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족

근대음악의 유산보존과 자료발굴·정리

―축음기 애호가협회




김희수 / 한국축음기 애호가협회장

무수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시간들 속에서 축음기는 우리들 삶의 온갖 영욕과 애틋한 추억을 거의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물이다. 흔히 사람들은 지나간 날들의 소중한 의미가 저 적막의 공간으로 아주 사라져 버린 줄로 알지만, 조금만 애정어린 눈빛으로 우리 주변을 관찰한다면 지나온 삶의 소중한 행적들은 어둠 속 광채로 되살아난다.

우리의 지나온 삶의 행적을 더듬게하는 축음기를 매개로 한 한국 축음기 애호가협회는 사라져가는 근대음악의 유산을 보존하고 SP음반 등 음악관계사료를 발굴·정리·보전함을 목적으로 1988년 8월 7일 경주에서 결성되었다.

축음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 축음기가 단순히 흘러가 버린 옛날의 기계가 아니라 소중한 역사성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SP음악 공개감상회를 개최하게 했다. 또한 축음기의 구조 및 역사와 관련된 안내 책자를 발간하였으며 전체적인 SP음반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하여 현재는 협회 내에 양악부·국악부·가요부 등의 전담부서를 두고 전체 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고 있다.

창립 이후의 사업 실천 및 성과는 다음과 같다.

1988년 8월 7일 창립총회(경주)에 이어 1989년 2월 17일 정기총회(유성), 1989년 3월 10일 임시총회(서울)를 가진 바 있다. 1989년 4월 12일∼4월 17일에는 세계 축음기전시회 및 SP음악감상회를 롯데백화점 8층 행사장에서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옛 축음기 명기들인 에디슨, 빅터, 콜럼비아, 펭귄, 그라포놀라, 크레덴짜 등의 축음기 50여점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1989년 5월 20일에는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했으며 본 협회 기획SP명반 복각 시리즈「GREAT VOICE OF THE CENTURY」를 출반했다. 이 음반에는 질리, 카루소, 샬리아핀, 스키파, 사야요, 비오를깅 등의 가수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2번째 음반에는 1930년대 폴리돌사판인「심청전」이 취입되었으며 서울 신나라 레코드사에서 출반했다.(음반에 수록된 가객은 이동백, 정정렬, 조학진 등). 1990년 3월 25일에는 1930년대 콜럼비아사 판인「춘향전」이 같은 레코드사에서 출반되었다.

우리 한국 축음기 애호가협회 전체의 회원들이 정신적 삶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가꾸어 가고저 심혈을 기울이는 대상은 SP판이라 하겠다. 지금은 우리 협회가 출범한 지 2년째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 회원들은 소멸하는 과거의 사료로 틈틈이 수집해 온 축음기와 관련 소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기회와 아울러 SP감상회를 가진 바 있으며, 우리 단체의 앞으로의 계획은 ▲지속적 복각사업의 활성화 ▲SP음악 공개감상회 개최 ▲미발굴 상태의 SP음반 발굴 정리 및 목록 작성 ▲축음기 및 SP음반을 매개로 한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에 중점을 둔 데 있다. 한국 축음기 애호가협회의 구성 단원은 부회장에 신동헌씨와 김동환씨가, 감사에 안동림씨, 총무에 이채원씨가 직책을 맡아 일하고 있으며, 이사진의 손지열, 김진우, 안평선, 이병철 씨를 포함한 18명의 회원들이 우리 협회의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