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의 취향이 삽입된 판소리 가요
-시조·12가사·12잡가·가면극·민요·무가와의 교섭양상
전경욱 /
고려대학교 국어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로, 현재 고려대학교 강사.
주요 논문으로「탈춤의 연행원리」,「함경도 민요 애원성 연구」.
「북청사자놀음의 연희양상」등이 있다.
판소리에는 참으로 여러 종류의 가요와 사설단위가 나온다. 판소리 광대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가요와 사설단위를 차용하였기 때문이다. 양반취향의 한시·시조(가곡)·가사, 서민 취향의 잡가·민요·무가· 민간신앙요 등 이질적이고 다양한 것들이 판소리에 고루 삽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판소리는 원래 서민층을 기반으로 성장한 구비가창예술이지만, 양반층에게도 인기를 얻으면서 널리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소리가 일방적으로 기존의 가요와 사설단위를 차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판소리 자체 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가요와 사설단위들이 창작되었고, 이것이 시조·가사·잡가·민요·무가·가면극 가요 등에 교섭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판소리·시조·12가사·12잡가·민요·무가·민간신앙요·가면극 가요를 중심으로,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교섭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작업은 우리의 전통예술인 판소리가 형성된 배경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창작 창극·마당극 등 전통적 공연예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실질적 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히리라고 생각된다. 판소리는 예전에 국민예술의 위치를 차지했던 대표적인 연행예술이므로, 오늘날의 공연예술이 모든 계층에 의해 향유되는 국민예술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모색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판소리와 타 장르의 교섭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선택된 자료는 다음과 같다.
춘향전 작품군은 경판 35장본, 경판 30장본, 경판 16장본, 완판 30장본, 완판 33장본, 완판 84장본, 남원고사, 고대본, 이명선본, 신학균본, 신재효본 남창, 신재효본 동창, 장자백 창본, 박기홍조, 이선유 창본, 김연수 창본, 김여란 창본, 조상현 창본의 18종이다.
심청가는 정권진 창본, 흥보가는 박록주·박봉술 창본, 수궁가는 박초월 창본, 적벽가는 박봉술 창본, 변강쇠가는 신재효본, 배비장전과 옹고집전은 정병욱 교준빈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의 가요와 사설단위가 이본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주(註)에서 따로 다루었다.
시조는 「시조문학사전」과 「한국가창대계」, 12가사와 12잡가는 「한국가창대계」와 「한국잡가전집」, 민요는 「한국민요집 I-VI」과 「한축가창대계」, 무가는 「한국무가집 1-4」·「조선무속의 연구」, 「관북지방무가」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가떤극은 봉산탈춤(이두현본) , 강령탈춤(임석재본) , 양주별산패(1930련본), 송판산대놀이(허호영본), 롱영오황대(이두현본) , 가산오광패 (강용권본) , 고성오광패 (정상박본) , 수영야류(강용권본) , 동래야류(천재등본)를 자료로 삼았다.
판소리와 교섭하고 있는 타 장르의 가요와 사설단위의 수효는 도표1과 같다.
<도표1. 판소리와 타 장르의 교섭>
시조 |
12가사 |
12잡가 |
판소리사이 |
가면극 |
민요 |
무가 |
민간신앙요 |
계 |
16 |
8 |
11 |
35 |
32 |
33 |
29 |
5 |
169 |
시조는 판소리 중 춘향가에 가장 많이 수용되었으며, 심청가와 수궁가에도 일부 보이는데, 다른 판소리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남창 지름시조에 적벽가의 내용을 일부 요약한 「제갈량은 칠종칠금하고∼」가 보이는데, 이것은 시조가 적벽가의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판소리와 시조
대부분의 춘향가에는 광한루에서 이도령이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을 보고 방자에게 정체를 묻는 금옥사설(金玉辭說)에「금생여수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287), 사랑가 대목의 사후기약사설(死後期約辭說)인 음양가(陰陽家)에 「임으란 회양김성 오리남기 되고∼」(569), 춘향과 이도령의 이별장면이나 춘향의 옥중자탄가(獄中自歎歌)에 「춘수만사택하니 물이만하 못오던야∼」(2152), 이별 후 춘향의 상사(相思) 대목에「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고∼」(825) 등이 나온다.
춘향전 이본 중 가장 많은 시조가 보이는 것은 경판 30장본인데, 위의 시조 이외에 춘향이 첫날밤 이도령에게 술을 권하며 시조창으로 「초당 뒤헤 와 안져 우는 솟륢다새야∼」(2108), 어사가 남원으로 오는 길목에서 노인이 부르는 「반남아늙었스니 다시 졈듯 못하여도∼」(850), 본관 생일연에서 기생이 부르는 「달아 달아 발근 달아 니태백이 노든 달아∼」(596), 「말업슨 셷산이오 태업슨 녹쉬로다∼」(733), 「북두칠성∼일곱분辁 민망한 쇼지발괄 한 장 알외나이다∼」(960) 등이 수용되어 있다.
그리고 완판 84장본에는 농부들의 등장가(等狀歌)에 우탁(禹倬)의 시조 백발가(白髮歌)가 보이며, 장자백(張子伯) 창본에는 옥중의 춘향이가 밤에 찾아온 어사를 보고 유언하는 내용에 임제(林悌)가 황진이(黃眞伊)의 무덤 앞에서 불렀다는 「셷초 우거진듸 안져난야 누웠는야∼」(2087)가 수용되어 이색적이다. 이상 춘향가에 수용된 모든 시조는 춘향가가 시조에서 차용한 것이다.
수궁가 중 토끼가 독수리에게 잡혔다가 독수리를 속여 바위틈 속으로 들어간 후 시조(세월이 여류하여)를 부른다.
그리고 심청가와 수궁가에는 소상팔경을 노래한 「범피중류」라는 가요에 사설시조 세 수가 나오는데, 이것은 사설시조가 판소리의 「범피중류」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범피중류」는 첫 부분인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중간부분인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라∼」, 뒷부분인 「오호로 돌아드니 범려는 간 곳 없고∼」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사설시조에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광대들이 부르는 판소리에 가객들이 부르는 시조가 차용된 배경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광대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판소리가 서민층을 기반으로 성장한 구비연행물(口碑連行物)이라는 열등감(劣等感)을 극복하기 위하여, 판소리에 한시, 중국 고사, 한문투의 단가, 시조, 가사등 양반문학적 취향의 내용을 과감히 수용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둘째, 판소리 광대와 시조 가객의 교유관계를 생각해 볼 수있다.
그 실례로 가객 안민영(安玟英) (1816-1885?)은 가유행각(歌遊行脚)을 하는 도중 1842년 가을에 판소리 명창 주덕기(朱德基)를 데리고 운봉의 송흥록(宋興祿)의 집을 방문하여, 마침 그곳에 와 있던 신만엽(申萬燁)·김계철(金啓哲)·송계학(宋啓學) 등의 명창들과 수십 일을 함께 머물면서 서로 질탕하게 즐겼다는 사실에서 19세기 초·중엽에 광대들과 가객들 사이에 격의없는 교유가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시조는 자연스럽게 판소리에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판소리와 12가사
12가사란 수양산가(首陽山歌), 양양가(襄陽歌), 처사가(處士歌), 권주가(權酒歌), 매화가(梅花歌), 백구사(白鷗詞), 어부사(漁父詞), 죽지사(竹枝詞), 황계사(黃鷄詞), 상사별곡(相思別曲), 춘면곡(春眠曲), 길군악을 말한다. 12가사는 판소리 가운데 춘향가에만 나오는데, 황계사, 권주사, 죽지사, 상사별곡, 춘면곡, 어부사, 백구사, 처사가의 8개가 보인다. 이중 황계사가 가장 많은 이본에 수용되어 있다.
「황계사」는 춘향전의 이본에 따라 춘향의 이별가나 옥중자탄가에 나온다. 춘향은 이별장면이나 옥중에서 「인제 가면 언계 오랴오 봉내 방장 영주 삼산 평지가 되거든 오랴시요 동셔남북 사해바대 육지 되면 오랴시요 평풍의 긔린 황게 자른 목질게 빼여 꼭교 울거든 오랴시요∼」식으로 자신의 서술 속에「황계사」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여 노래한다.
기존의 권주가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춘향가에 수용된 것은 12가사중의 「권주가」이다. 「권주가」는 춘향전 경판 35장본, 경판 30장본, 경판 16장본, 남원고사 등 경판계열본에서 첫날밤 춘향이가 이 도령에게 술을 권하며 부른다. 그리고 경판 30장본 중 본관 생일연에서도 기생이 부르는 12가사 「권주가」가 나온다.
「죽지사」는 춘향전 완판 30장본에 「건곤(乾坤)이 불로월장재(不老月長在)하니 적막강산(寂寞江山)이 금백년(今百年)이로다」하는 첫 부분만 나온다.
12가사가 가장 많이 수용된 것은 경판 30장본과 남원고사이다. 경판 30장본에는 「황계사」, 「권주가」이외에, 본관 생일연에서 기생이 「상사별곡」, 「춘면곡」, 「어부사」, 「백구사」를 부른다. 남원고사에는 춘향이 매를 맞고 옥에 갇힌 후, 왈자들이 「춘면곡」, 「어부사」, 「백구사」, 「처사가」를 부른다.
그외에 12가사는 아니지만, 남원고사 춘향의 자탄가 대목에 정철(鄭澈)의 가사 사미인곡(,思美人曲)이 보인다.
이상에서 「황계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12가사가 춘항전 경판본 계열에 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가곡과 가사를 부르던 가객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가단을 만들어 활동했기 때문에, 경판본을 판각하면서 서울지역의 독자들을 의식하여 당시 널리 불리던 12가사를 차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판소리와 12잡가
12잡가란 유산가(遊山歌) , 적벽가(赤壁歌), 제비가, 평양가(平壤歌), 선유가(船遊歌), 출인가(出引歌), 방물가(房物歌), 월령가(月齡歌, 달거리), 소춘향가(小春香歌), 집장가(執杖歌), 십장가(十杖歌), 형장가(刑杖歌)를 말한다. 이 12잡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순수한 서민층의 노래로서 긴잡가라고도 하는데, 1840년대 무렵부터 성창된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 중에 판소리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 상당히 많은 점으로 보아, 대부분 판소리의 밀접한 영향 아래 성장한 노래임을 알 수 있다.
「운산가」는 경판본 계열 춘향전의 산천경개풀이에서 그 내용의 일부를 엿볼수 있다. 또한 「유산가」의 뒷부분인 「시내유수난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주루루루루 저 골 물이 콸콸열의 열두 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요런 경개가 또 있나」 라는 내용은 남도잡가 「새타령」의 앞부분 및 수궁가 「교고친변」대목의 뒷부분과 동일하며,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황성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시내에서 목욕하는 장면에도 나온다. 이 부분은 「유산가」 중에서도 아주 흥이 나는 대목인데, 산천의 경치를 묘사하는 장면에 자주 차용되는 것이다.
「적벽가」는 바로 판소리 적벽가 내용 중 화용도에서 관우(關羽)가 조조(曹操)를 꾸짖고 놓아주는 장면을 노래한 것이다.
「제비가」는 연자가(檠子歌) 라고도 부르며, 그 첫 부분인「만첩청산 늙은 범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는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 중 송광록(宋光錄)이 지었다는 「긴사랑가」의 첫 머리와 같고, 중간 부분인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부터는 흥보가에서 놀보가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 대목과 그 내용이 일치한다. 놀보가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 대목은 명창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의 더늠(장기)으로 전하는데, 오늘날의 창자들도 모두 이 대목을 부를 때에는 옛날 명창 권 선생의 덜렁제로 부르겠다고 소개한다. 따라서 「제비가」는 흥보가의 영향 아래 생긴 잡가임을 알 수 있다.
「평양가」의 첫 부분인 「갈까보다 가리 갈까보다」는 춘향가에서 춘향이 한양으로 떠난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갈가부다타령」의 첫 부분과 일치한다.
「출인가」의 첫 부분인 「풋고추 절이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황소주 꿀타 향단이 들려 오리정으로 나간다」는 춘향이가 이도령과 이별하기 위하여 오리정으로 나가는 대목을 노래한 것이다. 춘향전 이본 중 이명선(李明善) 본과 신학균(申學均)본의 내용이 「출인가」와 가장 유사하다.
「방물가」의 첫 부분도 춘향과 이도령의 이별을 다루고 있으며, 중간에 여자에게 소용되는 패물과 잡화를 줏어섬기는 내용은 배비장전에서 정비장이 애랑에게 물건을 뜯기는 내용을 연상시킨다.
「달거리」에도 춘향의 이름이 나오며, 상사(相思)의 정을 읊은 내용은 이별 후의 춘향이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내용과 유사하다.
「소춘향가」는 춘향이 광한루에서 이 도령에게 자기 집을 가리키는 부분을 노래한 것이다. 타본에서는 방자가 춘향의 집을 가리키지만, 경판 35장본, 경판 30장본, 남원고사, 신학균본, 박기홍 창본에서는 춘향이가 직접 자기 집을 가리킨다. 시조집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 1863년, 石洞新刊)에 「소춘향가」가 보인다.
「집장가」는 춘향가에서 춘향이를 형틀에 올려 놓고 매를 때리려고 집장군노가 형장을 고르는 내용이다. 집장군노가 우쭐거리는 거동과 매를 치는 동작을 판소리 춘향가보다 약간 과장하였을 뿐, 바로 춘향가의 한 대목을 따서 부르고 있다.
「십장가」는 춘향가에서 「집장가」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인데, 춘항이가 매를 맞으면서 매 한대에 한 마루씩 변치 않는 자신의 굳은 마음을 노래하는 대목이다. 춘향전 이본에 따라서 십장가 대목은 구체적 사설이 상당히 다양한 내용을 보인다. 12잡가로 불리는 「십장가」도 사람에 따라 사설을 약간 다르게 불렀다고 한다.
「형장가」는 춘향가의 순서대로 하면 집장가·십장가 다음에 이어지는 노래이다. 「형장가」는 춘향이가 매 맞는 것을 안타까와 하는 구경꾼의 동정과 수청을 허락하라고 권고하는 춘향모의 회유, 그리고 조금도 굽힘 없이 항거하는 춘향의 모습을 짜맞춘 노래이다.
이상의 12잡가 이외에도 판소리에는 여러 종류의 잡가가 보인다. 춘향전 완판 84장본에는 이별장면의 춘향의 자탄가에「고상사별곡」(古相思別曲), 남원고사에는 춘향이 옥에 갇힌 후 왈자가 부르는 경기잡가 「신선가」(神仙歌), 춘향전 이명선본에는 산천경개풀이 대목에 남도잡가 「새타령」이 수용되어 있다. 춘향가 이선유(李善有) 창본에는 춘향을 잡으러 가는 군노사령이 부르는 「매화타령」(梅花打令)의 일부가 보인다.
변강쇠가에는 사당이 부르는 잡가(녹양방초∼)가 보이며, 서울 잡가 「변강쇠타령」은 바로 변강쇠가에서 유래한 것이다.
서울 잡가 「토까화상」은 수궁가에서 토끼의 화상을 그리는 대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판소리의 허두가인 단가로도 불린다.
서울 잡가 「비단타령」은 흥보가의 박에서 나온 비단을 노래하는 대목과 유사하며, 무가에도 보인다. 이 노래도 흥보가의 비단타령에서 유래한 듯하다.
그리고 서도창중 「공명가」, 「별조공명가」, 「사설공명가」는 적벽가의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여 부르는 가요이다.
「공명가」는 공명이 동남풍을 빈 후 배를 타고 하구로 가는것을 서성(徐盛)과 정봉(鄭奉)이 추격하였으나 결국 놓치는 내용이다.
「별조공명가」는 공명가를 좀 더 자세하게 부욘하였다.
「사설공명가」(辭說孔明歌)는 공명이 남병산에 올라 동남풍을 빌며 축문을 읽는 대목을 노래한 것이다.
판소리 사이의 교섭
판소리 열두 마당 중 사설이 남아있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가, 배비장전, 옹고집전 사이에 많은 가요와 사설단위가 교섭하고 있다.
춘향가 중 가장 많은 가요와 사설단위가 수용된 것은 남원고사로 67개가 보이며, 가장 적게 수용된 것은 신재효 동창으로 16개이며, 다음이 신재효 남창으로 31개이다. 그리고 춘향가·춘향전 18종 가운데 나타나는 별개의 가요와 사설단위는 모두 130여 개이다. <도표2 참조>
<도표2 판소리에 수용된 가요와 사설단위의 수>
춘향가 |
심청가 |
흥보가 |
수궁가 |
적벽가 |
변강쇠가 |
배비장전 |
옹고집전 |
16∼67 |
27 |
29 |
15 |
14 |
42 |
25 |
10 |
「기자(祈子)사설」은 춘향전 완판 84장본 중 월매가 지리산 반야봉에 올라가서 자식 낳기를 기도하는 대목과 심청가 중 곽씨부인이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공을 드리는 대목에 나온다.
「태몽사설」은 춘향가 신재효본(남창)·완판 84장본·김연수 창본 중 월매가 꿈꾸는 장면과 심청가 중 곽씨부인이 꿈꾸는 장면에 나온다. 춘향가와 심청가의 「태몽사설」을 비교하면, 서술하는 내용과 서술방식이 매우 유사하여 유형화된 사설단위임이 드러난다. 「기자사설」과 「태몽사설」은 원래 문장체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것인데, 판소리가 차용한 것이다. 특히 춘향가의 「태몽사설」은 신재효가 개작하면서 삽입시킨 것인데, 이것이 후대의 완판 84장본과 김연수 창본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목욕사설」은 지금까지 밝혀진 춘향가 이본 중 최고본(最高本)인 만화본 춘향가(영조 30넌, 1754년)에 처음 보이며, 후대본 중에는 오직 고대본에만 나온다. 이 사설은 춘향이가 그네를 뛰고 냇가로 내려가서 목욕하는 장면에 수용되었는데, 배비장전에서 애랑이가 배비장을 유혹하려고 목욕하는 장면의 사설과 매우 유사하다.
「사랑가」는 춘향가 중 춘향과 이도령의 초야장면에 나온다. 춘향가 이본 18종 중에는 ∼같이 ∼한 사랑, 송광록의 긴사랑가, 고순관의 잦은사랑가, 덕자노래, 비점가, 음양가, 인자타령, 연자티령, 시조(569), 서방타령, 금옥사설, 탈승자노래, 정자노래, 궁자노래, 애자노래, 낭군타령, 신재효 창작 양반사랑가 등 20여 개의 사랑가가 보이는데, 각 이본은 이들 중 몇 개를 짜맞춰서 사랑가 대목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이본에 공통적인 사랑가는 「∼갈이 ∼한 사랑」으로 열거되는 노래이다. 수궁가 계열 필사본 중 토끼가 용궁에서 자라부인과 동침하는 장면이 설정된 일사본 「별주부전」·가람본「토별가」·조동일본 「별주젼」 등에도 토끼가 자라부인을 안고「∼같이 ∼한사람」을 부른다. 「변강쇠가」중 강쇠와 옹녀가 처음 만난 장면에서 서로 「기물타령」과 「사랑가」를 부르는데, 강쇠의 사랑가는 신재효의 창작과 고순관의 「잦은사랑가」이며, 웅녀의 사랑가는 「∼같이 ∼한사람」이다.
「정체화인형사설」은 춘향가에서 그네 뛰는 춘향을 보고 이도령이 방자에게 금이냐, 옥이냐, 선녀냐, 숙낭자냐, 해당화냐‥‥‥ 묻다가 결국 퇴기 월매 딸 춘향이임을 확인하는 사설인데, 보통 「금옥사설」이라고 부른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는 유형화된 사설단위가 판소리와 가면극에서 많이 발견된다. 춘향가만 해도 추천장면 이외에 사랑가 대목의 어붐질노래에도 「금욕사설」이 보인다. 배비장전 중 애랑이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배비장이 방자에게 애랑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설도 「금옥사설」인데 춘향가의 내용과 동일하다. 심청가 중 심청이가용궁으로부터 꽃에 싸여 인당수에 다시 올라온 후, 그곳을 지나던 상인들이 꽃의 정체를 확인하는 장면에 역시 「금옥사설」이 수용되어 있다.
「금옥사설」은 아니지만 춘향가 중 장자백 창본에서는 어사가 춘향의 집에 찾아가자 월매가 어사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설이 보이며, 남원고사에서는 이도령이 춘향방의 거문고를 확인하는 사설이 나온다. 수궁가 중 호랑이가 자라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설과 수궁에서 나졸들이 토끼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설이 있다. 그리고 배비장전에서도 궤 속에 든 배비장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설이 보인다.
「기산영수」는 춘향가 중 이도령이 광한루로 나가기 전에 자신이 경치 구경 나가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하며 부르는 노래로 이명선본, 장자백·이선유·김연수·조상현 창본에 나온다. 「기산영수 별건곤 소부·허유 놀아있고」로 시작되는 이 가요는 경판 계열에는 나오지 않는다. 완판본은 모두 「시중천자 이태백은 채석강에 놀아있고」로 시작되는데, 사설이 변이되었다. 옹고집전 중 옹고집이 그 어미를 박대하는 장면에 「백전백승 초패왕도 오강에 죽어있고」 식으로 「∼죽어있고」로 사설이 변이되어 열거된다.
이러한 현상은 판소리에 수용된 대부분의 가요와 사설단위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춘향가 계열의 경판본, 완판본, 필사본, 창사본에서 마치 별개의 작품처럼 사설이 변이되는 것은 이러한 가요와 사설단위의 유동성에도 큰 원인이 있다.
「거 누가 날 찾나」는 춘향가 중 옥중에 갇힌 춘향이가 밤에 찾아온 어사를 몰라보고 부르는 것 (완판 33장본, 남원고사, 경판 35장본, 경판 30장본, 이명선본, 박기홍 창본)과 어사가 춘향집에 찾아왔을 때 월매가 부르는 것(김연수 창본)이 있다. 수궁가에서는 육지에 올라온 자라가 토끼를 부르자, 토끼가 이노래를 부르면서 나타난다.
「권주가」는 춘향가 중 초야장면에서 춘향이가 이도령에게 술을 권하며 부르는것 (경판 35장본, 경판 30장본, 경판 16장본, 남원고사)과 본관 생일연에서 기생이 부르는 것 (경판 30장본, 신학균본)이 있다. 옹고집전 중 가짜 옹고집이 소송에 이긴 후 술상을 차린 장면에도 「권주가」가 보인다. 판소리에 수용된 것은 모두 12가사 「권주가」이다. 다만 대부분의 춘향가 중 본관 생일연에서 기생이 부르는 욕설권주가는 춘향가에서 창작된 것이다.
「주효사설」은 음식상에 놓인 것들을 열거하는 유형화된 사설단위이다. 춘향가 중 초야장면에 「기명사설+술병사설+술사설+음식사설」로 짜인 「주효사설」이 항상 나온다. 고대본과 신학균본에는 본관 생일연에도 이 사설이 나온다. 그리고 흥보가 중 흥보가 부자가 된 후 놀보가 찾아와 술상을 차린 장면에 「주효사설」이 보인다. 배비장전 중 목욕하던 애랑이가 배비장을 유혹하며 술상을 차리는 대목에 간단한 「주효사설」이 수용되었다.
「집사설」은 춘향가의 춘향집사설, 흥보가의 흥보집사설, 옹고집전의 옹고집집사설이 보인다. 이 사설은 무가의 성주굿에 그 원류가 있다.
「세간사설」은 춘향가 중 춘향방의 세간, 흥보가 중 흥보집의 세간, 옹고집전 중 옹고집 집의 세간을 읊은 것이다. 배비장전에서는 정비장이 애랑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애랑의 간교에 빠져 온갖 세간을 애랑에게 빼앗기는 내용이 매우 부연되었다.
「신연맞이행렬사설」은 춘향가와 배비장전에서 신관이 부임하는 장면에 보이는데, 적벽가의 청도기행렬사설도 이와 유사하다.
「노정기」는 춘향가의 신관노정기와 어사노정기가 있고, 배비장전의 신관노정기는 춘향가와 유사하다. 그외에 흥보가의「제비노정기」, 변강쇠가의 「옹녀노정기」, 무가의 「마마노정기」등이 있는데, 구체적인 사설은 다르지만 모두 유사한 서술방식을 보여 준다.
「기생점고」는 춘향가 중 모든 이본에서 신관으로 도임한 변학도가 기생을 점고하는 유형화된 사설단위이다. 각 이본에 따라 기생의 수와 이름이 다르므로 사설도 많이 변이된다. 그러나 기생이름 앞에 「위성조우 읍경진하니 객사청청 유색이」 식으로 기생의 이름을 풀이하는 서술방식은 모두 동일하다. 남원고사에서는 어사출도 후에 어사가 기생을 점고하는 내용이 덧붙여 있다. 배비장전에서도 신관이 기생을 점고하는데, 기생의 이름이 모두 춘향가에 두루 나타나는 것들이며 서술방식도 동일하다. 흥보가중의 「제비점고」와 적벽가 중의 「군사점고」도 서술방식은 「기생점고」와 유사하다.
「돈타령」은 흥보가 중 흥보가 매품팔이 하기로 하고 돈 닷냥을 받아와서 부르는 것과 박에서 돈이 나오자 부르는 것이 있다. 춘향가 중에는 오직 조상현 창본에서 춘향을 잡으러 왔던 군노사령이 춘향에게 돈을 받고 부르는 「돈타령」이 보이는데, 흥보가의 것을 차용한 것이다.
「꽃타령」은 춘향가 중 춘항집의 정원사설과 「산천경개풀이」및 심청가 중 송나라 천자의 뜰에 심은 화초를 묘사하는 장면에 나오는데, 「기생점고」에서 기생이름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꽃이름을 수식하고 있다.
「어이가리너타령」은 먼 길을 떠나는 행인이 부르는 길노래이다. 춘향가 중 한양으로 심부름 가는 방자가 부르는데, 심청가 중 심봉사가 황성으로 올라가며 부르는 「어이가리너타령」도 춘향가와 동일한 것이다.
「짝타령」은 「바리가」라고도 부른다. 어떤 인물과 인물을 서로 짝을 짓게 한 후, 다른 한 인물로 웃짐을 치고 또 한 인물로 말을 몰리게 하는데, 역대 문장들의 명구만을 골라서 서술한 후 그 다음에 사람의 이름을 제시한다. 춘향가 중 경판 35장본, 남원거사, 고대본, 이명선본에서 「중랴‥.동정추월 같고 녹파부용 같은 춘향으로 한 짝 치고, 낙양과객 풍류호사 이도령으로 한 짝 치고, 종기를 기우하니 주류수이하참하던 거문고로 웃짐쳐서, 화란춘성의 만화방창할 제 월하승 되던 방자놈으로 말 몰려라」 식으로 마지막 부분을 변이시켰다. 변강쇠가 중 강쇠를 장사지내는 장면에서 가얏고 놀던 사람이 「짝타령」의 일부를 부른다. 「짝타령」은 판소리 단가로도 불리는데, 사설이 매우 길다.
「갈가부다타령」은 춘향가 중 신관이 기생을 점고한 후에 나온다. 신관의 명령으로 군노사령이 춘향이를 잡으러 가는 동안, 집에 있던 춘향이는 그런 사정을 모르고 이도령 생각이 간절하여 이 노래를 부른다. 완판 84장본, 장자백 창본, 김연수 창본, 김여란 창본, 조상현 창본은 「갈가부다타령」이 사설시조(825, 바람도 쉬어 넘고)와 함께 짜였고, 이선유 창본은 상사곡과 함께 짜였다. 변강쇠가 중 변강쇠를 장사지내는 장면에서 사당이 부르는 노래 중에도 「갈가부다타령」이 보인다.「이별가」는 춘향가 중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장면에서 부르는데, 이본에 따라 수용된 노래가 차이를 보인다. 「음양가」, 「이별종류」, 「황계사」, 「절자노래」, 「구구풀이」, 「글자풀이」등이 이별장면에 나온다. 심청가 중 심청이가 심봉사와 헤어질 일을 생각하며 부르는 「이별가」는 「이별종류」로, 이 노래는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여 모자이별, 형제이별, 붕우이별 등 이별의 종류를 서술한다. 배비장전 중 애락이와 정비장의 이별대목도 상당히 부연되었는데, 정비장의 「음양가」, 애랑의「글자풀이」와 「상사곡」이 나온다.
「황릉묘사설」은 춘향가 중 완판 33장본, 완판 84장본, 이명 선본, 장자백 창본, 박기홍 창본, 이선유 창본, 김연수 창본, 김여란 창본, 조상현 창본에서 옥중에 갇힌 춘향이가 황릉묘로 가는 꿈을 꾼장면에 나온다. 이것이 심청가 중 심청이가 상인들의 배에 실려 인당수로 가는 동안 「범피중류」에 이어서 나온다.
「농부가」는 원래 민요인데, 춘향가 중 어사가 남원으로 들어오는 지경에서 농부들이 부른다. 춘향가에 수용된 「농부가」는 지금도 농촌에서 전승되고 있다. 당시 널리 불리던 「농부가」를 광대들이 차용한 것이다. 변강쇠가 중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면서, 초동들이 부르는 「농부가」를 듣는다.
「아기 어르는 노래」는 심청가 중 심봉사가 배고파 우는 심청이를 달래며 부른다. 옹고집전 중 옹고집이 어미를 박대하자, 그 어미가 냉돌방에 누워 울면서 이 노래를 삽입하여 옹고집에게 하소연한다.
「약성가」는 수궁가 중 용왕이 병든 후에 도사가 나타나서 진찰하는 장면에 수용되었는데, 이본에 따라 그 내용이 차이를 보인다. 변강쇠가 중 강쇠가 장승을 패서 불을 때고 난 후 장승동증으로 병든 장면에도 「약성가」가 나온다. 그런데 약성가는 광의의 약성가와 협의의 약성가가 있다. 전자는 의원이 진찰하는 모든 처방으로 「진맥사설+처방약사설+익성가+침사설+진맥사설」로 짜였고, 후자는 약초의 성분을 사언사구(四言四句)로 풀이하는 한문사설이다. 수궁가와 변강쇠가에 수용된 것은 광의의 약성가인데, 그 속에 협의의 약성가도 들어 있다.
「심술사설」은 흥보가 중 놀보의 「심술사설」이 대표적인데, 옹고집전 중 옹고집의 악행에도 일부 보인다. 그런데 놀보가 부리는 심술은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삼강오륜에는 저촉되지 않는 내용으로 유교적·규범적 윤리의 밖에 있는 것이 주목된다.
「중타령」은 심청가 중 심봉사가 개천에 빠진 후 몽은사 화주승이 나타나는 장면과 흥보가 중 쫓겨난 흥보의 집터를 잡아주는 중이 나타나는 장면에 나오는 가요이다. 그 원류는 무가중 「당금애기」에 있는 듯하다. 심청가, 흥보가, 무가의 중타령은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범피중류」는 심청가 중 선인들이 심청을 배에 태우고 인당수로 가는 장면과 수궁가 중 자라가 토끼를 태우고 용궁으로 가는 장면에 나온다. 이 노래는 판소리에서 아주 유명한 부분으로서 단가로도 불린다.
「상여소리」는 원래 민요로서 상여를 내갈 때 상두꾼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심청가 중 곽씨부인을 장사지내는 장면과 변강쇠가 중 강쇠를 장사지내는 장면에 나온다. 흥보가에서는 놀보박에서 상여가 나오면서, 배비장전에서는 궤 속에 든 배비장을 메고 가며 「상여소리 」를 부른다.
「방아타령」은 원래 민요로서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는 노동요이다. 심청가 중 황성으로 올라가던 심봉사가 방아를 찧어주며 부르며, 변강쇠가 중 변강쇠가 나무하러 가는 도중에 초동이 부르는 것과 강쇠를 장사지내는 장면에서 사당이 부르는 것이 있다.
「점복사설」은 민간신앙요로서 봉사들이 점을 보는 사설에 그 원류가 있다. 춘향가 중 춘향이가 옥중에서 꿈을 꾼 후 허봉사를 불러서 해몽하는 장면과 변강쇠가 중 강쇠가 병이 든 후 웅녀가 봉사를 찾아가서 점을 보는 장면에 나온다.
「치성사설」도 민간신앙요로서 「축원사설」이라고도 불린다. 춘향가 중 월매가 이도령이 어사가 되어 내려오기를 축원하는 장면, 심청가 중 심청이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해 달라고 축원하는 장면, 수궁가 중 자라가 토끼를 찾게 해 달라고 산신제를 지내는 잡연, 변강쇠가 중 웅녀가 강쇠를 장사지내는 장면에「치성사설」이 수용되었다.
「고사시설」도 민간신앙요로서 고사를 지내며 읊는 유형화된 사설단위이다. 심청가 중 선인들이 지내는 뱃고사, 배비장전 중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도중 사공이 지내는 뱃고사, 변강쇠가 중 강쇠를 장사지내는 도중에 나타난 초라니의 고사가 보인다.
「각설이타령」은 원래 각설이 패들이 부르는 민요에 그 원류가 있다. 흥보가 중 놀보박에서 나온각설이패들이 「각설이타령」을 부르며, 변강쇠가 중 강쇠가 죽은 후 장사지내는 과정에서 나타난 각설이패들이 「장타령」과 「각설이타령」을 부른다.
「인물치레」는 모든 판소리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생김과 성품을 묘사하는 것인데, 상당히 유형화된 사설단위로서 자주 쓰이고 있다.
「복색사설」도 모든 판소리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복색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묘사하는 사설단위이다. 춘향가 중 춘향, 이도령, 방자, 어사, 신관, 신연하인, 군노사령 ; 흥보가 중 흥보, 흥보마누라 ; 변강쇠가 중 강쇠, 초라니, 풍각쟁이의 「복색사설」 등 판소리에서 흔히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