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중계석. 부산

〈전위무대〉




전승환 / 연출가, 한국연극협회 이사

부산의 연극사를 이야기할 때 1960년대 초를 빼놓을 수 없으며, 현대 연극의 출발점으로 인식되어야 할 시기 또한 60년대이다.

부산의 연극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50년대 후반에 부산대학교의 한형석, 한노단, 서국영 교수의 지도로 〈대학극회〉가 이해랑 선생을 초빙하여「햄릿」을 비롯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공연하면서 작품을 연구, 발표하였고, 수산대학의 〈청문극회〉가 설상영, 변규현이 중심되어 향토작가 이주홍의「연이야 울지마」와 오페레타「가시리」등을 공연하면서 대학극회가 구성되었다. 이어서 부산대학극회 출신들로 구성된 〈부산극단〉이 1962년에 사르트르의 「거룩한 창부」를 창단공연으로 출발하였고, 부산의 KBS성우실 멤버로 구성된 〈계절극회〉(대표 차재원)가 창단되어 방성진, 송재호, 백웅 등의 연기자들이 활동하였다. 또한 MBC성우들로 구성된 〈입체극장〉(대표 설상영)이 청문극회 시절부터 활동하던 전운, 최선자, 박웅 등이 활동하였으며 최선자의 모노드라마 「담배의 해독」공연으로 모노드라마 시대가 열렸다. 같은 시기에 의욕에 찬 젊은이들로 구성된 극단 〈전위무대〉(대표 박광웅)가 63년에 창단되어 차범석의 「불모지」를 창단공연으로 가졌었다. 그밖에 〈형상극단〉 〈새벌극회〉 〈소극장동인〉 〈시민극단〉등 10여개의 극단이 창단되었으나 한두 차례의 공연행사를 끝으로 사라져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들게 되었다. 60년대 초에 창단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극단은 〈전위무대〉1단체뿐이며 이들은 54회의 전기공연과 20여회의 합동공연을 해 오면서 오늘의 부산연극이 있기까지 고군분투 부산연극의 기둥역할을 한 것은 가히 기록에 남을 만한 사실이다. 극단 〈전위무대〉는 1967년에 현재의 대표인 전성환씨를 주축으로 〈보다 많은 민중과 더불어 함께 웃음을〉이란 캐치플레이즈들 걸고 극단을 재정비하였다. 1969년에는 〈소극장 69〉(대표 김영송)의 중심 멤버로, 윤대성의「출발」로 무대공연을 시작하여 2년간 10개의 작품을 90회 공연하는 등 소극장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죤 오스본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65년), 로레인 헨즈베리의「햇빛 속의 건포도」(65년), 쟝 아뉴이의 「도적들의 무도회」(74년), 로버트 앤더슨의「알고 난 뒤의 충격」(76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79년) 등의 번역극과 차범석의 「불모지」(63년), 박조열의 「토끼와 포수」,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77년), 김행호의 「혹도」(78년), 강하영의「길목」(80년), 전동수의「산지기네」(86년) 등을 대표작으로 폭 넓은 공연 활동을 하였다. 1979년부터 질 좋은 관객과 연극인 육성을 위한 여름연극학교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계속적인 사업으로 자체 운영하고 있다. 극단 산하기관으로 〈페퍼터리 시스템〉(78년), 〈극예술연구회〉(77년)를 두어, 〈레퍼터리 시스템〉의 운영과 학생들의 연극개발을 위한 워크숍 활동을 하였으며 〈레퍼토리 시스템〉을 독립시켜 활발한 활동을 하게 하였다. 극단 〈전위무대〉는 소극장 갖기 운동으로 모인 기금과 자체자금 1천2백만원으로 부산의 요지인 광복동에 소극장 〈카페 로따리아〉를 개설·운영하였으나 운영난으로 1년후에 문을 닫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부산의 극단으로는 최초로 소극장 운영을 하여 관객 저변확대에 온 정열을 쏟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보다 많은 민중과 더불어 함께 웃음을〉이란 극단의 캐치플레이즈를 내 걸었을 때 주위에서는 〈희극만 공연 할 것인가?〉하는 질문-극단 이름이 전위무대라 〈전위극만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였으나 창작과 번역작품, 그리고 희비극 범주에 들어가는 다양한 공연 레퍼터리만을 보아도 작품의 깊이와 심각성 내지 철학적인 인생관을 중시해 온 우리 극단의 행적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희극이든 비극이든 연극예술의 참맛은, 행위자와 관객이 함께 즐거움을 가질 때 작품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연극의 특성을 인식하는 자들의 몫일 것이다. 극단은 나름대로의 전통과 개성을 가지고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고정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상이나 주변 환경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부산의 연극 관객과 시민의 문화의식은 일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 또한 실험극, 상황극, 정통사실극 모두를 관람하며 작품을 이해하고, 가장 정확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 있다는 사실을 연극 예술인들이 자각할 때 좋은 연극공연, 성실한 형상화 작업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 〈전위무대〉역시 많은 연극 애호인에게 보답할 수 있는 질 좋은 무대를 올려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소극장 갖기 운동을 계속하여 정통극과 실험극을 좀더 높은 차원에서 형상화할 수 있도록, 공연의 이원체계를 실현시켜 나갈 것을 목표로 새로운 설계를 하고 있다. 〈보다 많은 민중과 더불어 함께 웃음〉을 실현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