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무용의 동향
정병호 / 중앙대 교수
필자는 지난 2월 12일부터 3월 4일까지 20일간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연변가무단 초청으로 연길시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 무용가들에게 한국춤에 대한 강연과, 북경에서 중국무도가협회가 주최한 무용세미나에서 「한국에 남아 있는 중국무용」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바 있는데 이글은 그때보고 느꼈던 중국무용계를 소개하는 춤기행문이다.
우선 조선족이 살고 있는 연변무용계 동향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연변에는 연변가무단을 비롯하여 연길예술단, 그리고 화경·왕청·완도·훈춘·용정·도문 등지에 각각 우리동포들의 가무단이 있다.
연변에는 조득현씨를 비롯하여 최옥주(안무가), 그리고 1급 무용가 이록순씨 등과 같은 무용가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때까지 북한쪽의 춤과 유사하거나 중국 민족무용의 창작법으로 춤을 창작해 왔기 때문에 춤의 예술성은 고사하고 춤의 내용과 기교가 다양하지 못하는 등 우리춤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가운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이들은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야 하고, 200회 이상의 공연기록을 가진 단체에는 국가에서 보너스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작(사업한다는 뜻)을 한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가 직업무용가이기 때문에 월급을 받게 되는데 중국돈으로 최고의 배우인 경우 130원(元)을 받고 1급은 100원, 2급은 70원, 3급은 50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돈으로는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연이나 TV출연때 별도로 받는 보너스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들 연변무용가들은 금년 7월 초순 심양에서 동부 3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 등)에 사는 조선족 가무단과 한자리에 모여 무용공연을 하게 되고 최옥주씨는 북경아시안게임 문화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춘향전」을 안무중이라 한다.
중국무도가협회 주석(회장)은 83세의 오용방(吳曉邦)씨이고 부주석은 몽고인 보임바트, 유혜해(游惠海), 소구림(邵九琳), 협회대외연락부 유병기(劉秉琦), 중앙민족가무단장 부성송(府盛松), 무도지 주관 왕만력(王曼力), 무용학자 동석구(童錫玖), 민족 대학 무도과 주임교수 이육산(李毓珊), 동방가무단 1급무용가 장균(張均)씨 등이 중국 무용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무용학자 동석구씨의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원시유물에서 무용자료가 나오므로 고고학적인 차원에서 무용사가 연구되고 있다 하는데 우리의 경우 원시무용에 대한 실증자료가 없으므로 문헌자료에 의존하여 추리로 역사기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생각했을 때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중국에는 5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춤 또한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춤에서 종교적인 고대무용이나 궁중무용과 같은 춤은 문화혁명으로 말미암아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농민무용(민족무도)만이 살아 있으며, 이 춤들이 중국민속무용이라는 이름 아래 공연예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로서 이러한 민족무용을 보면, 연변에서 본 조선족의 춤인 「기쁨」,「좋구나 우리일터」,「춘향전」,「수양버들」,「상모놀이」등이 있었고 성도가무단의 춤은 「달빛 아래서」,「부채춤」,「연뿌리춤」등이었다. 그리고 북경에서 본 춤은 몽고족의 춤「목마」(牧馬)를 비롯하여 티베트족의 춤「유랑예인의 춤」, 조선족의 춤「흥춤」, 한족의 춤「기쁨」등 주로 민속춤뿐이다. 그런데 이 춤들을 관찰하여 보면 그 내용이 조류(鳥類)나 동물의 춤을 비롯하여 노동에 관한 춤, 전투적인 춤, 구애(求愛)의 춤, 풍자적인 춤, 축복의 춤 등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고 또한 공연 형식은 발레형식을 많이 도입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중국에는 무용에 관한 책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대표적인 간행물로는 중국무도가협회의 기관지인 무도(舞蹈)라는 책이 월간으로 발행되고 있으며 소수민족의 춤에 관한 책자가 중국어와 영문으로 나와 있다. 이밖에 백과전집 음악과 무도편이 발행되어 있고 무용극에 관한 책들, 그리고 경극에 관한 책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각지방에서 발행한 예술잡지가 있다.
중국의 무용예술은 창작적인 민족무용과 무용극 그리고 발레무용이 있을 뿐 이른바 현대무용은 없다. 그러니까 이들이 추고 있는 춤은 아트시대의 춤이라 할 수 있고 크리에이티브적인 춤은 없다는 말이 되겠다.
직업적인 공연단체로 가장 권위있는 단체는 중국발레무극단(발레단), 중국중앙가무단(무용단), 중국악단(교향악단), 중국가극가무단(오페라단), 중국중앙민족가무단(36개 소수민족예술의 종합체), 청년화극단(연극단), 아동화극단, 북경시가무단, 탄광가무단, 중국공인가무단, 중국경극단(1단에서 4단까지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가무단, 중국광파민족악단, 북경무도학교 청년예술단(청년무용단), 북경피영극단(皮影)등이 대표적인 공연단체이다. 이들 예술단들은 4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하여 11월까지 자체적으로 공연을 하게 되며 명절과 경축행사에는 각 단체가 합동으로 공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술단 중에서 중국발레무극단과 중국 중앙민족가무단, 그리고 경극단 등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경시내에는 전통이 있는 몇 개의 극장이 있는데 이들 중에서도 중국극원(劇院)은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 규모의 좋은 극장이다. 이밖에 천교극장, 북경전시관극장, 도양극장, 해정극장(海淀劇場), 만족궁극장, 27공인극장(工人劇場)등을 손꼽을 수가 있다.
북경에는 처음으로 민족대학에 무도과가 생겼는데 여기에는 발레반과 민족 무도반이 있다. 이밖에 각 지방에는 30여개의 무도 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들은 중·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시험에 의해 입학되고 졸업 후에는 각 지방이나 중앙의 가무단에 입단된다고 한다.
중국의 무용단은 발레무극단과 가무단이라 칭하는데 여기서 가무단은 가무극과 무용공연을 담당한다. 그리고 중앙민족가무단과 같은 단체는 주로 소수민족의 독특한 춤을 공연한다. 이들 소수민족의 춤들을 TV에 많이 방영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춤이 개성적이고 예술적인 면도 있지만 민족의 화합이라는 차원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들 소수민족의 춤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춤은 몽고나 실크로드쪽 소수민족의 춤, 서남쪽 티베트 민족의 춤, 그리고 우리 조선족의 춤이 아닌가 한다.
중국은 민속무용이 무대무용의 성격을 갖춘 이른바, 민족무용은 발레적인 움직임과 표현에 도움이 되는 민족 무용복이 창안되어 있는 춤도 활달하고 독무나 2인무 등의 형식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민족무용은 무용 의상이 화려하고 악세사리가 많으며 움직임이 흥겹고 기교적인 정교성이 있다. 또한 춤을 보여주는 대상이 일반대중이므로 흥겹고 화려하며 오락성이 중요시되는 예술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춤을 우리 민속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 춤은 대부분 악기 반주로 춤추고 있는데 비하여 중국춤은 악기 연주는 물론 노래에 맞춘 춤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차이점은 중국인 경우 민족춤의 본성인 대중예술성을 살렸기 때문이고 우리의 경우 민속무용을 일방적으로 고급예술화 하는 데서 노래가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