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문학 종합 무크지의 실태
원재길 / 시인
우리는 편의상 시대 구분의 최소 단위를 10년으로 설정한다. 이는 먼 과거보다는 동시대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지척에 있는 시기를 한번 일람하고자 할 때 흔히 사용하는 시대 구분 방식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한 인간이 성숙하여 다음 세대를 낳기까지의 기간을 한 세대라고 부를 때, 대략 30년에 걸치는 그 한 세대를 다시 3등분, 불과 10년 사이에 무슨 사회적, 역사적 변동이라 할 만한 것이 있겠는가 싶을 만치 커다란 사회 변동이 꼬리를 물었다.
이 글은 지난 10년내의 우리나라 문화, 그 중에서도 문학 종합 무크지의 실태를 살핀다. 역사적 변동의 중량에 걸맞는 지난 10년간의 문학 무크지의 실태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史實)로서 우리의 문학사 속에 한자리를 넉넉히 차지하고도 남음이 있다. 무크지의 출현은 곧바로 우리 시대의 역사, 보다 구체적인 용어를 빌자면 우리 시대 문학사 및 정신사의 비극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반영 극복하려는 숭고한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글은 이와 같은 관점 하에 첫째 무크지라는 양식이 80년대에 대거 출현하게 된 배경을 살필 것이며, 둘째 80년대에 출현한 무크지들을 형식적인 면에서 고찰할 것이며, 셋째 80년대 우리 문학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과 시사를 남겼다고 여겨지는 몇 종의 무크지를 선별하여 그 내용적인 측면을 집중 고찰할 것이다. 이러한 고찰은 필자의 주관이 최대한 배제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며, 그 결과로 우리 시대 무크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자료로 이 글이 쓰일 수 있기를 다만 바랄 뿐이다.
배경
잡지는 정기간행물이다. 방송과 더불어서 80년대의 모든 정기간행물은 1980년 12월 31일 법률 제3,347호로 제정 공표된 「언론기본법」의 지배를 받는다. 이 법 제5종 2항에 의하면 정기간행물이란 연 2회 이상 발행되는 계속적인 간행물을 말한다. 이 법은 총칙부터 이른바 「편의에 의한」법률 집행자의 피집행자 권리 제한이 가능한 문제법의 풍모를 보여준다. 제1조와 제2조에서는 이 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호한다고 명기돼 있으며, 모든 국민은 자유로이 표현할 권리를 지니며, 그리고 이러한 권리와 자유는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제한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언론의 공적 책임을 명기한 제3조는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여야 하며 폭력행위 등 공공질서를 문란케 하는 위법행위를 고무 찬양해서는 아니 된다는 동의 지극히 객관적이고 추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규제 조항으로 일관하고 있다. 불과 10여 줄에 이르는 이 제3조에서 정기간행물과 방송의 표현물의 적법, 위법 여부가 판명 내려지며, 이어지는 언론의 권리와 의무를 명기한 제2장은 이 조항을 뒷받침하여 공권력의 언론 침해가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보다 앞서서 80년 8월에 문학계에는 충격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창작과 비평」과「문학과 지성」등 두 개의 주요 계간 문학 종합지가 하루아침에 강제 폐간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언론기본법이 등장하였다. 이후로 언론기본법에 명기된 적법한 절차를 밟더라도 문학 잡지를 등록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법률상으로는 분명히 신고제이나 실제 법시행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언론기본법 제20조 제1항에 명기된 잡지의 경우의 등록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제호 2. 종별(種別) 및 간별(刊別). 3. 발행인 편집인 및 인쇄인의 본적, 주소, 성명, 생년월일(발행인 또는 인쇄인의 법인이나 단체인 경우에는 그 명칭, 주사무소의 소재지와 그 대표자의 본적, 주소, 성명, 생년월일) 4. 발행소의 소재지 5. 판형 6. 사용어 7. 발행목적과 발행내용 8.보급방법과 주된 보급대상 및 지역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8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잡지, 그 중에서도 문학 종합지의 등록은 철저하게 제한되었다.
이러한 외적인 배경은 당시의 사회적인 모순을 활자로 통해서 드러내려는 강한 욕구의 결합되어 사회과학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새로운 매체를 창출하려는 욕구를 부추겼다. 이러한 외적 요인은 바로 무크Mook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적을 잉태시킨 하나의 주요 인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크지란 무엇인가. 서적은 크게 축차간행물과 단행본 시리즈물로 나뉘는데, 축차간행물(逐次刊行物)이란 순차로 간행 번호와 날짜를 붙여서 계속적으로 발행하는 간행물, 즉 계속적 간행물을 말한다. 이에는 신문과 잡지 등의 정기간행물을 포함하여 연감, 연보, 관보(官報), 회보(會報)등이 속한다. 무크지는 1973년에 미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출판 형태로서 축차간행물과 단행본의 중간 형태이다. 무크라는 말은 바로 다름 아닌 잡지Magazine와 서적Book의 합성어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잡지화된 서적을 뜻하는 것으로서, 저널리스틱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다가 다양한 필자의 다양한 글을 모은 점, 광고를 싣고 있는 점, 다채로운 레이아웃을 행한 점 등은 잡지와 비슷하나 발행 방식이 정기적인 아니라는 점이 일반 단행본과 다르다. 부정기적이되 1년에 2회 이상 발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한계로 지니고 있는 우리의 80년대 무크지는 잡지 등록을 불허한 시대에 편법적으로, 그러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이 스스로 숨통이 되어 봇물 터지듯이 당당하게 등장한 획기적인 출판형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80년대에 무크지들이 대거 출현하게 된 데에는 위와 같은 외적 요인에다가 또다른 내적 요인이 결부되어 있었다. 80년 벽두에 폐간된 두 개의 계간지가 물론 70년대의 대표적인 문학 종합지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80년대 무크지들이 이 두 개의 잡지를 계승하다기보다는 이 두 개의 잡지가 지니고 있었던 문제점 내지 한계를 발전적으로 극복하려는 경향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이 문제에 대한 몇 명의 평론가의 견해를 옮겨보면.
정기간행 문예지가 안고 있는 나열성, 전시성을 극복할 수 있을뿐더러 동인지가 안고 있는 폐쇄적 독단성을 아울러 수정할 수 있는 절묘의 처방으로 등장한 것이다. 무크지의 출현에 대해 과도기적 변태적 발표 지면으로 평가하는 경향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동기야 어찌되었든 무크지운동은 독자적인 존재가치를 계속 확산시켜 나가면서 동인지운동의 새로운 형태로 존속할 것으로 믿는다.
이윤택,「해체, 실천 그 이후」청하, 1989.
보다 중요한 것은 동인지와 무크지가 80년대의 현실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식으로서의 적합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인지와 무크지는 부 정기적으로 간행된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이점을 지니며, 나아가서는 그 소집단성으로 인해 뚜렷한 운동 지향적 성격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금의 동인지와 무크지들이 그러한 적합성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80년대 초 비록 일시적이나마 찾아들었던, 70년대를 통해 힘들게 쌓아 올린 모든 성과들과 단숨에 무화(無化)되지나 않을까 우려케 하던 그 숨막힐 듯한 적막을 돌이켜보면, 그 동안 동인지와 무크지가 거둔 성과는 귀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중요 문학 종합 무크지들
<도표1>주요 문학 종합 무크지
무크지명 |
창간호 발행지 |
창간일 |
창간시 편집동인 (또는 편집인) |
실천문학 |
실천문학사 |
1980.3 |
고은, 박태순 외 |
우리세대(시대) 의문학 |
문학과 지성사 |
1983.5 |
이성복, 이인성, 정다비 |
언어의세계 |
청하 |
1983.3 |
장석주 |
地平 |
부산문예사 |
1983.4 |
민병욱,최영일,조갑상외 |
삶의 문학 |
인간사랑 |
1983.4 |
이은봉외 |
문학의시대 |
풀빛 |
1983.12 |
홍정선외 |
여성문학 |
전예원 |
1984.1 |
박완서, 강은교, 박희진,신정옥외 |
展望 |
시로 |
1984.9 |
정영태, 류종렬 |
창작과 비평 |
창작과 비평사 |
1985.10 |
신경림, 백낙청, 염무웅, 임평택, 최원식 |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
광주 |
1985.12 |
문병란, 송기숙, 박석무, 황석영, 김준태외 |
정통문학 |
정음사 |
1985.12 |
김윤식,박희진, 최상규 |
우리문학 |
물레 |
1986.12 |
민현기, 이성복, 이하석, 정기창 |
문학예술운동 |
풀빛 |
1987.8 |
류해정,현준만,김명인,신승엽 |
민족과 지역 |
규장각 |
1988.2 |
송수권, 오재동, 손동연, 이윤택, 강영환, 구모룡외 |
노동문학 |
실천문학사 |
1988.3 |
김영현외 |
이상은 80년대 무크지 운동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주요 종합 무크지들이다. 시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무크지로는「시인」(시인사.1983.5월 창간, 조태일 외 편집)과「현대시」(문학세계사, 1984년.5월 창간, 편집위원 한계전, 오세영, 김재홍), 그리고「현실시각」(청하, 1985.7월 창간, 편집동인 이윤택, 이하석, 장석주)과「현대시사상」(고려원, 1988.9월 창간 책임편집 이승훈)등이 뚜렷하며, 위에서 언급한 14종 외에 다음과 같은 문학 종합 무크지들이 또한 80년대를 빛냈다.(괄호 안은 발행 지역)
1. 마산문학(마산)
2. 공동체문학(서울)
3. 포항문학(포항)
4. 민족과 문학(광주)
5. 분단시대(대구)
6. 민족과 지역(광주)
7. 오늘의 문학(대전)
8. 여성운동과 문학(서울)
9. 표현(전주)
10. 민의(서울)
11. 문화비평(서울)
시나 소설, 평론을 따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무크지를 제외한 문학 종합 무크지는 이상과 같은 26종 외에도 몇 종이 더 있었으리라 여겨지는데, 무크지의 경우 단행본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점이 있다. 여하튼 기존이 문예지와 비교할 때 그 양적인 증가는 실로 엄청난 것이라 하겠다.
도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80년대 무크지는 「실천문학」을 선두주자로 삼는다. 특기할 일은 이 무크지가 「창작과 비평」과「문학과 지성」이 폐간되기에 앞서서 창간되었다는 사실인데, 이러한 사실은 본고 제2장에서 밝힌 대로 80년대의 무크지들이 잡지 등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 하나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실천문학」제1권<역사에 던지는 목소리>가 달고 나온 표어는 다름 아닌 「민중의 최전선에서 새 시대의 문학 운동을 실천하는 부정기 간행물(不定期 刊行物) Mook」창간호 였던 바, 이는 당시 80년 3월의 역사에 대한 희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무크지의 형태로 표출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창간시의 편집동인은 바로 70년대에 문학의 사회적 실천을 주도한「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멤버들이었다. 내용은 크게 창작과 특집으로 이루어진 바, 고은의 장시「벽시」와 양성우의 장시「만석보」를 비롯한 모두 12인의 시작품과, 이문구의 소설을 비롯한 모두 7명의 소설이 창작란을 꾸민다. 이상은 여타의 기존 문예지와 비슷한 편집이나, 특집란은 이른바 편집동안 체계를 갖춘 위에서 발행시기를 여유있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한 무크지의 독특한 면모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기획력과 탄탄한 짜임새, 그리고 해당 기획의 완성도를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특집1은 <팔레스티나 민족시집>, 특집2는<70년대의 문학과 80년대의 문학>, 특집3은 좌담<문학의 실체, 문학의 실천> 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문학과 지성」은 제2세대들을 주축으로 한「우리 세대의 문학」이 창간을 맞는다. 편집동안은 각각 시와 소설, 평론을 분담하는 세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각 장르에 균등한 비중을 두고자 하는 편집 의도를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이는 앞서 폐간된「문학과 지성」이 평론가들로 편집진이 구성된 것과는 대조를 이루며, 향후 호를 거듭하면서「우리 세대의 문학」이 다시 평론가들로 편집진이 재편되는 것과 비교된다.
각기 1983년과 84년 85년에 창간된「지평」과「전망」「민족현실과 지역운동」은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셋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창간된 것으로서 70년대 말까지의 문학의 중앙집권적인 흐름으로 전개되어 온 점에 비추어 지방 문학이 이러한 중앙집권 문단에 대해 강력한 자기 목소리를 내세우고 등장했다는 사실, 그리하여 이 세 잡지가 단순한 지방 사람들의 동호지 성격을 훌쩍 뛰어넘어 그 수준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성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도표를 통해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여성문학」의 등장은 대단히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평론을 기고한 박희진과 한형곤을 제외한 모든 필자가 여성이었으며, 엄격하게 따지면 앞의 두 사람의 경우에도 각기 모라비아와 포크너의 소설을 대상으로 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과 모성적인 신화에 대해 논한 글이었던 만큼 이 무크지의 성격과 전적으로 부합된다 하겠다. 모름지기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잡지 형태의 책을 펴낸 것은 한국 문학사상 초유의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1985년에 이르러「창작과 비평」이 저 80년 벽두의 충격을 딛고 무크지의 형태로 새로운 탄생을 맞는다.
그러나 계간지를 뒤이은 통권호수를 명기한 사실은 즉각 문제를 일으켰고, 이는 엄연히 잡지의 연속이라는 판정과 더불어 무크지를 낸 출판사는 출판사 등록 자체를 취소 당할 위기에 놓인다. 창작과 비평사는 비평이 떨어져나간 창작사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고, 그리하여 잡지 창비는 다시 앞날을 기약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1988년 2월에 주목할 만한 무크지 하나가 광주에 위치한 규장각 출판사에서 간행된다. 이는 부산과 광주의 지역문학이 한자리에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양쪽의 뜻있는 젊은 문인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광주쪽의 편집은 송수권, 오재동, 손동연, 최승권 등이 맡았으며, 부산은 이윤택, 강영환, 구모룡, 최영철 등이 맡았다. 향후의 진로가 주목되는 무크지라 하겠다.
1988년 3월에 등장한「노동문학」은 87년에 창간된「문학예술운동」제1호 「전환기의 민족문학」에 실린 김명인의 글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에서 도화선에 불이 당겨진 이후 비평계를 떠들썩하게 흔들어놓았던 뜨거운 문학 주체 논쟁의 선상에서 태어난 무크지라 할 수 있다. 단지 문학을 향수하는 선을 넘어서서 직접 문학 주체로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무크지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표2> 창간사의 편집인의 나이(또는 편집동인의 평균나이)
무크지명 |
나이 |
실천문학 우리세대의 문학 언어의 세대 지평 삶의 문학 문학의 시대 여성문학 展望 창작과 비평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정통문학 우리문학 문학예술운동 민족과 지역 노동문학 |
43 28 29 27 29 31 42 31 45 45 50 35 30 35 33 |
분석
집중 조사 대상으로 삼은 위의 15개의 문학 종합 무크지의 경우에 편집인 또는 편집동인의 나이는 흥미로운 분포를 보인다. 20대가 무려 4종에 달하며, 30대 초반이 6종, 40대 초반이 4종, 그리고 50대가 하나이다. 다시 말하면 30세를 전후한 젊은 층이 무크지를 통해서 전면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한눈으로 알 수가 있다.「여성문학」편집동인의 평균 연령이 비교적 높은 것은 문학권 내에서의 젊은 여성들이 아직 제자리를 잡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는 것, 따라서 이미 중견으로 자리를 굳힌 사람들의 권위 내지 연륜에 우리의 여성문학은 아직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는 것 등을 말해준다. 또 한 가지 특기할 일은 이른바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창비」내지「민족현실과 지역운동」쪽이 상대적으로 문학의 사회성과 자율성을 균등한 비중으로 보려는 여타의 계열에 대해서 주도층의 연령이 높다는 사실인데, 이는 그룹 내에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는 속도가 완만하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준다. 반면에 사회의식이 강한 젊은 문인들은 기성의 권위가 미치지 않는 무크지를 통해 자생적으로 독립하여 자신의 입지를 활발하게 개척해 나아갔는 바, 「문학의 시대」와「문학예술운동」이 그러했다. 정리하면, 80년대 무크지를 주도한 것은 30세를 전후한 젊은 문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도표3> 지역별 분포(26개 무크지)
지역 |
수 |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마산 포항 전주 |
13 2 2 4 2 1 1 1 |
계 |
26 |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서울의 경우에 50퍼센트에 달하는 무크지를 간행했다. 그리고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나머지 절반을 간행했는데 80년 이전까지 대부분의 문학 종합 잡지가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발행된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변화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는 문단의 중앙집권적인 시대가 가고 지방 분산의 시대가 개막하였음을 알리는 신호라 할 수 있으며, 지역 무크지의 활성화는 결국 우리나라 전체 문학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각 지역간의 문학적 교류를 통해서 민족문학이라는 보다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아쉬운 것은 인천과 강원도 쪽에서 눈에 띌만한 무크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각 무크지의 창간호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먼저 장르별로 분류하여 게재된 작품 편수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시의 경우에는 장시를 따라 분류하며, 내용에 관계없이 논문이나 평론은 평론으로 묶었으며 서평 또는 시평(詩評)은 분류를 따로 했다. 지면관계상 편집인이 중복된「전망」과「우리문학」,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노동문학」은 분석할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도표4> 장르별 게재 편수
무크지명 |
시 |
장시 |
소설 |
평론 |
서평 시평 |
희곡 대본 |
토론 좌담 |
인터뷰 대담 |
수필 수기 |
특집 수 |
실천문학 |
28 |
2 |
8 |
9 |
|
1 |
1 |
|
1 |
3 |
우리세대의 문학 |
32 |
1 |
4 |
2 |
6 |
|
|
|
|
|
언어의 세계 |
59 |
|
2 |
3 |
|
|
|
|
|
|
地坪 |
22 |
|
5 |
4 |
|
1 |
|
1 |
|
|
삶의 문학 |
30 |
|
6 |
6 |
|
|
|
|
3 |
1 |
문학의 시대 |
28 |
|
2 |
4 |
|
|
|
|
|
|
여성문학 |
6 |
|
9 |
6 |
|
|
|
|
|
2 |
창작과 비평 |
10 |
1 |
2 |
7 |
4 |
1 |
1 |
|
|
1 |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
34 |
|
2 |
9 |
1 |
|
|
|
3 |
2 |
정통문학 |
38 |
|
7 |
6 |
5 |
|
|
1 |
|
|
문학예술운동 |
6 |
1 |
2 |
4 |
|
1 |
1 |
|
1 |
1 |
민족과 지역 |
89 |
|
|
5 |
1 |
1 |
1 |
|
3 |
4 |
<도표5> 평균편수
분류 |
평균 편수 |
시 |
32 |
장시 |
0.4 |
소설 |
4.1 |
평론 |
5.4 |
서평. 시평 |
1.4 |
희곡. 대본 |
0.6 |
토론. 좌담 |
0.3 |
인터뷰. 대담 |
0.2 |
수필. 수기 |
0.9 |
위의 두 개의 도표는 창간호의 경우에 각 무크지들이 어떤 장르, 어떤 형식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대적인 견지에서 보여준다. 먼저 시의 경우에 평균 32편이라는 숫자는 한 시인이 3편을 실을 경우에 각 무크지마다 평균 10명의 시인이 참여한다고 볼 때 이는 결코 적은 숫자라고 말할 수 없다. 가히 시가 양적으로 봇물처럼 터져나온 시대라는 의미에서 「시의 시대」라 일컬을 말하다고 하겠다. 평균치인 32편이 넘게 실린 무크지로는「언어의 세계」(59편)「민족과 지역」(89편)등이 주목할 만한데, 앞의 무크지는 편집책임자가 시인이라는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면, 뒤의 무크지 역시 부산과 광주 양쪽의 편집책임자들이 모두 시인과 평론가만으로 이루어진 데에서 소설은 한 편도 없고 시는 웬만한 시집 한 권을 넘는 분량이 실린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장시의 경우에는「실천문학」이 두 편,「창작과 비평」과 「문학예술운동」이 각 한 편(「창비」의 장시는 이동순의 「홍범도」라는 작품으로 자그만치 1천 6백41행에 달한다)을 싣고 있는데 「우리 세대의 문학」에 실린 이성복의 장시가 서정시의 선상에 있는 것과는 달리 이들 장시는 서사적인 양식을 갖추고 있는 점이 눈에 띄인다.
평균 4.6편인 소설의 경우에「실천문학」이 8편, 「여성문학」이 9편을 싣고 있어서 소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원래 월간 목표로 했다가 보다 넓은 영역을 수렴하고자 하는 취지 아래 참여 범위를 넓힌 결과이므로 다른 각도의 분석을 요한다.
평균 5,4편을 기록하고 있는 평론의 경우, 「실천문학」과「창작과 비평」,「민족현실과 지역운동」등이 각각 9편, 7편, 10편으로 커다란 관심을 두는 반면에 「우리 세대의 문학」이나 「언어의 세계」등은 각각 2편을 싣고 있는 바, 이들 무크지는 창작에 비해서 비평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실천」과「창비」,「문학예술운동」,「민족과 지역」은 각4명 내외가 참여한 좌담을 싣고 있는데 이는 이들 무크지들이 당대적인 문제들에 매호마다 계속 이어지는 고정란으로 자리를 잡게된다.
수필이나 수기는 주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문학의 자율적인 자기 환기 기능보다 우위에 두려는 경향의 무크지에서 다루고 있다. 이 역시 좌담과 마찬가지로 현장성과 시대성이 민감하게 드러나는 형식의 글이라 하겠다.
특집 수는 비록 독자가 볼 때에는 평범한 내용일지라도 무크지 편집인 쪽에서 특집, 또는 기획 등의 레떼르를 붙여 부각시키고자 애쓴 항목을 집계하여 그 평균치를 낸 것으로서, 무크지마다 1개 이상을 다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획물을 통해서 자기 무크지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노력과 발행시기에 맞추고자 서두르는 일없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는 무크지 고유의 장점이 접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실천」과「민족과 지역」은 각 3개와 4개의 특집을 꾸미는 저력을 과시한다.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외국 문학의 흐름을 개관한 「우리 세대의 문학」은 시평(詩評)인 까닭에 별개로 하고, 「창비」와「정통문학」만이 4. 5편씩의 서평을 집중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금의 종합 문예지들이 서평란을 고정적으로 다루고 신간안내 등의 코너도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비교가 된다. 창간 이후에도 문학 서평에 대한 인색은 계속 이어져서, 「실천」의 경우에는 제3권<말이여 솟아오르는 내일이여>(1982)에 이르러서야 한 편을 실었다. 「우리 세대의 문학」은 1987년에 6집에 이르기까지 서평은 2편밖에 다루지 않았다. 「언어의 세계」를 위시한 그밖의 무크지들도 마찬가지이다.
무크지에서 서평이 인색한 이유는 자기 무크지에 대한 집중도를 외부 출판사의 책을 논함으로써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서평이라면 근래에 나온 책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러나 특집 등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크지의 발행시점을 예측하기 힘든 게 일반적인데 그러나 특집 등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크지의 발행시점을 예측하기 힘이 든다는 사실로 해서 시효성이 중시되는 서평은 다루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겠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그렇다면 80년대에 등장한 무크지들이 모두가 1백퍼센트 문학에 관한 글만을 다룬, 말 그대로 문학 종합 무크지였던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각 무크지에 실린 평론들의 성격을 살피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 평론은 문학비평, 인문과학논문, 사회과학 논문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도표6>평론유형 분류.1
무크지명 |
문학비평 |
인문과학 |
사회과학 |
계 |
실천문학 |
5 |
4 |
|
9 |
우리세대의 문학 |
2 |
|
|
2 |
언어의 세계 |
2 |
|
|
2 |
地平 |
3 |
|
1 |
4 |
삶의 문학 |
5 |
1 |
|
6 |
문학의 시대 |
3 |
1 |
|
4 |
여성문학 |
5 |
1 |
|
6 |
창작과 비평 |
1 |
3 |
3 |
7 |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
1 |
|
8 |
9 |
정통문학 |
6 |
|
|
6 |
문학예술운동 |
4 |
|
|
4 |
민족과 지역 |
5 |
|
|
5 |
*특집수 평균 : 1. 2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문학 종합 무크지를 이 논문이 다루고자 함에도 불구하고(필자는 의도적으로,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문학의 사회실천의 도구로 다루거나 문화운동이 한 하부구조로 다루는 무크지는 논의에서 제외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12개 무크지 가운데 5개의 무크지가 평론에 문학 이외에 평문을 싣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창간호에서부터 이런 조짐은 눈에 두드러진 바,「실천문학」은 미술 등의 타 예술분야 관련 논문을 싣고 있으며「지평」은 신문잡지출판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논문을, 그리고 「문학을 시대」는 1개의 연극론을 다루고 있으며,「창작과 비평」에 이르면 마당극과 영화에 대한 2개의 논문에다가 실천철학 관계의 논문, 집중기획 란에서는 한국자본주의 논쟁에 관한 글을 싣고 있다. 더 나아가서「민족운동과 지역운동」은 1편을 제외한 무려 8편이 사회과학 관련 논문이어서, 이 무크지의 성격은 과학무크지에 가까운 풍모를 보여준다. 결국 게재된 평론이 순수하게 문학만을 다룬 무크지 창간호는「우리세대의 문학」과「언어의 세계」를 위시한「정통문화」,「문학예술운동」,「민족과 지역」등 6개이다. 그러나 호를 거듭할수록 사회과학 쪽의 논문이 이들 무크지에도 눈에 띄이게 늘어난다.
그러면 창간호를 포함하여 속간호 전체를 통해서 문학비평과 인문과학, 사회과학 논문은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보다 넓게 살펴보기로 한다. 참고로 조사대상 권수를 밝히며, 문학비평은 구체적인 작품이나 작가를 다룬 작품론과, 비평에 대한 비평 내지 비평의 역할이나 위상을 다룬 비평론, 그리고 문학과 사회, 문학과 철학 등의 인접학문과의 관계, 문학사 등을 통시적, 공시적으로 다룬 이른바 문학 위상론(位相論) 등으로 세분하여 별표를 작성했다.
<도표7>평론유형 분류. 2
무크지명 |
대상권수 |
문학비평 |
인문과학 |
사회과학 |
계 |
실천문학 |
5 |
15 |
5 |
10 |
30 |
우리세대의 문학 |
6 |
36 |
5 |
5 |
46 |
언어의 세계 |
4 |
13 |
|
|
13 |
地平 |
5 |
20 |
|
|
20 |
삶의 문학 |
1 |
15 |
1 |
|
6 |
문학의 시대 |
2 |
17 |
1 |
|
8 |
여성문학 |
1 |
15 |
1 |
|
6 |
창작과 비평 |
1 |
31 |
3 |
3 |
7 |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
1 |
1 |
|
8 |
9 |
정통문학 |
1 |
6 |
|
|
6 |
문학예술운동 |
3 |
15 |
|
|
15 |
민족과 지역 |
1 |
5 |
|
|
5 |
<도표8> 문학비평 분류
무크지명 |
작품론 |
비평론 |
일반론 |
계 |
실천문학 |
|
1 |
14 |
15 |
우리세대의 문학 |
22 |
1 |
13 |
36 |
언어의 세계 |
8 |
|
4 |
12 |
地平 |
7 |
|
13 |
20 |
삶의 문학 |
1 |
|
4 |
5 |
문학의 시대 |
2 |
2 |
3 |
7 |
여성문학 |
3 |
|
2 |
5 |
창작과 비평 |
|
|
1 |
1 |
민족현실과 지역운동 |
|
|
1 |
1 |
정통문학 |
5 |
|
1 |
6 |
문학예술운동 |
3 |
6 |
6 |
15 |
민족과 지역 |
2 |
|
3 |
5 |
위의 <도표8>은 80년대에 문학 종합 무크지를 표방한 무크지를 가운데 6.70퍼센트가 문학비평 이외의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접 분야에 대한 여러한 광역한 관심은 앙가주망 문학관이 이 시대에 주도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학 잡지의 등록마저 불가능했던 어려운 시대에 과연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학의 역할 내지 사회적 효용성 문제가 제1의 이슈로 부상하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인문, 사회과학 평문에 「우리 세대(시대)의 문학」이 10편에 달하는 지면을 할애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도표8>은 한두 무크의 예외는 있지만 거개의 무크지들이 문학비평을 작품론보다는 일반론에 골고루 관심을 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론은 통시적으로 문학의 사적(史的) 흐름을 고찰한 경우와 인접 학문과의 관련하에서 문학의 위상을 살핀 경우, 그리고 시대사적인 맥락에서 문학의 자기 위치를 묻는 경우로 대별되는 바, 비평론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작품론이 한두 개의 무크지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비추어, 80년대 비평은 일반론을 전반적인 관심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문학의 존재론적인 문제들, 그러니까 전술한 대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질문을 던짐으로써 현재의 자기 위상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80년대의 비평은, 또는 넓은 의미의 80년대 무크지는 경주하였던 것이다. 가장 알기 쉽게는 민족문학 논의가 그러하며, 그렇다면 80년대 비평은 쓸만한 작품을 산출하는 데 과연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하는 다소 비난조의 항변이 80년대 중반부터 비평계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80년대와 외부에서 동시에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80년대 비평이 중점을 두었던 바를 역으로 밝혀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의 비평은 비평에 대한 비평이나 일반론으로 흐르는 것보다는 실제로 구체적인 작품을 다룸으로써 우수한 문학 작품이 산출된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이즈음에 중론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론에 빠진 비평, 객관적 검증이 안된 자기 논리를 가지고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려는 비평 등은 마땅히 소모적인 것으로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볼 때, 그리하여 무크지와 함께 80년대를 살아온 그 자신 주요 문학 무크지의 편집동인인 한 젊은 평론가와 자기 반성은 대단히 소중한 어떤 것으로 읽힌다.
아직 나는 남 앞에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비평 논리나 시각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다만 앞으로의 과정 속에 나타날 가능성이나 바람을 미리 생각해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론을 심화시키고 그 이론을 자기화하여 작품에 적용하는 논리와 감수성의 계발에 게으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어진 작품을 많이 읽어 비평가로서 직무 유기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실성이야말로 작가나 비평가가 지녀야 할 최대의 덕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구모룡, 1988년 가을「불교문학」
맺음말
이상으로 우리는 80년대 무크지 중에서 문학 종합 무크지를 살펴보았다. 80년대 무크지의 공로는 첫째「창비」와 「문지」로 대별되었던 우리의 70년대 문학에 새로운 중간항을 개입시킴으로써 보다 탄력있고 다양하며 열린 문학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 둘째 당대의 시대적 발언 욕구를 문화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 셋째 보수적인 문단에 젊은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권위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 역량으로 우리의 문학은 재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 그리고 본고에서는 자세한 천착을 입문하여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점 등으로 집약할 수 있겠다. 덧붙이면 서울에 편중되었던 중앙집권적인 우리의 문학풍토에, 지방 무크지들의 등장으로 지방분권적인 문화풍토의 가능성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향후의 지방 무크지들의 행로에 기대를 걸게 만든다.
몇 개의 무크지들의 88년 벽두에 규제 완화로 정기간행물로 등록하였으나 당분간 무크지의 역사는 계속 진행되리라 본다. 봄호부터 정기간행물로 속간하려 했던 무크지「문학예술운동」은 4월 간행 제3집의 머리말에서, 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관계로 정기간행 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정기적으로 간행해야 하는 압박감없이 작업을 밀도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무크지의 장점은 계속 매력으로 존속될 것이 확실한 까닭에 정기적이 아니라 부정기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눈앞에 출현하게 될 무크지들로 해서 우리들은 당분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은 긴장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