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올림픽 문화예술 축전

세계인의 축제, 풍요로운 문화행사

-전시행사 및 학술행사




서성록 / 미술평론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일반인들 뿐아니라 예술인, 학자들도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유사이래 처음 갖는 올림픽행사라는 점도 있거니와 우리가 이처럼 커다란 문화의 한마당을 치르게 되었다는 사실과, 이제까지 우리 자신의 것을 총체적으로 그것도 단기간 내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서울올림픽의 문화예술축전이 .가지는 특이성은 부각되기 마련이다.

문화의 가장 본질적 성격은 놀이Play 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문화의 주술적, 형이상학적 성격도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놀이개념 이후에 탄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일한 만큼 쉬고 즐길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의 필요성 요청이 인간의 활동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왔고 지금도 이점에 대해서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물론 놀이만이 문화의 궁극적 성격이라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층 높은 차원의 부류도 있을 것이다. 「문화」라는 대상에 대한 분석을 꾀하는 데 있어서 제 1차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것은 역시 인간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것을 다시금 생산으로 재순환시키는 「놀이」로 귀결되지 않나 싶다.

문화의 성격을 이렇듯 놀이개념에 국한해서 볼 때, 서울올림픽의 각종 문화행사들은 「놀이 」라는 것을 과연 어떻게 분류하며 오늘날 놀이의 범주는 얼마나 확대되어 있는지를 입증해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화는 놀이에서 출발하였다고 하지만, 이번 행사에 있어서 놀이는 놀이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실행되고 구성된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특질을 더욱 명료화시키고 더러는 매우 복잡한 방향에서 평가되어야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행사 유형별 점검

우선 올림픽게임 기간에 치뤄질 문화행사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체로 전시행사, 공연행사, 학술행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문화축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행사와 학술행사만을 알아보기로 한다.

전시행사는 공식적으로 개최되는 것만 해도 24건이나 된다. 성격적인 면에서 분류할 때 이것은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국제미술의 한 단면을 소개하는 것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후에 다시 거론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날 국제성을 띤 문화행사는 대개가 전략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한층 고양시킴과 더불어 국력신장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전후 유럽에서는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 그리고 도큐멘타 등의 국제전시가 커다란 붐을 일으켰다. 파리비엔날레, 카셀도류멘타, 베니스비엔날레 등은 모두 현대미술의 위상점검 및 전망진단이라는 문제를 겉으로 표방하고 있었지만, 행사 취지는 궁극적으로 전쟁이 남긴 앙금을 가라앉히고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에 있었다. 현대미술전 개최라는 놀이마당의 제공 이면에는 전쟁으로 골이 패이고 금이 간 국제관계의 원상복구 및 개선이라는 목적이 있었고 이런 취지에서 이웃나라의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화해 분위기를 한층 높이려 한 것이다.

서울올림픽 전시행사의 특징도 대체로 이러한 국제관계의 친목도모 및 화해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념적 장벽을 넘어 가급적 많은 국가의 예술가들을 초청함으로써 문화적 공동의 장(場)을 구축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의 문화수준 내지는 저력을 세계에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3.11∼4.29, 올림픽공원), 「세계야외조각초대전」(8.15∼10.5, 올림픽공원), 「국제현대서예전」(9.12∼11.12, 예술의 전당), 「국제현대회화전」(8.17∼10.5,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몇몇 전시회의 성격과 그간의 진행과정을 알아보기로 하자.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의 경우 지난해 7∼8월 돌과 콘크리트 중심의 1차 심포지엄(15개국 16명)을 개최한데 이어 제2차 심포지엄은 올래 4월 금속, 합성수지,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17개국에서 19명 조각가가 참가한 가운데 이 행사는 실질적으로 끝났고 오는 9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초청작가는 제1차가 우리와 미수교인 동구권 중심인데 반해 제2차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서독 등 서방 현대예술 중심권의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 행사에는 특히 프랑스의 세자르, 벨기에의 폴뷰리, 덴마아크의 자콥슨 등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조각가들이 특별초청 되었는데 이들의 작품은 현지에서 제작이 거의 완료돼 대규모 조각공원인 올림픽공원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들 3명의 작가 외에도 폴란드의 아바카노비치, 스위스의 듀바흐, 멕시코의 듀봉, 캐나다의 에트록, 영국의 홀, 오스트레일리아의 헤릴에, 아르헨티나의 코시스, 브라질의 크라즈베르그 등이 포함되어 있고, 또 우리나라를 대표해 참가한 이종각 씨는 한국의 미래상을 나타낸 「확산공간 88」을, 재일작가인 이우환 씨는 미지에의 예감을 주제로한 「관계항-예감속에서」를, 박종배 씨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관계를 상징적으로 조형화시킨 「다른 두 개의 교차」를 각각 출품하였다.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국제전은 「국제현대회화전」이다. 이 전시에는 동구권을 포함, 67개국의 작가 163명이 참가하고 우리나라 미술전 가운데에서는 단일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이벤트이다. 참가국 및 전시작품을 살펴보면 서유럽 17개국에서 54명, 동유럽 8개국에서 20명, 미주에서 13개국 23명, 아시아 12개국에서 18명, 중동 8개국에서 11명, 아프리카 8개국에서 9명, 한국에서 28명이 각각 참가하게 된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알려지지 않았거나 단편적으로 소개돼 왔던 동유럽 및 아프리카 등지의 현대미술을 접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우리 손으로 기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축적된 우리 문화발전상을 입증하는 일로 파악되며, 한국미술의 목소리를 한층 높은 수준에서 저울질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 전시는 뚜껑을 열기도 전에 논란이 분분했던 문제의 전시회임을 우리는 기억한다.

문제는 작가선정에 불만을 품은 구상미술권에서 이의(異義)를 제기함으로써 일어났다. 이것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져 파장을 더욱 넓혀 나갔다. 이들은 처음에 전시를 기획한 국제운영위원(쉬리게라, 레스타니, 리보타, 토마스 멧서, 나카하라 유스케 등 5명. 이들은 각기 서유럽 및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동유럽과 미주,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 4개 지역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해서 작가선정을 맡았다.)의 사퇴를 주장하다가 「한국현대미술전」의 작가선정 및 성격규정에 대한 문제를 동양화권에서 다시 제기하자 「서울올림픽 세계현대미술제 변칙운영저지를 위한 범미술인 대책위원회」를 결성, 88한국현대미술전을 포함한 서울올림픽 현대미술제 행사기획 및 진행을 전면 백지화하고 이미 집행된 예산을 비롯하며 총예산의 세부내용을 전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원회측은 별도로 성명서를 작성하여 국내 및 국제운영위원 사퇴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공개사과 및 실무책임자 문책, 긴급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의 직접적인 발생은 「한국현대미술전」 참가작가가 국내운영위원들에 의해 확정 발표되면서 부터였다. 국내운영위원회는 「한국현대미술의 집약된 내용과 단면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는 작가들을 뽑기 위해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고 밝히고 그 기준을 1) 오늘의 한국미술의 전체적이면서도 요체적 성향 2) 오늘의 한국미술의 구조적 단면을 분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넓이와 길이 3) 70년대 후반에서 오늘에 이르는 약 10년간의 시간대에 국한 4)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하이퍼리얼리즘, 신표현주의, 신추상주의, 신기하학주의 5) 30대와 40대 주측 등 총 9개항으로 집약시켰다. 두 측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측은 작가선정에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이고 운영위원회측은 좀더 일반화된 관점에서 올림픽 미술제를 개최하자는 주장이었다. 두 입장 중 어떤 것이 더 타당하며 덜 타당한지는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적어도 미술행사만큼은 지금까지 「국제적인 놀이마당」을 가져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소화해 내야 할지 방향설정을 제대로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빚어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술행정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이것은 또한 주최측뿐만 아니라 솔선수범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작가들의 이기적 태도에도 커다란 책임이 있다. 사실상 올림픽미술제의 대의적 명분에도 아랑곳없이 대부분 작가들은 자기이익만을 추구하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이번 행사는 서울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명분과 함께 세계작가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는 실리가 복합적으로 겹쳐 초대작가 선정여부에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워왔다는 지적은 반성해 봐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며 작가명단이 발표되기가 무섭게 한국화 분야가 소외 됐다느니, 구상은 현대미술이 아니냐는 등의 분파적 주장이 원색적으로 오간 것이다.

청와대까지 시위를 벌이겠다는 위협(?)에 굴복, 결국 동양화작가 및 구상작가의 대폭적 참가보장으로 어렵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그것은 다시금 「무성격의 전시개최」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한마디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의 핵심이 빠져버린 것이다.

한편 우리 고유의 문화재를 소개하는 전시회는 상기의 행사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하면서도 내실있게 준비되어 가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지역문화의 성격 부각 및 한국문화의 진수를 국내외에 선양하기 위한 취지로 「한국의 대전」(8.17∼10.5,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호랑이 민예특별전」(8 17∼10.5, 국립민속박물관), 「황룡사지 특별전」(8.17∼10.5, 국립경주박물관), 「백제와당 특별전」(8.17∼10.5, 국립공주박물관), 「한국고인쇄유물 특별전」 (5.17∼10.5, 국립경주박물관), 「가야토기 특별전」(8.17∼10.5, 국립진주박물관) 등의 전시가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국전승공예대전」 (9.1∼10.5, 경복궁 석조전)도 일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전시회라 생각된다. 조상들의 훌륭한 전통공예 기법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전승하기 위한 이 전시는 행사개최기간 중 일부 인간문화재 공예품의 제작과정을 실연 (實演)함으로써 작품 이해를 한층 높일 계획이라 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한국공예의 역사를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전통공예 대전의 역대 수상작가 2백명, 기능보유자 및 대통령상 수상작가 1백명 그리고 88년도 우수공모작가 5백명 등 총 8백명의 전통공예작가를 초대, 공예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이번 전시의 출품작을 유형별로 분류한 것이다. 도자공예, 금속공예, 화각공예, 나전칠공예, 건축공예, 제지공예, 피혁공예, 직물공예, 악기공예, 목공예, 옥석공예, 자수공예, 지물공예, 초고공예, 염색공예, 마미공예 등등.

전통공예의 감상과 아울러 한국도예 및 서예를 외국의 것들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유형의 전시회도 마련되어 있다 .「동서현대도예전」(9.9∼10.9, 미술회관)과 「국제현대서예전」 (9.12∼11.12, 예술의 전당)이 바로 그것인데, 전자와 후자는 이름 그대로 현대적 조형미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을 각각 전시할 계획이다.

「동서현대도예전」의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구미 9개국의 도예작가 18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며 전시기간중 각국 대표를 초대, 세미나 및 워크겼도 개최할 예정에 있어 구미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한국현대공예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한편 「국제현대서예전」의 경우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대표적 서예작가의 전통이 초대 전시될 계획이다. 특히 이 전시에는 개관된 지 얼마 안돼는 동양유일의 서예전문 전시공간인 예술의 전당내 서예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서예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국내 미술인들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향후 한국서예가 국제화단 진출을 피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타진하게 된다. 「국제현대서예전」에는 한국(50점)을 비롯하여 일본(30점), 대만(30점), 홍콩(10점), 싱가포르(10점), 말레이지아(10점) 등 6개국의 현대서예작품 1백 40점이 선보이게 된다.

이밖에도 로마문명박물관 모형도 등 고대로마문화재를 전시하는 「이태리 스포츠 유물전」 (9.9∼10.3, 국립중앙박물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전통복식을 고증 제작하여 전시하는 「한국복식2천년전」(9.5∼10.2, KOEX전시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조형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스포츠미술공모전」 (9.5∼10.2, KOEX신축관), 한국고유의 민속 등 전통적 생활의 단면, 그리고 자연풍경, 풍물들을 소개하는 「한국풍물사진전」(9.17∼10.30, 올림픽주경기장 DECK), 전통적인 규방문화를 소개하는 「한국자수·매듭전」(9.5∼10.2, KOEX 신축전시장) , 한국공예와 도예를 총체적으로 알리는 「전통민속공예전」(9.15∼10 15, 경희궁), 민속적 음식문화의 역사를 이해시키는 「한국식 문화 5천년전」(9.15∼10.15, 경희궁), 서울풍경과 중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소개하는 <서울사진전> (9.15∼10.5,올림픽주경기장), 한국화단의 현황을 짐작케 하는 「서울미술대전」 (8.20∼9.20, 서울시립미술관), 마지막으로 서울시민 및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민화, 실경 등의 문화재를 소개하는 「시민소장문화재전」(9.23∼10.15,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인류화합 분위기 조성

각종 전시행사의 기획과 함께 이번 서울올림픽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교류뿐 아니라 문화예술, 학술 등의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인류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데에 있다. 특히 올림픽에 즈음하며 개최되는 학술회의는 정치·경계·사회 각분야에 걸쳐 풍부하게 펼쳐진다. 이중에서 올림픽문화행사의 하나로 준비중인 「서울올림픽 국제학술회의」 (8.21-9.8, 아카데미하우스·힐튼호텔)는 국내 학술대회사상 최대규모라는 기록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외국학자들과의 교류나 친선도모의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학술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행사가 아닌가 한다. 이번 학술회의의 준비작업을 맡은 크리스찬 아카데미 준비위원회측은 당초 해외초청학자들의 규모를 85명선으로 잡았으나 지난 2월에 이미 1백 11명의 해외학자들이 참가를 신청해 옴으로써 이들 전원을 초청하는 선에서 해외학자초청을 마감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국내학자 1백 50명이 참가, 모두 2백 61명이 학술행사에 공동으로 수를 놓게 되었다.

기조연설이나 주제발표에 나서는 학자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 석학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존 갤브레이스(하버드대학 명예교수), 신학자이며 「세속도시」의 저자인 하비 콕스(하버드 대학 교수),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아이젠슈타트(예루살렘 헤르루 대학 교수), 중공의 사회학자인 페이 샤오통 박사(전 중공사회과학원장) 등.

「후기산업사회의 세계공동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국제학술회의에는 서구와 북미지역은 물론, 중공·소련·유고·헝가리·폴란드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제3세계 국가의 학자들이 모여서 「가족분야」 「커뮤니케이션 분야」 「윤리가치관분야」 「동서문화분야」 「자연분야」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인류전체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하게 된다.

분과별로 진행될 토의내용의 주제 및 일정은 다음과 같다. 가족분야(주제 「가족의 변화와 전망」, 8.21∼24)종교적·문화적·역사적 전통을 달리하는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후기산업사회에서 변화하게 될 미래의 가족의 모습을 전망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가족정책을 논의한다.

·커뮤니케이션분야(주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회복」, 8.24∼27)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철학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다루며 현대사회 내에서의 각종 커뮤니케이션의 단절현상을 분석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철학정책 등이 논의된다.

·윤리가치관 분야(주제 「윤리가치관의 혼란과 새로운 윤리의 정립」) 산업화 시대에서 후기산업시대로 옮겨가는 큰 전환기를 맞아 세계 도처에서 윤리가치관이 혼란을 빚는 현상의 실체와 근본원인 분석 빛 바람직한 새로운 윤리가치관의 정립방향 등이 논의된다.

·동서문화분야(주제 「동서문화의 만남과 세계문화의 창조」,8.31∼9.3) 동서문화의 변증법적 이해를 통한 새로운 세계문화 창조를 위한 동서문화의 상호인식, 동서간의 예술적인 상호작용 등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두 문화의 실체와 의의를 살핀다.

·자연분야(주제 「자연의 훼손과 재창조」, 9.3∼6) 동서양의 자연관에 대한 새로운 검토와 함께 후기 산업사회에서 인류가 계속적인 발전을 하면서 자연의 훼손이 아닌 재창조가 가능한 방향은 무엇인가를 인간과 자연, 발전과 훼손, 기술 에너지 그리고 경제라는 세 분야로 나누어 검토한다.

화합 전진의 축제

주지하다시피 서울올림픽은 사회주의국가들이 일련의 개방적 제스츄어를 취하고, 미국과 소련이 화해의 미소를 띠우며 또 우리 정부가 북방정책을 표방, 상반된 사회체제 이념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축성을 늘려나가려 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된다. 이상에서 살핀 각종 문화행사 또한 올림픽 이념에 걸맞게 「화합과 전진」을 다지는 축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지구촌의 평화의식을 한층 고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필자는 문화는 놀이에서 출발하며 오늘날의 문화행사란 이러한 놀이성을 여러 각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사실상 다만 「즐기고 논다」는 뜻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놀이개념이 어떻게 올림픽 문화행사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회의 커다란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종류의 사회의 출현을 보았다. 후기산업사회라든가 다국적 자본주의, 소비사회, 미디어사회 등 그것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워지기도 한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시기에는 새로운 종류의 소비가 성행하게 된다고 한다. 즉 상품이 계획적으로 폐품화되기도 하고, 패션과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리듬이 더욱더 가속화되고, 광고와 TV 및 미디어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정도로 사회내에 깊숙히 침투하고, 또한 도시와 전원, 중앙과 지방사회인에 존재했던 긴장관계가 교외의 출현으로 일반적으로 평균화됨으로써 깨지고, 고속도로가 종횡무진으로 뻗게 되고, 마지막으로 차(車)문화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예술문화의 영역에까지 파급되어 기존의 예술문화의 개념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예술품은 창작과정을 거쳐 직접 감상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됨으로써 감상된다는 과정의 경유를 필요로 하고 그리하여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문화영역에서의 놀이성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이 놀이는 고도의 능력을 갖춘 테크노크라트 내지는 스페샬리스들에 의해 운영되고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해 노는 것도 이제는 격식이 있고 전문성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올림픽의 경우처럼 세계인들이 공동체 의식을 나눌 거대한 놀이마당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현대회화전」및 「한국현대미술전」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이러한 전문성 인식의 부재에서 야기된 것이며 이러한 문제의 시정을 제기하였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는 듯하다.

약간 방향을 돌려볼 때 이번 올림픽 문화행사를 계기로 우리미술문화는 전환적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한국미술이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성장해 온 태도를 일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이제는 자랑스럽게 우리 미(美)의 특수성을 세계시장에 소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봄직하다. 사실상 우리 미술은 그간의 정치사회적 격변 및 혼돈에 휘말려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파행적 성장을 거듭해 왔던 감이 없지 않다. 보수주의자들은 이 땅에 「상업지상주의」를 펼치려는 듯 미술품 투기꾼과 결탁, 미술계의 오염을 심화시켰고 급진주의자들은 「선동적 구호」로 전체 미술인들의 동조를 받아내지 못하면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뿌리 내렸다. 이러한 야릇한 현상은 모두 공개성을 기피하는 데서 야기된 문제라고 하겠다. 전자는 예술의 상업성 표방을 고의로 기피하려고 했고 후자는 그 자체가 멕시코의 내셔날 리얼리스트운동이라든가 제3세계 미술운동의 형태를 차용한 것임을 공개하기를 기피했던 것이다. 이러한 양극적 미술형태가 우리 미술을 지배하게 된 것은 그간 국내의 정치 풍토와 무관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떻든 이러한 미술이 지닌 극단성이 지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극단성을 넘어서는 길, 그것은 바로 각기 미술이 가장하고 있는 바를 공개하여 문제점을 드러내고 충분하건 불충분하건 그것 역시 하나의 미술형태로 승화되어 가는 통로를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야를 조금 넓혀볼 때,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중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행사는 국내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키고, 국외적으로는 우리 미술이 국제선상에서 인정되고 평가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한층 강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리라는 점도 배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결론적으로 이 문화행사가 우리에게 더 많은 문화에 대한 깊이탐구를 요청할 것이며, 또 한국미가 지역적 특수성에서 세계적 보편성에 이를 수 있은 길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제기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