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특집/ 90년대 전망




*설문안

1. 90년대 한국문화예술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주십시오.

2. 90년대 한국문화예술의 발전전망을 정리해 주십시오.(분야별)

3. 90년대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현안을 지적해 주십시오.(분야별)

4. 80년대 문화예술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분야별)

5. 80년대 문화예술의 뉴보이스(새로운 경향)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분야별)

6. 기타




양질의 예술혼이 담긴 문화예술 창작

유한근 / 문학평론가

1. 전환기 극복의 예술혼 신장 문화예술 향수권 신장

90년대는 20세기를 마감하는 세기말이다. 19세기가 그러했듯 어떤 형태로든 또는 어떤 현상으로든 세기말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하는 학자, 종교인들도 없지 않다. 이런 세기적인 전환기적 소용돌이에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상의 부재, 인간경시의 극대화 현상에 따라 문화예술의 힘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레저문화와 향락 등 기형적인 「즐김」이 문화라는 이름을 달고 예술 영역을 침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예술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우선 전제되어야 할 점은 국민의 문화예술 향수권 신장도 중요하지만 예술영역을 여타의 기형문화가 침식하는 것을 막고, 그 역으로 예술이 기타 국민 문화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술의 고유 영역의 확보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혼이 온축될 수 있는 사상의 정립이 필요하게 된다. 전환기적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예술이 창작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양질의 예술혼이란 전환의 세기말 현상을 치유하는 문화 운동까지를 포함한다.

2. 예술창작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문화예술 표출

90년대의 우리 문화예술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수평적 확대가 더욱 신장될 것으로 내다 보인다. 예술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 다양한 문화예술이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의해 생산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직적인 심화는 지나쳐 버릴 우려가 있다. 예술과 비예술, 순수예술과 실용예술의 영역이 모호해져 예술인들조차도 혼돈의 늪에서 헤맬 것이 우려된다. 문화예술이 확대 발전될수록 영역 이탈에 대한 우려는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90년대의 문학, 그 발전 전망에 대한 전망에 대한 진단이 성급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무단은 어느 측면으로 재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문예진흥원의 문예지원고료 지원 중단으로 그동안 우리 문단을 주도해왔던 문예지는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문예지 중심으로 형성된 문단이 해체되고 출판사 혹은 동인들 중심의 문단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현상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났던 현상이지만 90년대에서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단 형성의 서구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룹간의 갈등, 출판 질서의 붕괴 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0년대의 우리 문화예술은 또 다른 난맥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수자와 생산자의 갈등으로 인한 혼돈이 그것이다.

3. 예술과 비예술, 문학과 비문학 구분 명확히돼야

이런 90년대 지평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개진할 바있지만, 우선 순수 예술의 영역과 대중 문화의 영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문화와 예술, 예술과 문화라는 개념부터 명증하게 분리하여 규정해야 한다. 문화가 곧 예술이며 예술이 곧 문화라는 모호한 개념 규정으로 벗어나 예술의 고유 영역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불 때, 문학 분야에서도 다소의 혼돈은 예상된다. 그것은 정보화시대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현상중의 하나인 문학의 정보화 현상이 그것이다. 문학의 본질로부터 벗어나 있으면서도 문학이라는 것으로 포장된 작품들이 90년대는 시대적 지평에 힘입어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문학 독자들의 욕구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나타나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소설, 기업소설, 생체공학소설, 정치소설 등의 것들이 그것이다. 이들이 문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채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가 문제이지만 시대에 긍정적인 대응은 하되 그 속도에 역행하는 문학과 인간의 본질에 좀더 철저한 형태로 나타냈으면 한다.

4. 다양성의 인정과 실험문학의 시도

80년대 문학의 성과는 결코 정치·경제, 그리고 사회전반의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신문학 이래 줄곧 전개되어온 시대 대응에 첨예한 리얼리즘 문학이 80년대에도 나타난다. 그것이 이른바 민중문학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체제나 질서에 도전하는 문학형태가 실험의식이라는 당위성으로 나타난다. 해체문학 집체화문학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80년대에는 문학 활동의 다원화도 가능하게 된다. 친분별, 학연별 또는 같은 문예지의 출신 동인들의 문학운동에서부터 문학이념이나 신념에 따른 문학운동, 그리고 지역의 특성과 장르의 특성에 따라 소규모의 문학에 골이 형성되어 문예 부흥적인 현상을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월북·납북문인들의 작품을 해금하여 우리 현대문학사의 복원을 가능케 하는 한편 동구권 문학 또는 북한 문학과의 교류 그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정부의 문학정책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의 다양화, 다원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총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자생적 기구나 기관의 설립은 실현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5. 수용미학·포스트모더니즘·탈구조주의 등의 수용

80년대 문학의 새로운 경향은 수용미학·포스트모더니즘·탈구조주의 등 외국문학 이론의 수용을 통해 표면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 문학 이론은 작품의 분석 연구에 차용되고 있지 창작의 실제적인 적용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지지는 않는다.

몇몇의 신진 평론가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신실학운동도 예술의 실사구시 실용후생 정신으로 참여문학이나 민중문학 등 현실 수용문학에서 현실적용문학 운동으로 전개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좀 더 기다려야 옳은 평가가 가능한 문학의 경향으로 보아진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문예사조와 우리 문학의 상관성을 점검하게 된다. 신문학80년 동안 우리는 서구문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우리 문학의 독창성과 계승성 문제가 논고되긴 했지만 우리 문학의 특수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반성과 준비를 90년대는 가져야 할 것이다.


6. 우리 문학정신의 탐색 필요

따라서 국문학 연구와 현대문학 연구를 연계시켜 총체적으로 우리 문학을 통찰하고 발전의 계기를 삼는 연구기관의 확대, 홍보기관의 확장이 90년대는 필요하다. 문학을 보는 공간 확보도 중요하지만 문학이 모든 예술의 기층에서 창작 정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문학 정신을 소급하며 미래 지평을 여는 보수와 진보의 상보적 문학활동이 세기말의 전환기적 문학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90년대를 맞아야 할 것이다.




대중과 호흡하는 예술진흥정책 필요

진회숙 / 음악평론가

1. 예술로부터 소외된 대중들을 예술향유의 장으로 인도해야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정책은 관료주의적 예술행정의 병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리보다는 명분을 중요시하고, 눈에 띄는 외면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정작 예술향유의 주인이 되어야하는 국민 개개인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한 느낌이 든다. 전문인들을 위한 지원정책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우리의 문화정책이 선결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향유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배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예술활동의 양(量)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장의 문턱은 너무나 높다. 고급예술은 더욱 고급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고급예술에서 소외된 대중의 상실감은 결국 그들로 하여금 자조적으로 유행가 가락에 자신을 내맡기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화정책은 이렇게 예술로부터 소외된 대중들을 예술향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음악은 문화적 여건의 조성을, 무용은 절실한 몸짓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첫째, 음악 ; 서양음악이나 전통음악이 모두 대중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서양음악은 고급예술의 엘리트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전통음악은 옛음악의 재현이라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던지고 보다 대중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둘째, 연극 ; 우리의 현실이나 정서와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소재를 가진 번역극이 우리 삶의 진솔한 모습을 담고 있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민족극에게 서서히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역사적 토양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제까지 서양의 번역극은 관객에게 모처럼 문화생활을 했다는 자족감 외에 그 어느 것도 주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90년대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대중과 만나는 연극분야에서 이제까지의 허구적인 문화주의를 깨뜨리는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무용 ; 표현양식 자체가 다른 장르에 비해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대중과 가장 먼 거리에 있었던 예술분야가 바로 무용이었던 것 같다. 90년대에는 무용이 이제까지의 과도한 상징주의나 예술을 위한 예술의 껍질을 깨고, 굳건한 역사인식의 토대위에서 보다 구체적인 몸짓, 보다 절실한 몸짓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바란다.

3. 제도권 연극과 운동권 연극의 양극현상 해결돼야

첫째, 음악 ; 전통음악 경시풍조와 서양음악에 대한 열등의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화적 사대주의가 바로 문화예술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외국의 연주자를 끌어와 서양음악제를 개최하면서도 전통음악분야에는 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통음악이 주인행세를 하도록 하는 문화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대중의 인식이 변화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둘째, 연극;소외된 관객층을 형성해 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할 때, 관이 주도하는 문화정책에서 이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소위 제도권 연극과 운동권 연극의 양극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연극계의 앞날은 반목과 질시로 얼룩진 이념의 각축장을 면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셋째, 무용 ; 이미 얘기했지만 아직도 무용은 현실과 매우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무용공연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고 마는 현실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4. 민중음악의 활발한 활동, 대중들의 무용에 대한 관심 급증

첫째, 음악 ; 80년대는 무엇보다도 「민족음악」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음악분야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바로 음악과 삶의 문제를 연결시켜 주는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음악은 사회나 역사와 무관한 채 단지 순수한 예술로서 존재한다는 종래의 예술순수주의에 심각한 타격이 되었다. 이는 사회전반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음악이 무지몽매함에서 깨어나 비로소 역사 속에서 제 목소리를 담당해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연극 ; 음악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극분야 에서의 80년대 성과는 마당극의 양적 확산과 질적 향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당극은 역사적, 정치적 소재의 취급이라는 단순한 소재주의를 벗어나 나름대로의 예술적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70년대의 마당극이 소재주의에 머물러 있었다면, 80년대는 마당극이 나름대로의 내용과 형식에 맞는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용 ; 무용인들이 서서히 현실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보다 구체적인 소재를 가진 작품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대중의 무용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80년대의 성과일 것이다.

5. 노래운동의 양적 팽창 사회, 역사적 소재의 무용 활발

첫째, 음악;80년대 음악에 있어서 가장 괄목할 만한 현상은 역시 노래운동의 양적 팽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초만 해도 소수에 불과했던 운동권노래가 이제는 그 양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대학생과 노동자, 농민뿐만 아니라 일반에까지 상당히 널리 불려지고 있다. 노래의 경향도 70년대의 통키타적 감수성이나 80년대의 비장조와 행진곡풍의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양식을 찾아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이렇게 퇴폐적인 대중가요와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서양예술음악에 반기를 들고 출발한 새로운 노래운동의 대두가 80년대 음악분야의 뉴보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극 ;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는 연극이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역사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연극에서 이러한 소재가 많이 다루어진다는 것은 보다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고자 하는 연극인의 인식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무용 ; 음악, 연극과 마찬가지로 사회, 역사적 소재를 다룬 무용공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보통 슬라이드, 노래, 무용, 연극 등의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옴니버스양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6. 학문, 비평분야에 대한 지원 이루어져야

90년대의 바람직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활동의 밑받침이 되는 학문, 비평분야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전반에 대한 연구활동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기초적인 자료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제까지 이러한 부분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자료실에 비치되어 있는 도서만 보더라도 그 수효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다. 그나마도 제자리에 꽂혀 있지 않고 여기 저기 뒤죽박죽 꽂혀 있는 경우가 많고,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주제별 카드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자료의 정리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지만, 예술진흥정책의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자하는 사람이 자료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의 확보와 이의 체계적 정리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건전한 대중예술의 정착

이장직 / 음악평론가

1. 대중예술의 문화 및 권익보호,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문화적 풍토 육성

첫째, 대중예술의 순화 및 권익보호 ―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현대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순수예술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대중예술을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순화를 해가면서 부분적으로 권익에 손상을 입는 경우에는 그것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순화」라고 해서 부정적인 의미에서 검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중예술에 대한 근거없는 통제는 완화되어야 한다. 또 가령 기존의 공연무대를 대중예술에 개방하는 문제도 대중예술을 순화·선도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문화적 풍토 육성 ― 너무 지나치게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예술의 혜택은 국민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문화예술의 지방분산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서울에서와 같은 문화예술의 유형들을 이식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예술분야를 개발하여 「시범문화지구」같은 개념의 지방문화육성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방의 문화예술단체에 대해서는 서울에 비해 더 많은 진흥기금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2. 대중전달매체와 실외음악의 가능성

첫째, 대중 전달매체와 실외음악의 가능성 ―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문화예술에 대한 수용자 집단의 태도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가 TV, 야외무대 공연, 실내무대 공연, 영화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것은 종전의 음악정책을 수립하고 실시하는 당국의 시각, 즉 실내무대 공연이 음악문화의 근본이고 정부와는 생각에 크나큰 반성을 촉구하는 연구보고이다. 음악이 연주회장에만 국한되어서 생산·전달·수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근대적이며, 이 모든 수용방식은 오늘날 공존되어 있으며, 또 공존되어야 한다. 대중매체의 예술창조적 가능성은 무시되고, 대중예술에게는 기존의 문화공간이 개방되지 않는 문화정책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음악을 실내 공연의 문화라는 범주에 묶어놓는 발상이야말로 「음악의 민주화」에 저해되는 요인이다.

둘째, 컴퓨터 음악의 등장과 가정음악의 변모 ― 컴퓨터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가정에서 손쉽게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기회가 주어져 종래의 높은 피아노 보급율 못지 않게 컴퓨터가 음악의 소비·수용방식이 될 전망이다.

3. 예술창작에 관한 검열폐지, 무조건적 창작진흥보다는 유통구조의 개선 필요

첫째, 예술창작에 관한 검열의 폐지 ― 자유로운 창의성 개발을 위해 유형·무형을 막론하고 음악작품에 대한 검열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반사회성과 외설·퇴폐를 이유로 해서 검열이 실시되는 대중음악 분야는, 그 천편일률적 주제에의 적응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 애매모호한 기준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전한 음악문화 육성을 위한 보호망이 아니라 현실비판적 내용을 담은 노래들을 거세하려는 권력의 보호망인 것이다. 모든 문화예술 분야가 그렇듯이 「지원은 해 주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문화예술정책의 정착이 시급하다.

둘째, 무조건적인 창작진흥보다는 유통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음악작품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많은 청중들에게 전달·수용되지 않으면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지원이 창작의 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연주·감상 차원에도 적극 지원과 계몽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4. 본격적인 음악학·음악평론의 대두, 실내악 문화의 개화

첫째, 본격적인 음악학·음악평론의 대두 ― 음악에 있어서 80년대는 음악실제의 발전과 팽창 못지 않게 음악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는 작업과 비평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 침체되었던 음악문화 전반에 걸쳐 각성의 계기를 제공해 주었고 일반 청중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오던 음악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다시말해 80년대는 음악이 일반 대중들에게 하나의 쟁점과 관심대상으로서 부상하게 된 시기였다.

둘째, 문화적 콤플렉스의 극복 가능성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양대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문화적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가능성은 80년대 들어오면서 활발하게 논의된 국악 창작곡의 활성화로 인해 표면적으로 부각되었다.

셋째, 실내악 문화의 개화 ― 많은 연주자의 양상과 좁은 국내 음악 시장에서 이들을 모두 포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80년대 이후 실내악 부문은 하나의 「운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질적·양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대형화의 경향에서 벗어나려는 음악문화풍토의 반영이다.

5. 국악의 대중화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

첫째, 국악의 대중화 ― TV, 라디오, 음반 등의 매체를 통해 국악은 일정한 공간적 틀을 벗어나 그동안 서양 음악 문화에 세뇌당해 왔던 대중들에게 새로운 감수성을 심어주고 있다. 직업적 국악 관현악단의 창단, 국악과 대중가요의 만남, 국악과 서양음악과의 만남 등을 볼 때 80년대를 가히 「국악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

둘째,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 ―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이 같은 무대 위에 올려진다는 것은 종래의 음악적 시각으로 볼 때 「혁명적인」일이다. 이것은 예술적 순수성만 고집하면서 규격화된 연주곡목을 반복해 오던 교향악단의 입장에서 볼 때 잃었던 청중을 다시 찾으려는 몸부림이지만, 그만큼 예술음악과 대중음악 간의 반목과 대립이 완화되었음을 반증해 주는 사례이다. 이로써 예술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에 존재할 법한 중간층 음악이 탄생되게 된 것이다.

셋째, 실용음악의 발전 ― 예술음악 작곡가들이 무용·연극·영화·TV 등의 배경음악을 작곡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전후로 많은 음악적 수요가 있었는데, 이것은 창작에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6. 남북한 문화예술교류, 음악의 이론적 천착

위에서 지적한 사항 외에도 첫째, 남북한 문화예술교류나 동구권 음악의 소개, 제3세계권 음악문화와의 교류 등이 시급히 요청되며,

둘째, 서울에의 인구집중 현상과 더불어 계층간의 이질감, 갈등의 심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정치·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해결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음악회 형식의 보수적 성격에서 탈피하여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일반 대중의 음악수용 실제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대중음악에 대한 실체규명 작업과 더불어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래운동」과 같은 문화집단에서의 대중음악 비판은 그 정치·경제적 원격 조정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대중음악의 실체를 부정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판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이론적 천착인 것이다. 대중음악에 관한 논의를 제외하고 나서 음악예술의 진흥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창작무용공연의 활성화

이병옥 / 유도대교수, 무용평론가

1. 중간 문화권을 형성, 계층간의 심층역할과 제도적 보완적 마련

그동안 우리는 어두운 과거 속에서 경제성장의 과정을 통한 부의 축적에 온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 반대급부로 문화는 어두운 그늘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련을 갖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86, 88양대의 큰 행사를 치루고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큰 격찬을 받기도 했다.

90년대의 문화방향의 정책과정은 그동안 파생된 사상적 오류의 무질서를 찾기 위해서도 중간문화권의 형성이 절실하다고 보아진다.

계층간의 단절과 문화의 취향도 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중간문화권을 형성 계층간의 심층역할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또한 어느 특정부분에 대한 집중적 투자보다는 세계로 향하는 문화국민의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전통문화의 저변확대와 지방화 시대의 획기적인 발전의 모티브가 될 것은 자명하다.

2. 다양한 변화와 신진 무용수들의 활동 두드러져야


우리 문화예술계는 그동안 상당한 저변확대를 가져왔다.

이런 바탕위에 90년대의 무용계에는 상당한 변화와 세대교체로 신진무용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첫째, 공연러시 현상이 나타나고 공연마다의 새로운 형태의 춤이 관객을 맞이할 것이다.

둘째, 지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방문화의 발전이 눈에 띄게 향상될 것이며 서울의 집중화 현상에서 벗어나 지방무대의 활기찬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무용장르별 작품의 형태가 모호해져 창작무용공연이 활성화 될 것이다.

그동안 현대, 발레, 한국무용의 관계 정립의 위상에서 무용가들이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역기능의 상황을 벗어나 창작부분의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다.

이것은 바로 전통무용의 재인식을 가져오고 창작과 전통의 위치가 확립이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대본심사제도 폐지


첫째, 대본 심사 지원금 확대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전위무용의 자유로운 춤의 형태가 표현력을 갖지 못한 점은 창작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이다.

둘째, 지원금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원로 무용가의 창작지원은 물론 신인무대를 통한 무용인들에게도 제도적 지원을 하면 더욱더 왕성한 창작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각 지방의 공연무대의 설치가 급선무이다. 공연을 하고싶어도 무대조건없이 큰 부담을 가지고 서울공연을 하여야 하는 크나큰 폐단이 있다.

이런 협소한 지방문화 정책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용공연 가능한 무대를 설치하여야 한다.

넷째, 각 시·도 시도립무용단의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몇몇 무용단체의 조건으로 많이 배출되는 무용인들의 흡수와 여건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하루 빨리 단체의 조성이 필요하다.

4. 86, 88행사를 통한 마스게임의 주도적 역할

무용계에 80년대의 큰 성과는 86, 88 양대 행사를 통한 마스게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은 상당한 변화와 세계로 향하는 무용계의 역량을 보여 주었다.

또한 대한민국무용제전을 통한 우수작품의 탄생과 무용가들의 기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의 하나이다.

그리고 각종제전의 정착을 가져왔다.

한국무용제전, 현대무용제전, 발레제전, 전국시립무용단제전 등 무용인들의 친목을 다진 것도 큰 성과이다.

마지막으로 세계무용과의 교류이다.

그동안 우리는 동구권문화의 갈증 속에서 시원하게 막힌 벽을 허물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점은 크나큰 지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한 동구권의 발레단 초청으로 그동안 막혔던 갈증을 풀어준 것은 상당한 발전을 가져왔다.

5. 참여무용의 태동과 시국춤의 장르 탄생 대학무용학과의 양적 증가

첫째, 참여 무용은 태동과 「시국춤」이란 새로운 장르의 춤 형태가 나타난 점이다.

둘째,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창작작품의 장르별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계성을 벗어나 서로의 교류적인 차원으로 발전, 창작무대가 더욱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셋째, 대학교수 무용의 퇴조와 무용가 무용의 대두가 80년대 말의 무용계 안팎의 중요한 대목이다.

이런 점 등은 앞으로 더욱 개선되고 학교와 무대를 동시에 지키는 것은 힘들다는 증거로 나타났고 자기분야의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 점 등은 앞으로 한국무용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넷째, 대학무용학과의 양적 증가와 공연횟수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것은 양적증대와 인력의 수용면에서 역기능을 초래했다.

앞으로 무용단체들의 구성으로 해마다 각 대학을 졸업하는 무용인들을 흡수해야 할 것이다.




개성적인 민족문화의 창출

한명희 / 서울시립대교수

1. 전통문화에 대한 폭넓은 주체적 자각과 국제화 시대에 병행한 다양한 에술활동의 전개

90년대 문화예술계의 두드러진 시대적 조류라면 우선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겠는데, 그 하나는 이미 80년대에 그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한 전통문화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도 폭넓은 주체적 자각의 기운이요 다른 하나는 소위 국제화 시대적 추세에 병행한 다양한 예술활동의 전개라고 하겠다.

이같은 90년대적 시대조류의 진단을 전제로한다면 90년대의 정책방향 역시 자명해지는 셈이라고 하겠는데 말할 나위없이 그것은 보다 개성적인 민족문화의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개성적인 민족문화의 창출」에 정책방향을 맞춘다는 것은 우선 20세기의 마지막 4반세기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문화적 자아의식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한국문화를 창조해 가야 한다는 시대적인 당위성에도 부합될 뿐아니라 국제화의 시대, 특히 태평양시대를 주창하며 세계 속의 문화적 구심을 추구하는 우리의 미래관에도 더없이 걸맞는 일이라고 하겠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개성적인 민족문화의 창출」이야말로 거간의 주객전도적 문화체질의 개선은 물론 「가장 개성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일 수 있다는 진리를 근거로 할 때 복잡다단한 국제화시대를 살아남고 또한 주도해갈 수 있는 유일최상의 길이라고 하겠다.

2. 여러 가지 개성적 사조적 기조에 입각한 실험적 변용을 추구할 듯

전통예술에 대한 일반적 관심의 점증으로 보다 활발한 전통예술활동이라는 표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천착해보면 우선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확산이 예견되고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질적인 변응을 가져오리라는 전망을 어렵쟎이 가져볼 수 있다. 특히 양적인 확산에서는 80년대에 있었던 「사물놀이」의 사회적 기능의 예에서 처럼 전통예술의 대중화 내지는 생활화의 현장이 두드러짐은 물론 한국전통예술의 국제적 확산의 기류가 팽대해질 것이며, 질적인 변용에 있어서는 동서예술의 접목 내지는 용융의 양태와 여러 가지 개성적인 예술의 다원화가 한층 증폭될 것이다.

한마디로 90년대의 전통예술은 여러 가지 개성적 사조적 기조에 입각한 실험적 변용을 추구하되 그 기본적 자세는 역시 외래예술의 피동적 수용의 범주를 넘지 못한 것이며 다만 그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길게 지향하는 목표는 주체적 민족예술의 확립에 두어질 것이다.

3. 주체적 자아의식이 확립되어야

민족주의와 세계주의, 획일주의와 다원주의의 진정한 조화가 당면과제로 대두될 90년대를 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라면 역시 첫째도 주체적 자아의식의 확립이요 둘째도 주체적 자아의식의 확립이라고 하겠다. 여기 주체적 자아의식의 주창은 얼핏 국수주의나 배타주의 혹은 폐쇄주의나 독선주의로 오인되기도 십상이지만 기실 진정한 주체적 자아각성이야말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21세기적 문화체질과 시대철학을 살아가는 가장 슬기롭고도 절실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주체적 자의식 확립의 실천적 방안으로 가장 긴요한 구체적 대안으로는 먼저 교육내용의 획기적 개편과 방송매체의 국적있는 편성지침을 꼽을 수 있다. 더욱 구체적이고도 비근한 예로 초등교유과정에서부터 우리민요, 우리악기, 우리춤, 우리연극을 감상 내지는 교육시키며, 또한 전파매체에서도 역시 한국예술, 한국문화를 주축으로 하는 국적있는 편성철학을 실천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90년대의 문화예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문화구조의 획기적인 재편은 물론 그야말로 우리네 의식구조의 혁명적 전환이 전제된다고 하겠다.

4.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예술적 진가에 대한 재인식

전통예술분야의 80년대 성과라면 여러 가지 사안들이 거론될 수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예술적 진가에 대한 재인식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80년대적 특징은 주지하다시피 양대 올림픽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전통문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점증해가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치러지게된 '86아시안 게임과 '88문화올림픽은 문자 그대로 전통예술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우리네 내면적 예술안식이나 근본적 의식의 전환까지는 못 다하더라도 적어도 외형적으로 전통예술의 사회적 인식과 국제적 관심이 괄목할만하게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다.

편견과 냉대의 소외지대에 방치되었던 전통예술이 우리의 생활권으로 한발 다가서도 제값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더욱이 지구촌의 안방까지 찾아들어 한국 전통예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시켰던 일은 80년대 전통예술의 두드러진 성과였다고 하겠다.

5. 전통문화 예술의 대중화

전통예술의 대중화와 다양화의 추세를 읽을 수 있다. 데모의 현장이나 쟁의의 현장에서 울려퍼지는 농악대의 징소리가 상징적으로 대변하듯 80년대의 새로운 추세라면 먼저 전통예술의 대중화를 손꼽을 수 있다. 고답적인 교향악단이 팝스음악회를 개최하고 오페라를 고집하던 가수들이 대중적 가곡을 유행처럼 노래하고 예술적 춤꾼들이 현장을 찾아가서 공연하는 양태들은 모두가 마치 국악가요를 창작하고 쉬운 민요주제의 작품들을 마련하는 국악공연의 예들처럼 모두가 예술의 대중화 현상의 실제들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상황들은 한마디로 고고한 예술적 도그마에 칩거하던 허위의식의 붕괴라고도 풀이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민중운동」과 맥이 닿는 민중문화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전통예술의 다양화 추세 또한 80년대적 신조류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 다양화의 구체적 측면으로는 우선 외적으로는 공연활동의 양태의 다양화와 매체의 다양화, 방법의 다양화 등을 꼽을 수 있고 내적으로는 이념의 다양화, 지향의 다양화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획일주의적 붕괴와 함께 각 예술간의 장르의식과 형식의 전형이 와해되어간 결과로서 나타나는 다양화였다고 하겠다.

6. 참신한 국제감각과 미래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 필요

문화의 속성을 감안하거나 혹은 국제화의 전개라는 시대적 조류를 감안하거나 앞으로의 문화정책 수립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곧 참신한 국제감각과 미래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이고 미봉적인 정책에 매몰되어 오던 거간의 타성을 불식하고 이름 그대로 「백년대계」의 문화정책을 전제로한 일관된 정책수행은 물론 한국문화의 세계적 기여라는 대국적인 문화안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동양지향적인 성향을 더해가고 있는 문화예술의 시대적 풍향으로 보나 또는 태평양시대의 주역이라는 시대적 의지에 비춰보더라도 앞으로의 문화정책의 궁극적 좌표는 세계사적 구조와 국제적 문화조류의 판도 속에서 조절되고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길이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사의 한 장으로 진출하고 나아가서는 태평양시대의 주역문화로서의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우리 문화역량의 확대와 깊이의 심화

박석태 / MBC문화부기자

1. 문화가 정치·경제 등과 대등한 비중으로 제자리를 확보해야

오늘날 우리사회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이념과 가치의 대립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가치의 공동화 현상과 함께 폐쇄적 냉소주의와 퇴폐주의가 만연돼 가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지만 국민들의 정신을 떠받치는 문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경시당한 채 잘못되고 뒤틀린 정치·경제구조와 사회현상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개인을 지배하고 있는 데 그 중요한 원인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90년대 우리 문화예술의 정책방향은 역설적으로 문화가 정치·경제 등과 대등한 비중으로 제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문화예술의 가치와 역할의 중요함과 필요성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그들이 문화예술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우선이 주어져야 될 것이다.

2. 문화예술 종사자의 전문화시대로 문화예술 향유인구의 급증

90년대 우리 문화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치·사회적 상황의 호전으로 국민의 의식과 상호영향을 미치면서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다양한 모습을 띨 것이다.

또한 여가가 늘어남과 함께 그것의 내실화 욕구가 강해지면서 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향수의식이 보다 강해질 것이며 그것은 자연히 문화예술 향유인구의 급증을 가져올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우리 문화역량의 확대와 깊이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젊은이들의 민족적 자각의 고조에 힘입어 문화예술에서 우리 고유의 것을 찾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며 급속한 국제화와 함께 그것을 세계문화와 조화 통합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려는 경향 또한 강해질 것이다.

또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증가와 각계의 전문화 추세에 맞춰 각 장르의 세분화가 보다 뚜렷해 질 것이다.

3. 자율성과 다양성 허용해야 대중매체의 기능 활용해야

무엇보다 먼저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허용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 당위를 내세운 제도나 관의 자의에 의한 규제가 우리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며 사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통용되던 때는 이미 지난 셈이다.

우리 것(정신과 의식에서부터 구체적 문화예술품들에 이르기까지)을 찾고 복원해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직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과감한 정책과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문화발전을 위한 기본토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황폐화와 조급증, 말초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의 정신과 정서의 쇄신을 위해서도 가장 절실한 문제의 하나이다.

이밖에 지역문화의 발굴·육성과 TV와 신문 등 대중매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면, 시간의 할애도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4. 영화예술의 발전과 납·월북 작가의 작품 해금

무엇보다 먼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이데올로기적 금기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납·월북작가들의 작품해금과 북한원전 출판, 소련과 동구권 예술의 소개는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특히 문학에서 분단과 6·25를 전후한 민중의 투쟁을 정면으로 다룰 수 있게 됐고 표현도 훨씬 자유스러워졌다.

우리 영화가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대상을 수상해 나름의 위치를 인정받으면서 앞으로의 영화발전에 자극을 준 것도 하나의 성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5. 민중의 삶과 정서를 형상화하려는 민중예술의 활발한 활동

문학과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민중의 삶과 정서를 형상화하려는 민중예술의 활발한 활동을 들 수 있겠다.

문학에서는 전문인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직접 창작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으며 미술과 음악에서도 젊은 작가와 노래패들이 직접 대중과의 만남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급진적·계급적 내용이나 예술적 완성도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화운동을 통해 정치·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이들의 행위는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 않으며 그것은 또한 우리 문화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일군의 젊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도시인의 삶을 그리는 도시시도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도시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으로나 도시라는 비자연적 공간속에서의 단조로운 그들의 생활에 무엇인기 정서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본격적인 잡지 전문화와 함께 사회과학잡지의 잇단 출간으로 사상과 이념의 대중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경향으로 들 수 있겠다.




문화예술 창조역량의 극대화

이태극 / 연극평론, 단국대교수

1. 문화예술의 전문화와 기업화를 위한 정책방안 필요

개방화 시대와 국제화 시대를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이념과 방법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전통예술의 현대적 수용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고, 문화예술의 전문화와 기업화를 달성시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 문화예술 교육의 혁신

문화예술 창조역량을 극대화 시켜야만 밝은 앞날을 전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교육을 혁신해서 우수한 전문가를 육성해야 하며, 예술창조의 환경과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 일은 문화예술 지원의 획기적인 전환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3. 문화공간의 균등배치, 공연지원제도의 개선


창작극 공연과 극작가 양성을 위한 지원제도가 혁신되어야 한다. 문화공간의 균등배치가 이룩되어야 하고, 공연장이 특성화 되어야 하며, 문화공간의 인적기구, 시설, 운영, 제작 및 재정등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문화공간의 활용될 수 있다. 이 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국립극장의 공연제작비의 영세성을 간단한 예로 들어 보아도 예술창조를 위한 문화공간의 예산이 빈사상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80년대 문화예술의 성과는 무엇인가?

전국 문화공간의 확충이라 할 수 있다.

5. 80년대 문화예술의 새로운 경향

문화예술의 다양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6. 순수예술의 창조공간으로써 예술의 전당

현재 건축중인 예술의 전당에 관해 몇가지 건의하려고 한다.

예술의 전당이 지향해야하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반상업주의적인 순수예술의 창조속에서 찾아야 한다. 예술의 전당은 따라서 순수예술가들의 창조집단이 중심이 되어 이룩되는 공연활동을 전개해낙가야 하며, 이들의 예술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뒷받침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 주는 이상적인 전당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극장도 그것은 공연을 위한 시설, 또는 그 시설을 포용하는 건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이념으로 존립한다. 그 이념은 예술의 이념으로, 그 이념은 궁극적으로 예술가들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이념을 실현하는 일이 곧 공연예술 활동이 된다. 그 이념은 활동목표를 설정해 준다.

예술의 전당은 공연예술활동의 목표로서 다음의 7가지를 설정하고 있다.

(1)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2) 자주문화의 창달

(3) 예술장르 상호간, 전통예술과 현대예술간의 접촉의 유도, 실험적 예술의 장려

(4) 고급문화의 대중화, 대주문화의 고급화, 중간문화의 창출, 문화예술의 국민적 확산

(5) 문화예술의 국제교류

(6) 예술교육기능의 강화

(7) 개별 공간의 전문화를 통한 전체 공간의 특장화와 문화예술공원 개념에 입각한 휴식 공간의 기능발휘

이같은 활동목표의 설정은 다음에 열거하는 6가지 활동프로그램 속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1) 공연 프로그램

(2) 전시 프로그램

(3) 놀이 프로그램

(4) 교육 프로그램

(5) 자료 프로그램

(6) 연구 프로그램

이 6가지 프로그램은 또한 다음과 같은 극장 운영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

(1) 주간이나 야간에만 운영되는 기존의 예술공간의 개념을 깨고 미술관, 자료관, 교육관, 옥외공간 등에서 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음악당, 축제극장 등 극장공간에서는 야 간 프로그램을 진행시킴으로서 주간활동과 야간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예술공간 을 창출한다.

(2) 프로듀서 시스템제도의 도입으로 외부단체나 공연예술가들을 예술의 전당공연에 참 여시킨다.

(3) 몇 개의 산하예술단체를 두어 이들의 공연에만 집중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일에 국 한하지 않고 예술단체 회원제를 두어 보다 많은 예술가들과 단체들이 직접 예술의 전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4)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프로그램과 대관 프로그램으로 분류한다.

(5) 제작된 프로그램은 예술의 전당 문화 보급망을 통해 지방 문화 공간과 연결되어 문 화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고, 예술의 전당에서 선택된 공연예술작품 가운데서 우수작품 은 해외 문화교류용 레퍼토리로서 확보한다.

(6) 제작된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보급한다.

예술의 전당은 본래 복합문화 공간으로서 창조적인 레저활도에 적합한 국민적 문화 참여의 장을 제공해야 하며 과거와 현대의 예술을 조화시키고, 예술장르별 연계를 강화해서 일반 국민과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자원센터와 지원센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이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 예술의 전당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들에게 똑같이 호의적으로 개방되어야 하며, 연극, 음악, 영화, 미술 등 각 분야의 고전물, 현대물, 실험적인 작품들이 예술 향수자들에세 널 리 보급되어야 한다.

(2) 예술의 전당은 과거로부터 계승되어온 우리 문화유산의 총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론 적이며, 실천적인 토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국립국악원과 국악당의 예 술의 전당내 존재이유와 예술의 전당과의 연계성 그리고 운영 및 발전계획에 대한 재검토 가 시도되어야 한다. 예술의 전당이 지향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자주 문화의 창 달, 예술장르 상호간 접촉의 장려 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악당의 존재의미가 예술의 전당 공연계획에 투입되는 기획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조직기구상 국악당이 예술의 전당 에 소속될 수 없다 하더라도 공연활동이나 교육활동 프로그램 속에 국악당의 활동이 흡수 되는 어떤 유기적 관계가 모색되어야 한다.

(3) 예술의 전당은 서울문화와 지방문화가 교류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계 획을 입안해야 한다.

(4) 예술의 전당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국민의 교육장(敎育長)이 되어야 한다. 예술의 전당의 제반 프로그램은 국민의 사회인식을 심화시켜주고, 국민의 역사의식을 고양시켜주 는 사명감속에서 그 활동의 방향과 내용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5) 예술의 전당이 기획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예술지원 프로그램은 예술교육의 새로 운 혁신이어야하며, 예술지원의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모델이 되어야 한다.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과 예술 창조자와 예술향수자들을 접촉시키는 일은 이상 언급한 두 프로그램에 내포되어야 한다.

(6) 예술의 전당은 청소년을 위한 예술활동 및 감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대한민 국 청소년 예술제와 전국대학 연극제, 청소년 영화제 등의 페스티발을 예술의 전당이 주 관할 수도 있으며, 이 일은 문교부, 문화부, 시·도 교육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페스티발에서 수상한 청소년들에게 예술장학금을 주어 이들의 예술적 미래를 보장해 주도록 한다.

(7) 야외극장 계획은 원래의 안(案)대로 추진 되어야 한다.

(8) 예술의 전당내 전체공간은 시민의 문화활동 촉진을 위한 문화공원으로서의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영화 및 비디오의 자료보관과 그 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의 확 충이 요망된다.

(9)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연습장이 더 많이 확보되어야 하며, 무대장치 및 대소도구의 보관창고가 더 마련되어야 한다.

(10) 예술의 전당 후원회가 창립되어 예술의 전당에 대한 국민적 규모의 실질적인 지원 체제가 확립되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관객조직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창조적인 문화의식의 고취




김범수 / 음악평론가

1. 동태적·자생적·미래지향적인 자유의지의 실천

보편성의 관점에서 동태적 확립이 90년대 한국문화예술의 정책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할 문화의 가치수용이, 작금까지도 시대적·지역적·계층적인 한계성을 극복하제 못한 채 운위되고 있는 폐단을 우선 시정하자는 취지에서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향수권 내지 시민복지의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문화정책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창조적인 문화의식을 고취하는 예술행정은 순수하게 독립시켜 놓자는 것이다. 인류의 문화양식을 「살아있는 자연」이라 정의하였던 고전적인 개념에서도 「창조하는 자연·능산적인 자연(能産的 自然, Natura Naturans, Schaffende Nature)」의 예술 창조정신과「창조된 자연·소산적 자연(所産的 自然, Natura Naturata, Geschaffene Nature)」의 문화 향유의 교양을 가름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폐쇄적이며 제한적이었던 관제(官製)문화형태가 적극 배제되는 문화 정책이 확립되었을 때라야, 예술 창조정신은 자생적으로 활성화되고, 그런 창작에 부응하여 형성되는 문화정신의 집단의식(集團意識)에서만이 참다운 한국문화예술의 계승, 발전이라는 미래성이 예견될 수 있을 뿐이다.

2. 혼돈의 극복을 통해서 다원화된 문화의식 확립

한국문화예술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의 추상적 이념이 「민주화」라는 사회일반의지general volonte와 어떻게 상관되어야 하는지가 먼저, 그리고 상세히 논의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라면, 향후 10년의 우리 문화는 혼돈의 와중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경계하여야 하는 관건은, 이 혼돈을 발전과 성숙의 계기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념론의 입장에서 혼돈 그 자체로 편향시켜버리려는 미시적(微視的)·정태적(靜態的)인 문화관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혼돈이라고 전제하는 바는, 사회 전반의 개혁의지에 순응하고 또 계도하려는 진취적인 혹은 젊은 예술가들과 이들에 상대되는 집단이 덜 노령화되었거나 보수적인 성향의 예술가들간의 갈등을, 어떻게 그 상충·대립되는 긴장을 정화(淨化, catharsis)하여 승화시켜 나아가는가에 따라서, 혼돈의 극복을 통해서 다원화된 문화의식의 순화가 가능하리라는 예견이다. 역설적으로 문화의식의 순화가 가능하리라는 예견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창조적 자유 의지의 분출이 혼돈으로 느껴질만큼 다양해지는 가운데, 승화된 예술의 경지가 구현되리라는 것이다. 음악에서의 이런 추구는 작곡분야에서 활발하게 제기되면서, 이런 의지가 일부 연주자들에게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 단계를 거쳐서만, 심미적인 문화의식의 지평이 다시금 열릴 수 있다.

3. 전문 예술행정(경영)인의 제도적 보장으로, 문화예술 의식의 균형 육성

자생적, 자발적 창조의지를 지원하는 제도적 여건 형성으로써, 정책적 편향성이 지양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예술행정 내지 예술경영의 전문성의 결여를 개선해가는 제도 입안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음악분야의 경우에도 창작과 연주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으며, 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감상자들을 위한 정책 배려가 없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들 집단간의 의식의 격차를 완화, 접근시켜주며, 견해 차이를 조정, 소통시켜주는 전문인의 육성이나 자격인정을 제도화 하여야 할 현금이다.

예컨대, 각종 사회단체(신문사, 방송국 등)의 음악회개최도, 전문인에 의한 기획, 진행이 아니어서 표면에 내세우는 문화행사가 명실상부하지 못한 채 이윤만을 추구한다는 선입감의 실정이며, 또 근자에 세종문화회관 대관 문제로 여론화되었던 고급문화 급 대중문화(저급문화)라는 갈등과 같은 문제점 등도, 상기한 예술행정(경영) 전문인의 부재에서 파행된 것이다.

어느 한 분야만의 전문인, 즉 행정가(관료) 아니면 음악가가 문화예술정책에 간여하게 될 때, 피할 수 없는 임의성(任意性)은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보이는 국민들의 향수권을 저해한다는 결과론에 이르게 된다.

4. 학술적 비평의식을 통한 음악의 존재론적 인식과, 한국음악에 대한 자각

음악이 기능적인 연주나 작곡기법에 경사되어버렸던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학술적 비평의식의 태동이 괄목할만한 성과의 하나이다. 어느 시대건 교양인의 수용미학적 예술 관점은, 시대양식으로 존재하는 제반 예술현상에 대해 철학적인 물음을 제기했어야 하는데도, 특히 음악은 일방적으로 수용의 욕구만 충족시키려는 미분화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 근원적인 문제성은, 우리에게 있어 「음악」이라는 이념이 서구지향적으로 고착되어버린 데서 배태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외국 문물과의 조우를 통해서 제기된 자기 반성과 통찰은, 역설적으로 우리 고유의 음악문화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을 요구하게된 것이다.

여기에서 심화된 학술적 관점은, 전통음악에 대한 정관(靜觀)을 통해서 보편성 혹은 세계화된 음악어법을 창출하도록 재촉하기에 이를 것이다. 이런 시류는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성숙되어가는 국학(國學)의 단계에 편승하는 바도 없지는 않지만, 본질적인 면에서의 발전적인 수용태도는 긍정적이어서, 그 이전까지 견지하고 있었던 예술가의 태도를 배제하고, 이른바 아도르노가 제기하는 문화소비자Kulturkonsumenten를 계도해갈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 정치적 차원에서 월북 음악가의 해금과 북한 음악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던 것도 그 일환이지만, 궁극적인 것은 세계악단을 향한 한국음악의 위치정립이다.

5. 사회참여를 통한 음악인격의 구현은 승화된 예술태도를 견지하여야

음악의 특성으로 보아서 뉴보이스라면 창작분야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대전환적 경향은 속단하기 어렵다. 그 까닭은, 음악의 사회참여를 전제로 하더라도 그것이 추상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전반의 민주화 추세에 따른 의식을 표출시키려는 창작 시각이 휴머니티를 지향하는 한 경향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형식에서건 구미 예술계의 현황을 답습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단순한 표현의 자유라는 지평을 넘어, 현실의 삶 속에서 함께 고뇌하는 인격을 방기시키려 하는 의지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집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접목, 국악과 양악의 교류들을 통해서 민족성의 자각과 민중문화의 새로운 의식을 확대해 간다는 데서 깊은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높은 승화된 차원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예술 본연의 태도는 승화된 이념의 형상화이기 때문에, 현실참여의 사회의식을 지향하는 음악이 어떻게 다음 세대, 세기까지 「살아남는」정신으로 계승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보내져야 한다.

6. 사회에 환원시킬 수 있는 정서교육의 확대

우리나라 음악계는 내면의 상충된 생각을 파기하여 버리지 않고 있다. 예술정신은 음악인격적인 보편성을 지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갖는 선택적인 인습 그리고 제도적인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극복의 의지조차 갖지 않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음악가들이 문화계 전반에서 견지하여야 하는 진취적이고, 계도적인 역할을 발견하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이 갖는 고유의 인격적인 요소를 전파하여, 순화된 사회상을 실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고전음악의 이해 확산을 위한 각급학교 악단(교향악단, 실내악단)의 지방 순회 여행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등의 사회제도화도 그 실천 방법론의 한 예가 될 것이다.

음악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른바 왕실이나 귀족계급을 위한 음악과 민중 속에서 발생하는 카타르시스적인 음악의 차원이, 이 시대에는 끝까지 괴리되어야 하는 합리적인 설명은 찾을 수 없는 실정임에도, 국외자적인 음악으로 존립하려는 기능적인 음악인의 태도는 시정되어야만 한다.




국제적 규모의 예술축제

주요철 / 연극연출가

1. 예술 창작 자유에 대한 수용 및 확대

사람답게 사는 비전을 제시하는 문화가 가장 영원한 문화라고 볼 때 90년대 한국문화예술의 정책방향은 사람답게 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70년대의 문화가 강요되고 이끌리던 미국 및 서구의 문화에서 한국적인 문화풍토로 많은 탈바꿈을 시도한 실험적 시기였고 다분히 목적적이었다면 80년대의 문화는 올림픽을 전후해서 예술적으로 다양함의 양적팽창과 비교논리적으로 시각의 개안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90년대의 문화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자기만족 수준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사는 창달한 문화예술의 고지로 나아가려면 한국적 상황을 확연히 깨달아 과장 포장이 없는 상태로 출발을 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의 경제·사회 제반문제는 높은 수준으로 상승되었지만 문화예술은 상당히 등한시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답게 사는 비전의 제시없이 눈앞에 보이는 급급한 실상에 매달려 살아온 필연의 결과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문화예술이 사회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앞서서 보편화와 상식화로 이끌어 갈때 국민향수권은 신장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예술창작 자유는 사람답게 사는 비전의 제시만큼 수용되고 확대되고 이해되어 저절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문화가 생활로 인식되어지기 때문이다.

2. 여가 활용 추세에 따른 연극에 대한 욕구 증폭

문화란 다른 문화와 충돌할 때 스스로 자생력을 갖춘 새로운 문화로 탄생한다. 그 동안의 숱한 충돌과 조화로 90년대의 한국 연극은 국제적 문화교류속에서 우리의 특징적 요소 개발과 전통미의 체득화 양상으로 뚜렷하게 우리 연극을 내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주변국가와의 포괄적인 연대감으로 동양 연극의 힘 구축이 세계 연극에 견줄만한 비등세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반적인 여가활용 추세로 연극에 대한 욕구도 상당수 증폭되어 공연의 대형화 추세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연극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치열해져 어느 극단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맞물려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대·소의 구별은 확연하게 자리를 잡게 될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아마추어 연극활동이 활성화되어 옛날의 동인제 시스템의 극단이 증가되고 극장을 구하기 위한 각축전으로 요란할 것이다.

따라서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저하가 비례적으로 가폭되어 기득권의 연극인과 비기득권의 연극층과의 마찰음이 높아지는 이상 기류를 탈 수도 있다.

3. 표현의 자유화 연극 공연만을 위한 중극장의 건립

⼘ 지방자치제에 따른 지역연극의 전통보존과 활성화

⼘ 연극에 대한 재정지원(국가예산과 기업의 대폭지원)

⼘ 교육방침의 부재(유독 연극만 소외)

⼘ 전시효과에 치우치는 관료주의의 시정 미래지향적인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

⼘ 표현의 자유화에 대한 확고한 정립

⼘ 문화부에서의 공연과가 아닌 연극과로의 독립

⼘ 시て도립극단 창단과 연극공연장만으로의 중극장 건립

⼘ 연극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풍토위의 인적 자원의 확보 등

4. 각 이즘의 다양한 표현 공륜의 사전심의 제도 폐지의 규제 완화

공륜의 사전심의제도 폐지의 규제완화로 금기시 되었던 현안들이 그런대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체제를 떠난 공산권 문화의 일부 해금이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맛보게도 해주었다. 또한 연극 교류면에서 서울연극제는 국제적 규모의 행사로까지 발전하여 조금은 정신적 해갈을 느끼게까지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 이즘ism의 다양한 표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꾸준히 그러한 작업들로 이어진 것은 큰 성과로 90년대의 토대를 이루게 하였다.

한편, 국내 극단들의 몇 십 주년 기념 공연들도 연륜을 쌓아가는 하나의 이정표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연극이 한층 성숙된 차원으로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상품성이 강한 대중문화의 접목으로 연극의 질적 비하가 초래되었고, 각종 할인권 남발 및 공연질서의 혼란은 관객층의 폭넓은 계층을 수용한 대신 지순한 연극정신을 빼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상업성과 순수성이 공존하는 연극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5. 민중연극의 성장 총체연극의 새로운 시도

열악한 연극계 실정에서 서울에서도 수십편의 연극이 매일 극장에 올려진 것도 기적(?)과 같은 새로운 경향으로 들 수 있다. 1960∼70년대 연극시즌 때만 몇 십편 공연되던 그때와는 달리 극단의 양적 팽창, 공연장의 확대는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성인 연극의 하나의 들러리 역할로 자리잡게된 아동극의 활발함도 꾸준하고, 뮤지컬·노래극·창극 등 음악을 기조로 한 연극도 활성화를 띠게 되었고, 총체연극의 새로운 시도들도 부단히 이어가고 있는 경향이다.

특히 7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민중연극이 하나의 이즘으로 제도권 밖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것이 예술적 메카니즘과 어떻게 결부되어 하나의 사조를 형성할지는 두고 볼 일이나 분명 새로운 경향이라 할 수 있겠다.

각 대학의 연극영화과가 입시에 그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인적자원의 미래 확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바람직한 새로운 경향이다.

6. 동양연극의 보편적 맥락에서 모든 것을 주도해야

세인의 지탄 대상인 서울평화상 제정에 쓰이는 막대한 경비를 오히려 문화예술 발전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 중앙집권적 문화에서 지역연극 전통을 발판으로 지역 고유의 문화육성과 우리 민족의 집대성된 유산과 재창조적인 문화의식으로 국제적 규모의 연극을 중심으로 한 예술축제를 경주 또는 부여 등지에서 지역문화권에 예치시킨다면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나 뉴욕의 세익스피어 여름 축제보다 훨씬 능가하는 문화전통을 이어 나갈 수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선진국이 형성되리라 생각한다. 때마침 90년대에는 지방자치제가 실현될 전망이고 보면 지역문화의 발전과 동양연극의 보편적 맥락에서 모든 것을 주도해 나가 세계문화예술로 향한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다고 본다.

괜한 생색만 내는 평화상보다 반만년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교과서를 후대에 남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