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중계석. 전주

문학공간 〈시세계〉




권강주 / 시세계 대표

「한편의 시」시리즈를 발행하게 된 동기는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소박한 인식에서였다. 일반 독자가 즐겨 읽는 시들과 시인들이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는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시를 쓰는 입장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얽혀졌으면 하는 시(여기서 일반독자라 함은 오늘날 발표되는 많은 시들의 보편적 정서를 가지지 못한, 시인들이 꿈꾸는 바와는 상당한 거리에 있다고 보여지는)와 일반독자들이 읽는 시의 현주소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주는 작가들과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시들과 시인들 외에는 별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하여 교과서적인 것에서 조금만 거리가 있어도 당황하는 사람들은 요즘 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시라고 하면 으례 연애시나 그 인근에 있는 부류의 시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시적이라고 하는 말은 낭만적이고 애절하며 뭔가 낭창낭창하고 아슴프레 이쁜 미사여구 등으로 꾸며진 것으로 막연히 생각한다. 그리고 시 쓰는 일을 고상한 취미 정도로만 알고 있다. 시인이라고 하면 연애편지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조금은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사실 이러한 사람들을 일반독자라고 규정하고「시세계」는 현대에 씌어지는 시들을 조심스럽게 소개하고자 하였으며 그런 과정 속에서 일반독자들로 하여금 현대시에 친숙하게 하여 같이 호흡하고 동참하여 스스로 시집을 선택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나아가 진실로 시인이 희망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하여「한편의 시」1호를 발행했던 것이다.

「한편의 시」는 그 판형상의 특징으로 일반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비록 1편이지만 몇 번 거듭하여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시와의 만남을 조금은 밀도있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같은 이유로서 그 판형상의 한계와 단점도 있다. 시의 내용면에서나 분량면에서「한편의 시」로는 발행할 수 없는 시가 더 많기도 하다.

아무튼 88년 1월 첫호를 낸 후 지금까지 86호(매호당 1천매씩 총 86000매)가 발행되어 회원들에게 우송되고 낱장으로도 보급되어 이 지방에서는 거의가「한편의 시」한 두 장씩은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비록 적은 수지만 다른 지방에도 보급되어 제주에서 강원도까지도 우리 회원들이 살고 있다. 그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혀 예상 밖의 사람들이 「한편의 시」와 접하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89년 2월에는 좀더 적극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문학공간 시세계〉를 열고 제1회의 문학 강연인 〈황지우와 함께〉를 시작으로 14회에 걸친 시낭송회와,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을 개최하였으며 2번의 문학기행과 시창작 교실을 연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한 개인의 힘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며 경험 미숙으로 여러번의 시행 착오를 범했을 때에는 참으로 안타까왔다.

지금은 안팎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대중행사를 쉬고 있으며 「한편의 시」만 격주로 발행,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시창작 교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동인활동을 하기로 뜻을 모으고 매월 2회씩 만나서 시작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지방에서는 처음 시도되었던 「한편의 시」나 문학기행, 시창작교실 등이 의외의 좋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지역문화 발전에 조그만 디딤돌이라도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