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심층분석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 방안




자료제공 / 문예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1. 전통문화의 개념 및 연구대상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전통문화라고 규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 핵심개념인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틀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된다. 그리고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라고 할 때, 자주적 현대화라는 것이 바로 이 시점에서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이 바로 본 과제의 연구대상에 해당된다. 그리고 현대화라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상황하에서 그 전략이 얼마나 적실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1) 전통문화의 개념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틀을 기본적으로 <문화>를 보는 시각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때 문화라고 하는 것은 문명이라는 단어와 혼용되면서 야만에 반대되는 기념이 아니고, 생활문화만을 지칭하는 협의의 뜻으로 사용되는 개념도 아니다. 인류학에서 개발해 온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의 종합>이라는 광의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전통문화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틀이라고 생각된다.

전통문화는 전통이란 개념과 혼용되어 쓰이고 있고, 전통이라는 개념은 흔히 근대라는 개념과 대비되어 사용되고 있다. 전통과 근대를 단절의 개념으로 고려하는 경우도 있고, 이 두 개념을 연속이라는 틀 위에서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과 근대의 연속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연속적인 입장중에서도 진보적인 경향을 유지함으로써 전통문화의 적극적·능동적인 재해석, 그리고 재창조를 강조하는 창조적 발전론을 전개하고자 한다. 전통문화의 보존적 전승론도 중요하지만, 전통문화의 자주적인 현대화의 전략을 위해서는 창조적 발전론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의 고양과 국민적 수준의 전통문화와 포폄뿐만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전통문화의 주체를 청소년이라는 집단에게 담당시켜야 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연구대상

전통문화는 시대, 계층, 항목의 3가지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시대는 문화의 통시적인 측면을 통찰한다는 기준이고, 계층은 신분에 따른 문화담당자의 차이를 포괄한다는 기준이며, 항목은 전통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화특질을 망라한다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의 모형은 이 3가지 기준들을 입체적으로 종합화한 전통문화의 실체를 구성하는 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통문화를 구성하는 각 기준의 전부를 망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모델의 개발이라는 점에 있어서 혼란함을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전통문화를 몇 개의 전략적인 범주로 구분하는 것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설명에 있어서 논리성의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편의상 책정된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상층문화(종묘제례, 양반문화등), 생활문화(의식주 및 도구 등), 축제문화(놀이와 제의 등), 예술문화(음악, 미술, 공연 등), 가치문화(공동체의식, 예절, 효 등), 종교문화(각 종교와 관련된 사항), 언어문화(의사소통과 관련된 각종의 언어적 및 비언어적 표현방식 등) 등이다.

전통문화의 대중적인 현대화라는 또다른 숙제를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이상과 같이 범주화된 전통문화의 항목들이 일상생활속의 삽화들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당면과제에 접하게 된다. 즉 항목들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전통문화는 일상생활이라는 장 속에서 재생되고 추진되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와 그 항목들은 일상생활이라는 전체의 구성요인으로서 상호 연결된 실체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항목으로 구분된 전통문화의 개별항목들은 편의상 시도된 것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2.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방향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라는 주제는 이미 유사한 형태로 논의된 바가 적지 않다. 이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통문화를 어떻게 계승·발전시키고 재창조해야 하는가 하는 심각성에서 기인된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유사한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의들이 성공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필요성에 걸맞는 연구방향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데 있다고 생각된다.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는 것이 곧바로 구체적인 방향이 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방향을 위해서 구체적인 모형과 그 모형에 맞는 사례를 제시하게 된다.

1) 연구의 필요성

전통사회로 고려될 수 있는 20세기초의 현상과 현대사회로 고려될 수 있는 60년대 이후를 비교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인 배경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급격한 변화를 질적인 차원에서 경험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상황속에서 전통문화는 파행적인 변화와 파괴를 당해왔기 때문에, 건강한 미래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도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은 전통문화와 현대사회의 연속성이라는 궤도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작금의 한국사회는 민족문제를 주축으로 하는 통일과, 통일시대를 열기위한 전대미문의 복잡한 양상을 맞고 있다. 분단상황에서 전통문화를 생각하는 분위기는 민족의 장래와 사활이 걸린 통일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의 논리를 배경으로 하는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틀은 분단논리의 구조위에서 전통문화를 생각하던 분위기로부터 논리상의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분단시대의 정권옹호적 전통문화인식으로부터 통일시대의 민족재발견을 위한 전통문화의 인식구도를 생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민족 재발견을 위하여 초석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전통문화의 인식작업은 세계적 보편성과 민족적 특수성의 균형을 갖춘 틀이어야 한다.

종래의 주로 고용되어 왔던 전통문화의 소극적 보존이라는 정책이 지향한 바는 문화의 화석화라는 논리를 만족시키고 있다. 시간이라는 변수위에서 현대와 미래, 그리고 전통문화와 현대사회의 연속이라는 틀들을 고려해 볼 때, 전통문화의 소극적 보존은 한국사회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문화담당자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사회에 구현된 전통문화속에서 한국문화의 민족적 특수성을 확인하고, 세계사적인 인류사회의 지평위에서 한국문화의 좌표를 설정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2) 연구방향

고속으로 변화되고 이질적인 요인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전통문화의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앞으로의 문화담당자들이 딛고 일어서야 할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이론적인 모형으로서 전통문화 자체의 내적 동력을 강조하는 미래화futurization 모형을 제시한다. 그리고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전통문화의 여러가지 범주들 중에서 예술문화를 선택하여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하게 될 것이다.

3. 전통문화 진흥에 관련된 현상평가

전통문화의 중요한 한 범주인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시대적인 배경과 진흥책의 현황을 사실발견이라는 차원에서 정리한다. 그리고 세계적 보편성의 획득이라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해외의 주요사례들을 점검해 본다. 이러한 비교시각 위에서, 앞으로 예술문화의 진흥책을 점검해보고 예상되는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미래의 전망을 밝힌다.

1) 전통문화 진흥의 시대적 배경

식민지시대의 문화말살정책과 미군정시대의 서구지향적 가치형성이 전통문화에 끼친 영향은 자못 심대하다. 그리고 산업화로의 진행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전통문화 굴절현상도 지적되어야 한다. 물질의 급격한 팽창과 여러 가지의 가치들이 혼재하는 현상을 맞은 전통문화는 상실위기를 벗어나서 재창조의 명제를 당위성으로 안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전통문화의 위기는 민족의 위기와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음은 이미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아 있다.

2) 전통문화 진흥책의 현황

공공기관의 전통문화 프로그램과 지방의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점검해 본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현황 파악은 공급과 수요라는 차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문화재보호협회, 한국국제문화협회, 향토문화예술축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각 지역의 문화원 등에서 실시하는 전통문화 진흥책의 사례분석을 통하여 구체적인 현황이 제시된다.

전통문화의 민족적 특수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나름대로 많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세계적 보편성이라는 차원에서 전통문화와 비교적인 위상을 발견하고, 보편성이 뒷받침이 된 전통문화의 민족적 특수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특수성이란 개념은 보편성이란 개념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특수한 것은 그 특수한 것의 가치를 발현하기 위하여 다른 특수한 것과 비교되어야 하는 인식과정을 거쳐야 하고, 특수한 것들 간의 비교는 논리적으로 보편성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보편성이라는 것은 인간존재조건이라는 문제인식 위에서 의미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성이 전제되지 않는 특수성은 유아독존의 가치를 지향하게 되고, 유아독존의 가치는 인간존재조건의 기반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전통문화의 비교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전통문화의 특수성을 더욱 분명하게 대비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차원을 확보함으로써 한국의 특수한 전통문화가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통문화를 수량적으로 평가하는 시도들 - 예를 들면, 민속경연대회 - 과 화석화로서 일단락을 맞는 경우 - 예를 들면, 무형문화재 지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민속을 경연시킴으로써 고유성이 훼손되는 허위만족 문화의 등장이라는 위험이 지적될 수 있고, 문화재의 지정으로 인해서 전통문화의 화석화 전략에 의한 소극적 보존은 전통문화의 재창조라는 미래지향적인 문제의식을 절단시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3) 해외 주요 사례

전통문화를 다루는 세계 여러나라의 사례를 점검함으로써 비교적인 시각의 확보에 의하여 전통문화의 세계적 보편성이라는 문제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각국의 전통문화 보존 진흥의 목적과 방법들을 살펴본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기초로 하여 각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다.

소위 선진국에 속하는 일본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전통문화의 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집트의 사례를 봄으로써 소위 제3세계의 전통문화에 대한 정책과 방법을 비교 검토한다. 그리고 국제기구의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시각도 우리의 논의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문화정책에 대한 유네스코의 종합적인 평가가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문화활동의 초기단계에는 중앙집권화가 사안에 따라서 어느 정도 필요하며…… 기초공사가 끝난 다음에는 지방분권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 그러하다.

4) 전통문화 진흥책의 평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진행되어 왔던 전통문화 진흥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관주도의 행사에 치우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집권적 통제력에 영향을 받은 전통문화의 획일화라는 현상을 유도하였고, 그 결과 전통문화는 지역 단위의 응집력을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 전시용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둘째, 기획과 추진과정에서 전문인력과 전문지식으로 무장된 연구진의 결여를 들 수 있다. 바람직한 연구진의 결여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전통문화의 의미를 해석할 여지를 남기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로 인하여 전통문화의 보존조차도 파행적인 왜곡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셋째,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주로 복고적인데 그침으로써 재창조의 노력이 극히 결여되고 있다. 넷째, 지역단위의 전통문화 담당자들을 지원하는 노력이 미약하였다. 그리고 미래의 문화담당자인 청소년들이 전통문화라는 문제의 주제에서 소외되었던 경향이 강하다.

5) 전통문화 진흥책의 과제와 전망

전통문화는 본질적으로 현대사회와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가 충실해진다. 그리고 전통문화는 변화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전통문화의 자주적인 현대화를 장애하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문화는 항상 변화한다는 인류학의 명제를 감안한다면, 재창조에 의한 전통문화의 현대적인 수용은 논리적인 이치를 획득한다. 소극적 보존에 의한 전통문화의 화석화 전략은 경계되어야 한다. 상업주의의 개입에 의한 전통문화의 파행적 변질을 경계하면서 재창조에 의한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수주의적인 자문화중심주의이다. 이 자문화중심주의를 경계하는 최선의 관점은 세계적 보편성의 확보이고, 그것을 달성하는 실천적인 방법론중의 하나는 <민족학박물관>이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전통문화의 자주적인 현대화는 문화담당자 또는 문화주체자에 대한 분명한 인식위에서 가능하다. 전통문화의 현대화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구에 의해서 달성될 것이며, 누가 담당해야 할 일인가 하는 3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확고한 정책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즉 인본주의적인 문화정책의 발현이 전통문화의 담당자를 확인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담당자는 소수의 특수계층으로 제한된 것이 아닌 서민대중으로 확산되어야 함을 인식해야 하고 미래의 우리인 청소년이라는 점을 각성해야 하고, 미래의 문화담당자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4. 전통문화의 이론적 재창조 모형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의 기본 노선은 2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하나는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노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통문화의 재창조라는 노선이다. 이 두 노선은 전통문화라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두 노선은 전통문화를 지탱하는 양대 지주라고 개념화해야 할 것이다.

1) 전통문화의 보존 모형

전통문화는 그 자체가 삶의 방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조상들의 역사를 입증하는 사료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문화담당자들은 전통문화의 보존에 의하여 미래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명제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지나온 삶이 바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전통문화는 외부의 영향과 파행적 변질에 의해서 외형만이 남아있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시킨다. 따라서 전통문화의 보존은 우선적으로 내용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전통문화를 보존해 오던 방법이 주로 외형중심이었다는 점을 반성하고, 인간의 삶이 담긴 내용중심의 전통문화보존 방안이 방법론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전통문화의 바람직한 보존 모형은 보존과 전승을 중심으로 한 예술문화 중 음악을 사례로 살펴본다. 전통음악의 교육제도와 교육방법, 그리고 연주 여건과 창작 여건을 검토한다. 그리고 바람직한 보존과 전승을 위한 연구 여건의 조성도 중요한 쟁점으로 지적되었다.

2) 전통문화의 재창조 모형

모형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적인 시도는 음악부문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의 전통음악이든 서양으로부터 이식된 외래음악이든,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과정들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는 재료, 방법, 그리고 미적감각이 동원될 수 있다. 재료에는 악기와 같은 도구들이 고려되어야 하고, 방법에는 장단이나 박자가 있으며, 미적감각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적이 포함된다. 이러한 틀속에서 음악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을 세밀하게 부문별로 점검해 보면, 과정별로 전통적인 것이 주를 이루는 것이 있고, 어떤 경우는 서양의 것이 주를 이루는 경향이 강하고, 어떤 다른 경우는 전통적인 것과 서양으로부터 전래된 것의 혼합성이 주류인 경우도 있다. 과정별로 나타난 여러 가지 기능성들 중에서 몇가지를 선택하여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의 문제는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표출해 내는 표현양식, 즉, 각 장르의 문화어법에 대한 훈련의 기반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재창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특정항목들에 대한 의미 재해석의 시도이고, 이미 재해석을 기초로 한 문화내용의 세련화·정교화·전문화의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이 갖고 있는 의미가 바로 자주화개념의 핵심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의 기틀 위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5. 전통문화의 실천적 방안

본 난에서는 전통문화의 보존·보급·선양 방안과 현대적 재창조 방안에 관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전통문화를 구성하는 부분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은 보존·보급·선양되는 것이 급선무이고, 어떤 부분들은 현대적으로 재창조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실천적인 논의를 하게 된다.

1) 전통문화의 보존·보급·선양 방안

3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새롭게 발굴, 보존되어야 할 부분과 그의 실천방안(종교문화, 생업문화, 세시풍속, 놀이문화, 축제문화 등), 둘째, 보급·확대 및 대중화되어야 할 부분과 그의 실천방안(세시풍속, 축제문화, 놀이문화, 관혼상제 등), 셋째, 해외에 선양되어야 할 부분과 그의 실천방안(음식문화, 복식문화, 공연예술, 민속공예, 씨름과 태권도, 해외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운영 등)이다. 이 부분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단계별로 전략적인 부분항목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2)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창조 방안

전통문화의 현대적인 재창조를 위해서는 2단계의 작업이 요구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전통문화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 중에서 전략적으로 몇가지를 선정하여 그 구성내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전통문화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전통문화가 화석화된 형태로 잔존함으로써 현대적인 실용생활에 적합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의미의 재해석과 현재 왜곡되어 해석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전통문화의 올바른 해석은 재창조의 기반이 된다. 청년층에서 주로 선호되고 있는 사물놀이와 마당극 같은 사례가 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통문화 재창조의 한 면모이고, 현대 사회에 살아있는 전통문화의 재생운동은 그 문화내용의 의미 재해석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의미 재해석은 미래의 전통 문화 담당자인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의 방법적인 핵심을 구성하게 된다.

6. 전통문화 재창조를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개선

문화담당자에 대한 정의는 청소년으로 귀결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지적되었고, 전통문화의 의미와 내용들로 확인되었지만, 남은 문제는 보존 및 선양과 재창조를 위한 전달의 문제이다. 전통문화를 전달하는 수단은 오늘의 현대적인 생활양식에 적응되지 않으면, 전통문화의 대중화와 현대화는 전달수단이라는 차원에서 실패를 하게 된다. 따라서 본 난에서는 전통문화의 전달수단을 교육제도, 언론매체, 전시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고려하고 이러한 전달수단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 및 창작기능을 지원하는 일을 검토한다. 연구와 창작기능은 일종의 시행착오 과정으로서 전달수단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하는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특정대상별로 특화된 지원이 요구된다.

교육제도에는 전통문화의 감수성교육과 전통문화의 교육을 위한 특정시범학교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언론매체는 전통문화의 전달수단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의 개편을 시도한다.

7. 공공기관의 전통문화 프로그램 실천방안

교육과 언론 그리고 정부가 주관하는 각급의 전통문화 관련 공공기관들이 실천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사항들이 6가지로 제기되었다. 첫째, 필수적인 전통문화시설의 조성이다. 국민통합적인 필수전통문화교육시설, 지방특장문화시설, 기초단위의 전통문화시설 등에 대한 인식이 골간이 된다. 둘째, 일상 생활의 수준에서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문제를 고려한다.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전통생활의 형성,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 고도의 복원과 민속촌의 합리적인 운영을 기초로 하는 전통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정서적인 역사공간의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 등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 셋째, 전통문화의 전달수단과 문화담당자를 위한 전통문화 교육자료의 대규모 창출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기능분화와 사업의 다양화, 그리고 전통놀이 기구의 현대화 및 이러한 작업을 위한 지워니센터의 운영이 생각된다. 넷째, 건전한 놀이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프로그램으로서 전통문화를 기초로 하는 관광기구의 운영을 도모한다. 다섯째, 무형문화재의 전수사업을 점검함으로써 무형문화재가 갖고 있는 내용의 보존부분과 의미 재해석을 기초로 하는 재창조 부분을 발굴한다.

8. 정책 건의

<전통문화의 자주적 현대화 방안>이라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연구진은 이 주제에 관련된 개념, 방법, 현상평가, 문제제기 등을 하였다. 제기된 문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가지의 기초적인 정책 건의를 시도한다.

첫째, 분단시대를 청산하고 통일시대를 여는 전통문화의 개념에 기초해서 통일을 위한 동력으로서의 전통문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 부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 이질화의 문제가 안고 있는 전통문화의 불구화에 대한 인식과 함께 병행되어야할 주제이다.

둘째, 전통문화를 생각하는 지속적인 정책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일시적 정책욕구에 의해서, 일회적으로 한정하는 차원을 벗어나서 행정기구를 존속시켜야 한다.

셋째, 전통문화의 의미 재해석과 그 이후에 가능한 자주적 현대화의 과정들은 전통문화 자체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의 수행을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은 대학과 대학원 차원의 수준높은 학문화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다. <문화>를 연구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비교될 수 있는 세계의 문화들을 연구하고, 그러한 바탕위에서 전통문화의 위상을 정립하는 학문화의 과정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상설연구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과 상설연구기관의 효율적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넷째, 전통문화의 발생과 전승이 이루어져 온 곳은 각 지방이다. 획일적인 전통문화의 발전방안보다는 지방문화의 활성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 전통문화를 일상생활의 맥락에 접합시키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의 특성에 적합한 전통문화의 대중화가 전략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다섯째, 이상과 같은 4가지의 과정들은 재정적인 확보와 확보된 재정의 효율적 분배에 의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전통문화라는 주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주도해야 할 작업이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