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랩

판소리 가요의 사설과 장단

-판소리에 있어서 사설의 변화와 장단의 운용




전경욱 / 고려대 강사

판소리에서는 「긴 사랑가」와 「잦은 사랑가」, 「농부가」와 「잦은 농부가」와 같이 동일 계통의 가요들이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발견된다.

민요의 경우에도 「육자배기」와 「잦은 육자꽤기」, 「농부가」와 「잦은 농부가」, 「방아타령」과 「잦은 방아타령」, 「산염불」과 「잦은 염불」, 「긴 난봉가」와 「잦은 난봉가」, 「긴 아리랑」과 「엮음 아리랑」 등이 보인다.

「긴∼」와 「잦은∼」로 나뉘는 가요는 전자는 장단이 느리고, 후자는 장단이 빠르다. 그리고 후자는 가창자가 사설을 촉급하게 줏어섬긴다. 그러나 사설의 내용은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같은 가요를 장단의 변화에 따라 달리 칭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판소리의 가요 중 「기생점고사설」이나 민요계 무가 중 「상여소리」와 「가래소리」 등에도, 하나의 가요가 장단의 변화에 따라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나뉘는 경우가 발견되어 주목된다. 즉 가요의 명칭은 「긴∼」나 「잦은∼」식으로 구별하여 부르지 않지만, 사실상이 가요들은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확연히 나누어진다.

사설과 장단이 어우러지는 모습

이 글에서는 판소리의 가요 중 장단과 사설의 변화에 따라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가요들을 선택하여, 사설과 장단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를 통하여 판소리 광대들에 의해 꾸준히 개발되어온 판소리 구성 원리의 일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은 판소리의 사설과 장단의 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앞으로 창작 판소리·창극·마당극 등 전통적 공연예술의 계승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생점고사설」의 사설과 장단의 짜임

「기생점고사설」은 춘향가와 배비장전에 나온다. 춘향가 중 신관인 변학도가 도임한 후에 기생을 점고하며, 배비장전 중 제주목사로 내려온 김경이 제주 기생을 점고한다. 배비장전에 나오는 기생의 이름과 그것을 수식하는 사설은 춘향가의 이본에서 두루 나타난다. 그러므로 배비장전의 「기생점고사설」은 춘향가의 것을 차용한 듯하다.

필자가 18종의 춘향전 작품군의 이본1)들을 검토한 결과 「기생점고사설」은 기생 이름을 꾸미는 수식어의 서술방식에 따라서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A형: 수식어 없이 기생 이름만 몇 개 열거하는 방식-경판 16장본, 경판 30장본.

B형: 천자뒤풀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거의 동일한 길이의 수식어로 기생 이름을 수식 하는 방식-남원고사, 경판 35장본, 완판 30장본, 고대본.

C형: 앞부분은 한 명의 기명에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길다가 중간부터 수식어가 넉자 화두로 짧아지는 방식-장자백 창본, 이선유 창본, 조상현 창본.(신재효본 남창, 신학균 본)2)

D형: 앞부분은 한 명의 기명에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길다가 중간에 수식어가 넉자 화 두로 바뀌고, 뒷부분에서 다시 바뀌어 기생 이름만 열거하는 방식-완판 33장본, 완판 84장본, 박기홍조, 이명선본.

E형: 앞부분은 한 명의 기명에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길다가 중간에 기생 이름만 열거 하고, 뒷부분에서 다시 바뀌어 넉자 화두로 수식하는 방식. 즉 D형의 중간부분과 뒷부 분이 바뀐 방식-김연수 창본, 김여란 창본.

이상 각 유형에 나타나는 수식어는 대부분 한시구나 한자어구가 많다. 그러나 뒷부분에서는 기생 이름을 해학적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면 각 유형의 「기생점고사설」을 하나씩만 살펴보자.

A. 기생안을 압해 노코 차례로 호명하여 채련이 홍년이 봉월이 츄월이 죽삼이 난향이 옥셤이 등이 다나오되 츈향의 일홈이 업거날 (경판 16장본)

B. 호장이 분부 뫼와 기생 안책몌여 손의 들고 기생 호명 차래로 알욀져! ◐ 우후동산의 명월이 예 등대하왓소 ◐ 륢막츄강의 홍년이 예 등대하왓소 ◐ 백운공산의 강선이 예 등대하왓소 ◐ 영산회상 진장단의 츔 잘 츄난 무션이 예 등하왓소 ◐ 차문쥬가하처재 목동요지 행화 예 등대해왓소 ◐ 비거비래 채봉니 예 등대하왓소 ◐ 똥잘꿈 분덕이 예 등대하왓소 (완판 30장본)

C. (진양조) 오던 날 기창연으 연연옥골 설행이 ! 설행이가 들어온다. 설행이라 허난 기생은 인물 가무가 명기로서 걸음을 걸어도 장단을 맞추어 아장아장 들어오더니, 예 등대나오. 점고 받고 일어서더니 좌부진퇴로 물러난다. O 차문 주가하처재요 목동요지으 행화 ! 행화가 들어온다 행화라 허난 기생은 홍상자락을 거듬거듬 흉당으 걸어 안고 대명당 대들보 밑에 명매기으 걸음으로 아장아장 들어오더니, 예 등대나오. 점고 받고 일어서더니 우부진퇴로 물러 난다 .

(아니리) 사또 분부하시되 네 여봐라 이렇게 기생점고를 허다가는 몇 날이 될 줄 모르겠다. 좀 한숨에 둘씩 셋씩 자주자주 불러 들여라. 호장이 멋이 있어서 넉자 화두로 부르난듸

(중중모리) 조운모우 양대선 우선유지 춘흥이 ! 나오 사군불견 반월이 독좌유향의 금행이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 팔월부용 군자련 만당춘수으 홍련이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 구월구일 용산금 소축신으 국화가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 독자한강 설행이 천수만수 금선이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 육각삼현을 떡쿵 치니 장상 쏘매를 떠들어매고 저정거리든 벽도가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중략…. 단산 오동으 그늘속으 문왕 어루든 채봉이 왔느냐 ! 예 등대허였소. 초산 명옥이 수원 명옥이 양명옥이 다 들어왔느냐 ! 예 등대나오. (조상현 창본)

D. 우후동산 명월이 드러올제 자지당혜 끌면서 얌전하게 드러오더니 공수하고 나오 ◐ 남산봉황이 죽실을 물고 벽오동의 질듸리니 사수지영의 백츙지장이라 긔불탁수 구든 절개 만수문젼의 채봉이 나오 채봉이가 드러오난듸 홍상자락을 거더다가 세류흉당의 깍 붓치고 아장아장 이주거러 가만가만 드러오더니 점고맛고 좌우진퇴로 나어간다. 사또 보시더니 여바라 조사 부르라. 호장이 분부듯고 넉자화도로 부른다 운담풍경근요천의 양유펌금의 럷럷이 예 등대하왓소 ◐ 죽실 찻난 져 봉황 소상강변 나라드니 훨훨 혓처 뭗엽이 예 등대하왓소 ◐ 송하의 저 동자 문노라 션꿷 소식 수십 청산의 운심이 예 등대하왓소 ◐ 월궁의 놉피 올나 게화를 꺽거내니 내니 애절이 예 등대하왓소…중략…. 사또 다시 분부하되 한참의 근 이십명식 불너라 호장 분부듯고 자조 부르난듸 양대선이 월뭗션이 화뭗션이 예 등대하왓소 ◐ 금션이 금옥이 금연이 예 등대하왓소 ◐ 농옥이 난옥이 홍옥이 예 등대하왓소 (완판 33장본)

E. (진양) 행수기(行首妓)에 명선(明仙)이. 월선이가 들어온다. 월선이라 하는 기생은 기생 중에는 일행수(一行首)데, 청상(靑裳)자락을 걸음걸어 안고 아장아장 들어오더니, 예 등대(等待)나오 점고맞더니마는 좌부진퇴(坐府進退)로 물러난다. 우준동산(雨後東山) 명월이.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하는 기생은 기생 중에는 삼행수(三行首)데, 홍상자락을 걸음걷어 세류흉당(細柳胸孖)에 고이 안고 걸음을 걸어도 멋기있게 찌긋거려 댓들 아래 나붓이 앉아, 예 등대나오. 점고맞더니마는 좌부퇴진(坐府退進)로 물러난다.

(아니리) 여봐라 이대로 부르다가는 이 달 안에 다 못 보겠다. 자주자주 불러라. 호장이 한 장단에 둘씩 셋씩 막 주서 부르것다.

(휘모리) 청홍(靑紅)이 산홍(山紅)이 연홍(蓮紅)이 진홍(眞紅)이 미홍(美紅)이 계홍(桂紅)이 도홍(桃紅)이 은옥(銀玉)이 금옥(金玉)이 보옥(寶玉)이 채옥(彩玉)이 산옥(山玉)이 수옥(秀玉)이 월옥(月玉)이 명옥(明玉)이 국향(菊香)이 매향(梅香)이 설향(雪香)이 난향(蘭香)이 미향(美香)이 초향(楚香)이 취향(醉香)이 월향(月香)이 나오

(아니리) 향자(香字) 가진 기생들 섞어 한꺼번에 우우 들어오니 사또마음이 으씩하여, 에라 에라 지금 들어오는 기생들은 이름도 잘 못들었고 얼굴도 잘 모르겠다. 얼굴 볼만큼 불러라…중략…. 호장이 넉자 화두(話頭)로 부르것다.

(중중모리) 조운모우(朝雲暮雨) 양대선(陽臺仙)이 우선옥이(遇仙玉) 춘홍(春紅)이 사군부견(思君不見) 반월(半月)이 독좌유황(獨坐幽篁)에 금선(琴仙)이 어주축수(漁舟逐水) 홍도(紅桃)가 왔느냐. 예 등대하였오. 팔월부용군자용(八月芙蓉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 홍련(紅蓮)이 왔느냐. 예 등대하였오. 구월구일(九月九日) 용산음(龍山吟) 요축신(汏逐臣) 국화(菊花)가 왔느냐. 예 등대하였오. 오동(梧桐) 복관에 거문고 시르릉 둥덩 탄금(彈琴)이 왔느냐. 예 등대하였오.…중략… 아들을 낳을까 바랬더니마는 딸을 낳았다고 섭섭이 왔느냐. 예 등대하였오. 이산 명옥이 저산 명옥이 양 명옥이 다 들어 왔느냐. 예 등대나오. (김여란 창본)

이상에서 각 유형은 A→B→C→D→E로 갈수록 세련된 서술 방식임을 알 수 있다 A와 B는 매우 단순한 서술방식이다. 판소리로 부른다면 동일한 장단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경판 16장본과 경판 30장본의 기생점고사설이 A형인데, 같은 계열인 경판 35장본과 남원고사에는 B형으로 나오는 점으로 보아, A형은 소설본으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기생의 이름만 열거하는 간단한 사설로 변이 된 것 같다

C, D, E형은 상당히 세련된 서술 방식으로서 사설의 변화에 따라 장단도 바뀌고 있다.

C형은 한 명의 기명에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긴 앞부분은 느린 장단인 진양조로 부르다가, 중간에 수식어가 넉자 화두로 바뀌면서 장단도 중중모리로 변한다.

D형은 기생 이름을 호명하는 동안에 가점(加點) 부분과 같이 사또가 두 번 개입한다 첫 번째 개입에서 수식어가 넉자 화두로 바뀌고, 두 번째 개입에서 수식어 없이 기생 이름만 열거하게 된다. 춘향을 빨리 만나 보고 싶은 사또의 조급한 심정을 여실히 보여 준다.

D형의 경우는 장단 표시가 없어 확인할 수 없으나 그 서술방식에 비추어 볼 때, 「창악대강(唱樂大綱)」 소재 춘향가의 기생점고사설이나 E형의 장단 변화와 같을 것으로 짐작된다.「창악대강」의 기생점고사설은 수식어가 긴 부분, 중간인 부분, 짧은 부분으로 짜였는데, 순서에 따라 진양조,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장단이 바뀐다.3) 사설과 장단의 관계에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그리고 D형은 E형과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D형은 E형과 넉자 화두의 중간부분과 기생 이름만 열거하는 뒷부분의 순서가 바뀌어 나올 뿐, 서술 방식은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D형을 판소리로 부른다면 진양조→중중모리→자진모리(휘몰이)로 장단이 변할 것이다.

E형은 한 명의 기명에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긴 부분은 진양조로 부르며, 중간에 기생 이름만 열거할 때는 휘모리(김여란 창본)나 자진모리(김연수 창본)의 빠른 장단으로 기생 이름을 줏어섬기다가, 뒷부분에서 수식어가 넉자 화두로 바뀌면 장단도 그에 맞게 중중모리로 바뀐다. E형은 정정렬이 새로 짠 듯하다. 정명창은 춘향가를 새로 짜서 불렀는데, E형은 바로 정정렬제 춘향가를 그대로 부르는 김여란 창본과 정명창의 후배인 김연수 창본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C, D, E형은 사설의 변화에 따라 장단을 구사하는 운용의 묘가 돋보인다. 후대로 오면서 판소리 광대들은 기생점고대목의 사설과 장단을 이면에 맞게 계속 개작한 것이다.

명창 고수관(高壽寬)이 대구 감영에 가서 기생점고대목을 부르던 중 고전 중에 있는 기명으로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던 기생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불렀다는 일화는4) 바로 광대들이 기존 가요의 서술방식에 익숙할 때 현장성을 살린 개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 준다. 기생점고대목에는 춘향전 이본에 따라 상당히 많은 기생들이 등장하므로, 역량 있는 명창이라면 어느 좌석에 가든 그 자리에 있는 기명 앞에 기존의 수식어나 한시구절 중 그 기명에 어울리는 내용을 짜 맞추면 되는 것이다.5)

또한 배비장전의 「기생점고」, 흥보가의 「제비점고」, 적벽가의 「군사점고」는 광대들이 기존의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판소리 사설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판소리 광대들은 일단 한 가지 점고사설의 서술 방식에 익숙해지자, 그것을 활용하여 다른 판소리 중 여러 무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면에 새로운 내용의 점고사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농부가」의 사설과 장단의 짜임

「농부가」는 원래 농업노동요인데, 판소리가 차용한 것이다.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들어오는 지경에서 농부들이 모를 심으면서 「농부가」를 부른다 이앙법이 널리 보급되기 전에도 다른 노동요나 농부가 계열의 민요가 있었을 것인데, 조선 후기에 이앙법의 본격적인 보급과 더불어 모내기와 관련된 새로운 가요가 창작되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농업노동요들도 모내기에서 불려졌다. 특히 농부가 계열은 유교적인 윤리관인 충(忠)·효(孝)·예(禮) 등과 권농을 내용으로 하여, 태평성대와 부모 봉양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이앙법의 보급 이전부터 현재까지 모내기라는 공동작업 현장에서 큰 변화 없이 구연·전승된 것으로 보인다.6)

이와 같이 「농부가」는 주로 농업노동요인 「모내기 노래」에서 불리는데, 「한국민요집 I -VI」에7) 보면 그 사설이 매우 다양하다. 춘향가에 수용된 「농부가」도 이본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대부분 현전하는 「농부가」에서 발견되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춘향가의 각 이본은 당시 널리 불리던 민요 「농부가」를 두루 차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모내기 노래에서 불리는 「농부가」는 다음과 같이 세 계열로 분류된다.8)

A. 「정자로다」 계열 .

이논뱀이 모를심어 잎이피어 정자로다

우리부모 산소등에 솔을숭거 정자로다

B. 「상사되야」 계열(농부가의 대표적인 형태).

어여어이 열무 상사듸여 여보아라 농부들아 내말들어

오늘해도 거지반 갔나보다 골목골목이 연기나네

C. 이앙요 본연의 성격을 띤 계열로 모내기를 하면서 점점 일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작업 현장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계열.

샛별같은 정심바꼬 반달겉이 떠나오네

니가무슨 반달이고 초승달이 반달이지

이상 세 계열의 농부가는 춘향가의 농부가에서도 발견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춘향가의 「농부가」는 A와 C를 단독으로 부르는 경우는 안 보인다. B계열의 농부가 속에 A와 C계열의 내용을 삽입하여, 여음과 사설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부른다.

「모내기 노래」는 가창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사설을 삽입할 수 있는 민요이다. 마찬가지로 춘향전 작품군의 「농부가」도 다양한 사설을 보이는데, 이본에 따라서는 춘향가의 상황과 관련된 내용을 삽입하였다. 판소리도 구비문학이기 때문에 창자에 의한 개작이 충분히 보장되는 모습을 「농부가」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춘향가의 「농부가」는 모내기 노래의 「농부가」보다 사설과 장단의 짜임이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춘향가의 「농부가」는 여음과 사설의 반복으로 노래가 진행되는데, 사설의 길이와 장단의 변화에 따라 다음의 세 유형으로 분류된다.

A. 어여로 상사뒤요 셩리건곤 쯡평시의 도덕 노푼 우리 셩군 강구연월 동요 듯던 욘임군 셩덕이라 어여로 상사뒤요 순임군 놉푼 셩덕으로 鏡신 셩기 역산의 밧슬 갈고 어여로 상사뒤요…중략… 여여라 상사뒤요 청운공명 조흔 호강 이 업을 당할소냐 여여라 상사뒤요 남젼북답 기경폡야 함포고복폡여 보꿡 어널널 상사뒤요. (완판 84장본)

B. (중모리) 두리둥둥 둥둥 두리둥둥 퉁퉁. 어럴럴럴럴 상사뒤여. 어이여어 어어여루 상사뒤여. 어럴럴럴럴 상사뒤여. 여보시오 농부네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보소. 이논뱀이에 모를 심으니 장잎이 펄펄 영화로구나. 어이여어 어이여루 상사뒤여, 어럴럴럴럴 상사뒤여. 인정전 달 밝은 밤 세종대왕 노름이요, 학창의 푸른 솔은 산신님의 노름이요, 오뉴월이 당도허면 우리 농부 시절이로구나. 패랭이 꼭지에 가화를 꽂고서 마우례기춤이나 추어 보세…

(중중머리) 두리둥 퉁퉁 쾡매캥 두리둥 퉁퉁 깽지갱 깽깽. 어릴럴 상사뒤 어여루 상사뒤여. 어럴럴 상사뒤. 사방십리 너른 들에 방화수류하여 전천으로 내려간다. 어이여루 상사뒤여 얼럴럴 상사뒤. 충청도 충복성 주지가지가 열렸고 강남 땅 밤 대추는 아그대 다그대 열렸구나 …중략… 서산에 해지거든 암소 같은 우리 마누라를 얼럴럴 상사뒤. 어쩌고 저쩌고 거시기허면, 새끼 농부가 또 나다라 나온다. 얼럴럴 상사뒤. 떠들어온다. 점심바구리 떠들어온다. 어이여루 상사뒤여. (김여란 창본)

C. (중몰이) 두리퉁퉁 두리퉁퉁 쾌갱매 괭매 쾡, 어럴컬럴럴 상사뒤여. 어여허 여여루 상사뒤여. 선리건곤 태평시으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미복 동요 듣든 요님군으 성군일래 어여어 여여루 상사뒤여 어럴럴럴럴 상사뒤여. 남훈전 달밝은듸 순인군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솔이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허니 우리 농부 시절이로다….

(중중몰이)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 운담풍경근오천으 방화수류허여 전천으로 내려간다.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 여보소 농부들 말 듣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었네. 니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중략… 살었구나. 살었구나. 옥중 춘향이 살었구나.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정에 달 솟아온다.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

(잦은잦은몰이) 다 되야 간다. 다 되야 간다. 얼럴럴 상사뒤여. 이 논배미가 다 되야 간다. 얼럴럴 상사뒤여. 이 논배미를 어서 심고, 얼럴럴 상사뒤여. 각각 집으로 돌아가서 얼럴럴 상사뒤여. 보리밥 찰밥 많이 먹고. 얼럴럴 상사뒤여. 거적 이불을 둘러쓰고. 얼럴럴 상사뒤여. 어쩌고 저쩌고 저쩌고 어쩌고 새끼농부를 만들어 보자. 어화 어화 여루 상사뒤여. (조상현 창본)

이상의 A, B, C형은 앞에서 살핀 「기생점고사설」의 B, C, D유형과 유사하다. A→B→C 유형으로 갈수록 사설과 장단의 짜임이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바로 「기생점고사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판소리 광대들이 판소리의 사설과 장단을 개발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한 결과인 것이다. A→B→C형으로 갈수록 후대의 이본이란 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A형은 사설과 후렴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 B형과 C형에 비추어 볼 때, A형은 중모리 장단으로 계속 부르면 될 것이다. 이명선본, 신재효본 남창, 박기홍조, 신학균본, 완판 30장본, 완판 33장본, 완판 84장본이 A형에 속한다. 「기생점고사설」의 B형과 상응한다.

B형은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농부가」와 중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잦은 농부가」로 짜였다. 중모리 부분은 여음과 여음 사이에 들어가는 사설이 길고, 중중모리 부분은 그보다 조금 짧다. 사설이 짧아지면서 장단도 빨라진 것이다. 정자백, 이선유, 김연수 창본이 B형에 속한다. 판각본이나 필사본 춘향전에는 이런 서술 방식이 보이지 않고, 오직 창본에만 나온다. 「기생점고사설」의 C형과 상응한다.

C형은 18종의 춘향전 중 조상현 창본에만 보이는데, 중모리·중중모리·잦은잦은모리의 세 부분으로 짜였다. 「잦은 농부가」를 중중모리 장단과 잦은잦은모리 장단으로 나누어 부르는 것이 B형과의 차이이다.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농부가」는 여음과 여음 사이에 들어가는 사설이 상당히 길고, 중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잦은 농부가」는 「농부가」보다 사설이 조금 짧다. 잦은잦은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잦은 농부가」는 중중모리 장단의 「잦은 농부가」보다 사설을 절반 정도로 잘라서 여음을 자주 삽입하여 부른다. 「기생점고사설」의 D형과 상응하는 서술방식인 것이다.

무가의 사설과 장단의 짜임

「기생점고사설」의 C, D, E형이나 「농부가」의 B, C형과 유사한 서술 방식이 무가에도 발견되어 주목된다. 「진도 다시라기 」라는 무극 속에 삽입된 「가래소리」와 「상여소리」가 그것인데, 이 가요들은 「진도 씻김굿」에서도 불린다. 상여소리나 가래질소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불리는 민요인데, 이것이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씻김굿」이나, 상주들을 위로하는 「진도 다시라기」에 수용되어 있는 것이다.

판소리 광대들이 바로 무계(巫界)출신 민속예능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들이 무가의 서술 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우선 「진도 다시라기」 속에 나오는 「가래소리」를 살펴보자.9)

가래소리(중모리로 된 달구질소리)

앞소리: 일세 동방 닦을 쩍 청룡 한 쌍이 묻혔으니 아라감실로 닦아주소

뒷소리: 어이 어이 어기야 청청 닦아보소 아라감실로 닦아나 주소

…중략…

앞소리: 사세 북방 닦을적 두꺼비 한 쌍 묻혔으으니 아라감실로 닦아나 주소

뒷소리: 어이 어이 어기야 청청 닦아보소 아라감실로 닦아나 보소

가래소리(중중모리로 된 달구질소리)

앞소리: 만첩강산 깊은 끝 두꺼비 업도 닦아보세

뒷소리: 여이 여이 여이 여이 여루 여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어앵면 쟁쟁 요량 깐 깐치 업도 닦아보세

뒷소리: 아아아 아아아아 어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일월성신 밟은 달 해달 업도 닦아보세

뒷소리: 여이 여이 여이 여루 해달 업도 닦아보세

가래소리(자진모리로 된 달구질소리)

앞소리: 앞에 앞 주산(主山) 바라보니

첫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노인성이 비쳤구나

첫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수명장수 할 명당

첫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중략…

앞소리: 뒤에 뒷주산 바라보니

뒷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노적봉이 비쳤구나

뒷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앞소리: 대대창자가 날 명당

뒷소리: 어기야 청청 가래요

인용문과 같이 「진도 다시라기」10)의 「가래소리」는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짜였다. 처음에 사설이 길 때는 장단도 느린 중모리이며, 사설이 짧아짐에 따라 장단도 점차 빠른 중중모리·자진모리로 바뀐다. 또한 「기생점고사설」의 「예 등대나오」, 「예 등대하였소」식의 대답과 「농부가」의 「어여로 상사뒤요」, 「어화 어화 여루 상시뒤여」식의 여음은 바로 「가래소리」의 뒷소리와 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여소리」는 진염불(진양조)→중염불과 애자소리(중모리)→아미타불(자진모리)로 짜였는데, 그 서술방식은 「가래소리」와 일치한다.

이와 같이 「상여소리」와 「가래소리」의 사설과 장단의 짜임, 뒷소리의 삽입은 「기생점고사설」 C, D, E형 및 「농부가」의 B, C형과 통한다. 「기생점고사설」의 C, D, E형에서 기명과 관련된 사설이나 수식어가 긴 앞부분은 진양조이나, 수식어가 넉자 화두로 변하면 장단도 중중모리로 바뀌고, 다시 사설이 변하여 수식어 없이 기생 이름만 열거할 때는 장단도 다시 자진모리로 바뀌며, 기명이 불린 후에는 매번 「예 등대하였오」식의 대답이 삽입되는 서술방식이 「진도 다시라기」의 「상여소리」나 「가래소리」와 너무나 유사한 것이다. 「농부가」의 경우도 사설이 긴 앞부분은 중모리 장단이고, 사설이 짧아짐에 따라 장단도 중중모리·잦은잦은모리로 바뀐다. 그리고 앞소리인 사설이 끝나면 반드시 뒷소리인 「어여루 상사뒤여」식으로 여음이 삽입되고 있다.

빠른 장단으로 마무리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춘향가의 「기생점고사설」과 「농부가」에서 사설과 장단을 운용하는 원리는 판소리보다 연원이 오래 된 민요계 무가인 「진도 다시라기」의 「상여소리」와 「가래소리」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생점고사설」은 원래 A·B형, 「농부가」는 A형처럼 간단한 서술방식이었데, 판소리 광대들이 그 사설과 장단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무가에 영향을 받아 C, D, E형(「농부가」는 B, C형)과 같은 세련된 서술 방식으로 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느린 장단에서 시작하여 빠른 장단으로 점층되는 음악적 구성은 풍물의 우도굿, 사물놀이, 산조 등에서도 발견된다. 산조의 경우,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장단이 점층되는데, 가장 느린 장단에서 시작하여 가장 빠른 장단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산조는 19세기말에 판소리의 영향으로 생겨 난 기악 장르이므로, 당시의 민속예능인들이 장단의 구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음이 드러난다.

주------------------------------------------------------------------

1) 경판 35장본 춘향전, 경판 30장본 춘향전, 경판 16장본 춘향전, 완판 30장본 별춘향전, 완 판 33장본 열녀춘향수절가,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남원고사, 고대본, 이명선본, 신 학균본, 신재효 남창 춘향가, 신재효 동창 춘향가, 장자백 창본, 박기홍조, 이선유 창본, 김연수 창본, 김여란 창본, 조상현 창본

2) 신재효본 남창은 처음에는 넉자 화두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수식어가 두 자로 짧아지고, 신학균본은 처음에는 길게 수식하다가 나중에는 수식어가 짧아지며 기생을 자주 부른다. 어쨌든 처음에는 수식어가 길다가 나중에 짧아지는 방식이므로, C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 박헌봉 「청악대강」, 국악예술학교출판부, 1966, pp.152∼155.

4) 정노식, 조선창극사(조선일보출판부), p.32

5) 기생의 이름을 한시구나 한자성어로 풀이하는 것은 「꽃타령」에서 꽃 이름을 풀이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기생 이름 중에는 꽃 이름이 많음으로, 양자의 친연성은 이 미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기생점고사설」에 나오는 행화, 도화, 유색(버들꽃), 모란, 매화, 국화, 설중매, 연화, 도홍, 홍도, 홍련, 봉선, 해당춘, 국향, 연엽, 부용 등의 기생 이 름은 바로 「꽃타령」에 나오는 꽃 이름과 일치한다. 특히 남원고사와 신재효본 춘향가 의 「꽃타령」 중 행화, 도화, 유색, 국화, 해당화 등을 수식하는 한시구와 한자성어는 「기생점고사설」과 동일하다.

6) 윤여탁, 「이앙요 연구」,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1984, p.9, pp.57∼58 참조.

7) 임동권, 「한국민요집 I-Ⅵ」, 집문당, 1961∼1981.

8) 윤여탁, 앞의 글, pp.58∼59.

9) 필자는 1987년 7월 진도에서 현지 조사하면서 「진도 다사라기」의 연희자들로부터의 이 가요를 들었는데, 바로 인용문과 같이 사설과 장단이 바뀌었다. 연희자들 스스로도 「상 여소리」와 「가래소리」의 짜임이 훌륭하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상여소리」와 「가래 소리」는 원래 민요이지만, 「진도 씻김굿」이나 「진도 다사라기」에 수용되면서 무가 식으로 상당히 윤색된 것으로 보인다.

10) 정병호, 「진도 다사라기」, 『중요무형문화재 해설』, 문화재관리국, 1986, pp.333∼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