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서울 올림픽 문화예술축전

신선한 충격, 한마당 큰 잔치




동서현대도예전

불과 흙의 미학인 도예를 통해 동·서양의 조형적 동질성과 이질성을 확인케 한 「동서현대도예전」이 9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 한 달간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전시되었다.

문예진흥원이 서울올림픽을 기념, 문화예술축전의 하나로 기획 개최한 이번 전시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스웨덴, 미국 등 7개국에서 외국작가 79명과 국내작가 26명 등 대거 참가, 총 1백 56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미국 현대도예운동을 주도한 피터 불코스를 비롯해 엔리케 메스트레(스페인), 피에르 바일르(프랑스), 앵거스 서티(영국), 카를로 자우리(이탈리아), 안나 에일러트(스웨덴), 사토 고우헤이(일본) 등 세계적으로 그 예술성을 인정받는 현대도예가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미술의 확산과정에서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흙」이란 조형수단을 택한 현대도예의 발상지인 유럽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본격 소개됐다는 점에서 미국 중심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현대도예계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로 받아들여져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 각국에서 출품한 작품 가운데는 추상조각을 연상시키는 도예작품을 비롯해 회화적 이미지를 담은 채색도예, 하이퍼리얼리즘 계통의 극사실적 표현을 한 작품, 인체나 재료 자체를 조형대상으로 삼은 것 등이 눈에 띄어 현대 도예의 세계적 추세를 한 눈에 볼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한국 출품작가로는 정담순, 임무근, 손정리, 이일로, 한길홍, 신광석, 권오훈, 서동희, 장수홍, 한봉림, 황현숙, 고성종, 오천학, 이수종, 강석영, 이경희, 천복희, 이희선, 남 윤, 배진환, 박경순, 이헤정, 원경환, 곽태영, 전진희, 우관호 등 26명이 참여해 한국도예의 우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 10명, 프랑스 12명, 영국 10명, 이탈리아 6명, 일본 12명, 스웨덴 9명 등이다.

특히 이번 국제전은 스페인 외무부, 프랑스 예술활동협회, 영국 문화원 예술부, 이탈리아 외무부, 일본 국제교류기금, 미국 국제교류협회, 스웨덴 외무부가 추진, 서울올림픽 문화축전에 쏠린 높은 관심을 반증했다.

한편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부곡리 소재 부곡도방에서 열린 국제현대도예 워크숍에는 연일 전국에서 4백∼5백 명의 도예인과 전공학생들이 몰려들어 이 분야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잔치 분위기와 활기를 보였다.

참석자들은 외국작가들의 현장 작업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슬라이드 감상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동서현대도예의 조형적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등 진지함을 보여 주었다.

이 워크숍은 국내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규모의 도예현장 작업이었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도예가 세계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특히 관심도가 높았다. 시범을 보기 위해 서울뿐 아니라 제주, 부산, 목포 등 지방에서까지 교수와 도예전공자들이 모여들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하여, 주최측은 물론 외국작가들을 놀라게 했다.

워크숍을 주재한 작가들로는 영국의 앵거스 서티, 미국의 준 가네코, 이탈리아의 네다 귀디, 스페인의 엔리케 메스트레, 스웨덴의 레나 안데르손, 일본의 미시마 기미요, 한국의 정담순 등 7개 국 7명이었다. 이들은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올림픽이 아니면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 작가들이다.

부곡도예연구소장 신상호가 제공한 신축작업 현장에서 3일간 제작 시범을 보인 외국작가들은 이번 워크숍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영국 작가 앵커스 서티는 「내가 무엇을 보여주었다기보다는, 한국 학생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웨덴의 안데르손도 「시설과 분위기도 좋았지만 참가자들의 열의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 곳에서의 3일간 작업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며 고국에 가서 전부를 알리겠다」고 자못 흥분된 어조로 말하였다.

일본의 미시마는 「한국에 이런 훌륭한 환경의 작업장이 있다는 데 놀랐지만 도예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미국의 가네코는 「이번 같은 국제규모의 워크숍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많은 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작업상 개인적으로 못했던 숙제에 대해 많은 해답을 얻었고 한국 현대도예를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여류작가 네다 귀디는 「동서양의 공통재료인 흙을 통해 각국의 다양한 조형언어를 발견하고, 흙의 진실을 서로 확인해 본 유익한 기회였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국내 참가자들의 반응도 이에 못지 않았다. 「그 동안 미국이나 일본의 도예정보는 접할 수 있었으나 유럽 쪽은 없었는데, 이번 워크숍은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의 현대도예 흐름과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라며 「생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감각이 우리와 통하는 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을 주도했던 신상호는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도예계에서 일찍이 없었던 경사가 처음 이루어졌다」며 「전통과 현대의 모호한 위치에서 고민하던 한국 도예에 분수령을 이루는 계기가 됐으며, 도예인들끼리도 지연-학연을 떠나 결속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크숍에 동참했던 한 학생은 「조형성과 기법을 직접 체득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외국작가들 간에는 불꽃 튀는 경쟁도 벌였는데, 가네코는 2미터가 넘는 대작을 만들었고, 어떤 작가는 침식을 잊은 채 제작에 전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의 완성작품은 문예진흥원에 기증됐는데, 외국작가들은 이 행사를 계기로 올림픽 때마다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워크숍에는 3일 동안 연인원 1천 5백 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는 한국 도예계를 위해서나 세계의 많은 도예가들을 위해 꼭 필요한, 도예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도자기 예술의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도예인들의 우의를 다지고 상호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와 워크숍은 동서양 도예의 흐름과 특색을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동서현대도에전 전시 기잔 중 세미나 및 워크숍을 개최함으로써 구미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한국 현대공예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평하였다.

한편 서울 올림픽 문예축전 평가단의 일원인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우리 미술계가 처음 대하는 국제규모의 전시회로 내용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짜임새가 모자라 현대미술의 경향을 보다 폭넓고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단지 동서현대도예전은 기획도 참신하고 작품도 도자오브제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어 지금까지의 도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88 서울국제무용제

서울올림픽 문화축전 공식행사의 하나로 88 서울국제무용제가 8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문예회관, 국립극장, 리틀앤젤스 예술회관 등에서 펼쳐졌다.

이번 행사에는 헝가리, 스페인, 캐나다, 미국, 영국 등 외국 5개 단체와 국내 11개 단체가 참가하였고, 한편 소련이 자랑하는 볼쇼이발레단과 소련 스타들이 따로 화려한 무대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서울국제무용제의 개막 첫 작품인 국립발레단의 3막 발레 「왕자 호동」은 한국인의 가슴속에 자리한 가장 장엄하고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연을 발레로 꾸민 것이다. 두 남녀의 사랑과 자명고에 얽힌 전설적인 역사를 한국적 소재로 선택하여 세계인에게 심어주었다는 점에 자못 의미가 크다

출연 무용수 60명 가운데 22명이 남성으로 남성무용수의 비율이 여타 고전발레에 비해 높고, 남성군무가 눈에 띄었다.

역시 국내작품 중 하나인 서울시립무용단의 「고리」는 5천년 묵은 지네가 허물을 벗고 인간이 되어 사랑을 이루고자 몸부림치는 우리나라 토속의 지네전설을 통해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외국초청 단체 중 첫째 테이프를 끊은 것은 스페인 마리아로사 무용단이었다.

이 무용단은 스페인의 고전음악에 맞춘 「알레그로드 콘체르토」, 「알메리아」, 「카르멘」 등 발레와 아라곤 지방의 민속무용 「아라곤」, 「세레나의 꿈」, 「고독」 등의 플라멩고 춤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2시간 반 동안 열린 공연에서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스페인 단체무용의 힘찬 발놀림과 정교한 손동작, 짙은 표현력에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8월 30일과 31일 국립극장 무대에 펼쳐진 워싱턴 발레단의 세 편의 창작발레는 각기 고전발레 기교에 충실하면서 현대적 율동의 비율을 높여간 작품들이었다.

「더블 콘트라스트」는 「이중의 대조」라는 작품제목의 뜻이 말해주는 각각 6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흰색과 검은색의 의상으로 엇갈리는 안무를 통해 「대조」를 표현했다. 싱가포르 태생의 상임안무가 고추산이 창작한 이 작품은 고전발레의 정형 속에서 창조성과 상상력을 가미시킨 수작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공연의 중간 부분을 장식한 「밤의 열기속으로」는 역시 고추산의 작품으로 밤을 연상시키는 달무리가 무대의 배경을 이룬 가운데 박진감 있고 웅장한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교향곡 1번을 무대음악으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펼쳐 보였다. 역시 고전발레 테크닉이 기본을 이루고 있으나 첫 번째 작품보다는 현대적 요소를 더 강조한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 「타임아웃」은 세 편중 가장 현대적인 안무로 브레이크 댄스와 재즈발레의 요소가 많이 담긴 흥겨운 무대였다.

무용수들의 복장도 빨강, 파랑, 흰색 등 강렬하고 산뜻한 대조를 이뤄 발랄하고 젊음이 넘치는 무대로 꾸며졌다.

한편 캐나다의 토론토 무용단은 현란한 조명이나 화려한 의상 없이 순수한 몸 동작에 역점을 둔 무대였다.

때문에 무용기교나 일사불란한 군무가 주는 짜릿한 감동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을 안겨주었을지 모르나 「테크닉」보다는 「표현」에 치중한 예술성은 단연 돋보였다.

코렐리, 바하, 비발디 동 바로크 작곡가들의 음악에 맞춘 「바로크 조곡」은 고전발레의 테두리 속에서 현대성을 가미한 우아한 작품으로, 12명의 무용수가 알몸을 연상시키는 연한 살색의 의상으로 발끝으로 가볍게 뛰는 동작의 연속인 독특한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소프라노, 엘토, 바리톤, 테너 4명의 솔로와 미사곡 특유의 장중한 합창이 울려 퍼질 땐 무용수 전원이 군무를, 독창이 가미될 때는 지정무용수가 독무를 추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어 색다른 감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영국의 런던 컨템포러리 무용단 공연은 한마디로 지적이고 정숙한 현대 춤의 한 수준을 펼쳤다는 점에서 값진 공연이었다. 그들이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오랜 훈련에서 비롯된 그들 무용수들끼리의 부드러우면서 강한 결합력, 신뢰를 주는 안무작업, 조심스럽고 정성스런 극장 기술의 축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비교적 균등한 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요정 듀엣」이나 「숲 속」은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인, 그리고 댄서들의 부드러운 동작에 의해 무대상의 고요함의 효과를 최대한 노린 작품들이었다.

젊은 안무가인 쇼번 데이비스가 9인의 군무로 펼쳐 보인 「그리고 그들은 행동한다」는 마이클 나이먼의 음악에 의해 경쾌함을 동반하면서 한편으론 예측할 수 없는 톤의 변화에 의해 밝음과 어두움, 인상주의적 경쾌함과 급박한 드라마성의 대비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작품인 로버트 코한 안무의 「무용교실」에서는 런던 컨템포러리의 부드럽고 강인한 훈련법이 드러났다. 그것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춤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현대 춤의 미학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도 했다.

이번 국제무용제에 동구권 국가 중 유일하게 참가한 헝가리 기외르 발레단은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정통발레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이반 마르코가 이끄는 기외르 발레단은 198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개최된 세계연극제에서 제작상을 수상한 단체로 서독의 현대음악 작곡가 칼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음악에 맞춰 태양, 지구, 달 등의 움직임을 정서적으로 표현한 「태양의 연인들」, 슈베르트 음악에 안무를 한 「볼레로」 등 인간의 내면세계를 힘과 열정의 무대로 형상화한 창작 발레 작품을 선보였다.

이 무용단의 공연을 본 무용평론가 김태원은 「춤동작의 측면에서 이반 마르코는 발레의 기본동작과 몇 가지의 자유로운 약식 동작을 사용한 것 이외에는 별 특이한 동작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그는 강한 드라마적 요소를 갖는 음악의 사용과 효과적인 연극적 장면기법, 대칭성을 띤 제의적 춤 구성에 의해 일면 낭만적이며 일면 마력적인 현대발레를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국내 11개 무용단체의 공연은 세계 유명 무용단체와 한 자리에 모였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데, 김숙자, 조흥동 안무의 「오열도」는 사랑의 환희와 파탄 그리고 갈구의 세계를 상징화하고 있는 섬을 무대로 언제나 그리움에 젖고 사랑에 목말라하여 서로가 서로를 부른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정재만 무용단의 「학불림굿」은 동양세계 속에서 상서로운 길조로 표현되는 학과 선비 사이의, 인간과 동물을 초월한 교감세계를 신비롭게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흰옷을 입은 선비들과 마을사람들이 학과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이 동양의 자연관을 대변하였고 인간과 동물의 신비로운 교감과 학을 통해 상징되는 선비정신이 한국 전통 춤사위로 나타났다.

9월 18일과 19일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린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은 안무, 무대장치, 의상 등에서 동서양의 상이한 문화의 만남을 시도한 무대였다.

고전발레의 정형에 얽매이지 않고 탈춤을 안무에 도입한 것, 소나무와 정자, 달 등 한국 전통의 미를 살린 무대장치, 족두리와 대례복의 심청 등은 한국의 고전이 발레로 표현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고 발레기교보다는 스토리 위주의 표현력에 중점을 둔 구성 또한 관객의 호응을 자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육완순 안무의 한국현대무용단의 「물마루」는 물의 요정들이 벌이는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춤의 상상력으로 구현해 보고자 한 작품이었다.

모든 생명의 시원, 무한한 잠재적 포용력을 지닌 물의 철학, 물의 꿈이 수많은 형태적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특히 이번 무대는 두 개의 반투명막, 물빛 조명과 물빛 무용복, 절제된 동작의 안무가 환상적 줄거리를 육체의 언어로 전달하는데 그 효과를 더했다.

이번 행사 참가작품 중 발레작품은 흥정희 발레단·발래블랑의 「장생도」와 애지희의 「시골로 갔더란다」였다.

차범석 작, 홍정희 안무로 무대에 올려진 「장생도」는 한국 예술의 특징이기도 한 유장의 멋에 바탕을 둔 춤이었다. 느린 듯 하면서도 끈기가 있고, 변화가 없는 듯 하면서도 흥미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공연시간 40분의 「장생도」는 발레가 가진 본래의 화려하고 정교한 테크닉의 움직임을 가능한 한 절제하여 표현한 작품이었다.

애지회의 「시골로 갔더란다」는 갈수록 심화되는 농촌과 도시의 불균형 속에서 농촌을 지키는 젊은이들의 건강한 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서술적인 방식을 피해 동작의 표현에 중점을 두어 심리적 갈등부분은 보다 자유로운 현대발레의 기법을, 농촌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위해서 한국 전통무용의 춤사위를 사용했다.

국립무용단은 국수호 작·안무의 「하얀 초상」을 9월 28일과 29일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불교를 신라에 포교한 이차돈의 극적인 생애를 그린 것으로 불교 이전의 고유 토착세력을 표현하는 데에 전통무예와 무속 춤 속에서 안무를 했다.

김복희 김화숙 무용단의 「요석, 신라의 외출」은 한국 민족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불교적 양심을 한국 토양에 맞게 생활화한 원효의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됐다. 지순한 사랑으로 원효를 뒷받침했던 요석의 모습이, 오늘 이 시대의 여성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무대였다.

이번 행사의 마지막은 한국 컨템포러리 무용단의 「틈·터·틀」이 장식했다.

「틈·터·틀」은 음양의 조화, 오행의 질서를 통해 인간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표출한 작품이었다. 즉 어떤 점에 힘이 집중되면 회전이 이루어져 만출력이 생기고 차츰 흡인되어 가노라면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길이 열리며 순환되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틈·터·틀의 3가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서울국제무용제의 공식행사는 아니었지만 소련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볼쇼이발레단의 내한공연은 러시아 고전발레의 우수성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무대였다.

한·소 문화교류에 새 장을 여는 획기적인 공연으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아온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그 동안 말로들을 수밖에 없었던 2백년의 전통을 지닌 볼쇼이의 화려한 명성과 실체를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무대였다.

각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만을 엮어 가른 형식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발레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재미있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나올 때면 관객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40여 일간 펼쳐졌던 서울국제무용제는 그 내용면에 있어서 올림픽을 경축하는 국제적인 수준의 무용제로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무용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초청된 해외 무용팀들이 현대무용의 세계적 조류를 보여줄 만한 정상급 수준의 단체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선보인 춤에 있어서도 개성과 힘에 바탕을 둔 춤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는 안무상의 특성 이외에는 별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

둘째는 국내무용단들이 보여준 작품소재가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이었다는 점이다.

서울국제연극제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예술과 세계의 문화예술이 한마당에서 만난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행사가 벅찬 감격과 아쉬움 속에서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세계 80여 나라 3천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서울에 모여 펼친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축전은 어떤 의미에서 단순한 힘과 기를 겨루는 스포츠 제전 못지 않게 큰 성과를 거두었다.

체력과 기량이 우수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스포츠 축제와는 달리 이번 문화예술축전은 한 나라의 축적된 문화예술 자산과 민족문화의 정통성, 그 예술의 수준 등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경연장이었음을 일면 실감하게 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은 참가국 수에서 최대규모였을 뿐만 아니라 소련, 중국,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우리의 근대사 이후 일찍이 접해 본 적이 없는 공산권 여러 나라의 예술도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동서화합의 한마당이었고 전진과 화합이라는 서울 올림픽 정신에 걸맞은 행사였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우리 것을 세계에 심어주고 세계 정상의 문화예술은 흡수, 소화하는 좋은 여건이었음에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전통예술뿐 아니라 광복 후 눈부시게 성장한 문화역량을 세계문화와 비교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전통문화 발굴 보존작업이 밑거름이 되어 국악·무용·민속놀이 공연과 문화재 전시는 서울에 초대된 세계 문화와의 만남에서 그 의의만으로도 큰 만족이리라.

8월 16일부터 10월 2일까지의 열린 서울국제연극제는 브라질 마쿠나이마 극단의 「쉬까 다 실바」 공연으로부터 시작됐다.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이 무대는 세계 연극무대에서 독특한 연출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툰 필요가 연출한 작품으로 백인의 생활방식과 흑인의 신명이 한데 어우러져, 희극적인 방법으로 주고받는 비극이었다.

개막 무대의 영광을 안은 이 마쿠나이마 극단은 80년 프랑스 낭시에서 대성공을 거둔 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브라질 국내에서도 각종 상을 수상하는 등 영예를 누리고 있다.

「쉬까 디 실바」는 브라질 노예해방 1백주년 및 마쿠나이마 극단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인간의 자유,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마쿠나이마 극단의 연극정신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이 작품은 식민지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비극적인 내용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고 라틴적인 밝고 명랑한 색조로 시중 극을 이끌어갔다.

무대공간을 크게 활용, 시원한 맛이 있었고 연기를 위해 각자의 연기공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연출자는 주로 시각적·청각적 요소에 역점을 두어, 활발하게 표현하였다. 이와 함께 흑백간, 집단과 개인간의 대조가 두드러졌는데 브라질인들의 소박한 의상과 백인들의 화려한 의상, 무대 위의 집단과 개인의 등장이 대조적이었다.

신선하고 긍정적이라는 관객들의 이야기와 함께 끝내 아쉬움으로 남은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미리 그 극의 내용을 분석하여 무대 상단이나 옆에 스크린을 마련하여 자막처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떨칠 수 없었다.

한편, 국내 연극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두 동구권 연극이 브라질의 「쉬까 다실바」에 이어 공연됐다.

우리와는 외교관계가 없는, 문화교류가 끊어진 공산권 국가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큰 공연이었다.

공산권 단체이므로 이데올로기의 냄새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역시 지나친 기우였다. 연극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장르라는 확인을 새삼스럽게 할 수 있었다. 이 두 공구권 연극이 체코슬로바키아 스보시 극단의 「충돌」과 폴란드 가르지나차 극단의 「아바쿰」이었는데, 체코 스보시 극단의 「충돌」은 브라질 마쿠나이마 극단, 폴란드의 기르지니차 극단보다 국내관객들로서는 훨씬 더 많은 호응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특히 이번 외국극단들의 공연 때 자막이 없어 관객들이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던 반면에 스보시 극단의 「충돌」은 자막이 없어도 통하는 연극, 즉 마임극 성격을 띠어 보다 쉽게 극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보시 극단은 전형적 침묵연기인 마르셀 마르소류의 마임과는 다른 소리와 몸짓 등을 이용한 독자적인 마임술을 선보였다.

「충돌」은 교통사고를 당한 두 입원환자가 같은 병실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다시 다투는 과정을 다룬 것으로 연극평론가 유민영은 「충돌」은 상징과 알레고리로 가득 차있으면서도 매우 사실적 기법으로 상황을 묘사해 관중을 열광시켰다고 평하였다.

폴란드 가르지니차 극단의 「아바쿰」은 서구 사실주의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총체극 형식의 실험극으로 한 사제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시종 제(祭)의식으로 진행되었다.

조명을 몇 가지 스포트라이트 외엔 대부분 촛불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고, 쉬지 않고 뛰며 춤추고 노래하는 실험적인 무대로 동구권 연극의 새로운 한 단면을 소개해 준 무대였다.

한편, 이번에 내한공연을 가진 그리스, 프랑스, 일본의 고전극도 동구권 연극에서와 같은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8월 27일과 28일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그리스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 왕」은 정통적인 희랍 비극의 진수를 보여준 수준 높은 무대였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비극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희곡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완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연출의 절제로 비극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오히려 퇴색할 수 있는 비극미를 최대한 살려준 느낌이었다.

이번 무대에선 반사경을 이용한 듯한 단순하며 추상적인 무대장치, 코러스의 움직임 등으로 변화를 주려는 시각화의 노력이 눈길을 끌었고 현대인의 복장을 한 등장인물을 통해 고대와 현대를 연결시키며 오늘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려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2시간 20분 동안 공연된 이 연극은 중간에 무대세트의 전환이 없고 주로 대사로 엮어지기 때문에 그리스말을 모르는 우리로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로 극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는데 관객들은 조금도 지루함 없이 무대에 압도당한 듯한 모습들이었다.

도도한 태도 때문에 비난을 받았던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스 극단의 「서민귀족」은 서양의 격조 높은 무대미학을 선보였다.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은 17세기 프랑스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연극평론가 유민영은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코메디 프랑세스의 무대에서 특별히 돋보인 것은 완벽한 작품해석과 다음으로는 고른 연기력과 앙상블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코메디 프랑세스의 특기는 또한 무대미의 세련이라 하겠다. 고전주의극답게 단일 무대장치였지만, 전체의 고아한 색깔과 또 매우 세련된 의상의 색조가 뛰어난 조화를 이루어주었던 것이다. 그 점은 대소도구에서도 똑같이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연극이 희곡과 배우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무대장치라든가 의상, 음향 등 여러 가지가 잘 조화되어야 완성된다는 점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약 4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극 가부끼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일본 전통 가부끼 3대 고전 중의 하나로 꼽히는 「가나데흔 추신구라」와 부부문제를 다룬 「미가와리 자겐」을 선보였다.

「가나데흔 추신구라」는 억울하게 할복 자살한 성주를 위해 부하들이 복수를 펼치는 무사극으로 총 8시간의 대작이지만 이번에는 1시간 반으로 단축해서 밀도 있게 보여주었으며, 「미가와리 자젠」은 공처가인 남편이 바람을 피워 혼쭐이나는 희극적 내용을 다룬 작품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일본에서 새로 제작한 장치, 의상 등은 컨테이너 3대 분으로 실어와 현지에서와 똑같은 무대를 꾸몄으며 극의 이해를 위해 해설을 곁들이기도 하는 등 일본적 색채를 물씬 풍겨준 이 무대였다.

고도로 양식화된 연기와 과장된 발상, 특이한 분장과 의상 등으로 일본의 시대배경과 생활풍습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로부터 극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으나, 고전을 완벽히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노력은 높이살 만한 점이다.

한편 올해 전국연극제 대상 작품인 「바꼬지」를 시작으로 서울국제연극제 국내 참가팀들의 작품들이 무대에서 올려졌다.

국내 작품 중 제일 먼저 공연된 작품은 안양예술극장의 「바꼬지」로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울려졌다.

「바꼬지」는 제6회 전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과 연출 연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가난한 도시 변두리인들의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린 작품으로서 「공허한 낭만주의 색채를 풍긴 작품」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역사에 대한 문제를 다룬 극단 쎄실의 「불가불가」는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울려졌다.

이 작품은 1987년 한국백상예술대상 및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과거 역사에 대한 재현과 현실적인 무대 위에 관객과 역사를 이중적으로 의식화시킨 작품이다. 무대와 객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과 공간의 확대를 시도, 형상화한 것으로 연극평론가 유민영은 「구한말 국가가 존망의 기로에 섰을 때, 정치인들의 신념 문제를 캐리커쳐한 「불가불가」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고 평하였다.

자유극장의 「피의 결혼」은 번안극으로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남부 항구도시 알메리아 지방에서 발생한 실제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두 집안 사이의 불화, 남자의 질투와 결혼식 날의 신부 유괴, 그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다룬 극이다.

1966년 10월에 발족된 여인극장은 차범석 작, 강유정 연출의 「산불」을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산불」은 리얼리즘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희곡으로, 전쟁의 비극을 온 몸으로 겪어 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통해 지난날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절실하고 집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현대 한국 사회와 극한 상황 속에서 한국 여인들의 삶의 모습들을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진솔한 삶의 의지를 재창출하는데 중심을 두었던 작품이었다.

MBC 마당놀이 「심청전」은 한국 고전작품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서 관객들이 부담 없이 고유의 멋과 흥을 접할 수 있게 하였다. 「효」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인과율로 묶어 희비가 엇갈리고 행이 불행을, 불행이 행을 낳는 모순된 인과의 순환을 엮음으로써 한국적 의식에 바탕을 둔 생의 필연적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9월 6일부터 10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되었다.

인간은 본질적이고도 특징적인 일면으로서 기다린다는 행위를 하며 일생을 통해 언제나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을 임영웅의 뛰어난 연출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단 작업의 「술래잡기」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처용설화를 토대로 국립극단의 「팔곡병풍」은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국립극단이 야심작으로 선보인 「팔곡병풍」은 실패한 작품으로 유민영은 보고 있다.

어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극단 성좌의 「유도」는 국내 연극계의 중진 윤조병과 권오일이 다시 만나 무대로 꾸민 것이다. 섬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꿈, 진출, 자연에 대한 믿음 속에서 바다와 부딪치고 가족간의 갈등하는 심리적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구성되었고 어촌이 현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계몽적인 해양극이었다.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의 「춘향전」은 우리의 전통연회예술인 판소리를 변용하여 무대화시킨 작품이었다.

88 서울예술단은 김진희 작, 김우옥 연출의 「아리랑, 아리랑」은 「아리랑」의 혼불과 목소리를 춤사위와 노래로 표출시켜 구성했으며 올림픽에 찾아드는 세계인들에게 「아리랑」이 우리 민족문화의 핏줄 저 깊이 흐르는 마르지 않는 수액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춤과 연기와 노래로 해학과 풍자의 한마당 잔치를 벌인 서울시립가무단의 뮤지컬 「즐거운 한국인」은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됐다.

전 2막 6장으로 될 이 작품은 음악을 전자악기에서부터 국악기를 다양하게 사용, 국거리, 휘모리 장단을 서구적 감각으로 연주하여 동·서양의 가락이 한데 어우러졌으며 율동도 빠르고 경쾌하게 현대적으로 안무한 점이 특징적이었다.

10월 2일부터 현대 토 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춘향전」은 본 「춘향전」의 여러 판본을 토대로 각색·작곡한 서양의 뮤지컬로 풍물패가 극장에 도착 극중극 구성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이상 13개 국내 단체 작품 가운데 5개 뮤지컬은 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의식한 무대였고, 창극, 마당놀이, 번역극 창작극 등이 다채롭게 선보였으나 대부분이 의욕과 같지 못했다.

서울국제연극제는 다양성과 조화를 꾀한 무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할 것이다. 동구권 공산국가 단체를 비롯해 유럽, 남미, 일본의 단체를 초청, 동서양의 균형 있는 무대를 꾸미려 했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연극인들은 이번 연극제의 성과를 첫째, 공산권 극단의 국내 첫 소개와 이에 따른 이들 연극에 대한 인식변화, 둘째 세계적 극단을 서울에서 직접 체험하고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었다는 점, 셋째 총관객 10만 명이 몰려 연극이 커다란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