같이 ∼한 사랑」이 가장 널리 불린 사랑가임을 보여 준다. 춘향전 작품군 18종 중 이 노래가 수용되지 않은 것은 경판 35장본의 축약본인 경판 30장본과 16장본 뿐이다. 다만 조상현(趙相賢) 창본에서는 이 노래가 송광록의 「긴사랑가」속에 일부만 보인다.
그리고 다른 판소리에도 「∼같이 ∼한 사랑」이 나타난다. 신재효본 변강쇠가 중 강쇠와 옹녀가 처음 만난 장면에 사랑가가 나오는데, 옹녀의 사랑가가 바로 「∼같이 ∼한 사랑」이다. 강쇠의 사랑가는 신재효의 창작과 고수관의 「잦은 사랑가」로 짜여 있다.
일사본 「별주부전」, 가람본 「별토가」, 조동일(趙東一)본「별쥬젼」에는 토끼가 수궁에서 자라부인과 동침하는 장면에서 「∼같이 ∼한 사랑」을 부른다.
따라서 예전에는 「∼같이 ∼한 사랑」이 가장 널리 불려진 대표적인 사랑가로서, 다른 판소리에서 사랑가를 삽입할 때 이 노래를 차용한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송광록과 고수관이 처음으로 사랑가를 창작한 것이 아니고 기존의 사랑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랑가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그들 이전에도 사랑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밝힌 여러 자료로 볼 때, 「∼같이 ∼한 사랑」이 송광록과 고수관 이전부터 불리던 사랑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같이 ∼한 사랑」을 사랑가 중 최고의 노래로 보고, 이 노래를 「본조사랑가」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이상에서 「본조사랑가」의 형성시기는 춘향전 경판 35장본, 완판 30장본, 남원고사(1864년)신재효본「변강쇠가」보다 앞서고, 1800년대 중기에 나타나는 송광록과 고수관의 사랑가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형성시기를 1800년대 초기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2) 제2기 (19세기 초반∼19세기 중반)
이 시기에는 송광록의 「긴사랑가」와 고수관의 「잦은사랑가」가 창작되었다. 그리고 말농질노래, 어붐질노래, 서방타령, 비점가, 인자타령, 연자타령, 음양가도 1800년대 중기 이전에 생겼으리라고 추정된다.
순조 무렵인 1800년대 초반과 중반사이는 권삼득(權三得)·송흥록(宋興緣)·모흥갑(牟興甲)·염계달(廉季達)·고수관(高壽寬)·김계철(金啓哲)·신만엽(申萬葉)·주덕기(朱德基) 등 유명한 8명창이 활약한 시기이므로, 판소리가 한창 발전하고 있었다. 당시는 아직 판소리 사설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새로운 사설과 창법으로 소리를 해야 다른 명창보다 부각될 수 있었으므로 이 무렵에 많은 더늠이 개발된 것으로 「조선창극사」에 전한다. 따라서 각 명창들이 서로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다 보니, 사랑가 대목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노래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긴사랑가」와 「잦은사랑가」는 「조선창극사」에 송광록과 고수관의 창작으로 소개되었으며, 판소리 창자들의 구전으로도 그렇게 전해 온다.
송광록은 순조·헌종 간 명창으로, 명창이 되기 전에 그의 형인 송흥록의 고수로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므로 송흥록과 나이 차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신위의 「관극시」(1826년), 공문서인 「갑신완문」(1824년), 「정해소지」 (1827년)에 송흥록과 고수관의 이름이 보인다. 그러므로 송흥록과 고수관은 1820년대에, 송광록은 1830년대에 명창으로 부각되었음을 알 수 있고, 그들의 더늠인 「긴사랑가」와 「잦은사랑가」의 창작시기도 1820년∼ 1840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신재효본 동창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에 「아무리 기생이나 열녀되난 아이로서 첫날 저녁 제가 벗고 외옹외옹 말농질과 사랑 사랑 어붐질은 광대의 사설이나 차마 어찌 하것난가」라고 비판하고, 그 사설을 생략하였다. 이로 보아 사랑가 대목의 말농질노래와 어붐질노래가 신재효 이전부터 불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노래들은 완판 33장본, 완판 84장본, 이명선본, 장자백창본, 이선유 창본, 김연수 창본, 김여란창본, 조상현 창본에 나온다.
고리고 각 이본에 따라 어붐질노래에는 춘향의 「서방타령 」, 이도령의 「금옥사설」, 이도령의 「본조사랑가」, 말농질노래에는 이도령의 「탈승자노래」가 수용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으로 보아 신재효본의 「외옹외옹 말농질」은 「탈승자노래」를, 「사랑사랑 어붐질」은 「서방타령 」을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신재효(1811∼1884)는 1866년∼1870년 사이에 춘향가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신재효가 판소리를 정리하기 시작한 1866년 이전 즉 1800년대 중반 이전에 사랑가 중의 어붐질노래 (탈 승자노래 )와 말농질노래 (서방타령)가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자타령」과 「연자타령」은 남원교사와 경판본에 나오는데, 남원고사의 필사시기가 1864년이므로 이 노래들도 1800년대 중반에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3) 제3기 (19세기 중반∼19세기 후반)
이 시기에는 사랑가 중 「정자노래」와 「궁자노래」가 나타난다. 「명창 박기흥조 츈향가」의 사랑가 대목에 「근내 사랑가에 졍자노래 궁자노래 잇스대 넘오 난하 풍속의 관계도 되고 츈향열젼의 욕이 되야 아조 빼면 넘오 무미하 고대강대강 하난디라」라는 내용에서 「정자노래」와 「궁자노래」가 박기홍 당대에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기홍은「조선창극사」에 박기홍(朴基洪)으로 나오는데, 고종 때 명창이다. 대원군이 그의 밖으로 툭 불그러진 눈을 도려내고 오수경(烏水鏡)을 내렸다는 일화가 전하는 점으로 보아, 대원군이 실권을 잡고 있을 당시에 그는 이미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던 것이다.
그러므로「명창 박기홍조 츈향가」의 필사 시기가 1912년으로 되어 있지만, 그의 춘향가 사설은 1800년대 후반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타본 중 「정자노래」와 「궁자노래」가 나오는 것은 장자백 창본, 완판 84장본, 이선유 창본, 조상현 창본이며, 김연수 창본에는「정자노래」만 나온다. 이들은 모두 후대본으로 가장 오랜 것이 장자백 창본과 완판 84장본이다. 장자백은 철종∼고종 사이의 명창이고, 완판 84장본은 갑오경장(1894)이후의 판본이다.
이상의 자료를 종합해 볼 매 「정자노래」와 「궁자노래 」는 고종 연간 즉 1800년대 후반에 생긴 노래임이 드러난다.
(4) 제4기 (20세기 초반∼현재 )
이 시기는 창극조식 사랑가가 유행한 것이 특징이다. 유기용(劉起龍)은 창극조식 사랑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고수관은 소년 때부터 명창으로 그 이름이 경향에 높았고, 「춘향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인 사랑가를 작곡하여 지금도 「고수관제 」로 전승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가객들은 귀중한「고수관제」대신으로 창극조식 (무대의 무용에 알맞게 다시 편곡한 것)의 사랑가만을 부르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둘 것은 「창극조」는 판소리를 창의 연극에 알맞도록 다시 편곡하여 가색(加色)하고 있기 때문에 판소리와 창극조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창극조식 사랑가는 명창 정정렬(丁貞烈)이 다시 짜서 부른 사랑가를 말한다. 1933년 조선성악연구회가 발족되고 1935년에는 조선성악연구회 주최로 서울 동양극장에서 「창극춘향전」을 공연하였다 . 이 춘향전은 정정렬이 편극한 것인데, 당시 김용성(金龍成)의 주장에 동의하여 현대 감각에 알맞도록 윤색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판소리로도 명성을 떨쳤지만, 조선성악연구회가 결성된 이후에는 창극 공연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 시절에 소위 창극조식 사랑가라는 새로운 사랑가를 만들어 불렀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여란 창본의 사랑가대목이 바로 정정렬이 윤색한 사랑가이다.
그의 사랑가는 본조사랑가+음양가+이도령 어붐질노래 (애자노래 )+춘향 어붐질노래 (서방타령)로 짜였는데, 기존 사랑가를 많이 윤색하였다. 특히 「애자노래」는 정정렬 이전 본에는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보아 그의 창작임이 드러난다.
진양조의 「사랑 사랑 내 사랑아」로 시작하는 정정렬의 사랑가는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많이 불렸다. 그의 제자인 박녹주(朴綠珠), 김소희, 김여란 등 명창들이 모두 이 사랑가를 불렀으므로, 이 시기에는 너도 나도 다투어 그의 사랑가를 불렀다 이것이 소위 창극조식 사랑가미다. 그래서 유기용은 「오늘날 대부분의 가객들이 귀중한 고수관제 대신에 창극조식 사랑가만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말 박봉술(朴奉述), 정권진(鄭權震)이 등장하면서 판소리가 복고조로 돌아가게 되고, 송광록의 긴사랑가와 고수관의 잦은사랑가를 다시 부르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정정렬의 사랑가를 부르는 창자가 드물 정도이다.
사랑가의 변이양상
사랑가 대목의 노래들은 동일한 제목의 노래라도 이본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18종의 이본 중 사설이 동일한 것은 하나도 없다. 동일한 노래라도 사설이 축소된 것, 사설이 확대된 것, 내용이 약간 변형된 것, 서술방식만 같을 뿐 사설은 완전히 다른 것 등 다양하게 변이되고 있다.
이제 사랑가중 여러 이본에 가장 널리 수용되었으며, 현재도 불려지고 있는 본조사랑가·음양가 긴사랑가와 잦은 사랑가·글자풀이형 사랑가를 중심으로 그 변이양상을 살펴 보기로 한다.
본조사랑가
어후화 내 사랑이야 모란 송이갓치 펑퍼진 사랑 : 포도 너출갓치 츤츤 감긴 사랑 : 태산갓치 솟는 사랑 : 바다갓치 깊은 사랑 : 남창 북창 노륢갓치 싸한 사랑 : 젼계 후계 슈양 갓치 느러진 사랑 : 셷누미인 금침갓치 혼솔마다 감친 사랑 : 영평바다 그물갓치 고고마다 매친 사랑 : 사랑 긴긴 사랑 : (경판 35장본, : 표시 필자, 이하 同)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동졍 칠백 월하초의 무산갓치 노푼 사랑 : 목단 무변슈의 여쳔 창해갓치 집푼 사랑 : 오산젼 달 발근듸 츄산쳔봉 원월사랑 : 진경한무 하올륢 차문취소하던 사랑 : 유유낙일 월염간의 도리화개 비친 사랑 : 섬섬초월 분백한듸 함소함대 슛한 사랑 : 월하의 삼생 연분 너와 나와 만난 사랑 : 허물업난 부부사랑 화우동산 목단화갓치 펑퍼지고 고은 사랑 : 영평바다 그무갓치 얼키고 맺친 사랑 : 은하 직여 직금갓치 올올리 이은 사랑 : 셷누미여 침금갓치 혼술마다 감친 사랑 :셰내가 슈양갓치 셷쳐지고 느러진 사랑 : 남창 북창 노적갓치 다물다물 싸인 사랑 : 은장옥장 장식갓치 모모이 잠긴 사랑 (완판 84장본)
사랑이야 방장 봉내산끗갓치 뮁봉봉 놉픈 사랑 : 약슈물결 삼셩이갓치 구비구비 깁푼 사랑 : 이태백의 글귀갓치 귀귀마대 째이 사랑 : 왕희지의 글획갓치 획마다 매친 사랑 :영평바다 어망갓치 고고이 매진 사랑 : 남창 북창 노륢갓치 담불담불 싸인 사랑 : (고대본)
이상과 같이 본조사랑가는 이본에 따라 그 내용이 차이를 보인다. 완판 84장본이 모든 이본 중 가장 확대되었다. 경판 35장본의 내용도 모두 완판 84장본에 보인다. 그러나 고대본은 내용이 짤막하면서도 타본에 나타나지 않는 「약수물결」, 「이태백의 글귀」, 「왕희지의 글획」등을 인용하며 비유하였다.
이와 같이 본조사랑가는 「~같이 ~한 사랑」을 하나의 서술단위로하며 사설이 변이된다. 본조사랑가는 「~같이 ~한 사랑」이라는 동일한 운율과 서술방식을 응용하여 사설을 확대·축소·변개시킬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가요인 것이다.
음양가
냥인 다졍한이 쳔만세을 긔약이라 너는 죽어 새가 되되 난봉공작 원앙 비취 앵무 두견 졉동 다 발이고 일방 셷죄라 하난 새가 되고 나 난 뭂어 물이 되되 황하 슈 폭포슈 구곡슈 다 발이고 음양슈라 하난 물이 되여 듀야 장쳔 물의 떠셔 둥실둥실 노잣고나 : 너난 회양 김셩 드려가셔 오리목이 되고 나는 삼사월 썪덩굴이 되여 밋해셔 끗가지 끗해서 밋가지 나모 끗끗드리 한 곳도 빈틈업시 휘휘츤츤 감겨 닛셔 일생 풀이지 마잣고나 : (경판30장본)
너 죽어 될 것 잇다 은하수 폭포수 만경창해수 일대장강 다 바리고 칠연대한에 일생진진 처저잇난 음양수란 무리 되고 나는 죽어 청학 백학 청조 용조 그런 새는 될나 말고 쌍비쌍내 떠날 줄 모로난 원앙새 되야 녹수 원앙격으로 어화둥둥 떠놀거든 나린 줄 알너무나 : 사랑 사랑 내간간 이제 실소 그것 내 안이될나요 그러면 너 죽어 또 될 것 잇다 너는 죽어 종노 인경이 되고 나는 죽어 인경 마치 되야 새벽이면 삼십삼천 전역이면 이십팔숙 그져 뎅뎅 치거든 남은 인경 소래로 알고 우리 두리는 뎅뎅 츈향 뎅뎅 도련임으로 노라 보자 : 사랑 사랑 내간간 사랑이로구나 실소 그것도 안이 될나요 그러면 무어시 된단 말인야 올타 너 죽어 될 것 잇다 너 죽어 해당화가 되고 나는 죽어 나부 되야 나는 네 꼿슝이 물고 너는 내 수염 물고 츈풍 건듯 불면 너울너울 춤을 추고 노라 보자 :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이리 보와도 내 사랑 저리 보와도 내 사랑 나 죽어도 너 못살고 너 죽어도 나 못살제 사랑이 핍진하여도 갈일 마암 바이 업다 너 죽어 될 것 잇다 너는 죽어 방애확이 되고 나는 죽어 방애고가 되야 경신연 경신월 경신시 강태공 조작으로 어화 떨구덩하거든 날인 줄 알여무나 : 츈향이 실소 아무것도 안이 될나요 야 그러하면 엇지 하잔 말인야 품아시을 하여야 하제요 올티 너 죽어 우로 될 것 잇다 너는 죽어 매웃작이 되고 나는 죽어 매 밋작 되야 사람이 손으고 얼는하면 쳔원지방으로 홰홰둘너 돌이거든 날인 줄 알여무나 : (완판 33장본)
너는 죽어 글자되되 따지 따곤 안애쳐 그느름 각씨씨 게집여자 변이 되고 나는 뭂어 하 날권 하 날쳔 실낭낭 아드자짜 몸이되야 게집여 변의 밧작 붓치여 셔면 조홀 호자로 놀거드면 날린 쥴 노알여무나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이하는 완판 33장본과 유사 (장자백 창본)
너는 죽어 구리 퉁쇠 되야 서울노 지치달나 종노 잉경이 되야 잇고 나는 죽어 박달마치 되야 질마재 봉화 다섯자로 남산 봉화네자로 술네발순 잉경 첫마치 그저 뎅뎅 치거든 날인 줄 알여무나 : 아니 그것도 되기 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잇다 너는 죽어 물이 되되 은하수 황하수 일대장강수 이물 저물 다 버리고 음양수라는 물이 되고 나는 죽어 새가 되되 처처 문제조 월출에 경산조 저 새 이 새 다 바리고 음양조라는 새가 되야 떳다 수루루 풍덩 빠저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너웅너울 놀게들낭 날인줄을 알여무나 : 안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잇다 너는 죽어 꼿이 되되 모란화 해당화 영산홍 자산홍 왜철죽 진달래 나는 죽어 나비 되야 네 꼿숭이를 덥벅 물고 너울너울 놀거들낭 날인 줄 알여무나 : (이선유 창본)
이상 경판 30장본, 완판 33장본, 장자백 창본, 이선유 창본의 「음양가」는 사설이 상당히 변이되어, 마치 별개의 노래로 보아도 좋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이 「음양가」라는 동일한 노래임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첫째, 그 내용에서 음(陰)에 해당하는 사설과 양(陽)에 해당하는 사설이 어울려 짝을 이룬다는 점이다
둘째, 사설의 서술방식과 운율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경판 계열본에서는 「너는 죽어 ∼되고 나는 죽어 ∼되어, ∼하잣고나」를, 완판본과 창본에서는 「너는 죽어 ∼되고 나는 죽어∼되어 ∼하거든 나인 줄 알여무나」를 하나의 서술단위로 하여 서술방식과 운율이 일치한다.
이와 같이 「음양가」는 서술방식만 동일할 뿐, 그 내용에서 확대와 축소가 이루어지고, 심지어 마치 별개의 노래처럼 상당한 변이를 일으킨다
인용문 중 경판 30장본 「음양가」의 마지막 부분을 주목해 보자. 이것은 이정보(李鼎補)의 작으로 전하는 사설시조(567)인 「님으란 淮陽 金城 오리남기 되고 나는 三四月 썪너출이 되야 그 남게 그썪이 낙검의 납의 감듯 일이로 츤츤 졀이로 츤츤‥‥‥」을 차용하여 「음양가」의 서술단위에 맞도록 약간의 개작을 가한 것이다.
이상에서 판소리 사설의 개방성과 유동성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유파에 따라 창자에 따라 사설의 창작과 개작이 가능하여 , 수많은 이본이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게 된 점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랑가와 잦은사랑가
송광록의 「긴사랑가」와 고수관의 「잦은사랑가」는 뛰어난 명창의 창작적인 더늠이긴 하지만, 이 노래들도 역시 서술단위의 반복에 의해 짜여져 있다. 이것은 바로 춘향가가 워낙 구비 가창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판소리 광대들이 더늠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을 벗어날 수 없음을 잘 보여 준다
그러면 우선 이 노래들을 살펴보자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개 물어다 놓고 이는 빠져서 먹지를 못 하고 흐르렁 흐르렁 굽니는 듯 :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채운간으로 넘노는 듯 : 단산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노난 듯 : -긴사랑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어허 등등 내 사랑이로구나. 저리 가거라 가는 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오는 태를 보자. 네가 무엇을 먹으라르냐. 울긋불긋 수박 웃봉지 터뜨리고 강릉백청을 주르르 부어 반간지로 더뻑질러 붉은 점만 네 먹으려느냐. 아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르냐. 시금털털 개살구 애기서는데 먹으랴느냐. 아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생율을 주랴 숙율을 주랴 능금을 주랴 앵도를 주랴 아아니 그것도 내사 싫어 : -잦은사랑가
인용문 중 : 표시한 부분을 살펴보면, 이 노래들도 동일한 운율과 서술방식에 의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긴사랑가」는 「ⓐ무엇이 ⓑ어떤 대상을 ⓒ어떻게 하며 ⓓ∼하는 듯」이라는 서술단위에 사설만 변이시키는 변화적 반복에 의해 이루어진 가요이다. 그리고 각 서술단위는 「진양조」한 장단에 해당하는 길이이다.
「잦은사랑가」도 사설의 대부분이 「ⓐ네가(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이러한 과일을 먹으려느냐 ⓒ아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라는 서술단위에 사설만 바꾸어 삽입하는 변화적 반복에 의해 이루어진 가요이다. 그리고 「중중모리」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이 노래는 각 서술단위의 음악적 길이가 역시 동일하다
글자풀이형 사랑가
글자풀이형 사랑가는 「인자타령」,「연자타령」,「정자노래」,「궁자노래」가 있다. 모두 각운을 달아 운율을 형성하고, 동음이의어를 활용하여 해학적 표현을 구사한다.
그리고 인자타령과 연자타령은 경판 30장본, 경판 16장본, 남원고사 등 경판계열에만 보인다. 반면에 정자노래와 궁자노래는 경판계열에는 나타나지 않고, 완판 84장본과 대부분의 창본에 보이므로 춘향가의 계통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님하하증견일인(林下何曾見-人) , 월명고루유여인(月明高樓有女人), 금일번셩송고인(今日樊城送故人), 비입궁당불견인(飛入宮中不見人), 쳔니타향봉고인(千里他鄕逢故人), 양뉴셷셷도슈인(楊柳靑靑渡水人), 불견낙교인(不見落橋人), 풍월야귀인(風月夜歸人), 귀인(貴人), 명인(名人), 병인(病人), 걸인(乞人), 노인(老人), 소인(小入), 통인(通人)으로 인연(因緣) 하여 냥인(兩人)이 혼인(婚姻)하니 증인(證人)되니 즐겁기도 긔지없다(南原古詞)
우락뭗분비백년 (憂樂中分非百年), 호긔钷구오륙년 (胡騎長驅五六年), 인노증무갱소년 (人老曾無更少年), 상빈명조우일년 (霜撗明朝又一年), 륢막강산금백년(寂莫江山今百年), 함양유협다소년(咸陽遊俠多少年), 경셰우경년(經歲又經年), 한진부지년(寒盡不知年), 일년(一年), 십년(十年), 백년(百年), 쳔년(千年), 거년(去年), 금년(今年), 우리 두리 우연(偶然)이 결연(結緣)하여 백년(百年)을 인연(因緣)하니 백년(百年)이 쳔년(千年)이라 (南原古詞)
인용문에 나타나듯이 인자타령과 연자타령은 동일한 서술방식을 지닌 가요이다. 모두 첫 여섯 구는 칠언한시구를 쓰고, 다음 두 구는 오언한시구를 썼다. 그리고 두 글자로 줄어들면서 계속 각운을 밟아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한시구를 차용하여 열거하다가 마지막에 남녀의 사랑장면에 어울리는 인연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와 같이 처음에는 극적 전개와 관계없이 기존의 내용을 열거하다가 마지막에 그 상황에 적절한 말을 덧붙이는 서술방식은 판소리에서 흔히 발견된다.
다음의 정자노래와 궁자노래는 인자타령과 연자타령처럼 규칙적인 짜임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가요이다.
담담장강슈(談談長江水), 뉴뉴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불상송(河橋不桐送) 헌이 강수(江樹)의 원함정(遠含情), 송금남포불승졍(送君南浦不勝情), 무인불긔송하졍(撫人不見送我情), 하람태슈히우졍(河南太守有情), 삼태육경(三台六卿), 백관조졍(百官朝廷), 소지원정(訴紙寃情), 주워인정(人情), 음식투졍 복업난 방졍 일졍 실졍을 논지하면 내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네 마음 일편단졍(一片丹情) 양인 심졍(心情)이 탁졍(托情)타 만일 파졍(罷情)이 되거드면 복통절졍(腹痛絶情) 걱정된이 진졍으로 완졍(玩情)하자는 그 졍자(情字)노래라 (장자백 창본)
조분쳔지 개태궁 엄창하다고 장합궁 그 륵태장낙궁 반쳔여의 장신궁 당명왕의난 소양궁 월궁 속의난 광한궁 용궁 속의난 슈졍궁 이산은 이궁이오 져리 올나 법궁이요 이궁 져궁을 다 바리고 너와 나와 합궁할졔 양각새 오목궁 내 가죽 방맹이로 궁궁궁 울여노면 그안이 별궁이랴(장자백 창본)
정자(情字)노래는 처음에 한시구를 차용하다가 점차 해학적인 표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랑하는 남녀의 정에 관한 내용을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완판 84장본 등 이본에 따라 「情」자대신 「亭·廷·淨·庭·定·貞·頂」의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며 해학적 표현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궁자노래는 규칙적인 짜임보다는 「궁」자라는 각운을 해학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가요이다 처음에는 주로 궁귈이름을 열거하다가 마지막에 「너와 나와 합궁할제∼그안이 별궁이랴」하며, 남녀의 초야장면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끝맺는 방식은 모든 글자풀이형 사랑가와 일치한다.
사랑가의 교섭양상
사랑가는 춘향가 중 이도령과 춘향의 초야장면에서 불리는 노래지만, 변강쇠가·토별가·창부타령·무가·가면극에도 나타난다. 사랑가가 삽입되는 상황은 모두 남녀가 서로 만나 정에 겨워 어루는 장면이다 그리고 심청가·옹고집전·무가 중 아기를 어루는 장면의 노래도 사랑가식으로 나온다. 사랑가 중 가장 많은 교섭을 보이는 것은 본조사랑가이다.
A. 사랑 사랑 사랑이야. 태산같이 높은 사랑 해하같이 짚은 사랑 남창 북창 노적같이 다물다물 쌓인 사랑. 은하직녀 직금같이 올올이 맺힌 사랑. 모란화 송이같이 펑퍼져 버린 사랑 세곡선 닻줄같이 타래타래 꼬인 사랑‥‥‥(변강쇠가)
B. 톡기 사랑歌를 지어 가로대 사랑이야 사랑이야 南倉 北倉 露積體로 다물다물 싸인 사랑 尾閭바다 물결體로 구비구비 싸인사랑. 彭둁脚 그물體로 몸몸히 맷친 사랑. 章松細柳 버들體로 가지가지 늘어진 사랑. 萬壽山 藏칠體로 늠느러져 얼킨 사랑 萬里長城 石築體로 一層二層 싸인 사랑 堯舜禹湯 德化體로 坊谷민에 페인 사랑 . 孔子 孟子 道統醴로 千萬古의 傳한 살랑. 黃石公의 秘訣體로 測量키도 어려온 사랑 九年之水 씻빌體련 하날갓치 벗친 사랑 . 千里他鄕 故人體로 반갑기도 만난 사랑. 東方花獨오늘밤의 너와 나와 交貴한 정 예붓틈 만컨만은 兎先生鱉夫人은 비할고시 젼혀업내 할로밤 聯枕한 情 百年해老한 듯 하여 主憢 뜬구룸이 되여떠라 (일사본 별주부전)
C. 하늘같이 높은 사랑 하해같이 깊은 사랑, 칠년대한 가문 날에 빗발같이 반긴 사랑. 구년지수 긴 장마에 햇볕같이 반긴 사랑, 당명황의 양귀비요 이도령의 춘향이라 일년 삼백 육십 일에 하루만 못 봐도 못 살겠네 (창부타령 )
A는 「변강쇠가」중 옹녀가 부르는 것으로 춘향가의 내용과 동일한 「본조사랑가」이다. 강쇠와 옹녀는 청석골에서 만나자마자 사랑가를 부르며 화답한다.
B는 수궁가계열의 필사본인 일사본 「별주부전」중 토끼가 수궁에서 자라부인과 동침하는 장면에 나온다. 춘향가의「∼같이 ∼한 사랑」이라는 서술단위가 「∼체로 ∼한 사랑」으로 바뀌고, 사설도 상당히 변이되어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만, 역시 본조사랑가임을 알 수 있다.
C는 경기민요 「창부타령 」으로, 창부타령은 고종 당시 궁중에 출입하던 무당들이 임금에게 들려주기 위하며 부른 노래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 내용 중 이도령과 춘향이 나오므로 춘향가에서 차용한 노래임을 알 수 있다.
강릉지역 무가 중 「세존굿」에서 중이 당금애기를 어루는 장면에 나오는 사랑가도 춘향가의 「본조사랑가」를 일부 차용하여 내용을 부연한 것이다.
영일지역 무가 중 「세존굿」의 아기 어루는 노래도 사랑가형인데, 고수관의 「잦은사랑가」를 중심으로 윤색하였다.
「음양가」는 춘향가 중 이도령과 춘향의 이별장면에서 「이별가」의 하나로도 불린다 . 그리고 「배비장전」 중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장면에서 정비장이 「너랑 죽어 고당 명경 밝고 밝은 몸 거울 되고 나랑 죽어 동방 번듯 해가 되어 비칠 조(照)자 되어 정의안색 서로 보자」며, 사랑가 중 「음양가」와 유사한 노래를 부른다.
가면극 중에는 통영오광대 제4과장 농창탈에 할미 양반이 제자각시를 어루는 사랑가가 보이는데,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둥둥둥 내 사랑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둥둥둥 내 사랑」으로 간단하다.
사랑가의 효과와 기능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사랑가」는 그 형성과정, 변이양상, 타 장르와의 교섭에서 계속 새롭게 창작·생성·유포되는 구비문학의 특성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사랑가 대목은 여러 노래가 짜 맞추어진 형태로 나타나며, 각 노래들은 대개 서술단위의 반복으로 짜였음도 살펴보았다.
그러면 사랑가 대목은 왜 그렇게 여러 노래를 짜 맞추어 사설을 확대시켰으며, 어떤 효과와 기능을 위해서 서술단위를 반복하면서 유사한 내용을 거듭 제시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
첫째, 사랑가 대목은 춘향가에서 가장 청중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므로, 판소리 광대들은 여러 종류의 사랑가를 짜 맞추어 다양한 사설과 장단으로 그들의 기량을 발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춘향가는 한꺼번에 다 부르기는 벅찬 분량이므로, 한 대목씩 잘라서 부분창으로 연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사랑가 대목의 확대는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둘째, 춘향가는 창으로 불리는 구비가창물이라는 점이다. 춘향가는 판소리 창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어떤 대목에서 시간을 두고 생각하거나 다시 반복해서 들을 수 없는 일회적인 예술양식이다. 그러므로 사랑가 대목에서 이도령과 춘향이가 정에 겨워 서로 어루는 장면을 청중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현재 전개되고 있는 창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동일한 운율과 서술방식을 지닌 서술단위에 유사한 내용의 사랑사설을 거듭 제시하는 구연방식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세째, 초야의 정겹고 애틋한 사랑을 넉넉히 표현하고, 이도령과 춘향의 확고한 결합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랑가 대목은 확대되었다. 특히 각 사랑가에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에 걸맞는 사설을 삽입하여 서술단위를 반복함에 따라서, 이도령과 춘향의 정과 사랑은 담뿍 쌓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점차 깊어진다. 그러므로 어떠한 고난과 시련도 극복할 수 있는 춘향의 뜨거운 사랑과 굳은 절개는 바로 사랑가 대목에서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