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특집/ 새로운 삶과 만난다(문화예술사회교육의 현장)
수준높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 - 대학에 있어서의 평생교육
김동철 / 이화여대 교수, 평생교육원 원장
평생교육의 필요성
평생교육이란 용어는 비교적 새로운 말이라 할지라도 그 개념이나 실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사회의 변천이나 기술의 발달과 그밖에 많은 변인 때문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식과 기술이 급속히 증가 발달하였다. 따라서 그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오늘을 대해 나가기가 매우 어려워지게 되어 계속 배워야할 필요를 절감하게 되었다.
둘째,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활양식면에도 큰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세대간이나 지역간에 큰 격차가 생기고, 가족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되었으며,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셋째로, 인간소외 비인간화의 경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도산업호가 이루어짐에 따라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이런 물질적 풍요는 물질위주의 사상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비인간화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넷째로, 여가시간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핵가족화, 자녀수의 감소, 생활구조의 합리화, 직업사회에서의 근로시간의 단축화경향 등으로 여가시간이 남녀 모두 대체로 늘어나는 경향에 있다.
다섯째,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55년 기대수명이 53세이던 것이 1975년에는 67세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의 인구가 1960년의 1백 40만명에서 1975년에는 2백만명으로, 최근에는 3백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평균수명의 연장은 가족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인문제가 심각화된 원인으로 등장했다.
여섯째, 학교교육의 한계성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일생도안 통용되는 시기가 지난 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래서 학교교육은 어디까지나 평생교육의 일환으로서 그뜻을 지니게 된다.
일곱째, 여성에게 있어서 평생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핵가족화, 자녀수의 감소, 생활구조의 합리화 등은 여성이 집에 혼자 남게 되는 연령을 앞당겼고, 그러한 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자녀의 심리적 독립현상으로 말미암아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를 느끼게 되었으며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갱년기의 신체, 정신적 변화와 함께 좌절마저 느끼게 하였다. 이에 따라 여성 스스로가 삶의 질을 높여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될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즉 배움을 통해서 가정생활과 자녀교육을 보다 합리적으로 영위하고 실천할 수 있고 개인의 지적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또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직업적인 향상을 기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의 기회를 찾게 되기에 이르렀다.
평생교육체제로서의 학교교육
평생교육은 시간과 공간을 통합한 교육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는 한 개인의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의 생의 주기를 포괄하는 교육의 수직적인 통합을 의미한다. 공간적으로는 개인이 위치하고 있는 가정, 학교, 사회의 모든 생활의 장을 포괄하는 교육의 수평적인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평생교육은 교육의 사회화, 사회의 교육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학교교육은 교육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분인 것이다. 수직적으로는 개인의 일생을 통하여 한정된 시기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수평적으로는 가정, 사회의 교육적 기능과 함께 상대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체제로서 학교교육은 종래 교육의 전부이자 완성을 의미하는 교육, 즉 학교교육이라는 절대적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일정한 시기에 체계화 된 지식을 가르치는 곳으로서 평생교육의 일부일 따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교교육의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평생교육체제로서 학교교육은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학교교육의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된 교육체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보다 더 교육의 탈 학교정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즉 방송통신고교 및 대학의 강화, 산업체 부설학교의 내실화, 개방대학 및 지역사회대학의 확대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연계성을 지니는 가운데 교육적 역할을 분담해 가는 방향으로 학교교육의 개혁이 이루어짐이 바람직하다.
미래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학교교육의 발전의 요체는 학교교육을 평생교육체제 속에서 생각하는 데 있다. 제도적으로 교육의 수평적, 수직적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제도의 민주화, 개방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며, 과정면에서는 교육의 인간화를 바탕으로 학교교육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개혁을 통해서 학교교육은 평생교육체제로서 또한 평생교육의 기반으로서의 위치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과 대학의 기능
학교는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세워지며 지역사회의 주민을 위하여 세워진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지녀야 하고, 지역사회의 모든 문제해결은 물론 지역사회 주민교육의 센타로서 학교의 물적, 인적자원이 지역발전을 위해 최대한 개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까지 폐쇄되었던 학교의 문을 열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 및 교육의 센타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평생교육 내지는 사회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여러 종류의 역할의 있겠으나 그중 두 가지만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주민 또는 단체를 위해 학교의 시설을 개방하는 것 둘째,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 문화 또는 각종의 프로그램 등 각종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직접 학교가 계획 운행하는 일이다.
1982년말에 제정된 우리나라 사회교육법에서는 제24조에「대학, 사범대학, 교육대학 및 전문대학을 당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사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제25조에서는 「학교의 도서관, 박물관, 기타 시설은 학교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사회교육을 위하여 이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6조에서는 「학교에 사회교육사업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부설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앞으로 대학교육과 사회교육인 연계성 및 통합성을 위하여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이 지역사회를 위하여 개방되어 운영된 것은 1873년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에서 실시한 대학공개강좌로부터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있다. 1893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대학 등의 경우와 그밖에 미국의 평생교육사업 등을 예시할 수 있다.
미국대학의 평생교육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일반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 공개강좌University Extension요, 다른 하나는 지방과 대학(후에 대부분 주립대학으로 발전)에서 실시해온 농사교호사업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이 그것이다. 미국대학에서의 공개강좌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1869년에 하바드대학Howard University은 여름학교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그 뒤 계속 많은 대학에서 이와 같은 비정규 공개강좌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미국대학에서의 평생교육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대학공개강좌나 야간대학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학점이나 학위를 부여하는 강좌들이다. 이는 직장생활을 하는 일반성인이나 부인 등 시간제 수강으로서 그들의 목표로 하는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다. 그들의 학점취득의 결과는 직접적으로 그들의 직장생활이나 수입의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산업화된 지역에서의 각 기업체들은 그 기업체 나름대로 그들의 종업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스스로 마련하지 않았다. 대신 그 지역에 인접해있는 대하그이 공개강좌 또는 특수대학원에 자기 기업체의 종업원들을 등록 수강케하고 장학금을 지급해 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기업체가 지급하는 장학금은 기업체의 경비로 인정받아 세제상의 혜택을 받게 된다. 한편 이렇게 해서 공부하는 종업원은 학점을 취득하여 상급의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직장에서 진급, 승진에 좋은 영향을 받게 되어 수입의 증가를 가져오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입게 되며, 그 기업체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크게 공헌하게 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만도 약 1백만명의 성인이 이와 같은 공개대학부 Extension Division 또는 School of Continuing Education나 야간대학에서 개설하는 학점취득과정에 등록하고 있다. 그리고 약 90만명의 성인이 일반대학과정에서 시간제 학생등록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제공치 않은 각종 강좌, 단기교육통신강좌 또는 세미나 및 회의에 등록을 하고 있다.
한국 대학에서의 평생교육
우리나라 대학의 형식상 학제는 다분히 미국의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지역사회교육의 개념은 아직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러나 1972년에 고등개방교육기관으로서 한국방송통신대학이 개교했다. 또 1982년부터는 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공업개방대학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특별교육기관으로서의 독립적인 개방대학 이외에도 일반대학에서의 평생교육 내지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학교에서 시도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몇몇의 대학에 사회교육연구소가 설치되어 평생교육 내지 사회교육에 대한 연구는 물론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어 오고 있다.
1981년 전북대학교와 계명대학고의 사회교육연구소, 1984년 3월부터 시작한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동년 9월부터의 덕성여대 평생교육원과 숙명여대 박물관 부설 박물관 교육강좌(1986년부터는 평생교육원으로 개칭) 등이 그 예다. 1986년도 이후에는 명지대학교와 개방대학교, 한양대학교, 아주대학교, 대구대학교 등에서 사회교육원, 평생교육원 또는 산업교육원 등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이 이러한 평생교육체제를 확립함에 있어서 대학은 마땅히 종래의 학구적 기능과 그 대상을 확대하여 대학 본래의 보편성을 살리는 동시에 급변하는 사회적 실정과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헌법의 평생교육이념에 입각해서 사회교육법이 제정되었고, 그 속에 대학의 사회교육에의 적극적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있어서의 평생교육의 방향
대학에 있어서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의 목적은 여러 각도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학교교육에서 소홀히 취급되어 왔던 성인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깊이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생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일반성인 내지 직업인들의 교육적인 필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학교의 시설과 인적 자원을 가능한 한 개방하여 평생교육을 실시함으로써,
1) 성인의 지적 및 문화적 수준을 높여 그늘의 사회적 공헌도를 제고하는 한편 그들의 개인생활을 충만케하며,
2) 직업을 갖지 않은 성인에게 직업준비교육의 실시를 통하여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3) 직업인에 대한 직업교육의 실시를 통하여 당해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직업수준을 향상케하며,
4) 일반 국민의 지식의 수준을 높여 국가나 사회에의 공헌도를 고양하고,
5)지역사회문제해결을 위하여 봉사하는 한편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공헌하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 사회교육 내지 평생교육의 여러 가지 목적은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성을 하나 하나가 지니고 있다. 다만, 하나의 대학이 위의 목적을 동시에 모두 달성하도록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대학에 따라 그 자체의 실정에 적합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실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교양 및 전공교육프로그램이나 특별강좌 등 교양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직업인의 직업수준을 향상시키고 성인의 사회참여도를 높이기 위하여 직업준비교육, 직업재교육 및 기타 직업인을 위한 높은 수준의 전문교육을 실시하거나,
⸃지역사회 개선향상을 위한 봉사적 교육프로그램을 위하여 근로자를 위한 교양프로그램이나 노인교육프로그램, 청소년프로그램, 또는 이들을 위한 상담활동프로그램 및 기타 필요한 봉사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여러 가지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준높은 평생교육의 프로그램개발
배움과「앎」은 어느 특정한 부류나 연령층의 독점물일 수 없다. 평생교육은 왜 필요한가 하는 것은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그리고「무엇을」할 것인가이며, 그 요체는 바로 대학의 개방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에 가지 못하며, 대학을 졸업한 사람 또한 졸업 후에 재교육의 기회를 갖고 싶어도 학사규정이 까다로워 단념을 해버리는 사례가 아주 많다.
주간이나 야간에 직장 근무자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가정주부들이 아무런 법적 제한없이 대학의 평생교육(계속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몇 해가 걸리든 법적 학점만 취득하면 학사 또는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단순히 교양을 습득하려는 사람에게도 좋고, 뒤늦게 학력을 높이려는 사람에게도 좋다. 한편 직장근로자나 전문직에도 적합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한다. 최근 각 직장과 사회적으로 연수라는 이름의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실시되고 있지만, 대학이 그들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훨씬 값진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교육은 이제 시민의 기본적인 요구가 되었으며, 대학교육을 특권시해서는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 대학은 폐쇄적이어서도 안되고, 권위주의적이어서도 안되며, 국민의 평생교육에 이바지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 그런 요청에서 대학의 개방은 절실하며 높은 수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